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주말

반나절 나들이로

충청북도 옥천엘 갔다. 

집에서 차로 한시간 남짓 거리.


옥천은 시인 정지용의 고향.

정지용 생가와 바로 옆 아담한 정지용 문학관이 있다.


그의 생몰연도가 (1902-     ) 라고 되어 있는 것은 

1950년 한국전쟁과 함께 행방 불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월북했다는 소문, 납북되었다는 소문, 미군에게 처형되었다는 소문.

이런 이유로 정지용의 작품은 출판이 금지되어오다가

1988년에서야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해금되었다.


가수 김동원과 성악가 박인수가 함께 불러 유명해진 정지용의 시 <향수>

생가와 문학관의 주소지도 옥천군 옥천읍 ' 향수길' 56





피리



정지용




자네는 인어를 잡아

아씨를 삼을 수 있나?


달이 이리 창백한 밤엔

따뜻한 바다속에 여행도 하려니


자네는 유리같은 유령이 되어

뼈만 앙사하게 보일 수 있나?


달이 이리 창백한 밤엔 

풍선을 잡어타고

화분 날리는 하늘로 둥둥 떠오르기도 하려니


아모도 없는 나무 그늘 속에서

피리와 단둘이 이야기 하노니





하나 아닌 여러 감각을 불러 깨우는 공감각적 시.

달밤의 피리 소리가 바다속으로 하늘 위로 떠다니는 연상으로 이어진다.

자꾸 읽다보니 그 피리 소리는 과연 우리가 아는 그 피리 소리였을까 하는 생각도.

나무가 바람에 만들어내는 소리를 피리 소리로 듣고 시작한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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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1-10-12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바라기의 키가 정말 크네요. 조롱박도 오랜만이고요^^*

hnine 2021-10-12 20:37   좋아요 0 | URL
담을 따라 해바라기가 또하나의 담을 이루고 있었어요. 저렇게 예쁜 담이라니.
조롱박도 사랑스럽죠?
동네 자체가 소박하고 조용하더라고요.
또가보고 싶어요.

프레이야 2021-10-13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 뒷모습 본 거에요 제가? ^^
키도 크고 후리후리하시군요. 멋져라.
옥천 정지용문학관 간 적 있어요. 단체로 문학기행이었는데 좋았어요. 옮겨주신 저 시에서 피리를 바람으로 연상하시는 상상력에 미소가 지어져요. 동감하다가 설핏 저는 화자가 피리를 부는 걸 상상하게 되네요. 그렇게 피리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hnine 2021-10-13 04:36   좋아요 1 | URL
제 뒷모습 남편이 찍었어요.
저는 해바라기 담장 보시라고 올렸는데 제 모습이 어쩔 수 없이 들어갔어요. 제가 봐도 제 키보다 커보이게 나왔네요. 저 키 크지 않은데...^^
정지용에 관한 자료를 더 읽다보니 정지용 시에 피리가 언급된 시가 많대요. 직접적으로도 쓰고 간접적인 의미를 담아 쓰기도 하고 그랬나봐요.
요즘 올리시는 글 반갑게 잘 읽고 있어요. 오랜만에 읽는 글에서도 ‘역시 프레이야님...‘ 하면서요.

scott 2021-10-13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키 해바라기 키 서울 창문 열면 저런 풍경이 있었으면 ^^

hnine 2021-10-13 04:39   좋아요 0 | URL
scott님 저보다 해바라기가 훨씬 컸어요. 제 키는 154.8cm ^^
어떻게 저렇게 키높이 사진이 나왔을까요.
벽돌담은 제 키보다도 낮으니 정말 아담하지요.
창문 열면 저런 풍경, 생각만해도 흐뭇해요.

페크pek0501 2021-10-22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쭉 쭉 뻗은 것, 해바라기인가요?
멋져서 오래 보고 갑니다. ^^

hnine 2021-10-23 05:30   좋아요 0 | URL
네, 해바라기 담장이었어요.
크지 않고 아담한 초가였어요. 안에 진짜 우물도 있고 조롱박 나란히 놓여있는 다듬이돌. 다른 사람이 살던 집이 아니라 옛날에 내가 살던 집에 온듯한 (실제 이런 집에 산것도 아니면서) 정감을 품고 있는 집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