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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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와 비교하거나, SF와 형이상학적인 미스터리가 우아하게 혼합되었다는 한줄평이 눈에 들어온다. 논리와 마법이 조우한다니 더욱 궁금한 책이다. 게다가 ‘번뜩이는 울리포적 장치‘ 는 어떤 느낌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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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 살인자의 성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5
페르난도 바예호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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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 작가 라고 하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페르난도 바예호라는 새로운 작가의 작품이 궁금해진다.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은 콜롬비아의 폭력의 역사라는데 폭력의 굴레에 갇힌 역사에 대한 통렬한 분노와 애도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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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메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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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으로 만난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읽어보고 있는 중. 최근 『만년』 을 읽었는데 다음으로 이 책 『달려라 메로스』가 궁금해진다. 그리스 전설의 틀을 빌어 현대인의 자의식을 세심하게 묘사한 『달려라 메로스』는 일본 전국에서 1500여회 이상 연극으로 공연된 작품이기도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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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초 인류 - 산만함의 시대, 우리의 뇌가 8초밖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
리사 이오띠 지음, 이소영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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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점점 덜 사회적이 되고 점점 더 주의가 산만해지며, 우리가 누구인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의 행동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 후손들에게 물려줄 지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해 점점 더 신경쓰지 않는다. 기억도 없고 관심도 없고 고개를 들 능력도 없으며 더 이상 인내심도, 심지어 미소도 없는 우리는 어떻게 될까? (p21)



8초 인류

산만함의 시대, 우리의 뇌가 8초밖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

8 secondi

리사 이오띠(Lisa Iotti)

미래의 창



픽션의 내러티브 형식을 통해 현실을 이야기하는 TV 장르인 다큐픽션 및 탐사보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 리사 이오띠는 디지털 기기의 남용과 디지털 집착의 위협에 대하여 정신적인 측면과 신체적인 측면에 대하여 골고루 살피며, 자신의 호기심을 풀기 위한 여정을 이 책  「8초 인류」 에 담는다. 자신의 개인적인 일화를 내보이며 운을 떼고, 일화에서 건져낸 주제에 대하여 관련된 자료를 찾아 읽거나 전문가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풀어낸다. 복잡한 이론제시나 실험결과를 통한 논증이 담긴 무거운(?) 전문서라기보다는 살짝 진중한(?) 칼럼을 읽는 느낌의 책이랄까.


개인적 일화에 대한 서술은 정경이나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 덕분에 얼핏 에세이처럼 느껴지게도 한다. 저자는 로마의 한 카페에서 모든 이들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 의 횡포를 경험한다. 마주한 상대보다 페이스북 알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더 이상 결례로 인식되지 않는다거나, 아무 거리낌없이 삶을 전시하는 이들을 보며 불편함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스마트폰은 어느 순간 삼가함의 미덕을 없앴고 그와 함께 수치심도 사라지게 만들었다.(p32) "



이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 연결에 대한 기사들과 책으로부터 면전에 있는 사람을 배제하거나 무시한 채 스마트폰을 보는 행동을 나타내는 새로운 표현을 발견한 이야기로 연결된다. 전화Phone 와 무시Snubbing 을 조합한 '퍼빙phubbing' 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퍼빙은 "사회적 배제의 한 형태"로, 퍼빙을 당할 때 "소속감, 자존감, 성취감 및 조절능력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위협"할 수 있다. 이 퍼빙의 영향이 궁금해져서 좀 더 찾아보니 이에 대한 많은 후속 연구들과 기사들이 검색되어 한참을 인터넷에 머무르게 되기도 했다. 


모바일 기기가 우리에게 단순한 디지털 장치를 넘어 많은 문제를 해결해주고 삶을 더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무엇인가가 되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때론 그 무언가는 플라시보 효과를 주는 가짜약이거나 잘 때 끌어안고 자는 애착인형 같은 존재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통해 우리의 뇌에서 활성화 되는 영역은 약물을 복용할 때와 동일하다. 이 영역은 중독에 관련된 영역이기도 하다. 게시물에 단순히 하트나 '엄지척'을 누른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에 대한 저자의 사색은 어느새 거대한 신경과학 실험실 안으로 이동하고,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읽거나 관련된 전문가들을 만난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는 상호 작용을 좋아하고,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며, 우리를 사랑하는( 적어도 온라인상에서는 ) 사람들을 사랑한다. '좋아요' 를 눌러주는 사람에게는 '좋아요'로 보답한다. 그것이 서로 친구임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 상호성의 원리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 그리고 우정, 사랑, 즐거움의 놀라운 보물상자인 이 도파민 고리( 이것을 사로잡은 것이 모든 뉴로 마케팅의 꿈이다 )는 너무나 간단하게 버튼 하나로 활성화된다. '좋아요' 를 하나씩 받을 때마다 뇌는 그것을 사회적 보상으로 받아들여 도파민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우리가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부추긴다. 이 고리는 무한히 자가재생되며 반복된다. 


