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례 이야기 1 - 개정증보판
지수현 지음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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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현 작가의 이름은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 때문에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은 작가이다. 작가의 새 작품이 나오면 챙겨보는 작가이기도 하다. 작가가 새 작품을 냈다. 1943년대의 격동기. 그 시대에 열네 살의 어린 나이로 결혼을 하고 시집을 가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현재에 있어서인가.
나는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보면 이상하게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들었다. 1943년이면 곧 일본으로부터 곧 해방이 될테고 또 몇 년 뒤 한국전쟁이 일어나는 시기여서 아무리 사랑하는 이야기라지만 피난을 가고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 세상에 있다는 것에 대한 마음 말이다. 그 피난을 하는 동안 사랑은 둘째치고 살아남기도 힘들었을 세상에 있었을 주인공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역사를 알고 있는 이의 그런 마음.


지수현의 『내이름은 김삼순』이 빵을 좋아하는 여자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 『쌀례 이야기』는 평생 쌀알 떨어지는 일 없이 살라며 할아버지로부터 '쌀례'라고 불리운 쌀례의 '밥'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빵을 보자면, 우리 나라에서는 끼니 보다는 간식의 이미지가 더 크다. 그와는 달리 쌀로 만든 '밥'은 우리에게는 아주 오래전부터 없어서는 안될 주식이요, 밥을 먹지 못해서 굶어 죽기도 했던 간절함 같은 거다. 그래서 밥에 대한 이 이야기는 어려웠고 힘들었던 일제 시대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밥'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예전에 어르신들을 만나면 '진지 드셨어요?'라는 말을 많이 했고, 친구들을 만나면 '밥 먹었냐?' 라든지 '언제 밥 한 번 먹자.' 이런 말들을 하고는 한다. 돌아가신 분한테는 시쳇말로 '밥 숟갈 놓았다'라는 말까지 할 정도다. 집안에서 누군가가 아주 멀리로 출타했을때 어디 가서라도 밥 굶지 말라고 우리 어머니들은 따뜻한 아랫목에 밥 한 그릇을 퍼 담아 이불 속에 담아놓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에겐 '밥'이란 귀한 것이고 또 힘든 시기를 상징하기도 했던 말이다. 


열네 살의 어린 나이로 꽃가마가 아닌 기차를 타고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시집가야 했던 쌀례의 이야기. 경성제대 법학부에 다니는 얼굴이 하얗고 훤칠한 신랑 한선재의 무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온통 한 마음을 품었던 쌀례. 쌀례를 구해준 인연으로 선재네의 머슴을 살던 거렁뱅이 찬경의 울분을 이해하고 찬경을 위해, 선재를 위해 마음을 다하였던 쌀례의 이야기.  이들 세 사람의 애틋한 이야기.


책에서 나는 어느 주인공보다 찬경이 애틋하였다.
찬경의 모든 사정을 알아서인지 무엇이라도 뺏고 싶었고, 갖고 싶었던 건 미웠던 선재의 것이기에 더 애틋하였던 찬경에게 마음이 더 쓰였다.  어느 누구보다 소중했고 지켜주고 싶어했던 찬경이 누구라도 만나서 조금이라도 행복하길 기도했다. TV의 시대극을 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선재가 쌀례에게 받아쓰기 시험 문제로 들려주었던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이렇게도 아름다운 사랑의 시로 보일수도 있구나 하고 시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다시 한용운 님의 옛시들을 찾아 읽어보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며 늘 만나는 사람에게 '밥은 먹었느냐'고 물었던 쌀례의 말처럼 나는 이 책은 갓 지은 밥 냄새의 그 구수함이 풍겼다. 쌀알을 깨물때의 그 구수함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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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돌런갱어 시리즈 2
V. C. 앤드루스 지음, 문은실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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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 가량을 참았다. 『다락방의 꽃들』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읽기 위해서는 숨고르기가 필요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충격적인 내용이었고, 나는 보통의 생각을 하는 보통의 사람이므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일 뿐이므로. 실제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이들을 버리는 일도, 아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엄마도 세상 어딘가에는 존재할지도 모른다. 세상은 너무 넓고, 세상은 아주 많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한다.

 

  오래전 우디 알렌 감독이 자신의 양녀 순이와 결혼했던 적도 있지 않았나. 이런 일이 정말 존재하기도 하는구나 놀랬었다. 미국의 흑인배우 하나도 자신의 손녀딸과의 문제가 있었고, 그는 여전히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걸 보고 놀랜 적도 있었다. 리뷰를 어떤 내용으로 시작을 할까 생각하던 중에 문득 우디 알렌 감독이 생각났던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언론에서 아주아주 시끄러웠겠지만 사생활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같다. 부디,

 

  부디 이 소설은 청소년이하의 학생들은 읽지 않았으면 더 좋겠다. 아무래도 충격적인 내용이고, 아직 미성숙된 자아의 시기에 자칫 혼란에 빠질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충분하게 성숙되었을때 읽으면 더 좋겠다. 적어도 스무살이 넘은 사람이라면 이것은 상상력의 산물인 소설일 뿐이라 생각할 수 있으므로. 척추 장애로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한 앤드루스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첬을 것이므로.

