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이 학교에 수업은 없는 대신 원하는 아이들은 가서 1시간씩 축구를 한다.
쌀쌀한 아침 바람에 몸 움츠리며 아이 데리고 가서, 아이는 곧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장을 누비고 다녔지만, 기다리는 나는 달달달 떨수 밖에. 집에 올 때는 택시를 타고 오는 만행을 저질렀다 흑흑.
집으로 와서 점심 먹이고, 그리기 대회장으로.
바람도 부는데, 다른 것 하며 놀자고 아무리 아이를 꼬셔도 안통한다.
할 수 없이 그림 도구 챙겨가지고 버스 타고 행사장으로 가서 아이는 열심히 그림 그리고, 나는 또 옆에서 달달달 떨며 기다리고. 책도 눈에 안들어와서 이어폰으로 음악만 줄창 들었다. 옆의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엄마는 이렇게 그려라 저렇게 그려라, 꼼꼼히 색칠해라, 계속 아이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던데, 나는 그저 아이가 빨리 그리고 집에 가기만을 기다렸으니. 그래도 생각만 그렇게 했지, 빨리 그리라고 재촉은 안했다.
집에 와서 10분 정도 이불 속으로 들어가 낮잠을 자는 만행을 또 저지르고.
이번엔 피아노 레슨. 평일은 학교 가고 숙제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해서 피아노 레슨은 학교 안가는 토요일에 간다. 그래도 다행히 이것은 실외가 아닌 실내에서 기다리면 되는 것이라는 점에 감지덕지. 아이 레슨이 끝나고 내 몸의 배터리가 달랑달랑함을 느꼈다. 가족 모두가 아니면 웬만하면 외식은 안하려고 하는데 아이와 저녁을 백화점 지하 식당가에서 사먹는 세번째 만행을 저지르고 집에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