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턴가 게발 선인장 꽃눈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며칠 전부터 하나씩 하나씩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다.
몇 해전 우리 집에 들르신 부모님께서 사주신 화분인데 식물가꾸기에 별 취미 없는 내가 관리를 잘 못해 영 부실해보이던 것이, 그래도 이렇게 꽃을 피워주니 미안하고 고맙다.
그 옆의 트리얀을 보면 꼭 학교다닐 때 곱슬곱슬 푸들 파마 머리 친구가 생각난다. 수업 시간에 그 친구 뒷자리에 앉게 되면 강의가 따분할 때마다 그 친구 머리카락을 손으로 만져보며 장난쳤었다. 포실포실, 복실복실, 감촉이 얼마나 따뜻하고 보드랍던지. 이 트리얀 화분의 마른 잎을 정리해주려고 손으로 만지다 보면 꼭 그런 느낌이 난다.
나도 그런 파마가 해보고 싶어서 여러 번 시도했었으나, 어떤 제목의 새로운 파마든지 나에게 하면 결과는 하나, 그당시 만화 영화 요술공주 밍키 머리 -하자마자 부시시 다 풀려서는 부피가 엄청 늘어나는- 가 되곤 했었다.
아래 사진은 열흘 쯤 전, 꽃 피기 전에 찍어 놓은 사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