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아이의 손톱을 깎아주는 것은 남편 담당이었다. 아이를 낳아 아직 병원에 있을 때부터 혹시 아기가 자기 얼굴을 할퀼지 모른다며 아기용 손톱깍기를 병실로 사가지고 왔었던 남편.
어제 낮, "다린아, 손톱 깎자~"라는 남편의 말에, 아이가 이제는 컸다고 자기가 깎겠단다. 좀 위험해보이긴 하지만 주의를 주면서 해보라고 하고 지켜보았다. 남편은 아이와 나란히 앉아서 아이 손톱 대신 자신의 손톱을 깎기 시작했다. 부자가 나란히 앉아 각자 자신의 손톱을 깎고 있는 모습을 앞에 앉아 지켜보고 있자니, 아이가 많이 컸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를 향했던 눈길을 잠시 앞의 남편에게로 돌려보니,
그새 참 나이가 많이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흰머리도 많이 늘었고, 머리 숱은 많이 줄었고, 얼굴에 주름이 저렇게 많았던가. 마음이 짠~해왔다. 30대 후반, 늦은 나이에 결혼했지만 어디 가면 아직도 학생으로 봐주는 사람도 있다며 으쓱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부부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상대방의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을 읽어낸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내 모습도 분명 저만큼 변했으련만, 그것보다 남편의 변한 모습이 더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