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편지
- 황 금 찬 -
옷장 밑 빼닫이에서
당신의 신발 한짝을 내 봅니다
이것은 당신이 끌려가던 날 새벽
뜰악에 벗어진 당신의 신발입니다
그후 당신의 소식을 모릅니다
첫 아이면서 막내둥이가 된
영희년은
벌써 국민학교 3학년이랍니다
공백화해 가는 내 창앞에
9월이 가져오는 이 편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겝니까
같은 하늘 밑에서 산다고 믿어 안지고
그렇다고 안 믿기란 믿기보다 어렵습니다
혹 영희년이 병이 나면
아버지를 찾습니다
그때처럼 당신이 미운때는 없습니다
나는 당신이 납치된 이유를 아직도 모릅니다
그저 9월이면 하늘같은 사연으로
편지를 쓸뿐
그러나 보낼곳이 없습니다
손끝도 닿을 내 강토에
암암이 흐르는 이 강물은
우리들에게 칠월 칠석도 마련하지 않고
납치의 달 9월은 가는것입니다
나는 지금 잠든 영희 머리맡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4 2 9 2 년에는
또다시 9월의 편지를 쓰기전,
당신은 소식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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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 서울 환도 될때 납치 당해간 영희 엄마의 절절한 편지입니다.
4291년(1958년)에 쓴 시입니다. 딸 영희년은 국민학교 3학년 아홉살이거나 열살이군요.
지금은 2004년 ! 그 영희 아줌마 오십오륙세 되는군요.
그 편지 쓴 엄마는 살어 계실까요? 이산 가족 만날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9월의 첫 날을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