- 「8초인류」, 5장 '좋아요', p177



'쾌락의 순간을 경험할 때마다 동일한 자극을 주목하고 강화하는 일부 물질이 방출되며, 쾌락의 경험은 기억에 고정되어 특정 경험과 관련된 즐거움을 기억하고, 뇌는 그 경험이 반복되려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도파민을 방출한다' 라는 요약은 얼마 전 읽은 「도파민네이션」 이라는 책의 내용과 맞물리기도 했다.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p65)' 디지털 기기가 우리의 집중력을 어떻게 흐트러뜨렸는지 조목조목 짚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나와 내 주변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 만성적으로 산만한 사람들이 되어버렸음에도, 어느 순간부터 사회는 이를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 「8초인류」, 2장 '8초의 집중력',  p77




멀티태스킹에 강하다고 주장해왔던 나로서는, 멀티태스킹을 많이 할수록 중요하지 않은 것과 중요한 것을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실험결과를 보며 힘이 빠졌다. 사소한 일에 맞게 머리를 단련시켰고 그 결과는 사고의 뒤죽박죽이 된 것이란다. 멀티태스킹은 집중력 상실과 외부 자극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대신 도파민 중독을 만들어 뇌에 효과적으로 보상한다고!! ( 난 도파민 중독이었던가!!. )


저자가 인용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익스플레인, 뇌를 해설하다 The Mind, Explained > 도 찾아 보고 싶게 한다. 다큐 속에서 나온 사자를 만난 멧돼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스마트폰 알람으로 긴장하고 있는 우리 모습을 빗대어 이야기한다. 이어 저자는 철학자 한병철의 문장을 발췌하고, 보르헤스의 소설 「모든 걸 기억하는 푸네스」 를 통해 디지털 소화불량에 대해 이야기하며 더욱 책에 몰입하게 한다. 



기술의 참회자(whistleblowers) 라는 단어와 그들과의 인터뷰 또한 흥미로웠다. 우리의 디지털 집착에 주요 책임이 있는 실리콘 밸리의 거대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사람들, 즉 우리의 뇌를 빨아들이고 우리를 스마트폰에 달라붙어 있게 만들기 위해 하루를 보내는 바로 그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은 스마트폰도, 컴퓨터도, 플레이스테이션도 없는 '사원 같은 학교'(p162)에 보내고 있다는 아이러니 또한 생각거리를 남긴다. 


캐서린 프라이스는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법」 에서 스마트폰은 '역기능적 관계에 있는 전형적인 파트너로, 나를 아프게 하는 동시에 나를 자신에게 돌아오도록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라고 했다. 저자는 이를 '약간의 쾌락이 깃들어 있는 자해' 라고 개인적인 해석을 덧붙인다. 저자는 '장기적인 보상을 선택하고 단기적인 보상을 포기하도록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 라는 말을 인용하며 우리가 다시 삶의 통제권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보여주기 식이 된 과잉연결의 세상에서 나 자신의 균형과 정신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해보게도 한다. 


이 모든 것에 대한 해결은 결국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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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지는 책
워리 라인스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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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시리즈 김은주 작가와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에서 콜라보 작업을 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워리 라인스. 성별, 인종, 나이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심플한 라인과 채색으로 그려낸 통찰력있는 일러스트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글과 그림을 엮은 그림책이자 그림 에세이  「기분 좋아지는 책」 을 독자 앞에 슬며시 내민다. 




