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화
- 조 병 화 -
국제전화로 이따금 소식을 알리는
너희들의 가는 목소리는
먼 이승에서 이곳 저승으로
캄캄한 직선을 타고 올라오는 듯한
목소리
순간, 이렇게라도 서로
안부 전해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러다가 아주 줄이 끊어진
저승으로 훅, 올라가버리면
그나마도 들리지 않겠지,
하는 생각에
그저 고마운 눈물이 나오곤 해요
이러질 말자, 다짐하면서도
늙어지면서 약해진
할아버지의 눈물
너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찔금찔금 나오는 걸 어찌하리
너희들에게 존경받는 일을 했는지
부끄러운 일을 했는지
한번도 따져 본 일 없이
단숨에 이곳까지 올라와 버린
나의 생애
스스로 스스로를 생각해 볼 때
스스로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지금도 이곳인가, 저곳인가,
나의 혼은 아직
일정한 장소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먼 길을 부지런히 찾아 올라온 것뿐
항상 더듬거리던 고독한 혼자가 아니었던가
여보세요, 여보세요,
거기 서울 혜화동이세요?
먼 그곳, 너희들의 가는 목소리
암, 아직은 혜화동이다.
(1983. 4. 18 )
조병화, 『머나먼 약속』
매주 한편의 시를 읽는다. 따로 시집을 사서 볼 때라도 매 주 시 한 편을 마음 저리게 읽는다.
조병화문학관에서 보내주는 조병화 선생의 시는 어떤 시라도 가슴을 파고 든다.
지척에 있어도 소식이 없을때는 적적하기는 마찬가지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