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을
- 조 병 화 -
언젠가 철없이 흘리던 나의 땀 한 방울은
지금은 빈 열매가 되어
나무 가지 가지에 주렁 주렁
하늘 텅 빈 기슭에 매달리고
언젠가 철없이 흘리던 나의 눈물 한 방울은
지금은 빈 열매가 되어
마음 구석 구석 적적한 곳
시간의 언저리
인기척 없는 기슭에
............ 뚝뚝 떨어진다
가을이여
위대한 지속이여
나무와 수목들은 모다
시인의 애인처럼 깊은 생각에 잠겨
제 자리 자리
어깨를 지니고
기름기 없는 마음의 몸차림
나는 묵은 물고기처럼
나에 젖어
세월의 깊은 그늘을 찾아 든다
가을이여
동양의 불교처럼
너무나 허망한 나의 신앙이여
언젠가 철없이 흘리던 나의 땀 한 방울은
지금은 빈 열매가 되어
나무 가지 가지에 주렁 주렁
하늘 텅 빈 기슭에 매달리고
언젠가 철없이 흘리던 나의 눈물 한 방울은
지금은 빈 열매가 되어
마음 구석 구석 적적한 곳
시간의 언저리에
인기척 없는 기슭에
........... 뚝뚝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