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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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인 도미니크는 남자친구 베르트랑과 함께 그의 외삼촌인 뤽의 집에 방문했다가 뤽의 유혹을 받는다. 아내가 있는 남자임에도 뤽은 도미니크에 대한 열정을 대범하게 표현하고, 여주인공은 그의 매력에 흔들린다. 산전수전 다 겪은 40대의 기혼자인 뤽은 이 연애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으며 사랑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도미니크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에 빠져든다. 사랑에 빠진 젊은 여성의 복잡한 내면이 사강 특유의 세밀한 시선으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된 소설이다. 어떤 사건이나 이야기의 진행보다는 도미니크의 심리 묘사가 치중한 작품이다. 


나는 전혜린의 에세이에서 그녀가 독일에서 유학 중에 이 책을 읽었었고, 그 줄거리를 들려주었던 남자친구의 소개로 국내에서 번역 출간했다는 이야기로  「어떤 미소」 라는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다. 전혜린 번역의 책은 아니지만 드디어 이번에 읽게 된 것.




어떤 미소 

UN Certain Sourire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소담출판사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기에 사강의 소설 속에 담긴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어떤 일탈이 그들의 변화된 가치관과 호응했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 에서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어떤 미소」 를 포함한 그녀의 소설이 당시 프랑스에서 주목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로 실존주의 문학이 갖는 '무거움'에 대한 염증을 들고 있기도 하다. 


사강이 프랑스의 문단을 놀라게 한 이유는 그녀의 소설이 '전혀 심각하지 않다' 는데 있었다. 그녀가 등장하기 까지 프랑스의 문단을 지배하고 있던 사조는 실존주의였다. 사르트르와 카뮈를 대표로 하는 실존주의 문학이 튼튼한 아성을 굳혀, 문학은 반드시 철학의 성격을 겸비해야만 하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그런데 사강의 소설은 철학적 고뇌나 탐구가 전혀 없이 자잘한 일상의 권태와 세속적 연애심리만을 다루고 있었던 것이다. 사강의 소설이 독자들로부터 환영을 받게된 이유중 하나는 실존주의 문학이 갖는 '무거움' 에 대한 염증에 있었다. 문학이 주는 가볍고 경쾌한 카타르시스 효과를 독자들은 내심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이란 원래 이성보다는 감성을, 모럴보다는 본능을 추구하는 장르이다. 그런데 실존주의 문학은 독자들에게 이성과 모럴을 강요했고, 소설을 철학 교과서처럼 딱딱하게 만들어 읽는 사람을 피곤하게 했다. 


- 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 중에서




프랑스어로 아방튀르(Avanture) 는 일반적인 모험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란 단어와 결합하여 모험적인 사랑이 되어버리는 듯 하다. 도미니크는 뤽과 2주를 함께 보낸다. 만남의 시작에는 '이제 우리 사이에는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경박함에 대한 모든 새로운 시도 속에 존재하는 질식할 것 같은 뭔가가 일어날 것처럼 보였다'(p77) 라고 생각하고, 만남의 끝에는 '그는 조금 지친 기색이었고, 나는 우리가 이 조그만 모험을 잘 치러냈다고, 우리는 정말로 문명화되고 합리적인 성인들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갑자기 나 자신에 대해 일종의 분노와 함께 끔직이도 굴욕적인 기분을 느꼈다'(p136) 이라고 생각한다. '조그만 모험' 이라고 번역된 단어의 원문이 아방튀르(Avanture) 다. 


한없는 권태로움과 잿빛의 고독을 느끼며 지루해했던 도미니크는 자기 자신의 '아무것도 아닌 삶'이 무언가 더 채워지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뤽만이 그 권태에서 자신을 꺼내어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 줄 남자라고 믿었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떠나려는 뤽에게 매달린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어쨌든 넌 그게 끝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어. 여섯 달 혹은 일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넌 그것에 대해 농담을 하게 될거야

- p179, 알랭의 말 중에서




사랑의 유효기간이랄까. '여섯 달 혹은 일년' 은 기간만 달라질 뿐, 사강의 또 다른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 ( 「어떤 미소」 다음에 나왔다. )에서 '한 달 후, 일 년 후' 가 되거나 '일년 후 혹은 두달 후' 가 되어 문장 속에 계속 등장한다. 



