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처음엔 - 이 안
오리
- 박 성우 -
엄마가 예쁜 겨울 옷을 사왔다
오리털 파카라고 했다
입어보니까 정말 따뜻했다
근데 오리야, 미안해 춥지?
동시가 갖는 특유의 애잔함이 있다. 가난과 결핍과 눈물이 있을지언정 그래도 희망을 샘솟게 하는 어린아이들 특유의 그 자생력이 어떨 땐 읽는 어른의 마음을 더 아리게 한다. 하지만 결국은 웃음짓게 하고 마는 그 힘. 동시가 가진 힘.
평소에 마음에 드는 잡지가 있어도 그때 그때 서점에 가서 구입하는 편이지 정기 구독의 편리함을 누리는 편이 아닌데, 오늘 덜컥 격월간 동시 잡지 정기 구독 신청을 해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동시 <누구도 처음에는>을 쓴 이 안 시인이 발행인이라기에, 또 동시가 주는 힘과 희망을 믿고 있기에, 나에게 늘 필요한 것이 그것임을 알기에 저지른 일.
저질렀다고 썼지만 신청하고나니 또 작은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