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 조    병    화 -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여보,  내  몸엔
                    먼  돈키호테의  피가  흐르고  있는가  보오
                    어디론지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지니


                    이렇게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여보,  내  몸엔 
                    숨어서  돈키호테의  피가  흐르고  있는가  보오
                    그리운  거  없이  그리운  여인이  그리워  오니


                    여보,  향기  고운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먼  돈키호테의  뜨거운  피가
                    내  몸엔  어지롭게  흐르고  있는가  보오
                    내  나이  분수  없이  뜨거운  사랑이
                    모락  모락  저리게
                    온몸에  깊이  스며드니


                    아,  향기에  안겨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여보,  내  혼은  돈키호테인가  보오.

 

                                                        (1999.  2.  14.)

                             제49시집 『따뜻한 슬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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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5-02-22 18:55   좋아요 0 | URL
이 시집은 1999년 11월 발행했고 여기 수록 된 시는 1998년 가을부터 약 1년간의 시를 모은 시집이라네요. 이 시는 1999.2.14 지은 시이고,
그리고 조병화 선생님의 '여보'는 1998.3.13 돌아 가신걸로 되어 있구요.
그러니 그 여보께서는 덜컥하지 않으시고 저쪽에서 웃으셨을걸요.
 


                            빈 일요일

                                                      - 조    병    화 -


                이젠, 늙어서 전화라도 걸 곳은
                당신밖엔 없구료
                그러니 자주 실없는 전화를 걸더라도
                그리 나무라지 마소


                물론 이 짓도 하지 않아야 할 일이오나
                아직은 사람이어서,  종종
                이렇게 부질없는 일을 하오


                하늘  높고  세월  멀고


                어쩌면 이렇게도 비어 있을까
                실로 전화라도 실 없이 걸고 싶은 곳은
                만만한 당신밖엔 없구려


                아, 벗은 존재의 숙소라고 했던가.

 

                                                     1999. 3. 13.     제 49宿  -   '따뜻한 슬픔'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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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5-01-31 21:02   좋아요 0 | URL
이 시에서 「당신」을 [알라딘 서재] 나, 알라디너를 대신 생각해 봤습니다.
그래도 그럴싸 하지 않습니까?
특히나 '물론 이 짓도 하지 않아야 할 일이오나' 는 너무 맞아 떨어지는 대목입니다.


sweetmagic 2005-04-22 14:39   좋아요 0 | URL
'물론 이 짓도 하지 않아야 할 일이오나' ..정말이요 ?? ^^

水巖 2005-04-22 20:08   좋아요 0 | URL
안 보이는 시 보셨습니까? 매직님, 요술 부리셨군요. 매직 요술 ! ㅎㅎㅎ
 

 

             창외 설경(窓外 雪景)

                                                                             -    -

 

           지금 창밖에 서울엔 눈이 내리고 있읍니다.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일년, 이년, 삼년,

       
............ 십년을 두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묵은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지금 서울에 창밖엔 눈이 내리고 있읍니다.


 

        한번 맘먹고 새옷 차림을 하고

       
누추한 서울을 찾아내리다

       
.......... 다시 한번 주저한듯이

       
주저하다 아주 결심한듯이

       
망서리고 망서리다 아주 마음 내린듯이

       
서울의 창밖에 내곁엔 눈이 와 앉고 있읍니다.


 

       서울의 사랑은 눈 쌓인 창안의 어슬픈 

       
보금자리 길이 막히어

       
가시나무 그늘의 멧새처럼

       
눈 내리는 눈속에서 진종일을 종일합니다.

 

        창밖에 찬 겨울, 겨울을 견디는 사랑아

       
냉랭한 세월아

       
---- 서로 미워하기 위하여 나온것은 아닙니다.

       
---- 서로 싸우기 위하여 나온것은 아닙니다.

       
창 밖에 찬 겨울, 겨울을 견디는 사랑아

       
냉랭한 세월아

       
그리운것이 있어 그리워하기 위하여

       
사랑하는것이 있어 사랑하기 위하여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나온것입니다.)


 

        지금 창밖에, 서울엔 눈이 내리고 있읍니다.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묵은 편지가 쓰고 싶어지는 

       
내가슴 흐뭇이 눈이 내리고 있읍니다.

 

 

                어느해 이름도 잊은 신문에 게재한 조병화 선생님의 시입니다.  몇번째 시집에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 시절에는 신문에 이렇게 멋진 시가 全文 실렸읍니다.

  조병화 선생님은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중 한분입니다.  이분이 옛날 우리 중고등학교 시절에 서울고교 물리 선생님인거 아세요?  학교는 다르지만( 대학 시절에 알었지만) 또 럭비 선수였던 학창시절이 있었다는군요.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425533

 

 

     


댓글(2)

냉정과 열정 사이

^^ 오늘 같이 눈 내리 날에 맞춰 좋은 시 올려 주셨네요.
조병화 시인이 화학 선생님이었다는 건 정말 몰랐어요. - 2004-03-04 20:29

 

배혜경

수암님, 요즘 마음 한편 편치 않는 저를 소리없이 콕 찌르는 시입니다. 눈물이 나려합니다.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묵은 편지가 쓰고 싶어지는 내가슴 흐뭇이 내리는 눈...
네, 사랑하기 위해서 왔다고 믿어야겠습니다. 이 시 퍼갈게요^^
참, 전 저번 토요일부터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 받고 있어요. 오늘은 훨씬 나아졌어요. 완전히 나을 때까지 무리하지 않아야겠죠^^ 수암님, 편안한 밤 지내세요. 3월답지 않게 추운 요즘 감기조심 하시구요. - 2004-03-0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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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5-01-16 09:40   좋아요 0 | URL
작년 3월달에 올렸던 시인데 아침에 보니 오랜만에 서울에도 눈이 와 있었네요.
시란 시는 지금 내 컴퓨터로 한편씩 옮기고 서재에는 제목과 시인 이름만 남기는 작업을 합니다. 그곳에는 여러분들의 소중한 댓글이 있어 지을수도 없습니다.

