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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커로프가 들려주는 레몬 시장 이야기 ㅣ 경제학자가 들려주는 경제이야기 10
최병서 지음, 남기영 그림 / 자음과모음 / 2011년 8월
평점 :
기대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심리적 예측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은 경제분야에서도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현실 경제에 가장 크게 반영되는 분야가 있다면 바로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물가가 오르리라고 전망하면, 실제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를 인플레적 기대(inflationary expectation) 라고 부른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물가에 대한 상승 기대가 형성되면, 개인들이 이에 따라 경제 행위를 하기 때문에 실제 시장에서 물가 상승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해서 실제로 보이게 되는 현상' 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p36)
애커로프가 들려주는 레몬 시장 이야기
최병서 지음, 남기영 그림
경제학자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10
(주)자음과모음
애커로프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불량품을 레몬에 비유하여, 불확실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역선택의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 책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발생하는 시장의 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 주체의 다양한 노력들을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하여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선택은,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선 설명한다. 이러한 경우 시장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레몬 시장 모형이다. 3장의 세번째 수업에서 레몬 시장 모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는 실제적인 시장을 다룬 것이 아니라 중고차 시장이라는 틀을 이용해서 현실을 설명한 것으로, 「레몬 시장 : 제품의 품질이 불확실한 경우( The Market for Lemons the Quality of product is uncertain)」 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서 소개된 이론이다.
맛있는 오렌지인 줄 알고 신 레몬을 잘못 골라서 먹은 후 낭패를 겪는 경우가 있다. 시장에서도 좋은 물건일줄 알고 샀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 즉 '시장의 실패'를 레몬을 고른 상황을 빗대어 설명하곤 한다. ( 영어에서 레몬(lemon)은 속어로 '불쾌한 것', '불량품'이라는 의미가 있다. ) 중고차 시장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의 차이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지배하는 시장이고, 이 때문에 레몬을 고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또한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불리한 의사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 이라고 한다. 계약이 이루어지기 전에 거래 상대방의 특성이 감추어져 있어서 불리한 거래를 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역선택은 중고차 시장뿐만 아니라 보험 시장, 그리고 노동 시장등에서 주로 나타난다. 보험을 가입하는 고객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는 가급적 보험 회사에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사례들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레몬을 걸러내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은 '선별(screening)' 이라고 하는데, 정보를 갖지 못한 측에서 그 특성을 알아내려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시장의 하나로 미술 시장이 있다. 예술품 시장에서는 공급자인 예술가와 그 예술품을 향우하는 수요자 간에 대등한 관계를 매우 유지하기가 어렵다. 일반 재화 시장과는 달리 재화의 질이나 가치에 대한 정보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으며, 그 가치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요과 공급으로도 설명하고도 있는데, 이는 책 뒷부분에 실린 [기출 문제 활용 노트] 와 자연스럽게 연계되면서 교과서 속의 내용이 어떻게 출제되는지 맛보게 해준다.
'정보의 비대칭성', '시장의 실패', '역선택', '선별' 등 중요한 키워드들이 구슬마냥 한 실에 차례대로 꿰어지는 동안, 생소하고 어려운 어휘 또한 함께 건져올리게 된다. 어른들의 대화나 뉴스에 주로 등장하는 어휘들이 되기도 하고, 앞으로 교과서에서 만날 어휘들일 수도 있다. 아이의 경우는 '기회비용' 이라던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라는 것은 한번쯤 들어보았으나 이 책을 통해서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아이에게 경제적 지식을 쌓게 하는 목적보다도, 이해할 수 있는 어휘의 폭을 넓히기 위한 독서로서의 목적이 더욱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다양한 제재의 글들을 읽을 수 있는 연습을 천천히 해보는 셈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