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종 로
- 작자 미상 -
아무한테도 말 않을래 사랑은 그만 하자고 혼자서 걸어 본 세종로
나무가지 바람을 타고 인왕산 허리 뿌옇게 눈이 오네 부서진 추억처럼 눈이 오네
아무한테도 말은 않을래 다시는 사랑을 않겠다고, 않겠다고 혼자서 걸어 본 중앙청 돌담길.
이 시도 기억나지 않는 어느 잡지에서 베낀 시다. 아마 그 잡지 편집진의 어떤분이 적은것일까, 그냥 작자 미상으로 되있다.
덕수궁 돌담길
- 金 鍾 元 -
아듀란 말은 하지 말자 여기서 헤어지기엔 우리는 너무나 젊다. 이 古宮의 돌담을 지나면 갈림길, 우리의 입김은 아직도 따스한데 당신의 눈길은 너무나 은밀하구나. 지난 밤 외투 모서리에 母乳를 바쳐오던 당신 . . . . . 선잠을 깨면 消印없는 葉信을 써야 할 바로 그 시간에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제발 아듀란 말은 되풀이 말자. 여기서 헤어지기엔 우리는 너무나 뜨겁구나.
아버지의 마음
- 김 현 승 -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주막(酒幕)에서
- 김 용 호 -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그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集散)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엄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비낀 길은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
고독한 밤
- 헤르만 헤세 -
그대들, 나의 형제여 가깝거나 먼 가련한 사람들이여 별들의 세계에서 자신의 고뇌를 또한 위안을 꿈꾸는 그대들이여 별빛 찬란한 희푸른 밤하늘 향해 가냘픈 고행자의 두 손 말없이 모아 쥔 그대들이여 괴로움에 지새우는 그대들이여 가엾게도 갈팡질팡하는 벗들이여 행운의 별을 갖지 못한 뱃사람들이여 낯설지만 나와 연분있는 사람들이여 나의 정겨운 인사에 대답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