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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인생의 법칙 - 혼돈의 해독제
조던 B. 피터슨 지음, 강주헌 옮김 / 메이븐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 유명해진 책들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역시 빠르게 인기가 확산되는 것 같다. 알라딘 사이트를 자주 들락거리는 나에겐 책이 먼저였지만 알고 보니 동영상 사이트에서 저자의 강연은 구독자수가 100만명을 넘었고 누적 조회수가 7천 뷰를 훌쩍 넘었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그의 동영상 사이트에도 들어가보았다. 책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게 1번부터 12번까지 인생이 법칙 내용을 열강하고 있었다.
12가지 인생법칙이라고 하니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처럼 보이지만 읽어보면 심리학 교수 답게 심리학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고 12가지 인생법칙은 책 전체를 나눈 소제목 정도에 해당한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심리학, 종교학, 철학 등의 학문적인 배경을 근거로 설명하려는 저자의 노력, 그리고 비교적 긍정적이고 발전 지향적인 결론이 특징이다. 비록 인간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않은 인간의 잔혹한 심성을 전제 조건으로 츨발하는 것은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가혹한 사실일지라도 인정할것은 인정해서 내 인생을 더 낫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미국 그림책 작가 잭 켄트의 <용 같은 건 없어>라는 그림책을 인용하였고, 역시 그림책은 어린이들만 보기에는 아까운 책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어느 날 방에서 용을 발견하고 아이는 엄마에게 가서 방에 용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건 없다면서 믿지 않는다. 용은 점점 커져가고 아이는 재차 엄마에게 방에 용이 있다고 말을 하지만 엄마는 그런 건 없다고 말할 뿐이다. 처음엔 고양이 만하던 용이 점점 커져서 나중엔 집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커져서 아이와 엄마가 있는 집을 통째로 들고 그 자리를 뜨기에 이른다. 나중에 용은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용은 다시 고양이만한 크기가 된다. 실로 대단한 상징이다.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 편견때문에 가리워진 사실등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그 덩치를 키워서 나중에 우리의 어깨를 누르고 목을 죄이며 위협함으로써 그 존재를 더 이상 감추고 가리지 못하도록 한다.
이 내용이 인용된 부분은 법칙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편이다.
삶이 정체되고 혼탁해지는데도 막연하고 모호한 태도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모호한 태도는 두려운 진실을 받아들일 용기가 부족할 때 숨을 곳을 제공해준다.
당신이 용기를 내지 않고 과감히 맞서 싸우지 않아서 문젯거리가 거대한 용이 되어 찾아온다면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정말 피하고 깊던 일이 일어날 것이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힘을 확보했을 때 당신이 가장 약해진 틈을 타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럼 당신은 패할 수밖에 없다. (385쪽)
이 책에서 꼭 읽어야 할 부분을 고르자면 이 부분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핵심이자 필독.
법칙과 상관없이 이 책에서 기억해두고 싶은 부분을 정리해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 누군가를 구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당신이 충분히 강하고 너그러우며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옳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 당신의 동정심과 선의를 과시하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 강직한 성품이 단순히 운 좋게 타고난 것이 아님을 확신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일 수도 있고, 완전히 망가진 사람 곁에 있으면 도덕적으로 더 돋보일 수 있기에 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124, 125쪽)
독설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생각해볼 말임을 인정한다.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함부로 행동하기가 어려워진다. 당신이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선택을 하면 그들은 힘을 보태줄 것이고 냉소적이고 파괴적인 모습을 보일때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사소한 선택이라도 신중하게 결정하고 소임과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각오를 다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목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정반대로 행동한다. 담배를 힘들게 끊은 사람에게 담배를 권하고 알코올 의존증에서 겨우 벗어난 사람에게 맥주를 권한다. 당신이 마침내 목표를 이루거나 어려운 일을 해내면 당신을 질투할 것이다. 당신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면 상대적으로 그들의 흠결이 드러나기 때문에 어떻게든 물어뜯으려 할 확률이 높다. (130쪽)
