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 - 비즈니스를 위한 전략적 디자인
이드리스 무티 지음, 현호영 옮김 / 유엑스리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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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이나 신제품의 개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경영전략의 하나로 우수성이 입증된 디자인 씽킹에 대하여 저자는 비즈니스와 디자인의 교집합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이라고 정의한다. 나는 포괄적인 개념보다는 컨설팅 측면에서 실제 적용될 방법론적 절차(프로세스)를 먼저 접했다. 아이데오(IDEO)의 6단계 디자인씽킹 프로세스, 스탠포드대학교 D스쿨의 5단계 디자인씽킹 프로세스 등 4~7단계로 제시되는 프로세스를 테일러링하고, 이에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기반의 절차 등이 함께 적용된 프로세스를 실무에 적용해보며 사람의 '니즈'를 깊이 '공감'하여 비즈니스화 하는 방법론이자 도구라고 배웠다. 이는 이성보다는 감성, 분석보다는 공감에 가까우며 고객의 Pain Point(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와 니즈를 포착하여 반복적 실행을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라고 외웠다. ( 이해한 것이 아니라 외웠다.. 라는 것이 포인트... )

이렇게 막연하게 아이디어 발상법이나 디자인 과정 혹은 도구로서만 이해했던 디자인 씽킹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며 더욱 폭넓게 다시 이해하게 되는 중이다.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스쿨이 기업 경영자들을 위해 개설한 디자인 씽킹 프로그램을 책으로 배울 수 있도록 재구성한 이 책을 통해서.

저자는 '디자인 씽킹은 비즈니스와 예술, 시스템과 혼란, 직관과 논리, 콘셉트와 실행, 재미와 형식, 그리고 통제와 권한 사이에서 마법과 같은 균형을 찾아내는 것'(p66) 이기에 전략적 혁신에 대한 인간 중심 접근법의 프레임워크라고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구체적 프로세스보다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면한 역동성과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프레임워크, 업무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비즈니스 디자인' 이란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에 없는 미래의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과 기존의 비즈니스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리디자인하는 것이 포함되는 개념이다. 기존에는 통계적 접근이나 재무적 지표를 통해 비즈니스 현안에 접근했다면, 디자인 씽킹에서는 고객의 '경험'을 중심으로 대상을 파악한다. 이는 사용자 경험 분석에 관한 학습과 경험이 축적되면 더욱 좋다고.

1장과 2장에서 디자인 씽킹에 대해 풀어 소개한 후, 3장에서 경영 전략으로서의 디자인 씽킹을 상세히 풀어내는데, 디자인 씽킹 활용에 필요한 비즈니스와의 교차점과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생각의 기준점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내용은 직관적이고, 내용을 담고 있는 페이지의 편집은 감각적이라 더욱 눈에 들어오며 집중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디자인 씽킹 솔루션을 비즈니스의 도전과 연결시킨 4장이 가장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비즈니스 도전과제로서의 '표준화' 를 디자인 씽킹 솔루션에서 '인간화' 로 매핑한다. 이 '표준화'란 것은 효율화를 추구하는 대신 자칫 혁신의 적이 될 가능성 또한 존재하는 부분이지 않던가. "인간다움의 본질은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라는 조지 오웰의 말을 인용하며 '디자인 씽킹을 하는 이들은 회사나 파트너, 브랜드 대표, 그리고 최종 고객과 상의하는 방식으로 제품/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서로 대화하도록 장려'해야한다고 설명한다. 디자인 씽커들은, 제품 혹은 서비스나 브랜드의 결과로 나타나는 심오한 순간으로, 그러한 감정들을 격려하고 키우는 사람의 손길이 닿는 지점에도 민감해야 한다고 전한다. 훌륭한 디자인은 고객경험에 있어 더욱 부드럽고 인간적이며 감성적인 측면들에 유리하도록 표준화를 거부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조직에 디자인 씽킹문화를 구축하는 방법을 풀어낸다. 이를 위해 우선 전략과 기획이 무엇이 다른지 여러 측면으로 설명하면서 다양한 사례를 들며 서두를 열고, 현재의 문제점과 여러가지 미래의 도전과제들을 제시한다.

