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쌍계사 벚꽃 길 구경가서 인파에 몰려 그렇게 고생해보고서 남편은 올해도 또 가자고 한다. 요즘 내 컨디션이 그 정도 바람에 맞장구 칠 정도가 아닌지라, 가까운데에도 좋은 곳 많~다고 구슬러서는 집에서 가까운 대청댐으로 갔다. 훌륭했다.
예전에 결혼 전 여의도에 살때 역시, 벚꽃 구경 따로 갈 필요가 없었더랬다. 매일 버스 타고 학교 가고 오면서 꽃에 취해 다녔던 기억. 지나간 일이 떠오르면 요즘은 그냥 마음이 짠 해진다.
사진 속의 나는 웃고 있는데, 으슬으슬 추워서, 상황과 맞지 않게 두터운 스웨터를 입고도 춥다 춥다 연발했다.
이 꽃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대청댐 정상인데, 근처 잔디에 자리 깔고 앉아 아이와 나는 색연필로 그림을 그렸다. 지나가던 어느 분이 그림 그리는 나를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으셨다. 쑥스러워서 그냥 "네..." 해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