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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ㅣ 허밍버드 클래식 M 6
브램 스토커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21년 5월
평점 :
어릴 적에 접하던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로서의 드라큘라를 제외하고, 성인이 되어 처음 만났던 드라큘라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게리 올드만 주연의 영화에서의 드라큘라였다. 음산하면서도 몽환적이었던 영화의 분위기만 기억나고 제대로 줄거리를 기억못하는 터라 원작을 얼마나 반영했던 영화인지 알 수가 없다. 이후 뮤지컬 작품 속 드라큘라를 만났지만 역시 뮤지컬 넘버의 가사에 꽂혀 원작을 읽어보려는 생각은 떠올리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원작을 읽어본다
조너선 하커 라는 청년 변호사가 트란실바니아의 오래된 고성, '드라큘라' 성을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곳에 사는 드라큘라 백작이 런던에 집을 한 채 구입하는 과정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일러주기 위해서 성을 방문한 그는 음산하고 수상한 분위기의 성과 백작의 분위기 속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다. 백작의 성을 몰래 탐험하던 중 바닥에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세여인을 마주하기도 하는 등 점점 백작의 실체를 알아가고, 성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한편 조너선 하커의 약혼녀인 미나 하커는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 약혼자를 기다리면서 역시 매일 매일을 일기장에 기록한다.
소설은 등장 인물들이 자신이 겪은 일을 기록한 기록들, 즉 일기, 전보, 편지, 항해 일지, 신문 스크랩 등이 배치되어 서사를 이끌어가는 구성이다. 조나단 하커의 일기, 그의 약혼녀 미나의 일기, 그리고 루시가 미나에게 보내는 편지, 수어드 박사의 일기와 수어드 박사가 반 헬싱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섬세하게 엮이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각 기록들의 미묘한 문체의 변화와 시점들을 느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된다.
드라큘라 백작이 런던에 집을 구입한 목적은 새로운 먹잇감을 찾기 위한 것이었고, 미나의 친구인 루시가 희생자가 된다. 몽유병이 있던 그녀는 교회 묘지 입구에서 드라큘라로부터 목덜미를 물리고, 몸속의 피가 모두 빠져나가면서 죽음을 맞았지만, 죽어서도 어린 아이들의 피를 빼앗으면서 언데드의 삶을 배회하게 된다.
대학교의 명예 교수인 반 헬싱과 그를 돕는 인물들, 루시를 사랑했던 인물들이 드라큘라 백작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모으고, 드라큘라 백작을 쫓고 대치하며 이야기는 절정에 다다르며 공포를 북돋운다.
드라큘라 백작의 모델이 된 인물이 왈라키아(오늘날의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의 귀족, 블라드 3세라는 것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토를 지키기 위한 전쟁에서 상대편 포로인 사람들에게 행해지는 형벌이 가혹하고 잔혹했다고 하며, 공포정치를 펼친터라 ‘피에 굶주린 폭군’ 이라고 불리웠다고 한다.
오래된 고전임에도 '드라큘라'라는 뱀파이어의 전형을 창조해 낸 이 소설은 원작만의 매력을 뽐낸다. 워낙 변형된 이야기들을 많이 접한 탓인지, '선과 악의 대결', '진정한 용기' 등 고전이 담고 있는 교훈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드라큘라의 시선에서 사건이 직접적으로 서술되는 부분이 없고, 조너선 하커의 일기나 미나의 의식에서 그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점도 개인적으로 의외였다. 영화나 뮤지컬에서의 부여된 매력적인 캐릭터성은 해당 창작물의 각색의 힘이었던가. 원작에서는 드라큘라보다 반헬싱이 더욱 부각되는 듯 했다. 생각해보면 반헬싱 또한 소설 이후 뱀파이어 헌터의 원형이 되지 않았던가.
매력적인 등장인물 외에도 서사문들의 담담한 기술이 서서히 공포를 북돋워가는 과정 또한 원작을 읽는 즐거움이었다. 무심코 읽어가다 오싹해지는 장면들에서 역시 여름을 위한 소설인가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에이브러햄 스토커. 몸이 약해 여덟 살 무렵까지 침대에 누워 지내며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썼으며, 열여섯 살 때 명문 트리니티 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극단의 비서로 일했으며, 르 파뉴의 『흡혈귀 카르밀라』를 읽고 흡혈귀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대표 작품으로는 『드라큘라 Dracula』(1897), 1897년 흡혈귀 전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괴기소설 『드라큘라』를 발표하여 명성을 얻었다. 『드라큘라』는 현실적인 가상의 글을 모아 놓은 형태의 서간체 소설로 일기, 전보, 편지, 항해 일지, 신문 스크랩은 소설의 세부적인 현실성의 수준을 더하였다. 그 밖에 저서로 첫 소설 『뱀 길』 (The Snake's Pass) 1890년 고딕 소설의 고전, 공포 소설 『수의를 입은 부인』 (The Lady of the Shroud, 1909년) 『흰 벌레의 소굴』 (The Lair of the White Worm, 1911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