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아이의 손톱을 깎아주는 것은 남편 담당이었다. 아이를 낳아 아직 병원에 있을 때부터 혹시 아기가 자기 얼굴을 할퀼지 모른다며 아기용 손톱깍기를 병실로 사가지고 왔었던 남편.

어제 낮, "다린아, 손톱 깎자~"라는 남편의 말에, 아이가 이제는 컸다고 자기가 깎겠단다. 좀 위험해보이긴 하지만 주의를 주면서 해보라고 하고 지켜보았다. 남편은 아이와 나란히 앉아서 아이 손톱 대신 자신의 손톱을 깎기 시작했다. 부자가 나란히 앉아 각자 자신의 손톱을 깎고 있는 모습을 앞에 앉아 지켜보고 있자니, 아이가 많이 컸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를 향했던 눈길을 잠시 앞의 남편에게로 돌려보니,

그새 참 나이가 많이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흰머리도 많이 늘었고, 머리 숱은 많이 줄었고, 얼굴에 주름이 저렇게 많았던가. 마음이 짠~해왔다. 30대 후반, 늦은 나이에 결혼했지만 어디 가면 아직도 학생으로 봐주는 사람도 있다며 으쓱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부부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상대방의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을 읽어낸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내 모습도 분명 저만큼 변했으련만, 그것보다 남편의 변한 모습이 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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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Photo 2008-10-13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숙연.....
.....
..........

hnine 2008-10-13 16:30   좋아요 0 | URL
뭐 숙연할 것 까지 ^^
현실을 얘기한 것 뿐인데 뭐.

하늘바람 2008-10-1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저도 저러헤 숙연해 질때가 올까요.전 요즘 하루하루가 전쟁이네여

순오기 2008-10-13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이 흘렀음을 상대에게 발견하면서 연민을 느끼죠~~ ㅜㅜ
아이가 몇살인가요? 나는 우리 큰딸을 5학년까지 손톱 깎아줬고, 막내는 일곱 살부터 혼자 했어요~~~~ ^^

2008-10-13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10-13 20:07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저도 여전히 가끔씩 전쟁 비슷한것 치를 때 있어요 ^^

순오기님, 예 맞아요 '연민' 혹은 '측은지심'이라고 하나요.
제 아이는 여덟살이어요. 순오기님 막내가 독립적인가봐요? 저는 지금도 누가 손톱 깍아준다고 하면 좋다고 맡기겠는데 ^^

속삭이신님, 이렇게 반가울수가. 잘 지내셨어요? 누굴 만나든지 함께 한 시간들이 쌓이다보면 1, 2년차는 절대 느끼지 못할 그런 감정들이 새로이 생겨난답니다.

무스탕 2008-10-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큰애가 중1인데도 아직 손톱 깍아줘요. 혼자 하는거 보면 왜 그리 못마땅한지 모르겠어요..;;
조카녀석이 중2인데 이녀석이 가끔 놀러왔을때도 기회 봐서 깍아줘요. 재미있거든요 ^^
남편 나이 먹어가는거 보면 내가 저 사람한테도 이렇게 비칠까.. 싶을때가 있어요.

바람돌이 2008-10-13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대부터 흰머리 생긴 울 옆지기 그래서 별로 안쓰럽지 않은데요. ㅎㅎ
부부는 갈수록 닮아간다. 그래서 너무 잘 알게되니 대화는 좀 재미없어진다.
뭐 그래도 이렇게 서로 의지하면서 한평생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도 복이려니 하겠지요.

hnine 2008-10-14 12:37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남편 눈에도 나 나이 들어가는 것, 왜 안 보이겠어요. 그런데 우리가 그런 것처럼 안스러운 맘으로 보아줄까? 그건 의문이어요.

바람돌이님, 서로 의지하며 산다는 말이 이제야 조금씩 와닿아요. 결혼할 때에는 남편이란 내가 힘들때 의지할수 있는 사람이려니 기대하잖아요? 좋은 일, 슬픈 일 그야말로 우여곡절을 함께 겪어내며 살아낸 시간들이 주는 선물같은 것인가봐요. 에궁~ 이거 3~40년 함께 살아오신 분들이 들으시면 송구스럽지만요 ^^

실비 2008-10-14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스레 나이듦음인데도.. 가끔 서글퍼지는건 왜일까요....

hnine 2008-10-14 12:39   좋아요 0 | URL
실비님, 오랜만이어요 ^^
말씀하신대로 그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게 꼭 그렇지 않더군요.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경지도 아무나 오를수 있는 것이 아닌가봐요.

전호인 2008-10-15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윽~~~!
갑자기 서글퍼 지네요.
엊그제 화분을 정리하는데 옆지기가 오더니 흰머리가 많이 늘어다며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당신도 이제 늙나보네요 하던데......

hnine 2008-10-16 00:04   좋아요 0 | URL
혼자가 아니라 함께 늙어갈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래도 감사할 일이지요.
전호인님은 사진으로 뵙기엔 아직 청춘 같으시던데요 ^^

하양물감 2008-10-16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우리집도 그래요. 남편도 나도, 많이 변했더군요.. 연애초기의 사진을 보니 그런 때가 있었나싶을 정도로요...

hnine 2008-10-16 16:38   좋아요 0 | URL
아마 지금 이 시간도 더 세월이 지난 후에 보면 이런 때가 있었나 싶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