친구인 알랭의 말대로 된 것일까. 한참 괴로워하던 주인공 도미니크는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미소짓는 자신을 보고 놀란다. 사강은 사랑에 대한 환상을 일찌감치 벗어버렸던 것일까. 이토록 담담한 시선으로 고독함을 이야기하다니.


미소 짓는 나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혼자라는 것. 나는 나 자신에게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혼자, 혼자라고. 그러나 결국 그게 어떻단 말인가? 나는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이다.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였다. 얼굴을 찌뿌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 p200



책 소개에는 '매력적인 유부남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겪은 뒤 성숙해 가는 과정' 이라고 소개되어 있기도 하지만 문득 '성숙' 인 것일까 생각해보게도 된다.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도 사랑에 대해 환상을 품고 싶은 모양이다. 


도미니크는 더 이상 다른 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제 혼자서도 충분할 정도의 미소를 지을 수 있다. 그것이 「어떤 미소」 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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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1
오채환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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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사회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장을 연 철학자이다. 프롬은 의술이나 예술이 그에 관한 기술을 익혀야 하듯이 사랑도 '사랑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이란 별 준비없이 적당한 기회에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쯤으로 여기는 기존의 생각을 뒤집어 놓았다. 프롬은 사랑이라는 인간 활동이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 독립된 활동, 즉 하고 않고를 선택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님을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사랑은 인간 존재의 본성상 인간의 자유와 행복과 맞닿은 문제로서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당위적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에리히 프롬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오채환 지음

(주)자음과 모음



이야기 속에 나오는 두 자매는 서로 좋아하는 남자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자아이들이라면 다 징그럽다면서 싫어했던 동생이 이제는 좋아하는 아이가 생긴 것을 두고 언니는 '좋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아닐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동생은 '멋있는 사람이 생겨서 저절로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냐고 반박한다. 



에리히 프롬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면 사랑에 빠질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수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어떻게 하면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두번째 실수라고 말하며 그런 것들이 사랑을 물건을 사고파는 상품을 거래하는 것처럼 만들어버린다고 했다. 언니는 자신이 읽은 에리히 프롬의 책 속에 나온 이야기들을 동생에게 차근차근 설명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유효 기간은 길어야 2년이라고 했다는 것도 말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두 자매의 시선으로 부모님들간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자신들의 좋아하는 마음에 대하여 들여다보는 구성으로 이어진다. 일상 속 상황에 맞추어 아이들의 대화나 생각 속에서 에리히 프롬의 사상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철학 돋보기] 에서는 좀 더 자세히 서술한다. 


[철학 돋보기] 코너에서 서술하는 내용 중 사랑의 두 가지 양식인 '소유와 존재'에 대한 부분은 「사랑의 기술」 을 읽었던 기억은 어디로 갔는지 새롭기도 했다. 연애 단계에서 상대방의 환심을 얻기 위한 적극적인 구애는 존재 양식을 유지하지만, 결혼이라는 단계를 넘어가면서 대체로 존재 양식에서 소유 양식으로 전환된다는 것. 사랑이 식었다거나 사라졌다는 것도 실은 사랑이 존재 양식에서 소유 양식으로 전환되기 쉬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의 두 가지 양식을 '존재 양식(being mode)'과 '소유 양식(having mode)'로 구분하면서, 사랑은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예컨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다가 배를 가르는 것이 잘못된 소유 양식이라면 거위가 건강을 유지하며 꾸준히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온전한 존재 양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3장에서는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모성애부터 형제애, 신을 향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고,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자기애에 대한 생각으로 마무리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타인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 남을 사랑하는 것과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이어져 있다는 중요한 사실 또한 전해진다. 


사랑에 대해서 배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자아내게 하는 세 번째 잘못은,

사랑에 '빠진다'는 최초의 경험과 사랑하고 '있다'는 영속적인 상태,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사랑에 '머물러 있다'는 상태를 혼동하고 있는 데 있다.


