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맞추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김 용택 시인의 짧고 솔직 담백한 글 스타일은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이 책을 받았을 때 특별한 것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표지 디자인과 글씨체, 그리고 본문에 실린 그림이 글의 성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림이 어딘지 낯익다 했더니 내가 아는 책 중 '청구회 추억'의 표지 그림을 그린 김 세현 화가의 작품이었다. 동양화의 담묵 속에서도 화사하게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림들 때문에 사진을 찍어놓고 싶어졌다.
누군가 그의 시를 읽으면 나도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고 그의 산문을 읽으면 나도 그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지만, 이렇게 담담하게, 멋을 부리지 않고 먹색의 글을 쓰는 것이 그리 쉬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겉옷보다는 속옷이 깨끗한 사람
속옷보다 피부가 깨끗한 사람
피부보다는 그 속의 피가 깨끗한 사람
맑은 피보다도 영혼이 깊고 깨끗한 사람
.......이런 말도 모르고 그냥 사는 사람
(28쪽, '그냥 사는 사람')
위의 네줄은 혹시 누구나 쓸 수 있을지 몰라도 마지막 줄의 '이런 말도 모르고 그냥 사는 사람'이란 문구는 김 용택, 그이기에 붙일 수 있었지 않았을까.
간간이 그가 가르치던 아이들의 시도 들어가 있다. 그의 시보다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이 아이들의 시였다.
벚꽃을 보면 마음이 조용해진다, 나는 그게 아주 좋다는 1학년 아이의 시에서, 겨우 여덟살 되었을 아이가 마음이 조용해진다는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의외였다. 그게 아주 좋다고까지.
이 시인의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늘 보이던 것이 오늘 새로 보이면 그것이 사랑' 이란다. 끄덕끄덕. 늘 보이던 것을 새로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랑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겠구나.
사람들은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보다 큰 책은 없다.
사람이 길이다.
이것은 '내 생의 길 (65쪽)'이라는 글 중의 일부. 책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이 될만한 글이다.
60이 넘어서까지 고만고만한 아이들과 보낸 시간들. 꾸밈없고 생각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이기에 힘도 들고 감동도 끊이지 않았던 시간들이었음을, 저자가 그 시간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고스란히 들어있다.
오늘 저녁에 학예회를 했다.
연습을 하다 말고 성민이가 보이지 않았다. 성민이가 수돗가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왜 우느냐고 해도 대답은 하지 않고 닭똥 같은 눈물만 흘린다.
교실로 데리고 들어가 다시 물었더니, 오늘 아빠도 할머니도 오시지 않는다고 했다며 더 운다. 얼른 끌어안고 등을 쓸어주며 나도 울었다. 아이를 안고 이렇게 울긴 처음이다. 성민이도 나를 꼭 안고 더 운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209쪽의 '아이와 함께 울다' 라는 제목의 글이다. 정년 퇴직과 함께 이런 아이들 곁을 떠나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이 간다.
아마도 퇴직하고 2년 후인 지금 이 책을 내면서 더욱 그리움이 더했을 것이다.
그 그리움과 애정이 어디 갈까. 지금도 그는 여전히 이렇게 소박하고 뭉클한 글을 쓰고 있으리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에게 노래처럼 들려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