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이 학교에 수업은 없는 대신 원하는 아이들은 가서 1시간씩 축구를 한다.
쌀쌀한 아침 바람에 몸 움츠리며 아이 데리고 가서, 아이는 곧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장을 누비고 다녔지만, 기다리는 나는 달달달 떨수 밖에. 집에 올 때는 택시를 타고 오는 만행을 저질렀다 흑흑.

집으로 와서 점심 먹이고, 그리기 대회장으로.
바람도 부는데, 다른 것 하며 놀자고 아무리 아이를 꼬셔도 안통한다.
할 수 없이 그림 도구 챙겨가지고 버스 타고 행사장으로 가서 아이는 열심히 그림 그리고, 나는 또 옆에서 달달달 떨며 기다리고. 책도 눈에 안들어와서 이어폰으로 음악만 줄창 들었다. 옆의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엄마는 이렇게 그려라 저렇게 그려라, 꼼꼼히 색칠해라, 계속 아이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던데, 나는 그저 아이가 빨리 그리고 집에 가기만을 기다렸으니. 그래도 생각만 그렇게 했지, 빨리 그리라고 재촉은 안했다.

집에 와서 10분 정도 이불 속으로 들어가 낮잠을 자는 만행을 또 저지르고.
이번엔 피아노 레슨. 평일은 학교 가고 숙제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해서 피아노 레슨은 학교 안가는 토요일에 간다. 그래도 다행히 이것은 실외가 아닌 실내에서 기다리면 되는 것이라는 점에 감지덕지. 아이 레슨이 끝나고 내 몸의 배터리가 달랑달랑함을 느꼈다. 가족 모두가 아니면 웬만하면 외식은 안하려고 하는데 아이와 저녁을 백화점 지하 식당가에서 사먹는 세번째 만행을 저지르고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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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0-2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도 예체능 주간이었어요. 조카 녀석 운동회여서 온 가족 총출동했거든요. 이 추운 날, 밖에서 응원하기 너무 힘들었어요. 무려 3시간이었다구요ㅠ.ㅠ 그나마 비가 와서 30분 일찍 끝낸 게 다행이라면 다행. 전 몸살기 있어서 집에 와서 2시간 자는 만행을 저질렀어요. 아직도 머리가 아파요..ㅜ.ㅜ

hnine 2008-10-25 22:26   좋아요 0 | URL
서울은 비까지 와주셨군요. 대전은 비가 올듯 불안하게만하고 오지는 않았어요.
몸살 날만 해요. 감기약 같은 것 미리 드시고 푹 주무셔요. 그런데 저도 막상 자려니 식구들 모두 잠든 이 시간이 너무 아까와 자기가 싫으네요 ^^

혜덕화 2008-10-2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도 커서 아빠가 되면 알게 될 거예요.
이렇게 추운 날, 우리 엄마가 나를 어디로 어디로 데리고 다니고 기다려주었던 것에 대해서.
아이가 알아주지 않아도 좀 더 시간이 지나고나면, 그 때 참 그렇게 잘 했지 하는 생각이 들거예요. 왜냐하면 다음엔 엄마가 따라간다고 해도 싫다고 하는 시기가 올테니까요.^^
저도 우리 딸 아이 중 3시절이 훌쩍 지나면 엄마에게 모르는 수학 문제를 묻지도 않겠지 싶어서 딸이 물어보면 모르는 것은 혼자 공부해서 가르쳐준답니다. 귀찮고 어렵지만, 이 시기가 아니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딸과 나의 시간일 것 같아서...^^

hnine 2008-10-26 23:55   좋아요 0 | URL
곧 그 시기가 오겠지요. 엄마가 따라오는 것을 싫어하는 시기요.
오늘도 아이데리고 기차 타고 서울 가서 한나절 보내고 왔답니다. 얼마나 걸었는지. 덕수궁 가서 낙엽, 단풍 구경 제대로 했는데 아이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딸의 질문때문에 일부러 혼자 공부하시는 그 마음을 저도 배우고 싶어요.

미설 2008-10-2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두가지 만행을 너무나 자주 저지르고 살아서;;;;
다린이의 그림이 무척 디테일해 보이는데 저걸 저런 크레용으로 칠해낸다는게 신기하네요. 괜히 이번에도 기대되요^^ 다린이 화이팅!!

qualia 2008-10-27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께서 엄마님을 완전 빼닮으셨군요~^^ 붕어빵 판박이 저리가라네요~ㅋㅋ 정말 똘똘해 보여요.

hnine 2008-10-27 06:30   좋아요 0 | URL
미설님, 택시, 낮잠, 외식 중 어떤 만행이요? ㅋㅋ
예, 밑그림을 자세하게 그리고는 늘 색칠이 그를 못 따라가지요. 바탕색은 휙휙~ 파스텔로 칠하고 손가락으로 쓱쓱 문질러 해결하던데요. 어디서 배웠냐고 물었더니 아빠한테 배웠대요 ^^

qualia님, 닮았나요? 제 DNA가 어디 갔겠어요ㅋㅋ 그런데 저는 똘똘해보이는 타입은 아니고, 순~하게 생겼다는 말을 듣는 타입이어요.
순오기님 6행시 평 하신 것 보고 저 또한번 놀랐습니다. 보통 연륜이 아니신 것 같아서요. 요즘 올리시는 책 소개도 잘 보고 있어요. 그 책을 사서 볼까 말까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미설 2008-10-27 09:29   좋아요 0 | URL
ㅋㅋ세가지 모두 사실은 해당사항이 되는데 낮잠은 원한다고 잘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10분정도 자는 낮잠은 전 불가능해요. 게다가.. 낮잠을 자려면 20분 내외여야 효과적이라고 하긴 하던데 말이에요.

춤추는인생. 2008-10-28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레파스를 손에 쥔 아이를 오랜만에 봐요 나인님. 첫번째 사진은 모범생들이 공부하는 정자세인듯이기에 보면서 별수없는 모범생 다린이 모습을 보고 ㅋㅋ 웃었어요 그런데 좀 아쉬워요. 다음기회에는 다린이의 멋진작품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가슴앞에 내세운 다린이 표정도 보고싶거든요^^
참~그날 참 추웠는데 고생하셨어요 나인님^^

hnine 2008-10-28 05:47   좋아요 0 | URL
다른 아이들은 집에서 조그만 책상을 아예 가지고 와서 펴놓고 편하게 앉아 그리던데, 우리는 그냥 벤치에 저러고 앉아 그림을 그렸어요.
ㅋㅋ 사실 다린이가 모범생 타입은 아니어요. 전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다 싶을때가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