 

  드레스덴 네명의 인형들 중 하나인 코리를 잃고 캐시와 오빠 크리스, 캐리는 3년 4개월 16일만에 감옥인 다락방에서 탈출했다. 드디어. 악마의 씨라 여겼던 외조부모님댁에서 갇혀 지내다가 탈출했던 것이다. 시간 맞춰 기차를 탔고, 남쪽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을때 갑자기 캐리가 아프지만 않았다면 그대로 남쪽으로 갔을 것이다. 하지만 삶은 절대 예상했던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의식이 흐릿해져가는 캐리는 치료를 받아야 했다. 버스에 탔던 한 거대한 흑인 여성의 도움으로 자기가 아는 의사 아들에게로 데려갔다. 그의 이름은 폴 셰필드. 그는 의사였고 흑인 여성 헨리에타 비치는 의사의 가정부이자 요리사였다.

 

  폴의 도움으로 캐시와 크리스, 캐리는 폴의 저택에서 지내게 되었다. 안락한 집, 자신만의 방을 가졌고 마음껏 햇볕을 받아도 되었고, 헤니의 요리 솜씨로 점점 건강해졌다. 무엇보다 그들은 자유로웠다. 크리스는 자신의 꿈이었던 의학 공부를 할 수 있었고, 프리 마돈나가 꿈이었던 캐시는 드디어 다시 발레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발레학교에서 검은 고수머리의 잘생긴 줄리언 마르케는 캐시에게 구애를 하고 폴 셰필드 또한 아름다운 캐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질투하는 크리스. 엄마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캐시.

 

 

 

  그들의 삶에도 봄이 찾아오는가 싶었다. 이대로 캐시가 엄마를 잊고 크리스처럼 엄마를 용서할 수 있었으면 했지만 어디 인생이란 게 예정대로 되던가.

 

  돌런갱어 시리즈의 첫번째 권인 『다락방의 꽃들』 이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사실, 금기의 사랑, 그럴수 밖에 없었을 것임에도 그 금기에 대한 것 때문에 이 책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가독성도 무척 좋았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 계속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에서의 캐시는 엄마를 향한 복수의 일념으로 편집증 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한 방에서 기거했던 아이들 네명, 그 어느 누구 심지어 외할머니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었고, 엄마에게는 커다란 배신까지 당했다. 엄마의 애정을 갈구했지만, 도저히 할 수 없었던 행동을 했던 엄마에 대한 증오가 너무도 컸다. 의지할 데라곤 달랑 네명 뿐이었던 이들의 사랑은 왜곡될수 밖에 없었다한창 예민할 나이의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폭력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자라온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한번 일깨워줬다.

 

  사실 불편한 감이 없잖았다. 엄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캐시가 계획했던 일이 무엇보다 불편했다. 증오와 복수를 향한 열망이 캐시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아마 캐시도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복수는 또다른 복수로 나타나고 엄마에 대한 증오는 다른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이기도 했다.

 

 

  그랬다. 아이들은 더이상 성장하지 못했다. 늘 다락방의 시절로 돌아갔고, 엄마에 대한 갈구가 무산되자 어느 순간 그때 시절에서 자라지 못했다. 한순간도. 더이상 자라지 못한 이들이 안타까웠다. 소설의 마지막은, 삶은 반복되는 것임을 나타냈다.

 

 

덧. 오늘 아침 신문에서 발견한 글인데, 이 소설의 내용과 무난하지 않을것 같아 발췌해본다.