stella.K 2005-01-16 09:51   좋아요 0 | URL
깜짝 놀랐습니다. 냉열사님과 배혜경님이 다시 오신 줄 알고. 그랬더니...이 분들 잘 계시겠죠. 수암님 개인 파일로 옮기시는 중이신가 봐요.^^

水巖 2005-01-16 09:56   좋아요 0 | URL
시를 버릴 수는 없잖겠어요? 옮기면서 보니까 엄청난 양이군요. 1년 사이에 많은 시를 읽었던 계기도 되었는데 아쉽군요. 저작권법이라는게 시를 덜 읽게하는 결과가 되지 말었으면 좋겠군요.

날개 2005-01-16 10:13   좋아요 0 | URL
이 글도 지워지겠군요.. 오늘에 딱 맞는 시다~ 라면서 읽고 있었는데...ㅡ.ㅡ;;

水巖 2005-01-16 10:31   좋아요 0 | URL
정말 저 시 참 좋아합니다. 저 시가 어느 신문에 게재되었을때 가위로 잘러서 보관하고 책을 만들기도 했는데 지금 찾어보니 조병화 시인의 제6시집 [서울]에 실려있는 시였습니다. 이 시집이 1957.11.20. 간행됬으니까 참 오래 된 시죠?

로드무비 2005-01-16 12:37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데요?
얼른 제 방에 퍼다놔야겠습니다.

水巖 2005-01-16 12:52   좋아요 0 | URL
멋진 옛글체로 바꿔 보았습니다. 먼저 본 분들은 못 보셨을꺼에요. 마지막 인데요.
 

                       北  進 (북  진)

                       -軍用船 R號에서 -   

                                                    -  李    仁    石  -

            

              몸부림쳐  울부짖는  이  바다  위를
              그  어떤  참을수  없는  원수를  노리기에
              이처럼  무섭게  파헤쳐  내닷는게냐
              그  무슨  크고  장한  뜻  지녔기에
              이처럼  한길  기차게  달리는계냐


              선창안은
              우람한  공장마냥  모 - 타 소래가
              쇠벽을  더듬어  으르렁  대는데
              꽃가지를  사랑하는  少女처럼
              병사들은  저마다  무기를  다루어  명랑하다


              내일  너는  어느  낯익은  하늘  아래
              불과  피로  뼈아프게  장식하려느냐
              노예보다는  총들기를  바라
              교편을  던졌다고  우슴짓는  젊은이도  있다
              진정  구김없는  순진한  모습들이여 ...........
              오늘처럼  피와  땀이  요구되는  날이  또  있었더냐
              자유와  독립이란
              이처럼  가없는  피의  선물인줄은  몰랐고나
              한가람  지켜 흘러온  이땅
              한사코  짓무러야  할줄은  몰랐고나


              국토를  찾으려
              잃었던  역사를  찾으려
              온 겨례의  간절한  기원  아래
              이  나라의  귀중한  아들  딸은
              지금  총칼을  들고  北進하고  있다.

              

              

                                                                                         - 愛國詩 33人集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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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6.25가 와도 9.28이 오고  1.4후퇴가  와도  지나간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없다.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고 코드하고 먼 사람이고 돈 사람이 되고 마는 세태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찾은 나라인데도 과거사는 어쩌겠다는 사람들이 또다른 과거사는 잊어버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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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1-05 18:53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조금 역사도 띠엄띠엄 보는 경향, 자기 입맛대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水巖 2005-01-05 18:59   좋아요 0 | URL
물만두님, 역시 제 마음을 알어 주시는군요.
 

                      설날 아침에

                                  - 김   종   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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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5-01-01 00:24   좋아요 0 | URL
김종길(金宗吉)



1926년 경상북도 안동 출생

혜화전문학교 국문과, 고려대 영문과 및 동국대 대학원 졸업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문(門)>이 입선

1955년 『현대문학』에 <성탄제>를 발표하며 등단

1965년 시론집 『시론』 발간

1986년 『김종길 시전집』 발간



시집 : 『성탄제』(1969), 『하회(河回)에서』(1977), 『황사현상』(1986)




로드무비 2005-01-01 13:22   좋아요 0 | URL
수암님,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엔 책상머리를 정리했어요.

무심코 책이며 팸플릿이며 메모지며 올려놓았는데 그거 정리하는 데만

꼬박 한 시간이 걸리더군요.

아무튼 뒤죽박죽 쌓여 있던 것들을 정리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합니다.

수암님, 2005년 한 해도 건강하셔서 더욱 멋진 서재 꾸려주시기 바랍니다.

김종길 시인의 시는 마치 세뱃돈같군요.

교과서에 오래 전 실렸던 시인데 새해 아침에 읽으니 참 좋습니다.

水巖 2005-01-01 15:31   좋아요 0 | URL
교과서에 실렸던 시 이군요. 우리땐 없었는데요. 새로운 해를 맞어 책상정리하시는 모습 보기 좋군요. 로드무비님도 더 멋진 서재 주하와 함께 펼쳐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