이 책은 디자인 씽킹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하여, 장기적 기획에 디자인 씽킹 방법론을 적용하는 법, 비즈니스의 핵심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씽킹 전략 등에 대한 힌트가 필요한 이들에게 권해보게 되는 책이다. 조직들이 디자인의 원리들을 내재화하는 법을 실용적으로 설명하여 전통적으로 일하는 방식 뒤에 숨겨져 있던 기회에 대한 인사이트를 갖게 해주는 등, '디자인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함이 아니라, '디자인 씽킹 기반 비즈니스 혁신의 주도자'로 이끄는 책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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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아아! - 2022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코리 R. 테이버 지음, 노은정 옮김 / 오늘책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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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떠나보고 싶은 어린 물총새 멜은 나무 아래를 내려다보며 살짝 무서웠던 마음을 다독이고 뛰어내린다. 자신의 날개를 믿고. 




간다아아

Mel Fell

코리 R.테이버

대교북스주니어



화려한 준비운동과 도움닫기 중인 멜의 모습이 귀엽다. 옆에서는 형제자매들이 차마 지켜보지 못하고 눈을 가리고 있다. 이와이 도시오의 그림책 「100층짜리 집」 시리즈처럼 (100층까지는 아니더라도 ) 이 나무에는 여러 이웃이 함께 할고 있다. 편안한 표정의 멜과 달리 나무에 사는 이웃들은 멜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멜이 아래로 떨어지는 걸 막지 못한다. 아래로 떨어지는 멜과 함께 등장하는 이웃들의 모습도 흥미롭다. 바닥에 가까워오자 그제서야 멜의 표정도 바뀐다. 이 무모해보이는 도전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아이를 키우다보면 믿고 기다려줘야하는 시간들이 온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해내며 '신뢰의 도약'을 보여준다. 부모도 아이도 성장하는 순간이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의 그러한 도전의 순간을 잘 표현해냈다. 멜의 향하는 방향에 따라 책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게 구성했기에 아이들은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과 상호작용하며 놀 수도 있다. 


멜은 물총새다. 작가는 물총새는 나뭇가지나 전깃줄에 앉아있다가 곧장 물속으로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소개한다. 물총새는 수면 위 1.5m 정도 높이에서 물속으로 빠르게 다이빙하며 먹잇감을 잡는다. 저항이 작은 공기 중에 있다가 저항이 큰 물속에 엄청난 속도로 뛰어들어도 물이 거의 튀지 않는다. 물총새만의 조용한 사냥 비법은 길쭉한 부리와 날렵한 머리에 있다. 부리가 완벽하게 대칭에 가까운 쐐기 모양이기 때문이고 부리 끝 한 점에서 시작해 머리쪽으로 갈수록 정확한 비율로 반경이 늘어난다. 날개를 접고 다이빙할 때의 물총새는 앞쪽이 가늘고 길게 튀어나온 탄환 모양이 되며, 덕분에 수면에 진입할 때 파동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림책의 이야기와 더불어 물총새의 생태도 함께 살펴보면 창작 그림책이 자연관찰 그림책으로도 변한다. 




뒷 장의 에필로그. 다음 차례는 누구일까.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형제자매들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들도 성공하리라는 것을. 용기를 내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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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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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회(2003년 하반기) 나오키상 수상작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를 펼친다. 나오키상은 일본의 소설가 나오키 산주고(1891~1934)의 업적을 기려, 대중 문학(순수문학과 대칭되는 의미의)의 신인에게 주는 상이다. 원래는 신인상이었으나, 지금은 신인상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중견 작가의 수상이 많다. 



세련된 표현으로 주인공들의 마음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오랫만에 다시 읽어보게 되어 반갑기도 한 시간.



