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방학 동안 아이 데리고서 같이 볼수 있는 영화는 거의 다 섭렵하고 다닌 이후,
정말 오랜 만에 영화를 보았다. 아래의 이 영화.

말기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으며 남자가 제일 먼저 떠올린 생각은, 결혼을 취소해야겠다는 것과 영어 시험 답안지 채점을 안해도 되겠다는 것.
당장 치료받는 일부터 시작하자는 약혼녀의 말을 뒤로 하고 남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혼자서 캐나다 횡단 여행에 들어간다. 유명한 관광 포인트마다 들려서 사진도 찍고 이런 저런 사람들과도 마주 치면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 제일 절실했던 것은, 당장 암환자가 되어 희망도 불투명한 독한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혼자만의 시간 이었나 보다. 죽음을 가까이 둔 사람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그 이전과 달랐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많았다. 그렇게 보낸 남자의 일주일을 그린 영화이다.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을, 그리 무겁지도, 그리 가볍지도 않게 그려놓았다.
영화에서처럼 그렇게만 죽음을 받아들일 수만 있어도 얼마나 좋을까. 그리 무겁지도, 그리 가볍지도 않게 말이다. 생각을 정리하는데 겨우 일주일이라는 시간으로 충분하다면 말이다.
소극장이라서, 지난 번 여름에 갔을 때에는 냉방시설이 신통치 않아 옆에 앉은 아이에게 수시로 부채질을 해줘가며 영화를 보았었는데, 오늘은 옷을 얇게 입고 간 때문인지 으슬으슬해서, 들고 간 캔버스 천 가방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봐야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영화 말고,
좀 웃을 수 있는 영화 없냐고요.
그야말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인생은 아름답다고 팍팍 느끼게 해주는,
그런 영화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