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한국동시 100년 애송동시 50편 문학동네 동시집 9
강소천 외 지음, 양혜원 외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품절


어쩌다 한 번 달을 흘낏 보고 마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여유 밖에 지니지 못한 사람이라면 과연 이런 시를 쓸 수 있었을까.
물론 일제 시대 우리 민족의 갑갑한 현실을 노래한 시라고 배우긴 했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조곤조곤 따라 불러도 좋다.

어릴 때부터 이 노래만 부르면 마음이 이상해졌다.
"엄마, 이 노래에 나오는 내 어머니 가신 나라가 어딜 말하는 거예요?"
노래 가사 중에 나오는 '내 어머니 가신 나라'가 어디일까, 설마, 설마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뜻일까? 믿어지지가 않아서 엄마께 여쭤보았던 기억이 난다.
옛날의 동요는 우리 민족의 현실을 반영하는 가사들이 많아서 이렇게 슬프고 처량한 것들이 많다.

'넓고 넓은 밤하늘엔 누가누가 잠자나'라는 동시와 함께 옆 페이지에 실린 그림이다. 넓고 넓은 밤하늘에선 아기별이 잠자고, 깊고 깊은 숲 속에선 산새들이 잠자고, 그러니 엄마 품의 우리 예쁜 아기야, 너도 이제 새근새근 잠 자거라는, 어쩌면 이렇게 예쁜 가사가 있을 수 있는지.
나 역시 이 노래를 자장가로 참 많이도 불렀었다. 등에 아이를 업고 이 노래를 부르며 깜깜한 밤 중에 집 앞 공원을 몇 바퀴나 돌았던가. 자나 보면 아직도 깨어 있고, 또 한참 돌다가 자나 보면 아직도 깨어 있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요를 꼽으라면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나뭇잎배'. 아이가 어릴 때에는 자장가 대신으로도 종종 불렀고, 요즘도 가끔 혼자 걸을 때 흥얼흥얼 부른다. 낮에 놀다 두고 온 것들을 집에 와서도 생각하는 마음. 이런 마음을 뭐라고 설명해야하나. 놀다 두고 온 돌멩이, 소꼽장난 자리, 같이 놀던 친구들, 쌓다말고 들어온 모래성 등이 자려고 누우면 눈 앞에 어른거리곤 했었다.

'과수원길', 대한민국에 이 노래 모르는 사람 있을까?
박 화목의 시 '과수원길' 이 실려져 있는 페이지 옆에 그려진 그림이다.
교복 입고 나란히 걷고 있는 저 두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두근두근했을까? 상상만 해도 풋풋하고 설렌다.


우리 한국의 애송 동시 50편이 그림과 함께 실려있는 예쁘고 작은 책이다. 한 눈에 확 들어오는 깨끗한 색상의 세련된 그림들은 아니지만, 어딘지 투박하고 모자란 듯한 그림이어서 보고 있는 나는 참 편안했다.
여기 실린 50편의 시는 이미 노래로 많이 불려지는 가사이기에 책을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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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5-1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예쁘네요!^^

hnine 2010-05-11 13:20   좋아요 0 | URL
9월까지 안 사고 버텨볼래요? 내가 생일 선물로 사줄께요 ^^

stella.K 2010-05-11 13:22   좋아요 0 | URL
아윽~ 이러시면 아니되시옵니다. 그냥 일케 보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순오기 2010-05-11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가 부르던 동요들, 여기 다 모였네요.
나뭇잎배 독창으로 가창시험도 보고 그랬던 추억의 노래여요.^^

hnine님, 이젠 기운 좀 차렸어요?^^

hnine 2010-05-12 04:57   좋아요 0 | URL
나뭇잎배는 어릴 때 부르면서도 뭉클하던 노래이지요.

기운 나면 다시 서재에 들어오리라 했다가, 서재 다시 들락달락 해야 더 기운이 날 것 같아서 그렇게 하는 중입니다.

bookJourney 2010-05-1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예쁜 책은 꼭 사줘야해~' 이러면서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
hnine님 글 올라와서 너무 좋아요~~~~ ^^*

hnine 2010-05-12 16:55   좋아요 0 | URL
이 책 참 아담하고 예뻐요. 저도 어느 분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책꽂이에 꽂아놓지 않고 늘 옆에 두고 보고 부르고 하지요.
책세상님 서재 어제도 들렀었는데 탐나는 책이 너무 많아 고민하다 나왔지요.
반갑게 맞아주시니 고맙습니다.

미즈행복 2010-05-12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직접 그리시다니 대단하십니다. 글이면 글, 그림이면 그림, 요리면 요리, 못하는게 없으시네요. 팔방미인이신데요? ^^ 황시내씨 -황순원씨의 손녀- 의 에세이집을 읽고, 엄청난 글빨에 손수 그린 엄청난 솜씨의 그림, 그런데다가 전공은 작곡이었다는 사실에 허걱하고 놀랐었는데, 님도 만만찮으시네요...
어떻게 하시든 빨리 기운차리시기를 바랍니다. 그림 너무 예뻐요!!! 보는 사람도 같이 명랑해져요.^^

hnine 2010-05-12 16:59   좋아요 0 | URL
'이렇게 좀 밝고 명랑하게 웃으며 살아라' 이런 마음으로 바꿔본 이미지인데 제 마음을 미즈행복님께서 제대로 읽으셨네요. 너무 애들스럽지요? ^^
황순원씨의 손녀라면 혹시 황동규 시인의 따님인가요? 우수한 유전자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예인걸요. 저도 한번 검색해봐야겠어요.
기운이 나고 있어요. 덕분에요 ^^

마노아 2010-05-12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집 너무 아름다워서 저도 꼭 품고 있어요. 조카 안 주고 그냥 내가 가질 생각이에요. 하핫^^;;;

hnine 2010-05-12 16:59   좋아요 0 | URL
조카에게는 나중에 또 사주시고 마노아님 품고 있으셔요. 정말 사랑스런 책이지요? ^^

꿈꾸는섬 2010-05-12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너무 예쁘네요.

hnine 2010-05-13 03:07   좋아요 0 | URL
네, 예쁜 책입니다.

같은하늘 2010-05-15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사랑스런 시집이네요. 곧 돌아오는 아이생일 선물로 찜 해두어야 겠어요.^^

hnine 2010-05-15 23:55   좋아요 0 | URL
아마 아이보다 엄마 세대가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