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









본투리드 폴리 쇼퍼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략자들
루크 라인하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 중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게 E.T.. 물론 시고니 위버가 주연했던 에이리언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말이다. 우리의 상상 속의 세계가 펼쳐지면 한동안 외계인과 우주에 대한 생각들이 끊이지 않았다. 수많은 SF영화나 소설을 보며 외계인이 나타난다면 어떨 거라는 생각은 역시 영화적 상상력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외계인이 나오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루크 라인하트의 소설로, 털북숭이 비치볼 크기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어부인 빌리 모턴이 고기잡이에 나섰다가 발견했다. 물속에서 튀어 올라 바다에 던져도 물고기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처음엔 그것이었다. 부두에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데도 털북숭이 물고기가 따라왔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저게 뭐예요?’ 라고 물었다. 아이들은 장난감처럼, 강아지처럼 데리고 놀았다. 빌리는 그것을 루이라고 불렀고, 아이들은 재미있는 물고기(Funny Fish)를 줄여 ‘FF’라고 불렀다.


 

FF는 빌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지능이 뛰어났다. 처음엔 텔레비전을 보더니 진보잡지를 읽었고, 아이들의 컴퓨터를 통해 지식을 습득했다. 아이들의 습성이 무언가를 숨기지 못한다. 빌리의 아이들도 FF들과 놀았던 이야기들을 친구들에게 했다. 아이 친구들이 놀러와 FF와 놀다가 다치는 일이 발생해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존슨 요원은 FF가 엄청난 기능을 탑재한 로봇일 거라 생각했다.


 


 

 

루이와 친구들은 왜 지구로 왔을까. 미국 정부 측에서 받아들이기에는 FF라는 존재들이 너무 위험했다. 그들의 생각이야 뻔하다. 잘못하면 테러리스트로 변할 수 있기에 예의 주시해야 했다. 젊었을 때 히피였던 빌리는 루이를 대하는데 스스럼이 없었고, 루이를 잡으려는 정부 측에게도 시니컬하게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가족 혹은 친구처럼 루이를 보호하려 들었다.

 


루이와 친구들은 컴퓨터 조작으로 은행과 기업의 돈의 흐름을 파악해 그 돈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그 일을 빌리에게 시키는데 빌리는 아무렇지 않게 루이와 친구들에게 동조한다. 아이들이 루이에게 FF라고 불렀듯 FF들은 그저 지구에서 재미있게 놀다 가고 싶었다. 그들이 하는 일도 재미를 위해서였다. 어린아이들처럼 마치 장난을 치듯 정부를 가지고 놀았다. 그들이 지구로 온 이유는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서라고 말한 것처럼.


 

그럼에도 미국의 여러 문제점을 꼬집었다. 기업의 탈세 및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총기 규제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아무런 상관없는 남의 내전에 끼어들어 양편 모두와 싸우게 한다는 것들을 소설을 통해 말했다. 인간 문명의 중심에 있는 탐욕과 힘에 대하여 말한다. 인간이 욕망은 탐욕과 힘은 인간의 행복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 더불어 영원한 것 또한 없다. 인간들은 완벽한 삶을 꿈꾸느라 삶을 완벽하게 만들지 못한다.’ (249페이지) 발췌 문장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주제가 아닐까 한다. 변화에 맞서 싸워야 삶의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


 


 

 

죽음은 인간을 비껴가지 않는다. 늙어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소설의 제목답게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서 찾아온 것 같지만 삶과 늙어간다는 것, 혹은 죽음에 대하여 말했다.

 


우리에게 죽음은 항상 바로 모퉁이 너머에 있는 것처럼 보여. 그래서 사는 것에 쉽사리 정신을 집중할 수 있지.

죽음은 매 순간 어디에나 있어. (464페이지)

 