- 에리히 프롬



에리히 프롬의 문장은 아무래도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면이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눈높이의 설명과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 에서는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있던 에리히 프롬의 철학을 논제로 끌어올려 함께 생각해보게 이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관심, 정신 집중, 자발적 훈련, 인내심을 들고 있습니다. 이중에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실천과 가장 가까운 것은 무엇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봅시다' 란 질문을 함께 나눠보았다. 아이는 '관심' 이라고 대답한다. 나는 예전에는 '관심' 이었는데 요즘은 '인내심' 이 더 중요한 것 같구나. 라며 웃어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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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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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을 읽다보니 소설 속 주인공 중에 작가 자신이 투영된 인물들이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사강은 일반적인 통념이나 고정 관념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사랑을 계속 이야기하는듯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더 외롭게 느껴지기도 할 때가 있다. 작가에 대해 검색을 하다보면 첫번째 남편이 「어떤 미소」 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기도 하는데( 그럼 뤽인가? ), 「어떤 미소」 가 1956년에 나왔고, 첫번째 결혼은 1957년에 했으니 시기상으로 비슷한 거 같기도 하다. 더욱 작가의 삶이 궁금해졌다.



어떤 미소 

UN Certain Sourire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소담출판사 ​



프랑수아즈 사강(Francoise Sagan)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Francoise Quoirez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 ‘사강’을 필명으로 삼았다. 


1935년에 프랑스 남서부 카자르크에서 태어난 프랑수아즈 사강은 사업가인 아버지를 둔 부르주아 출신이었다. 1951년 가족과 함께 파리로 이주하고, 리옹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후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3개월도 못 다니고 퇴학당했다. 지드의 소설을 읽고 , 양가의 처녀로는 발디딜 곳이 못되는 카페를 출입하고, 담배를 피우고 위스키를 마시며 재즈를 즐기는 그녀에게 어머니는 들개 같다고 탄식했다. 자크 프레베르의 시"하늘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 / 그곳에 그대로 계시옵소서 / 저희는 이 땅 위에 그대로 있겠습니다 / 이곳은 때로 이렇듯 아름다우니......"하는 시구를 불경스럽게 읊조리고 다니던 반항적이고 조숙한 소녀였다.


1954년, 소르본 대학에 입학하고 첫 시험에서 낙제한 후, 그 해 여름 바캉스를 즐기다가 요트사고가 나고, 회복을 위해 침대에 누워있으며 2개월만에 소설을 쓴다. 19세에 발표한 이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그녀는 1954년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았다. 그 뒤 『어떤 미소』(1956), 『한 달 후, 일 년 후』(1957),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신기한 구름』, 『뜨거운 연애』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냉정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인간의 고독과 사랑의 본질을 그려낸 사강의 작품들은 자유로운 감성과 섬세한 심리묘사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 모리악은 사강을 두고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라고 펴했으며 "지나칠 정도로 재능을 타고난 소녀"라고 불렀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사강은 당시 '천재 소녀'로 불리우며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얻는 그는 3~4년동안 인세로 5~6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이 번 돈으로 경주용 고급 스포츠카 재규어를 사고, 표범 모피코트를 구매했으며, 뒤셀도르프에 별장을 샀다. 



 


스피드광이었던 그녀는 1957년에 교통 사고를 당한다. 한때 신부가 임종 미사도 하고 '사강, 교통 사고로 즉사하다'라는 뉴스가 전 세계에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소생한 그녀는 3개월간의 병상 생활에서 죽음과 인생, 사랑에 대한 깊은 반성의 기회를 갖게 된다. 퇴원 후 20세 연상의 매력적인 편집자(M. Guy Schoeller)를 만나 첫눈에 반해 곧장 결혼한다. 그녀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애당초 거짓말하는 것에 쾌감을 느껴왔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인터뷰에서는 "모르는 것은 쓸 수가 없다. 느끼지 못하는 것도 쓸 수가 없다. 체험하지 않은 일은 쓸 수가 없다"고 말한 것을 보면 소설에 그녀의 인생의 경험이 녹아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Françoise Sagan & M. Guy Schoeller



1962년에는 패션 모델을 한 적이 있는 젊은 미국 조각가(Robert Westhoff)와 재혼하여 아들까지 낳았지만 곧 별거하고 이혼한다. 이후 그와 동거 생활을 시작하여 7년을 함께 살았다. 사강은 이 시기에 전직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스타일리스트였던 Peggy Roche와 성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고. 이렇게 그녀는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도박, 자동차 경주, 약물중독 등으로 ‘사강 스캔들’이라는 말을 낳으며 자유분방한 생활로도 유명해졌다. 