대법은 가사소송법을 24년만에 개정했다. 내용은 학대받는 미성년자녀가 부모의 친권박탈하거나 상실시켜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학대받는 입양자는 스스로 파양신청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어제 뉴스에 나왔던 친엄마의 동거남에게 성폭행 당한뒤 아들을 낳은 십대의 딸에게 동거남을 석방시키려 딸과 혼인신고까지 시킨 비정한 엄마에게도 앞으로는 이 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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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 인간의 몸을 읽다 - 중국 최고 석학 장치청 교수의 건강 고전 명강의 장치청의 중국 고전 강해
장치청 지음, 오수현 옮김, 정창현 감수 / 판미동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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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병없이 산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다. 병원에 잘 다니지 않지만, 우연찮게 검사라도 받으러 가면 온갖 사람들이 다 병원에만 모여있는 것 같다. 대학병원에 가면 입원해 있는 사람은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수술하고 수술한뒤 입원한 사람들, 병문안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아프지 않고 살면 얼마나 좋겠냐만, 나이가 들수록 여기저기 고장이 나는 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다.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수록 병원과 친해져야 하고 병원 가까이에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시곤 한다. 맞는 말 같다. 여기저기 자주 아프기 때문에 병원에 자주 가야하고, 자주 다니다보면 암 같은 경우도 빨리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누군가는 선천적으로 병이 있는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수도 있고, 누군가는 살아가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술이나 담배로 달래다 병을 앓는 수도 있다. 병이 나에게 오지 않게 건강하게 살다 간다면 더욱 좋겠지만,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은 그걸 자꾸 잊는다. 젊을 때 자신이 영원히 건강하리라 자만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막 태어났을때부터, 혹은 점점 자라오면서 먹는 것, 습관 등을 제대로 해오다보면 건강을 유지하기 훨씬 쉬울텐데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제 나이를 어느 정도 먹으니 건강에 관심이 가고, 지금부터라도 건강에 대해 제대로 알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현재 내가 유지해오고 있는 습관 중에 좋지 않는 것도 있을 것이고, 알면서도 제대로 행하지 않는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더 조심하자는 의미로도 읽혔다.

 

  『황제내경』은 중국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학 경전으로 황제와 명의 기백이 주고받은 대화를 기록하여 양생 이론을 풀어낸 책이다. 중국 국학 최고의 권위자인 장치청 교수가 몸 공부를 통해 마음을 읽고 삶을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글이다. 

 

 

 

 

 

 

  인간의 대부분은 오래 살기를 희망한다. 유명한 진시황제의 불로장생을 꿈꿨고 불로초를 찾기 위해 신하를 보낸 일은 유명하다. 이 세상에 불로초가 과연 존재할까? 『황제내경』에서는 진정한 불로장생의 약초는 자기 몸 안의 정,기,신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건강한 생활습관이 양생의 비결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양생을 위한 네가지 습관을 짧게 말하자면, 첫째가 음식을 절제하는 것이고, 둘째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올바른 수면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셋째 과로해서는 안되며, 넷째 몸과 정신이 모두 건강해야 한다 라는 것. 가장 기본적인 습관이다.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이것 또한 지키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이는 직업의 특성상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는 자도 있을 것이고, 경제적인 여건때문에 과로하거나 정신이 건강하지 않은 자들도 많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가장 기본적인 생활 습관이 건강을 지키는 요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락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받아 본 경락은 경락 마사지라는 것이어서 어깨나 등 때문에 꾸준히 받은 적이 있었고, 요가 시간에 혈자리를 누르거나 단전 마사지를 해본 적이 있어서 혈자리 등이 낯설지 않았다. 아래 그림에서처럼 하단전을 마사지 하고 배꼽 정반대편에 있는 명문혈을 마사지를 해주면 양생의 근본인 신정을 보양해 주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무심코 따라했던 것들이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었음을 알게 되니 기분좋은 일이었다.

 

 

 

 

 

  사실 『황제내경』 이라고 해서 어렵게 느껴지면 어떻게 할까 걱정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황제내경』은 어려운 학문이 아니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생활해야 할 습관들, 먹는 것, 생각하는 것 등이 우리의 몸을 건강하기 유지시키는 비밀임을 아주 쉽게 풀어 쓴 글이었다. 아주 간단한 마음의 기쁨을 유지하는 방법을 보자면, 기쁨은 자기 자신이 발견하는 것이므로 인생의 순간순간을 즐기는 마음과 삶의 곳곳을 감상하는 눈빛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한가지 생각이 많아 생기는 마음의 질병은 종종 분노의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는 기운이 한곳에 정체되어 있는 것을 풀어주는 원리인 것이다.

 

 

 

  몸은 작은 우주를 품고 있다. 음식을 통한 양생을 보자.(내가 읽은 내용을 여러분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짐을 느낀다) - 골고루 먹기, - 소식하기, - 싱겁게 먹기, - 따뜻하게 먹기, - 자신에 맞지 않는 음식 피하기 이다. 열거해 놓은 것을 보자면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간단한 것들이다.

 

 

 

  마지막으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오장 양생법을 소개해본다. 심장보양법 - 허정 상태를 유지하고 낮잠을 즐긴다. 간보양법 - 조급해하지 않으며 담백하게 먹는다. 폐보양법 - 밝은 마음을 가지고 천천히 호흡하는 습관을 기른다. 비장보양법 - 밥은 70퍼센트 정도만 차도록 먹는다. 신장보양법 - 욕심을 절제하고 안마와 음식을 정을 보충한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안 사실인데 신장은 뼈의 생장을 주관하므로 결국 신장의 양생은 치아와도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288페이지) 라고도 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의 좋은 습관이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요가하면서 매일 하는 호흡법도 폐보양에 좋다고 하니 더 기분좋은 일이다.