유머와 해학이 있는 소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에 대한 탐구라고 해도 좋겠다. 작가와 비슷한 나이로 설정된 빌리는 루이가 외계인이어도 마음을 닫지 않는다. 루이나 다른 FF들처럼 한바탕 놀이에 참여하는 느낌이었다. 매 순간 어디에나 존재하는 죽음 앞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탐욕보다는 소소하지만 가족과 함께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처럼 중요한 것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침략자들  #루크라인하트  #김승욱  #비채  #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소설  #소설추천  #영미소설  #영미문학  #SF소설  #SF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의 기본은 질문이다철학자들의 질문은 지혜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철학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질문에서부터 시작되는 철학이라는 학문은 우리 사회와 많은 부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일반 철학 입문서와는 달리 에세이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기 쉬울뿐더러 이해하기도 쉽다열네 명의 철학자들의 시선으로 그들의 질문을 파악해보고 우리 현실과 대입해볼 수 있다에릭 와이너가 기차 안에서 그 속도로 다가오는 철학의 순간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로마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성공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아침형 인간이 많다고 여겼는데 저자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겨워했다마르쿠스는 스스로에게 생각을 그만두고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이를테면 좋은 사람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 되라고 했다. ‘5분만 더라고 외치다가는 중요한 것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소크라테스를 가리켜 철학의 수호성인질문의 왕질문하는 방식을 바꾸어 질문이 끌어내는 대답을 바꾼 사람이라 일컬었다이제 철학은 우주에 대해 불확실한 추측을 하는 학문이 아니다철학은 삶우리 자신의 삶에 관한 것이고어떻게 하면 이 삶을 최대한 잘 살아내느냐에 관한 것이다철학은 실용적이다필수적이다.’ (50페이지좋은 질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우리가 침묵하는 이유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자신에게 침잠하여 깊이 침묵하는 것통찰의 순간이다.


 

세 번째 철학자는 장 자크 루소다소설가이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산책자였다걷기는 자연으로 회귀를 주창한 루소의 철학에 딱 맞았다더불어 저자는 캠핑도 글램핑도 가지 않으며 대자연은 성가시다고 말한다산책을 해본 사람은 안다마음의 상처고통 등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을고통이 사라진다매 걸음마다 부담이 덜어지고누가 내 신발에 공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가벼워진다대지의 진지함또한 가벼움을 느낀다타박타박. (106페이지 )


 

자연주의 철학자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빼놓을 수 없다소로는 어디에도 매여 있지 않을 때자신과 빛 사이에 아무것도 없을 때 가장 잘 볼 수 있음을 알았다.(137페이지 )라고 했다자신만의 월든을 찾으라는 소로의 충고에 저자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댄다모기도 많을뿐더러 에어컨도 커피도 없다고 말이다철학자처럼 되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에피쿠로스와 그의 정원의 흔적을 찾기 위해 아테네에 있는 저자는 에피쿠로스에게 더욱 깊이 다가가게 된다충분히 가졌으나 행복하지 않은 아테네인을 관찰하며 자신의 감각을 갈고 닦았다에피쿠로스는 우정을 인생의 커다란 쾌락 중 하나라고 보았다고통을 완화하고 쾌락을 증진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외에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도 살펴 볼 수 있다니체의 책을 몇 번이고 읽어보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었다저자는 니체는 읽기 즐거우면서 동시에 읽기 버겁다고 했다읽기 즐거운 것은 문장의 명료함과 상쾌한 단순함이며읽기 버거운 것은 소크라테스처럼 확고한 신념에 의문을 품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더불어 철학이 재미있어야 한다고도 했다에릭 와이너처럼 철학을 말한다면 재미있고도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다.


 


 

 

저자의 딸은 그에게 할아버지라고 부른다누구나 잘 늙어가고 싶다보부아르에게 늙어가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그 열 가지 방법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과거를 받아들일 것

친구를 사귈 것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 것

호기심을 잃지 말 것

프로젝트를 추구할 것

습관의 시인이 될 것

아무것도 하지 말 것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건설적으로 물러날 것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

 


길게 말할 필요 없다자신이 걸어온 길을 없앨 수는 없다삶을 함께 이어갈 좋은 친구가 필요하고 물러날 줄 알아야 하며자리를 넘겨줄 줄 알아야 한다.

 


잘 늙는 법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죽는 법이 아닐까주변에서 죽음 소식을 간혹 듣는다그럴 때마다 느끼는 게 잘 죽고 싶다는 거다죽음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그래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몽테뉴 철학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자신을 믿을 것자신의 경험을 믿을 것자신의 의심도 믿을 것경험과 의심의 도움을 받아 인생을 헤쳐 나가고 죽음의 문턱을 향해 다가갈 것타인과 스스로에게 놀라워하는 능력을 기를 것스스로를 간질일 것가능성의 가능성에 마음을 활짝 열 것. (501페이지)

 


