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타지에서 지내던 3년 반 동안, 나 열번도 밥 안해먹었다.
그래도 요령껏, 따져 가며 찾아 먹어, 위가 안 좋아졌다던지, 식성이 달라졌다던지, 뭐 그런 일 없이 잘만 지냈다. 끼니를 찾아 먹는 일은 하루 일과중 휴식과 함께 찾아 오는 단촐한 한 일상일 뿐.
그러나 지금, 점심은 제외시키더라도 매일 아침, 저녁, 밥상을 차려내야 하는 지금은 말이다. 끼니가 휴식이 아니라 노동이다. 늘 '맛있게' 보다는 '영양가 있게' 차리기가 먼저 작동하는 나의 무의식 세계의 지시를 받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차려놓은 밥상의 반찬이, 내어 놓은 그대로 물려지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 서글픔, 밥상에 앉자 마자 반찬 볼 것도 없이 국에 밥 말아서 한 마디 말도 없이 비우고 그냥 일어나는 식구를 볼때의 그 뭉개지는 기분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제는 내 정신 건강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금도 아침에 밥을 하도 깨작거리고 먹길래, 어디 오늘은 네가 저녁으로 먹고 싶은 것 네가 수퍼 가서 직접 골라서 사오라는 나의 덫에, 모 제과의 '뿌X 뿌X'를 저녁이라고 사들고 들어옴으로써 제대로 걸린 아이를 한바탕 닥달을 하고는 진 빠져 있다.
아...내일도 모레도 영원히 계속될 이 밥 해먹기의 지겨움.

-- 아이의 아침 밥상. 잘 안먹는 반찬들은 모두 분쇄되어 밥과 섞인 후 저 김으로 위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