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반기에는 일주일에 한번 서울에 갈일이 있어서 오가는 버스, 그리고 지하철 속에서 책 읽을 시간이 많았었다. 올 여름엔, 아이가 집을 비운 기간에 나는 아이대신 거의 책을 끼고 지냈었지. 지금은, 책 읽을 시간이 좀처럼 나질 않는다. 아직도 람세스 2권 붙들고 고전. 아마 연말까지 계속 이렇게 지내지 않을까 싶다. 난 별로 안 행복해 흑 흑...

-어제 밤 9시가 넘은 시간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향하여 걷고 있었다. 가파른 경사길, 그 시간에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가는 어린 아이. 등에는 xx어린이집 가방이 매어져 있는 것을 보니 그 시간까지 집이 아닌 다른 곳에 맡겨져 있다가 늦게 퇴근하는 엄마와 만나 집으로 가고 있는 모양. 그래도 뭐라 뭐라 계속 엄마에게 말을 시키며 걷고 있다.
높은 경사길을 따라 줄지어 있는 2층에서 5층 높이의 낡은 아파트. 길 건너로 보이는, 잔뜩 널려진 빨래. 짜장면 1500원이라고 써붙인 중국음식점, 편의점에 밀려 보기 힘들었던 구멍가게. 혼자 걷고 있었지만 외롭지 않았다.

-집에 들어오니 아이가 자려고 양치질을 하고 있다. 엄마 빨리 옷 갈아입고 와서 재워주세요~ 하면서 엄마 칫솔 무슨 색이냐고 묻는다. 옷 갈아입고 씻으러 욕실에 들어가니 치약이 짜여진 내 칫솔이 세면대위에 놓여져 있다. 물컵에 물도 받아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나를 위해 아이가 해놓고 나온 것.
오랜만에 아이 재우고 다시 일어나지 않은채 오늘 새벽까지 계속, 푸욱~ 잤다. 오늘은 금요일, 주신 일주일, 오늘까지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대상은 없지만 기도하고 싶은 마음. 새벽엔 종종 이런 마음이 될 때가 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07-09-14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아이가, 아... 소소한 행복이 묻어납니다.

hnine 2007-09-14 13:03   좋아요 0 | URL
아이 키우며 이런 순간들이 바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아닌가 싶어요.

울보 2007-09-14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마음이 아프지요,,
그냥,

hnine 2007-09-14 13:03   좋아요 0 | URL
울보님은 뭔가 제 마음을 읽으신듯... ^ ^

비로그인 2007-09-1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잔한 글 속에 행복이 있네요.
감나무가 멋져요.
저도 감하나 주시렵니까?

hnine 2007-09-14 13:04   좋아요 0 | URL
감나무가 벌써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더군요.
어릴 땐 참 촌스럽게 생겼다 싶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렇게 친숙할 수가 없네요.

마노아 2007-09-1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뀐 스킨이 너무 정겨워요. 붓으로 그려놓은 느낌입니다.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요. 고단한 엄마를 위로하려던 것이었을까요? 아이 때문에 피곤도 사라질 것 같아요. ^^

hnine 2007-09-14 16:14   좋아요 0 | URL
저런 감나무 사진을 올 가을엔 저도 한번 직접 찍어보고 싶어요. 잎이 아직 많이 달린 것도 풍성해보여 좋고, 저렇게 잎은 다 떨어지고 감만 달려 있는 것도 꿋꿋해보여 좋아요.

홍수맘 2007-09-14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런 일상을 감사히 살아내는 님의 모습이 참 좋아요.

hnine 2007-09-15 11:41   좋아요 0 | URL
감사하는 순간보다 그렇지 못한 때가 사실은 더 많아서 문제이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