죽음의 존재를 인정하면 삶이 훨씬 풍성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오늘이 삶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지금 함께 있는 사람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살아있기에 느끼는 감정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삶에 깊은 의미를 갖고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의 가치를 말하는 책이었다철학 입문서라고 해도 작가의 이야기와 함께 철학자들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다보면 현재의 삶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소크라테스익스프레스   #에릭와이너   #김하현   #어크로스   #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김영하북클럽   #김영하북클럽_6월의도서   #김영하북클럽_소크라테스익스프레스   #책읽아웃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매탐정 조즈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5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엔 꽤 가볍게 여겨지는 소설이었다비취색 눈동자를 한 인형같은 외모를 한 영매 소녀 조즈카라는 설정부터가 시선을 끌었다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은 추리나 증거가 필요하지만 영매는 그 사건 현장에서 죽은 사람의 영시를 보게 된다경찰은 증거로 채택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그 사건을 추론하여 살인자로 하여금 자백을 이끌어야 한다


 

그 역할을 하는 자가 추리소설가 고게쓰 시로이며고게쓰를 돕는 영매가 조즈카 히스이다고게쓰는 추리소설가지만경찰에게 협조하여 살인사건을 해결한 경험으로 한 부인의 부탁을 받는다간토 지방의 사체 유기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거였다고게쓰 시로가 조즈카 히스이와 함께 해결한 사건은 우는 여자 살인수경장 살인 그리고 여고생 연쇄 교살 사건이다고게쓰의 대학 사진부 후배 유이카의 부탁으로 영매 히스이를 방문하게 되면서 히스이와의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영매를 통하여 사람의 과거 혹은 현재미래를 보는 것을 믿지 않았다그저 자기가 믿고 싶은 것에 의지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작년 봄친구 따라가 본 곳에서 설명과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보고는 믿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조즈카 히스이의 마지막 설명에도 모두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과학적이고도 집요한 추리로 가능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어느 정도 영시를 보는 능력이 있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도 히스이의 설명 부분에서는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되었다두 번째 읽어보니히스이가 이끄는 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남자를 보고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수많은 단서를 제공한다해리 홀레 시리즈의 해리도 말하지 않았던가마치 그림을 그리듯 장면을 훑어보라고 했다전체를 둘러보고둘러보았던 장면을 시일이 지난 후에도 머릿속으로 불러올 수 있어야 했다. 무언가 어긋나는 점을 찾을 수 있어야 했다셜록 홈스도 마찬가지였다몸짓 하나물건 하나를 보고서도 사건이 말해주는 단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왓슨에게 설명해주는 장면은 통쾌하고 마치 마술을 부리는 것만 같다.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소설이었다소설의 시작부터 수많은 단서와 트릭을 숨겨두고 독자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했다증거를 전혀 남기지 않은 사체 유기 사건을 저지르는 인물도 영매 때문인지 진짜 사신이 아닐까 의심을 했던 것 같다독자는 아무래도 작가가 의도하는 대로 따라가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이유로 살인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타인들에게는 아무런 일도 아니지만, 당사자에게는 심각하고도 심오한 질문을 건네는 일이었으리라살인하면서 사후의 세계를 궁금해하는 것과 예쁘고 귀여운 외모를 가진 사람도 죽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었다는 그 답이 안타까웠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조즈카 히스이가 큰 역할을 했다의외였다가벼운 영어덜트 소설 같으면서 수많은 트릭을 숨겨둔 미스테리 소설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다현재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게 하고 그들이 가진 고민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영매 탐정 조즈카의 활약을 더 보고 싶다 라고 생각한 게 나뿐만 아니었던 것 같다어떤 다른 조즈카를 보여줄지 그 기대가 크다.


 

#영매탐정조즈카   #아이자와사코   #김수지   #비채   #김영사   #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소설리뷰   #소설   #소설추천   #일본소설   #일본문학   #본격미스테리   #이미스테리가대단하다   #본격미스터리   #오컬트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성으로서 지금의 우리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특별히 페미니스트라 칭하지는 않아도 관련 책을 읽거나 소설을 읽으며 우리의 의식이 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여성이어서 포기한 것들을참았던 것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 페미니즘을 말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 역할을 조남주 작가가 일조했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이 소설집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의 확장판이라고 해도 좋다청소년부터  80대의 여성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삶과 그 역할을 말하는 소설이다다시 혹은 다르게 말하는 여성 서사로 새로운 여성상에 대하여 말할 수 있다마치 실제 경험한 것처럼 많은 이야기들을 하는데 우리의 현실과 너무 닮아 있어 다시 한번 놀랐다.

 


 

 

매화나무 아래 오로라의 밤은 노년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한다매화나무 아래는 팔십 대의 여성이 요양원에 입원해있는 언니를 방문하며 어릴 적 추억과 이름에 관한 기억을 소환한다언니들 이름은 금주은주인데 자기의 이름은 왜 동주가 아닌지말녀 밑으로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도 동주로 불리지 않은 것에 대해 부모에게 말해준 게 금주 언니였다더불어 어떻게 사는 게 의미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게 의미 없는 치료라고 할 수 있는가를.