울 준비는 되어 있다

號泣する準備はできていた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소담출판사



작품에 대하여 ‘단편집이지만 온갖 과자를 섞어놓은 과자 상자가 아니라 사탕 한주머니’라고 전하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는 2003년 발표한 12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별이 남기는 아쉬움과 슬픔, 관계의 끝에 위태롭게 서있는 사람들,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그린 단편들은 사랑의 끝과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맛 사탕으로 모아져 담겨있다.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라고 독백하는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 의 나츠메는 시어머니인 시츠코와 해마다 가는 온천 여행을 떠난다. 여행동안 나츠메는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루이를 떠올린다. 사랑에 빠졌었고, 그 사랑에 자기를 잃어버릴 만큼 애를 태웠고, 그리고 이제는 그 사랑이 떠났다는 것을 생각한다. 남편이 아닌 다른 이를 떠올리는 여행에서 시즈코는 자신의 아들이자, 나츠메의 남편인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를 계속 이야기하고, 나츠메는 '가슴 속에는 다른 남자를 품고 있는데, 이렇게 시즈코와 둘이 바다를 보고 있다니 묘한 기분이었다.(p118)' 라고 생각한다. 홀로 밤바다를 바라보며 '루이를 잃었고, 그보다 오래전에 남편을 잃었다(p123)' 이라는 마지막 독백은 큰 여운을 남긴다. 현실의 본질적인 고독과 결핍,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갈구하게 되는 사랑은 서글프다. 



우리가 읽었던 동화들은 서로 사랑했던 이들이 결혼하면서 끝이 난다. 그렇기에 어릴 적에는 사랑의 완성은 결혼인 줄 알았다. 결혼하면 다들 행복하게 사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게 애틋하고 불타오르던 사랑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혼하기로 한 시호와 히로키 부부는 그 사실을 비밀로 하고 히로키 부모의 집을 방문한다. 이혼하기로 했기에 이미 마음의 거리는 멀어졌지만 시호는 시댁 식구들과 잘 어울린다. 그럼에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히로키에게 그들이 지긋지긋 했다고 터놓는다. 시호가 남편에게 이어 이야기하는 말들은 결혼생활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 살기는 같이 살아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어, 알아, 그거? (p88)


우리는 한때는 서로 사랑했는데, 참 이상하지. 이제 아무 느낌도 없어.(...) 당신, 그거 어떻게 생각해?


- 단편 <골>



어느 순간 중요한 무언가를 잃었지만 울지 않는 이들. 설명할 단어를 찾지 못한 감정들을 꾹꾹 누른채 생을 지속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전 읽었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들을 떠올렸는데 작가 또한 사강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소설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인간 모두가 자기 의지대로 커다란 몸짓으로, 자기 인생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렷하고 결정적인 방법으로. -프랑수아즈 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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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인문학, 변명 vs 변신 - 죽음을 말하는 철학과 소설은 어떻게 다른가?
플라톤.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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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과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 이 철학서와 소설을 함께 수록하여 '죽음' 이라는 주제로 직접 비교해 읽어보며 철학과 소설은 어떻게 다른지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한 책을 읽어본다.  



생각을 바꾸는 인문학, 변명 VS 변신

플라톤, 프란츠카프카

스타북스



B.C.399년, 소크라테스는 신을 부인하고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아테네 정부로부터 고소당했으며, 자신의 사상을 버리거나, 독약을 마시고 죽는 사형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은 당시 소크라테스가 배심원들과 전체 아테네 인들을 향해 한 연설을 제자인 플라톤이 재구성한 책이다.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선택한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만일 당신이 조금이라도 사회에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면, 죽느냐 사느냐의 위험을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그 일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선한 사람이 할 일인가, 악한 사람이 할 일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p049