 


Françoise Sagan & Robert Westhoff



말년에 사강의 생활은 사막처럼 황폐해져간다. 신경 쇠약, 노이로제, 수면제 과용, 정신병원 입원, 나날이 술로 지새우는 생활이 거듭되면서 도박장 출입이 잦아졌다. 집을 담보로 잡히고 도박 밑천을 마련하는가 하면, 하룻밤새 몇억 원 상당의 인세를 날려버리곤 하다가 파산했다. 급기야 프랑스 도박장에는 5년간 출입 금지 선고를 받고 도버 해협을 건너 런던까지 도박 원정을 갔다. 결국 빚더미 속에 묻히게 된다. 도박이야말로 일종의 정신적인 정열이라 했던 사강은 그렇게 많은 돈을 잃고도 돈이란 본래 있던 장소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태연히 말했다. 그 모든 생활과 성격의 파탄은 그녀의 견딜 수 없는 고독이 빚어낸 부산물이라고 한다. 50대에는 마약 혐의로 법정에 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런 무절제한 생활의 대가는 비참했다. 어느 날인가는"이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지금 비디오 카세트를 하나 사고 싶지만 내겐 그 돈이 없다"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런 폐인지경에서 사강을 구원한 것은 아들 도니였다. 그녀는 세상에서 아들만이 자기를 비판할 권리가 있는 오직 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재생을 결심하기도 했다. "나는 사람이 꿈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내 손에 거머쥐었다. 지난 날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 나는 인생을 즐겼다. 그렇게 오랫동안 인생을 즐겼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2004년 사강이 병환으로 별세하자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가장 훌륭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 중 한 사람을 잃었다”며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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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인문학, 변명 vs 변신 - 죽음을 말하는 철학과 소설은 어떻게 다른가?
플라톤.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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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와 카프카의 비교라니, 변명과 변신에 철학과 소설이라니.. 흥미로운 관점 총집합!
지적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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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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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초보적 윤리에 대한 어떤 개념 같은 걸 갖고 있는 건가. 

- p36




어떤 미소 

UN Certain Sourire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소담출판사 ​



「어떤 미소」는 도미니크라는 대학생 여성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녀는 법학을 전공하며 베르트랑이라는 남자친구가 있다. 남자친구인 베르트랑과 함께 그의 외삼촌인 뤽의 집에 방문했다가 그의 유혹을 받는다. 아내가 있는 남자임에도 뤽은 도미니크에 대한 열정을 대범하게 표현하고, 여주인공은 그의 매력에 흔들린다. 


나는 풀어야만 할 급박한 문제가 있는 듯한 괴로운 느낌과 함께 잠을 깼다. 뤽이 나에게 제안한 것은 결국 하나의 게임, 유혹적인 게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게임은 베르트랑에 대한 충분히 견고한 감정을 파괴시키는 것은 물론, 나 자신에 대해 당혹스럽고 신랄한 감정을 갖게 할 터였다.


 -p39



그녀가 흔들리는 과정, 그 복잡한 내면은 사강 특유의 문체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섬세하게 묘사된다. '나는 늘 선택되는 쪽이었다. 한 번 더, 되어가는 대로 나를 내맡기지 못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 나는 이 평온한 체념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라며 시작되는 여주인공의 새로운 사랑. 뤽이 그녀를 유혹하며 건넸던 '아직도 초보적 윤리에 대한 어떤 개념 같은 걸 갖고 있는 건가' 란 질문은 마치 「어떤 미소」 를 읽고 있는 독자에게 묻는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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