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에도 시대는 주로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속에서만 읽어왔던 것 같다. 최근에 아시아 마카테의 야채에 미쳐서를 읽으며 새로운 느낌의 에도 시대를 접했다. 이후에 읽은 연가는 막부 시대, 미토 번의 내분과 내분의 한 가운데 있었던 활달한 여성 작가의 서술을 토대로 에도 시대의 한 역사를 알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일본 근대 소설의 효시로 일컫는 히구치 이치요의 스승 나카지마 우타코의 이야기다. 여관집의 딸인 도세는 어머니가 선을 보인 남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케다야에 찾아온 젊은 무사를 보고 한눈에 반하여 오로지 그 사람만 눈으로 좇을 뿐이다. 강아지 시시마루를 잃어버린 날, 세리로쿠 아저씨는 시시마루를 찾지 못했고, 다음 날 시시마루를 품에 안고 아저씨와 함께 들어온 젊은 무사가 하야시 모치노리였다. 하야시 모치노리는 미토 번의 가신으로 천구당의 무사다.


 


 

 

미토 번의 사정에 밝은 어머니는 도세를 무사 집안과 혼인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양이와 존왕양이에 대한 내분과 검약이 몸이 밴 무사 집안은 도세가 이끌어 나갈 수 없으리라 여겼다. 하야시 미치노리와 결혼하여 미토 번으로 갔을 때 미치노리의 여동생 데쓰도 도세를 에도에서 온 철없는 아씨라 여겨 미덥지 못하였다.


 

천구당과 제생당의 다툼으로 많은 무사가 처형당하거나 자결하고 그 가족들은 감옥에 갇혔다. 도세와 데쓰도 감옥에 갇혔다. 천구당의 자녀들이 한 명씩 참형을 당하기 시작하면서 도세는 남편 미치노리가 살아 있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런 까닭에 역사의 회오리 속에서 와카를 짓는 가인으로 살았다.


 

처음엔 일본의 에도 시대의 역사를 잘 이해하지 못해 더디 읽혔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천천히 읽기 시작하니 그제야 인물들의 묘사와 역사가 한눈에 보였다. 감옥에 갇힌 다른 여성들의 남편이 죽음을 택했을 때 도세는 그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살아서 훗날을 도모하길 바랐다. 물론 남편이 자기를 찾아오길 바라 에도로 떠나긴 했지만 살아 있어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을 가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고 자기만의 살길을 찾아야 했다. 도세가 택한 건 와카였다. 와카를 배우고 나서 기숙을 받아 후학을 양성했다.


 


 

 

님에게 사랑을 배웠네

그러니 잊는 길도 가르쳐 주오 (349페이지)


 

그럼에도 미치노리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다. 멍하니 누워 창문을 바라보며 그리움의 시를 읊는 도세의 모습은 아련하다.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갖지 못해 양자를 들이려고 했다가 파양을 거듭한 이유도 그와 같지 않을까. 그리움이 너무 커서. 감당하지 못해서 파양했을 것이다.


 

소설은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천구당의 난이라는 역사를 알지 못해도 소설 속 인물만으로도 당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야채에 미쳐서와는 다른 소설이었다. 묵직한 역사 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았던 여성의 고군분투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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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6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브리즈님 이책 찜! .🖐 ^^

새파랑 2021-09-16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브리즈님 사진이 완전 예술이에요 ^^
뭉클한 책이라고 하니 읽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