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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 고독한 방구석 피아니스트들을 위하여
임승수 지음 / 낮은산 / 2023년 3월
평점 :
직업이나 전공으로 하지 않으면서 취미로 즐겨 하는 사람을 아마추어라고 한다. 그게 예술 분야일때는 딜레당뜨 (dilettante) 라는 말도 있다. 아마추어나 딜레당뜨라고 하면 기술적인 숙련도나 깊이는 프로에 못미친다는 의미가 우선 떠오르지만, 그래서 더 부담없이 맘껏 즐길 수 있는게 아마추어의 특권이지 않을까.
자기 전공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것도 가치 있고 존경스러운 일이지만, 자기 전공 아닌 분야에서, 즉 돈 되는 일도 아니면서 오랜 세월 진심인 사람은 멋진 사람이다. 이 책 저자 처럼 말이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좋아해서 레슨을 받고 있었지만 분야의 특성상 일찍 진로를 결정하고 진학을 해야하는 기로에서 뒤로 물러서고만다. 끓는 점인 100도 까지 오르지 못하고 99도에서 훅 꺾였다고 저자가 썼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후로도 피아노에 대한 열정은 계속 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레슨을 받고 좋은 피아노를 찾아 다니며 쳐보고 사이버대학교 피아노과를 알아보고, 30평대 아파트에 중고 그랜드 피아노를 들여놓고, 시간이 날때마다 피아노를 친다.
그가 연습하는 곡 중에는 악마에게 혼이라도 팔아서 잘 치고 싶다는 곡도 있고 (바흐의 부조니 샤콘느), 연습이 제대로 안풀려 답답할때 치면 위로가 되어주는 진정제 같은 곡도 있으며 (브람스의 인터메조),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아낌없이 주는 곡도 있다 (슈만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
저자의 부인 ('기울어진 미술관'을 쓴 이유리 작가)이 책을 내고서 출판 기념회를 겸하여 저자의 미니 연주회를 마련, 그 유명한 스타인웨이 앤 존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습은 그가 책에서 넌지시 알려준 그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서 보게 되었다. 슈베르트의 즉흥환상곡을 정확한 터치로 흐트러짐없이 (정신 안차리고 치면 흐트러지기 쉬운 곡인 것을 아는 입장에서) 쳐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참 좋은 세상인 것이, 그가 책 속에서 소개하고 언급했던 곡들이 내가 따로 찾아볼 필요도 없이 책 뒤에 바로 QR코드로 실려 있다.
스마트폰의 QR코드 리더를 갖다 대면 바로 이 곡의 동영상 연주 페이지로 연결되어 들을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나오기도 전, 훨씬 오래 전부터 역시 피아노에 몹시도 진심인 한 방송국 PD가 팝 캐스트를 통해 자신의 피아노 사랑을 얘기하고 자신의 연주도 올리더니 (나도 구독자였다) 다음과 같은 책도 냈었다.
--> [알라딘서재]모든 아마추어들이여, 부러워하라 (aladin.co.kr) (그때 올린 리뷰)
프로만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프로가 되는 순간, 그 일의 완성도에 신경을 써야 하고 실수가 생기지 않기 위해 집중해야 하며, 온전한 마음으로 즐기는 순간으로 되돌아가지는 못하리라.
아마추어로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주워섬기고 있는 나도 역시 피아노에 관해서 아마추어라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