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겪을 수 있는 제일 가슴 아픈 일 중 하나라면 바로 죽은 자식의 시신을 보고 있는 어미의 심정이 아닐까.
어제는 특히 더 TV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인터넷 홈페이지로 뜨는 화면에 나타나는 오열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안볼수는 없었다.
얼마나 기가 막힐까.
심장이 찢어지는 아픔? 그것 역시 겪어보지 않았으니 그렇게 비유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상 어떤 아픔에 비유하랴. 

어제 본 영화 <작은 연못>, 미군의 지시에 따라 이리 가라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 가고 있는 순진한 양민들한테 가해진 폭격은 왜? 왜?  피난 행렬을 향해 집중적으로 퍼부어진 폭격에 피를 쏟으며 숨이 끊어진 어린 자식을 부둥켜 안은 어미가 거기에 또 있었다.

며칠 전에 주문하여 받은 이 창래의 신간 <The Surrendered>. 1950년 한국, 폭격 현장에서 엄마와 언니의 시신을 찾는 열한 살 짜리 소녀는 갈갈이 찢겨진 다른 시신들 속에서 엄마와 언니의 일부분 조차 찾지 못하자 연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나보다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피난 화물열차에서 떨어져 다리가 잘려 숨이 끊어져 가는 어린 동생을 그 자리에 남겨 두고 혼자 피난 열차에 다시 올라타는 이 소녀는 바로 다음 장에서 반백의 노인이 되어 등장하고.
그리고는 그 장면이 심심하면 자꾸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하루가 되고 말았다. 

 

 ...........................

 

모두 줗은 곳으로 갔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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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4-1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푸른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_()_

hnine 2010-04-16 12:18   좋아요 0 | URL
우리 같이 빌어요.

sangmee 2010-04-16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면서 눈물이 절로 나더라.
누군가의 아빠, 남편이었던 사람도 그렇고,
우리 딸보다 세살많은 젊은 사람도 그렇고,
너무 너무 맘이 아프더라

hnine 2010-04-16 12:48   좋아요 0 | URL
죽은 사람도, 자식이나 남편을 그렇게 보낸 남은 가족들도, 허망하기만해.
사람의 목숨이 참 모진 것 같기도 하다가, 이런 경우를 보면 허무하게만 생각되고...그렇구나.

같은하늘 2010-04-16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맘이 상해 TV를 볼 수 없더군요. 절로 눈물이 나는 모습이에요.
젊은 청춘들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랄뿐입니다.

hnine 2010-04-16 20:19   좋아요 0 | URL
오늘도 어제와 별로 다르지 않네요. 아직 시신도 못찾은 장병들은 어쩐대요...

blanca 2010-04-16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이 너무 아프고 춥지 않았기를. 많은 원망이나 분노는 가지고 가지 않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천안함 장병들과 이창래. 제가 오늘 생각했던 두 가지가 겹치니 너무 신기합니다. 이창래의 책은 번역이 많이 안되어 있던데 원서로 읽을 엄두가 안납니다.-..-

hnine 2010-04-16 20:25   좋아요 0 | URL
현재로서는 내부 폭발이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충격 가능성이 크다는데, 원인 분석이라도 분명히 이루어져서 남아있는 식구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마음을 회복할 수 있어야할텐데 말이지요.
이 창래는 제가 암것도 모르면서 그냥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거든요. blanca님도 좋아하시나요? 문체가 워낙 진지한 스타일이라 쉽게 읽히지 않지요.

꿈꾸는섬 2010-04-1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아침에 봤어요. 정말 너무 안됐지요. 정말 우울해요.ㅠ.ㅠ
모두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hnine 2010-04-16 20:27   좋아요 0 | URL
좋은 곳이라는 데가 있다면 정말 그곳으로 가서 못다이룬 꿈을 이루며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