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0
오 헨리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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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가 본명이 아니라는 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오 헨리가 필명이 되었을까 이유가궁금해졌다. (난 책을 읽으면 작품 그 이상으로 작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는 편이다. 작품을 읽는 건지, 작가를 읽는 건지 모를 정도)

오 헨리는 여러 가지 직업을 가졌던 사람. 한때 은행에서 일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 횡령 혐의로 고소당해 수감 생활을 한적이 있다고 한다. 감옥에서도 글을 쓰던 그는 자기의 수감 상태를 숨길 겸 본명과 매우 다른 필명을 지어 사용하기 시작했다는데, 오 헨리라는 이름은 그가 읽던 약학 잡지에서 (약제사로 일한 적도 있다.) 본 이름이라는 설도 있고, 프랑스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프랑스 느낌이 나는 이름 (오 앙리)으로 선택했다는 설도 있다. 

많은 작가들의 공통적인 배경이라도 되는 듯, 오 헨리 역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의사인 아버지를 두었으나 어머니가 일찍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때부터 아버지는 술에 의존하는 불안한 생활을 했고 오 헨리는 고모와 할머니 손에 키워졌다. 십대때부터 견습 약제사를 시작으로 여러 직업을 전전하는데, 어릴 때부터 그림과 글에 재능이 있었나보다. 여러 직업을 경험하는 동안에도 글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아버지도 죽고, 할머니, 아들, 아내도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두번째 부인과의 결혼도 원만치 못해 별거 생활을 하다가 오 헨리 자신도 말기 간경화와 당뇨합병증으로 호텔 방에서 쓰러져 결국 이틀 뒤에 세상을 떠났다. 

이 책에는 그의 스물 여덟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중에는 마지막 잎새, 크리스마스 선물, 이십 년 후, 경찰과 찬송가 와 같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이야기도 있는데 많이 알려진데에는 다 그 이유가 있었나보다. 이렇게 네 편이 읽은 중 가장 수작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단편이고, 반전의 플롯이기 때문에 읽으면서 지루할 틈이 없다. 


그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중에는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 도시의 서민 여성으로 여자 점원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 남자로는 노숙자나 경찰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 등이 있다.

뉴욕은 그가 생의 마지막 8년을 보낸 곳이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거리, 술집, 백화점, 하숙방, 경찰서 등은 실제 장소들을 모델로 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 뉴욕은 인간 군상의 축소판이자 현대 도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주인공으로 삼은 사람들은 가난하거나 힘없는 소시민들이 대부분이다. 

누가 등장하든 오 헨리의 작품의 특징은 반전이 있는 플롯 구성에 있다. 감옥을 피난처로 삼으려는 노숙자와 그를 체포하지 못하는 경찰의 코믹한 역전을 소재로 한 <경찰과 찬송가>, 의무와 인간적 정이 충돌하는 경찰의 딜레마를 보여준 <20년 후>, 도둑이 사랑을 계기로 새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인 <완벽한 개심>,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허름한 하숙방을 전전하던 남자가 결국 절망 속에서 자살하는데 그 방은 알고 보니 여인이 죽었던 그방이었다는 <가구 딸린 셋방>은 도시의 고독과 절망을 나타냈다. <잘 손질된 등불>에서는 각각 세탁소와 백화점에서 일하는 두 아가씨가 나온다. 좋은 남자를 만나 나은 생활을 꿈꾸는 둘의 희망은 같지만 서로 다른 삶을 선택하여 다른 길을 걷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작품속에서는 사회적 리얼리즘의 느낌도 났다. 

유머와 반전은 현대인의 아이러니, 즉 도시에서 생존하며 겪는 욕망과 윤리의 대립이라는 고통 속에서 완충 장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오 헨리가 그의 문학에서 사용한 도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헨리는 문학성을 문제로 들어 비평가들로 부터 저평가 되기도 하는게 사실이다. 지나친 감상주의로 인해 감정의 깊이나 현실에 대한 탐구가 부족하다는 것, 반전 결말의 묘미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목적이 되는 듯 인물의 심리를 깊이있게 분석하고 다루지 못했다는 점, 문체가 가볍다는 점 등이 그 이유이다.

모든 작가들이 같은 방법으로 문학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건 나의 개인적인 견해이다. 

심금을 울리진 않아도 가슴을 치고 가는 메시지를 그 짧은 이야기 속에서 전달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 아닐까?

여행길에 들고 가서 짬짬이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젊은 시절의 슬픔과 노년의 슬픔 사이에는 이런 차이가 있다. 젊은 시절의 짐은 다른 사람과 나누면 그만큼 가벼워진다. 그런데 노년에는 나눠 주고 또 나눠 줘도 슬픔이 항상 그대로 남아 있다. (156쪽, '백작과 결혼식 손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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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1-02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헨리 단편집은 중딩시절 읽었던 세계 단편문학 전집에서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hnine 2025-11-02 13:41   좋아요 0 | URL
짧고 위트와 반전을 갖추고 있어서 접근성이 높지 않은 작품들이 많지요.<마지막 잎새> 같은 것은 교과서에서 처음 읽었던 것 같기도 한데, 오래 전이라 기억이 확실하진 않아요.
오헨리의 다양한 인생편력으로 보건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더 많은 다양한 작품들을 남겼을 것 같지요.

잉크냄새 2025-11-0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헨리의 작품 중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소설에 버찌나무가 나오는데 학교 정원에도 버찌나무가 있어 수업 시간에 한동안 바라보던 기억이 나네요.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던 햇살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hnine 2025-11-02 13:45   좋아요 0 | URL
버찌나무란 벚나무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아직도 생생한 기억을 남긴 그 작품은 어떤 내용일까 궁금하네요.

페크pek0501 2025-11-09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갖고 있는데 다 재밌어요. 역시 오 헨리입니다. 특히 경찰과 찬송가, 는 어찌나 웃기던지 막 웃었고 친구에게 그 줄거리를 얘기할 정도였어요. 제목이 안 떠오르는데 호텔에서 만난 두 남녀가 꽤 부자로 행세하다가 서로 가난한 것이 밝혀지는 단편이 들어 있어요. 이 단편에서 좋은 문장이 어찌나 많던지 감탄하며 여러 번 읽었던 게 기억납니다.^^

hnine 2025-11-09 14:37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단편은 아마 <아르카디아의 두 나그네> (번역한 제목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일거예요. 저는 좋은 문장까진 신경 못쓰고 읽었는데 페크님 말씀 들으니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일단 웃지만 웃음끝엔 쓸쓸함을 남기기도 해서, 단순히 기발한 에피소드 모음집이라고 보고 싶지 않은 이유같아요.

차트랑 2025-11-1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할 일이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