鄕愁(향수) 


                                               - 정   지   용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멀는 모래성으로 발을 옳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둘러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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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9-05 16:35   좋아요 0 | URL
저는 가곡 별로 안 좋아하는데...이 시가 노랫말이 된 그 곡은...정말, 들을때마다 가슴이 떨려요.^^

水巖 2004-09-06 06:55   좋아요 0 | URL
어렸을때 기억을 쓰다보니 생각난 시에요.
왜 있죠. 노래가 되버린 시들, 괜히 그 시들은 침범 당한듯 싶은 생각도 들고요.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좋은 일인데? 뭔가 시로서는 생명을 다한 느낌이 들더군요.
특히 그 시가 내가 좋아했던 시일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