이런 조언을 나도 들은 적이 있다. 만나서 불편하고 기분이 안좋은 사람을 굳이 계속 만나려하지 말라고. 내 말에 동의를 잘 해주고 안된 일에 위로를 잘 해주고 쉽게 공감을 해주는 사람 위주로 만나기보다 나를 지지해주고 내게서 더 나아지는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으라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불안증에 시달릴까? 왜 게으름을 피우게 될까? 왜 폭력을 쓸까? 이런 것들이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질문인 이유는 그것이 쉽기 때문이고 인간의 자연스런 속성이기 때문이다. 불안하지 않은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고 게으르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살면 될까. 그것을 인정하되 목표는 내 인생을 더 좋게 하려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냉혹한 현실, 회의적인 운명,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며 출발하되 궁극적인 목적지는, '내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까?' 가 되어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 훈육 원칙의 재정리
-중요한 최소한의 규칙만 남겨라
-그 규칙을 적용할 때 최소한의 힘만 사용하라
-부모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부모는 자신들도 냉정하고 교만하고 원망하고 분노하고 기만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부모에게는 자녀의 행복을 보장하고 창의력을 키워주며 자긍심을 북돋워야 할 책임이 있다. (213쪽)
경험상 나 개인적으로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항목은 위의 세항목이다.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편을 이 책의 핵심이라고 추천한 이유는 도스트예프스키에서 니체, 프로이드에 이르는 사상의 흐름을 잘 정리해서 그의 설명에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스트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중 그 유명한 대심문관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서 보여주었는데, 그 대목을 읽으며 나는 이 책,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다시 읽어야겠구나 생각했다. 대심문관이 그리스도를 찾아가 "당신은 이제 필요없는 존재"리고 말하며 그리스도의 존재가 필요없음을 증명하려 했을때 그리스도가 어떻게 그를 대했는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자는 거기서 어떤 보물을 캐어올렸는지, 다시 되짚어 보게 되었다.
자유로운 정신을 기르려면 자유롭지 않은 상태를 경험해야 한다. (279쪽)
삶의 비극은 존재의 원죄다. 우리 모두 어떻게든 견뎌 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 (331쪽)
사는 동안 누구나 한번쯤 고통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고통의 의미와 가치가 전무하지 않은 이유라고 할 수 있을 대목이다.
너무 옮겨적기의 연속이라 뒤의 에필로그 부분은 넘어가려 하지만 거기서도 여러 군데 밑줄을 그어야했다.
저자는 데카르트를 비롯한 다른 철학자처럼 단하나 분명하고 확실한 삶의 명제를 찾기 위해 수년 동안의 시간과 노력을 소비했다고 했다. 그의 학문의 출발은 그것이었다고. 그렇게 결국 알아낸 것은 삶의 비극은 존재의 원죄라는 것이었고 그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렇다면 그 이후에 어떻게 살아야할지 대안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원죄를 어떻게 벗어나겠는가.
그는 생각만으로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생각은 하면 할수록 깊은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톨스토이도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역사상 그 누구보다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니체 역시 생각만으로는 이 의문에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이 엄청난 힘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을 대신하는 것들이 있다. (478쪽)
그가 말한 생각을 대신하는 것들이란 '깨달음'이다. 그것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다. 보편적인 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깨달음으로 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깨달음은 무엇인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게 아니라 바로 그의 한계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479쪽)
겨우 사랑이었어? 라면서 좀 뜻 밖이라고 생각할수도 있는 깨달음이다. 개념치 않는다. 그것은 그의 깨달음이지 나에게 종용되는 깨달음이 아니고 저자도 그걸 의미한게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종국에 사랑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긴 하다.
나는 나의 삶을 살며 찾을 일이다. 나에게 올 깨달음은 무엇일지. 오늘 이렇게 책을 읽고 쓰는 행위도 모두 그것을 알기 위함이 아닐지.
'모든 고통이 반드시 허무주의 (가치와 의미와 희망에 대한 완전한 거부)를 낳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 고통이든 신체적 고통이든 지적인 고통이든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그런 고통은 항상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니체의 말이다. 이 말의 의미는 악을 경험한 사람은 악을 퍼뜨림으로써 악을 존속시키려는 경향이 있으나, 악을 경험함으로써 오히려 선을 학습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괴롭힘을 당한 아이는 자신이 당한 대로 다른 사람을 괴롭힐 수도 있지만, 자신이 받은 고통을 통해 그런 학대가 잘못된 것임을 깨달을 수도 있다. 어머니에게 학대당한 사람은 그 경험을 통해 좋은 부모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칠 수 있다. (225,226쪽)
이 모든게 내 잘못 때문이라면 내가 어떻게든 해 볼 수 있는 게 있다. (2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