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날 - 이장미 그림 일기
이장미 지음 / 다다서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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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그 기록들은 찾기 힘들다. 사진으로 남기면 오래가지만, 요즘에는 출력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폰 속에 고이 잠들어 있을 뿐이다. 가족들의 일상을 그린 그림일기가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온다면 그것만큼 소중한 것도 없을 것 같다. 기록되어 있는 것과 기록되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다. 그 소중한 날들의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그저 작가 가족들의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감동할까. 아이였던 조카가 점점 자라는 모습, 어린 소년이었던 조카가 성년이 되어 군대 가는 모습 또한 서로에게 소중한 기록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좀 더 어렸던 동생과 언니는 나이가 들어가고, 젊었던 엄마와 아버지는 점점 연로해 간다. 그런 만큼 여기저기 아픈 데가 생기고, 점점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이 많아지고 서로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아버지는 자녀들이 마사지해주는 걸 좋아하고, 엄마는 예뻐지려고 염색도 하시고, 눈썹 문신을 하신다. 나이 먹어서 할 필요가 있느냐는 아버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신다.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이를 떠나 여자는 늘 예뻐 보이고 싶다.


 

 

 

문득 지난여름, 아버지 생신 때 가족들이 모였을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아직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데 정수리 부분에 머리가 빠져 부분 가발을 하시겠다고 했다. 우리는 나이 들어서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했는데 당신은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 나이 칠십팔 세인데도 젊어 보이려 한다.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부모가 나이 들었다고 젊어 보이려는 걸 이해하지 못할 뻔했다. 우리도 그럴 거면서. 오히려 더할 거면서.


 

 

 

뽀글 파마머리 작가의 엄마는 상당히 귀여우시다. 머리 색깔을 물들이시고, 예뻐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그렇다. 자식과 손자들에게는 얼마나 사랑을 주는지. 모두 거절하는 손자 정기의 준비물을 직접 챙겨 학교에 가져다주신다.


 

 

 

작가의 조카 정기는 초등학교 입학해서 학습시간표를 적어오지 않아 모든 교과서를 들고 학교에 갈 뻔했으나 할머니는 이른 새벽에 학교로 달려가 교실 창문으로 보인 교과 시간표를 전화로 불러 주었다. 할머니의 사랑은 그런 것이다.


 

 

 

조카들과 자매, 부모님의 모습을 그리는 작가의 마음이 비쳐 보였다. 집에서 오 분 거리에 살면서 부모님 집을 방문하여 그 모습 그대로 그려 이러한 그림일기가 되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17년의 기록이 모인 그림일기는 자연스럽고 다정한 시선으로 가득찼다.

 


우리들의 나이가 들어야 부모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는 것 같다. 학교생활에 바쁘고, 부모님은 직장 생활에 바빠 이야기할 틈이 없다. 부모가 연로해지고, 자녀들에게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비로소 옛날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는 자식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된다. 부모가 처음 만났던 이야기, 현재 어떤 모습으로 계시는지 비교하며 부모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작가의 이야기와 생각들에서 우리의 모습을 본다. 우리가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과 부러움이 공존한다. 타인의 이야기인데도 내 이야기인 것처럼 애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자연스러운 몸짓의 그림들. 가족들의 편안한 모습을 그렸기에 그 몸짓들이 더 사랑스럽고 자연스럽다. 우리가 누렸던 것들에 대하여 그리움이 생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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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9-16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정겨워요. 고양이는 무조건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