기분 좋아지는 책

워리 라인스 지음 / 최지원 옮김

허밍버드



그림책을 펼치면 검정색 선으로 그려진 흰색 인물이 자신이 작가인 '워리 라인스' 라고 밝힌다. 그 옆에는 '희망이' 란 이름의 노랑색 인물이 밝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인사한다. 페이지를 넘기면 '걱정이'란 이름의 파랑색 인물이 등장한다. 이 세 명이 작가가 '당신에게 바치는' 즉, 독자에게 바치는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인터넷이 아닌 책으로 존재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작가의 치열한 노력이 이 책  「기분 좋아지는 책」 에 담겼다. 작가의 출간 프로젝트 기록인 셈이다. 늘 작가의 창의력을 마비시키는 근원이었다는 '불안'은 이번 출간 프로젝트에서도 덮쳐온다. 작가는 심리상담사의 조언대로 이 불안감을 형상화하여 의인화를 시켜보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이야기 속에 '걱정이' 가 태어났다. 이야기의 초반부터 워리 라인스는 걱정이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책을 구상하는 초반부터 걱정이는 온갖 걱정을 늘어놓는다. 기회에는 절망과 좌절이 뒤따른다느니, 네가 쓴 책을 읽고 할 사람이 존재하겠냐느니 딴지를 걸어댄다. 워리 라인스는 우선 [헌사 목록]부터 작성하기로 한다. ' 이 책을 당신에게 바칩니다 ' 라는 녹색 테두리의 페이지들에는 용감한 걱정꾼에서부터 책을 사랑하는 독서가( 나일지도 )에게도, 깜빡깜빡하는 사람( 또 나일지도? ) 들이 소환되어 있다. 단순한 라인의 일러스트로 그려진 인물의 유머스러운 몸짓과  곁들여진 위트있는 단어들에 웃음이 터진다. 



 


걱정이와 계속 대결하는 워리 라인스. 걱정이는 작가의 [생각에 관한 그림] 원고를 살펴봐주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파란색 테두리의 페이지에 그려진 일러스트들이다. 인스타의 한 컷에 올라와있음직한 일러스트들이 한 페이지씩 펼쳐진다. 한 페이지마다 그려진 '생각에 관한 그림' 들에는 각자의 제목들 또한 붙어있다. '생각의 생태계'란 제목의 페이지는 의식적 사고와 무의식적 사고를 표현하고 있는데, 매우 공감이 되는 한 컷이라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번에는 빨강 테두리의 페이지에 [감정에 관한 그림] 이 이어진다. '일어나서, 옷을 입고, 스트레스 받고, 우울감에 빠진다' 란 문장의 페이지에서 헛웃음 한번 짓고, '좁아지는 시야' 란 제목의 페이지의 터널 속 장면에서 쓴웃음을 지어보게 되기도 한다. 내게도 이른바 '웃픈' 장면들로 다가오는 그림들이 여럿 있었다.


갈피를 못잡는 워리 라인스. ( 물론 걱정이가 갈피를 못잡는 것이겠지만 )에게 파랑 테두리 페이지의 [걱정에 관한 그림] 을 그린 노트가 열린다.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을, 생생히, 자각하고, 존재적 불안에 압도당하기' 라거나, 걱정에 관한 네 가지 선택지는 '싸운다'(빨강) 거나 '도망친다'(노랑) 거나 '얼어붙는다'(파랑) 거나 이 세가지 색을 모두 포함한 일러스트의 '지랄발광한다' 라는 생각.  걱정에 관한 그림을 보며 걱정이는 매우 좋아한다. 워리 라인스가 네가 좋아서 그린 게 아니라 어떻게든 널 없애고 싶어서 연구해본 거라는 말에 잠깐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지만 이내 활기를 되찾는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걱정이 넌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니까!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이라고 할 수 있지! 


p135




작가가 걱정이와 나누는 대화를 듣다보면 어느새 100여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다. 드디어 [공감에 관한 페이지] 는 걱정이에게도 인정을 받는다. 그런데 그때 등장하는 커다란 검정 인영(人影). 그건 지구상에서 완전히 멸종된 종족인 줄 알았던 '독자'!!!! ( 나도 언제 멸종했었던가? ) "조심해야 해. 독자는 눈으로 이야기를 빨아들이는 희귀종이라고 들었어." 라고 서로 속삭이며 독자를 신경쓰던 그들은 슬쩍 [사랑에 관한 그림] , [희망에 관한 그림] 을 내민다. 그리고 첫 페이지 이후 실종된 희망이를 함께 찾아줄 수 있겠느냐고 독자에게 묻는다. 





작가는 고백한다.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뒤흔드는 불안과 걱정에 대해 듣고, 독자들도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조금은 쉬워졌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


혹시 저처럼 가끔씩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저 몇 페이지 뒤에 가있는 것 뿐이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아. 이 한 문장으로 가슴이 뭉클해졌다. 책의 제목이 완성된 순간이다. 독자로서의 내게 「기분이 좋아지는 책」 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생각과 감정, 걱정, 공감에 대한 삶의 모습을 위트있는 일러스트와 희망찬 나레이션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매료되버리게 되기도 한다. 작가의 이야기는 어느새 내 이야기가 되어 작가와 차 한잔 앞에 두고 수다를 떨며 후련하게 감정을 털어낸 기분이다. 작가가 '당신을 위한 책(This book is for you)' 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이유를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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