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문중이 경주이긴 하지만 남편은 나고 자라기를 경기도와 서울에서 대부분을 지냈다.
나도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충청도 분이신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충청도 사투리가 내 고향의 사투리인양 친숙한 편이다. 

대전으로 이사오고 나서 남편은 충청도 사투리가 익숙지 않아 가끔 못알아 듣는 때가 있는 모양이다.
하루는 어느 관공서 김 모 씨에게 전화를 했단다.
"실례지만 거기 김 모 씨 계십니까?"
했더니 전화받은 분이 그러더란다.
"지가기유" 
여기까지 듣고 나는 계속 다음 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남편이 나를 쳐다본다.
"그래서?" 내가 물었더니 남편은 나보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냐는 것이다, '지가기유'라는 말.
"내가 바로 그 김 모 라는 사람이다. 그 말이잖아."
그랬더니 남편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서 계속 김 모 씨를 바꿔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푸하하하.
나보고 충청도에서 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그말을 그렇게 금방 알아듣냐고 묻는, 남편이 나는 더 신기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때로 열 단어를 딱 한 단어로 축약시켜 말하는 충청도 말.
오늘 아침 휘모리님 서재에 갔다가 사투리 페이퍼를 보고 생각나서 쓰다보니,
...
에궁,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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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2-24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서 충청도식으로 발음해 봅니다.
왠지 참 소박하고 겸손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hnine 2009-02-24 16:36   좋아요 0 | URL
예, 소박하지요.
충청도 사투리 하면서 깍쟁이 같은 사람, 금방 연상이 안되어요.

전호인 2009-02-2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충북 오리지널 본토벡이유~~
울 동네는 말을 헐띠 밋자씩 걍 쭐이서 말하자뉴.
충청도 사람들이 느리다구 자꾸 그러는데 절때루 안느려유
지 씅질대루 사닝께 어감상 느려보이능거쥬

예로들면 표준말로
" 보신탕 먹을 수 있어요?"를 각 지방사투리로 하면
-경상도 : 보신탕 먹을 수 이씹니꺼?
-전라도 : 보신탕 먹어부러요?
정확할 런지는 몰라도 이정도일 테구 길쟈뉴
근디 충청도는 딱 두글자면 끝나유

-충청도 : 개혀?

워때유 간결하고 짤쮸우~


조선인 2009-02-24 15:26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푸하하하, 시댁이 충청도인데도 이 말은 처음 들어봐요. 정말 재미나네요.

hnine 2009-02-24 16:39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정말 충청도 사투리 특징 중 하나가 축약해서 말한다는 것이더라구요. 이 얘기도 있다가 남편에게 해주어야겠어요 ^^

조선인님, 시댁이 충청도 이시군요.
저는 대신 경상도 가면 못알아듣는 말 많아요.

세실 2009-02-2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옆 직원한테 이 얘기해 주면서 제가 웃겨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지가 기유. 개 혀.

옆 분이 더 말씀해 주시네요.
서울 사람이 충청도 시장에서 물건 사면서 깎자고 하니까.
충청도 주인.
"됏시유, 우리집 소나 줄래유"
아웅 재밌어.

사투리는 충북보다 충남이 더 구수하죠.

hnine 2009-02-24 16:46   좋아요 0 | URL
ㅋㅋ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으네요 ^^
충북 사투리는 충남에 비해 약하던데요. 세실님 말씀하실 때에도 사투리가 섞여있을까 문득 궁금해져요. 저희 아버지께서는 충남 분이시지만 충남을 뜨신지 오래되어서 사투리를 거의 안쓰시거든요.

하늘바람 2009-02-24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가 기유
참 정감있네요 제 아버지도 충청도라서요 고모가 오셨다 가실때 누나 갈튀유? 그럼 가유. 해서 웃었죠.

hnine 2009-02-24 16:47   좋아요 0 | URL
'지가기유'했는데 계속 그 사람 바꿔달라고 하니 그 분이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
하늘바람님 아버님께서도 충청도가 고향이셨군요 ^^

sooninara 2009-02-24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친정부모님이 다 충청도라서..^^
이번엔 돌아가신 작은어머님 49재에 갔다가 웃겨서 죽을뻔.ㅠ.ㅠ
웃으면 안되는데 작은어머님 친정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웃기기도하고.ㅠ.ㅠ
제가 글로 다시 쓰려니 안 웃기기네요. 페이퍼로 하나 남길게요.

hnine 2009-02-24 22:35   좋아요 0 | URL
충청도식 유머도 있는 것 같지요? 위의 세실님 댓글에 써주신 이야기처럼 약간 오버하면서 둘러치는...
어떤 이야기인지 페이퍼에 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