 


오로라의 밤은 좀 더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다고등학교 교감으로 있는 쉰일곱의 문효경은 여든 살의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아들과 남편을 잃은 시어머니는  매화나무 아래의 김동주다지혜는 손자 한민이를 효경의 시어머니와 효경이 퇴근 후 돌보아주었으면 싶다효경은 아이 보는 게 싫고 지혜는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다오로라를 보고 싶은 효경은 시어머니와 함께 캐나다로 떠난다눈밭에 누워 오로라를 보며 소원을 비는데 효경은 한민이 보기 싫다고 외치고시어머니는 오래오래 살게 해 달라고 한다죽을 때 곱지 않더라도 이 좋은 세상 오래오래 숨 붙이고 있을 거라고 외치는 시어머니의 소원에 효경은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다언니의 죽음을 바라보며 흩날리는 눈발이 그저 꽃 같았던 매화나무 아래에서의 풍경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서일 것이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 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 준비하는 것 완전히 절망해 버리지 않는 것 실낱같은 운이 따라왔을 때 인정하고 감사하고 모두 내 노력인 듯 포장하지 않는 것 눈물이 멈췄다 . (오로라의 밤, 250페이지 )


 

오로라의 밤에서 삼십대오십대팔십대 여성을 내세워 그들만의 고민을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모두가 안고 있는 고민이 지극히 현실적이다엄마가 아이를 돌봐주었으면 하는 딸의 마음딸의 아이를 보기 싫은 엄마젊었던 며느리가 대학원 다닌다고 싫어하고만 있었던 걸 후회하는 늙은 시어머니남아있는 나날이 그저 아름답고 열정적이기를 바라게 되었다.

 



 

 

여성에게 노년이 있다면 그 시작인 청소년기가 있다이런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이 무사히 청소년기를 보낸 데 대한 안도감을 갖게 된다여자아이는 자라서는 청소년기의 여성을 바라보게 한다학교폭력에 노출된 아이들공부 잘하는 남학생이 휴대폰으로 앉아있는 여자아이의 치맛자락을 찍었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학폭위에 넘겼다딸 주하도 비슷한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어 찰칵 소리만 나도 눈앞이 깜깜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남자애들은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주하는 업데이트 좀 하라는 소리를 했다오래전 폭력 때문에 엄마의 상담소에 찾아왔던 여자들을 기억하며 비로소 주하를 이해하게 되는 여성의 이야기였다.


 

우리의 엄마들은 남편의 그늘에 가려 집에서 큰소리를 내지 못했다그런 엄마를 자식들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정년퇴직 후 가출한 아버지 때문에 모인 삼형제는 오랜만에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는 가족회의를 한다여벌의 옷을 챙기지도 않고 간소한 차림으로 집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이야기  가출이다차라리, 출가하지 왜 가출이냐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녀공과금 등 모든 은행 업무를 보았던 아버지였기에 엄마는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었다우왕좌왕하는 자식들 틈에서 엄마는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낸다가출한 아버지를 기다리며 출가한 자식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해 먹으며 가족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오빠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사람 하나 바보 만들어서 마음대로 휘두르니까 좋았니청혼해 줘서 고마워덕분에 이제라도 깨달았거든강현남이 개자식아! 현남 오빠에게, 190페이지라고 과감히 외쳤던 여성의 이야기는 페미니즘 소설집에서 읽은 적이 있어 다시 읽고는 또 감동하였다사랑한다는 미명하에 자기의 뜻대로 행동하게 하는 가스라이팅을 나중에야 깨닫는 여성으로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싶다혹시 내가 그렇지 않은지자기 의지로 행동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첫사랑  2020은 코로나 19로 일상이 무너진 상황의 이야기다초등학교  5학년의 승민과 서연은 비밀리에 사귀는 사이다코로나 19 때문에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 때문에 헤어지는 아주 어린 커플의 이야기다헤어지자는 서연의 말에 울음을 터트리며 엄마 몰래 모아 건넸던  KF94  마스크를 다시 돌려달라는 승민이를 보는데 왜 웃음이 나는 건지 모르겠다나이를 떠나 이별은 언제나 슬픈 법인데 말이다.


 

남성들도 읽었으면 좋겠다여성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인지어떤 게 싫은지 알았으면 좋겠다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민음사   #  #책추천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단편소설   #소설집   #책리뷰  #도서리뷰  #여성서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