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타지에서 지내던 3년 반 동안, 나  열번도 밥 안해먹었다.
그래도 요령껏, 따져 가며 찾아 먹어, 위가 안 좋아졌다던지, 식성이 달라졌다던지, 뭐 그런 일 없이 잘만 지냈다. 끼니를 찾아 먹는 일은 하루 일과중 휴식과 함께 찾아 오는 단촐한 한 일상일 뿐.

그러나 지금, 점심은 제외시키더라도 매일 아침, 저녁, 밥상을 차려내야 하는 지금은 말이다. 끼니가 휴식이 아니라 노동이다. 늘 '맛있게' 보다는 '영양가 있게' 차리기가 먼저 작동하는 나의 무의식 세계의 지시를 받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차려놓은 밥상의 반찬이, 내어 놓은 그대로 물려지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 서글픔, 밥상에 앉자 마자 반찬 볼 것도 없이 국에 밥 말아서 한 마디 말도 없이 비우고 그냥 일어나는 식구를 볼때의 그 뭉개지는 기분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제는 내 정신 건강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금도 아침에 밥을 하도 깨작거리고 먹길래, 어디 오늘은 네가 저녁으로 먹고 싶은 것 네가 수퍼 가서 직접 골라서 사오라는 나의 덫에, 모 제과의 '뿌X 뿌X'를 저녁이라고 사들고 들어옴으로써 제대로 걸린 아이를 한바탕 닥달을 하고는 진 빠져 있다.

아...내일도 모레도 영원히 계속될 이 밥 해먹기의 지겨움.



 

 

 

 

 

 

 

 

-- 아이의 아침 밥상. 잘 안먹는 반찬들은 모두 분쇄되어 밥과 섞인 후 저 김으로 위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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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7-08-22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면 돼죠!!!!!!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어욤????
전 님만큼 하려면 한번 죽었다 깨어나야 할듯...ㅜㅜ

저 잘 다녀왔습미다.^^;;;

hnine 2007-08-23 00:38   좋아요 0 | URL
nabi님, 잘 다녀오셨어요? ^

마노아 2007-08-23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디어 밥상이에요. 반찬을 어쩜 저렇게 예쁘게 담을 수가 있죠? 와우!

hnine 2007-08-23 10:56   좋아요 0 | URL
아마도 밥이 무지 맛이 없나봐요. 그러니까 저렇게 담아놓아도 반응이 시원찮지요 흑흑... 매일 저렇게 내어놓는것 보다, 어쩌다 한번 저렇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조선인 2007-08-23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환상입니다. 난 정말 계모인가봐. ㅠ.ㅠ

hnine 2007-08-23 10:57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은 아침에 저렇게 차릴 시간이 없으시잖아요. 저야 저러고도 남지만요 ^ ^

미설 2007-08-23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히 계속될 밥 해먹기의 지겨움!!!!!!!!!!!!!!!!!
정말 결혼 전엔 식사시간이 휴식의 의미였는데 말이죠. 저도!!!!!!!!!!!!!!!!!!

hnine 2007-08-23 10:57   좋아요 0 | URL
정말 영원히 계속 안 되게 하는 방법 없을까요...
어제 한바탕 닥달을 했더니 오늘 아침에는 그나마 얌전히 끝까지 잘 먹더군요.

비로그인 2007-08-23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응... 밥해먹기의 지겨움을 느껴보고 싶은 싱글... ㅠㅠ

hnine 2007-08-23 10:58   좋아요 0 | URL
체셔님, 아서요... 차려서 님께 바쳐줄 남자분을 만나셔요.

비로그인 2007-08-23 11:25   좋아요 0 | URL
얏호 ㅋㅋ
역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비로그인 2007-08-2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항~ 저 검은 것이 무언인가 했더니. 미니 주먹밥이군요. 냠~ 맛있겠다.
사실, 밥 잘 먹는 사람보면 더 해주고 싶다고 그러더라구요.
저라면 뭐든지 잘 먹는데.(웃음) 그런데 정말 매일 요리하시는 분의 입장에선..
지겨우시겠습니다..^^:

hnine 2007-08-24 10:53   좋아요 0 | URL
무슨 일이든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 해야하는 일에 대해서는 좀 지겨울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제 남편도 말로는 그럽니다, 뭐든 잘 먹는다고 ^ ^

비로그인 2007-08-24 11:40   좋아요 0 | URL
푸하핫. '말로는 뭐든 잘 먹는다고'...^^;
'말로는'에 악센트를 줘야할 것 같은 기분.(웃음)

비로그인 2007-08-2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상이 근사합니다.
아이가 그린 그림, 멋져요.

hnine 2007-08-24 10:53   좋아요 0 | URL
민서님, 근사하긴요...부끄럽습니다.

2007-08-30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8-30 16:04   좋아요 0 | URL
반찬 가짓수가 없으니 저렇게 단정하게라도 차려보려고 했나봐요 ^ ^ 아침에 츨근하시는 님은 누가 저렇게 차려드려야 하는데...

누에 2007-09-15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상이 이쁘잖아요. ^^

hnine 2007-09-16 05:31   좋아요 0 | URL
예, 밥상은 이쁘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