소크라테스는 트로이 전쟁에서의 죽은 영웅들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냐며 반론하면서, 아킬레우스의 예를 든다. 헥토르를 죽이면 자신에게 죽음이 찾아올 것을 알면서도 친구인 파트로클로스의 원수를 갚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살게 될까 걱정하였던 아킬레우스는 '친구의 원수를 갚고 곧바로 죽임을 당해도 좋습니다. 살아남아 땅 위의 짐이 되어 뱃머리가 굽은 배에서 남의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는않습니다.' 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에게 어떤 자리에 있든 위험을 무릅쓰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치욕 외에는 다른 것을 걱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자신이 죽음을 두려워하여 정의에 어긋나는 일을 저지르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죽음을 두려워한 내가 신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지혜가 없는데도 지혜로운 자를 가장한다면 얼마나 가소로운 일이겠습니까? 그렇다면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자로 마땅히 법정에서 소송을 받아야 옳은 줄 알겠습니다. 나는 신탁을 믿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고, 지혜가 없으면서도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죽음을 알지 못하면서도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의미에서 죽음은 최대의 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나 이는 아무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죄악 중 최대의 죄악이라 믿고 있습니다.  모르면서도 아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무지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며,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일반 사람들과 이 점 역시 같지 않을 것이므로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지혜롭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저 세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점일 것입니다. (...) 따라서 나는 세상에서 악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선할지도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않을 것 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신념대로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신념을 지키고, 시민 상호 간의 합의된 약속인 법을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하는 의무도 이행한다.   


어느날 아침 눈을 뜨고 나니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한 남성과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사실 카프카의 작품에서 죽음에 관한 주제를 건져올리려면 「변신」 한 권 만으로는 어려운 감이 있다.  「변신」 에서의 죽음은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가 죽는 결말에서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카프카의 소설들에서는 죽음만이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음을 암시하곤 한다. 죽음, 존재의 불안, 운명의 부조리성은 카프카의 문학에서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코드들이기도 하다. 카프카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죽음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적기도 했다.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 란 제목으로 더욱 알려진 카프카의 편지글 문장인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 의 의미 속에 또한 죽음을 내포하고 있다. 독서가 우리에게 강한 충격을 가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느냐고 반문했던 카프카는 우리에게 필요한 책은 “큰 고통을 가져다 주는 재앙 같은,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처럼, 모든 사람으로부터 숲 속으로 추방된 것 같은, 자살과 같은 느낌을 주는” 충격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는 표면적으로는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 생겼던 상처가 심해져서 죽는다. 그러나 타살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레고르 스스로가 죽음을 받아들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스스로의 존재를 지운 것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가족조차 경제적 이해타산이 얽히면 그 관계가 변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비판을 담았다고 해석되면서  「변신」 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소설로도 읽혀지고 있다. 가족과 직장으로부터 외면당한 한 개인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벼랑에서 삶을 놓아버린 듯한 결말... 이런 그레고르의 모습은 자본주의적 인간으로 살고 있을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오싹함을 느끼게 한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과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속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문득 '인간이란 무엇으로 사는가' 혹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란 질문이 연이어 떠오르기도 한다. 작품 속 죽음을 분석하며 삶을 생각하게 되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책을 지원받고 읽은 후 직접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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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인문학, 변명 vs 변신 - 죽음을 말하는 철학과 소설은 어떻게 다른가?
플라톤.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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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인문학, 변명 VS 변신

플라톤, 프란츠카프카

스타북스



어느날 아침 눈을 뜨고 나니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한 남성과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워낙 유명한 소설이다보니 소설 자체보다 소설에 대한 해석들을 먼저 만나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현대인의 소외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 자본주의를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 당시의 유대인 담론과 연관시키는 해석, 종교적인 해석 등 다양한 관점에서 비평이 이루어져왔다. 심지어는 주인공 그레고르가 실제로 벌레로 변한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강박증과 정신이상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그간의 독서 중 '죽음' 에 대한 부분을 집중해서 읽어본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그 주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변신」 은 많은 창작물의 모티브, 오마쥬 혹은 패러디가 되어왔다. 찰리 브라운이 그레고르 브라운이 되어 등장하는 <The Metamorphosis of Gregor Brown> 은 소설의 중요한 핵심 포인트들( 사과, 여동생의 연주.. ) 이 잘 표현되어 있는 듯.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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