환영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서 윤영 님에게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우리의 삶이 어떠할 것이라고 예측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그저 잘 살아보고 싶었을 밖에요. 남들 사는 만큼 살고 싶었을 밖에요. 하지만 남들 사는 만큼이란 얼마나 밑도 끝도 없는 표현인가요. 남들이 대체 어떻게 살길래요. 나와 남의 차이는 얼만큼이게요. 우리는 남이 어떻게 사는지 모릅니다. 내가 남들만큼 살고 싶은게 아니라 내가 사는 정도로 남들도 비슷하게 살거라 생각해요. 우리는 남들의 삶에 대해 모릅니다. 누리는 삶과 견디는 삶을 세치 혀로 쉽게 말할 게 아니라는 것을 모릅니다.
삶이라는 글자마저 징글징글해보이는 때가 저기 저 웃고 있는 사람의 지금인지 누구도 모릅니다. 삶은 그렇게 때로 징글징글한 것. 그 누군가에겐 출구마저 보이지 않는 고통의 시간의 연속이라는 것.
당신은 질기게 버텨왔어요. 전 감히 흉내도 못 낼 만큼.
당신의 그 파닥거림은 다른 사람들의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위로받을 일이 아니라, 차라리 말없는 절규이고 사는 것이 무엇이라는 외침입니다.
당신을 위해 살아요. 결국 당신 삶에 책임을 질 사람은 이 세상에 당신 한 사람이라는 것 모르나요? 한시름 놓고 씁쓸하나마 웃을 수 있는 날은 당신 외엔 그 누구에 의해서도 오지 않아요. 제발 당신을 위해 살아요. 
환영은 잠시, 가끔 보는 것으로 족해. 그 속에서 너무 오랜 시간 머무르진 말아요. 거기에 아주 잠겨버리지는 말아요.

 

2011년 6월 13일 

당신과 별로 다르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임이네 2011-06-13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으로 팍팍 와 닿네 ....윽
님 잘 지내시죠 ..
오늘 무덥네요 .

hnine 2011-06-14 06:26   좋아요 0 | URL
꽃임이네님, 안녕하셨지요? 꽃임이네님 작품 모델 따님도 잘 크고 있고요? ^^
정말 사는 것이 구차하고 뜻대로 안되고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겠지만, 책 속에서 그 누구도 그 삶을 포기하지 않아요. 구질구질할 망정 버텨나가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우울을 입에 달고 자신 속으로 빠져드는 누구의 삶보다 더 순수하고 고귀해보이기도 하더군요.

stella.K 2011-06-1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형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표지가 마음에 들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h님 이리 쓰시고, 별을 다섯 개 주신 것보면 기대 이상인 것 같습니다.^^

hnine 2011-06-14 15:39   좋아요 0 | URL
200쪽이 좀 안되는 아담한 책이어요 (전문적인 판형 용어를 몰라요 ㅠㅠ).
표지 그림은 전 좀 마음에 안들었어요.
한번 읽어보세요. 요즘 소설 같지 않은 면이 있어요.

꿈꾸는섬 2011-06-1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이설님 신작이 나왔군요.^^

hnine 2011-06-14 15:41   좋아요 0 | URL
저도 다른 분 서재에서 보고 알았어요. 손에 들어오자 마자 금방 읽었지요. ^^

다락방 2011-06-14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저도 이 책 출간되면 읽어봐야겠구나 싶었는데 벌써 다 읽으셨군요! 잠깐 줄거리를 읽으면서 박범신의 [비즈니스]를 떠올렸었어요. 신문을 펼치면 아주 작게 구석에 드러나는 삶. 제가 책을 읽고나면 hnine님이 쓰신 이 글이 한층 더 공감되겠죠.

저도 읽어볼게요.

hnine 2011-06-14 15:48   좋아요 0 | URL
이 작가의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을 저는 처음엔 동정하면서 안됐다, 정말 소설 속의 이야기구나...이런 생각으로 읽었는데 아니었어요ㅠㅠ 차라리 이들은 치열하게, 생명에 대해 끈질긴 줄을 놓지 않고, 온몸을 파닥거리며 살아내고 있었어요. 오히려 그렇게 정면 대결하지 못하는 삶이 더 나약하고 비겁한 것 아닐까, 누가 누구를 감히 쉽게 동정하려 하는가...이번 작품을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박 범신의 <비즈니스>는 제목만 들어보고 안 읽어봤는데 이 책 여운이 가시기 전에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저는 오늘 다락방님 서재 갔다가 레몬케잌 보고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찜하고 왔답니다. ^^

2011-06-15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5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6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7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6-17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

제가 정말 좋아하는 연주자. 그리고 곡입니다. 더위에 힘 팍팍 보태 드리고 싶네요!!

hnine 2011-06-17 18:5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감사합니다. 이 곡, 이 연주자, 좋아하시는군요. 어제 밤에 제 아이도 옆에서 듣더니 누구의 어떤 곡이냐고 물어보더군요. 어떤 분이 보내주셨다는 얘기까지 해주고 함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