 

 

 

  『황제내경』은 아직 병들지 않은 것을 다스리는 예방 양생에 있으므로 건강한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조금씩 몸이 고장나기 시작한 사람도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생활습관을 되돌아 보고 생활화하면 훨씬 더 유익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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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시작 오늘의 젊은 작가 6
서유미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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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면서 수많은 이별을 경험한다. 사랑했던 연인과의 이별도 그렇고, 영혼의 친구와의 이별도 그렇다. 아직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가족과의 이별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삶인것 같다. 누구와의 이별이 가장 가슴아플까. 가족? 연인? 친구? 이별의 고통의 경중을 말하기도 힘들것 같다. 지금 현재의 이별이 가장 아플것이므로.  

 

  오늘의 젊은 작가상 여섯번째 작품 『끝의 시작』은 이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은 글이다. 또한 이별 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글이기도 하다. 

 

  한 남자, 영무는 병원 침대위에 모로 누워있는 엄마를 바라보고 있다. 엄마는 폐암 말기로 얼마 살지 못할 것이다. 병원에서는 늘 환자들의 칙칙한 냄새가 난다. 죽음의 냄새를 피워 올리기도 한다. 영무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왔다. 어렸을때 자살한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보았던 트라우마로 결혼 생활을 할 자신이 없었다. 아버지의 자살에 대한 공포와 무력감이 그를 늘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였는지 모른다. 엄마의 폐암 판정과 함께 아내의 이혼 요구를 들은 것이. 좋지 않은 일들은 한꺼번에 온다던가. 영무의 상황이 그랬다.

 

  영무의 아내 여진은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시어머니의 암 판정 소식을 들은것과 거의 동시에. 아이를 유산하고 다니던 잡지사를 그만두고 미용실을 하게 되면서 여진은 남편 영무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여진이 만나는 띠동갑 차이나는 어린 석현과의 만남에 한가닥 즐거움이 일었다. 말이 없는 남편. 아이를 잃은후에 당연한 수순처럼 각방을 쓰게되었을때 남편에 대한 마음이 점점 식었다.

 

  우편취급소에서 국장으로 있는 영무와 함께 3개월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정이 있다. 소정은 집에서 늘 쿰쿰한 냄새를 피우던 아버지가 죽자 아버지가 잃은 슬픔을 느끼기 보다는 가장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컸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으로 일하던 곳에 3개월을 근무하고 이곳 우편취급소로 오게 되었다. 소정에게는 남자친구 진수가 있다. 진수의 바램으로 진수의 부모를 만난후, 군대에 있다가 복학한 진수는 점점 바빠했다. 공부때문에 바쁘고 취업을 준비해야하는 과정의 바쁨을 이야기했다.

 

 

문밖의 노크 소리에 응답하는 것, 그리고 그 사람과 같이 보내는 시간을 생의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충만하게 즐기는 것,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사랑 없이 건조하고 퍽퍽하게 사는 것보다 뜨겁고 충만하게 사는 것, 그게 지금 여진이 바라는 삶의 방식이었다.  (89페이지)

 

  창밖으로 벚꽃이 흩날리는 4월의 찬란함이 있었다. 영무가 병원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도 어느새 4월이었음을 알려주었고, 벚꽃이 지기전에 진수와 함께 벚꽃길을 걸어보고 싶은 소정에게도 안타까운 4월이었으며, 석현과 함께 도시락 바구니를 챙겨 벚꽃을 구경하기로 했던 여진에게도 찬란한 4월의 봄이었다. 가장 찬란한 봄을 말해주는 4월에 이들은 모두 이별을 앞두고 있었다. 

 

  4월의 봄을 좋아한다. 빛나는 4월엔 벚꽃잎들이 흩날려서이다. 흩날리는 벚꽃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계절에 누군가는 이혼 통보와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여야하고,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려야 하고, 바쁜 이를 뒤로한 채 아름다운 벚꽃길에 혼자 서 있어야 했다.

 

그는 외로움 속에서 늘 누군가를 기다렸으나 막상 다른 사람과 함께 있게 되면 어색해하며 혼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고독 속에서 안도하며 충분한 시간을 보낸 뒤에는 다시 누군가 다가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게 모순으로 점철된 인생 패턴이었다. (105페이지)

 

  짧은 소설이다. 짧은 소설임에도 소설속에서 내포하고 있는 것은 커다랗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만날 수 있는, 어쩌면 거부하고 싶은 이별들이 나타났다. 부모의 죽음, 배우자의 이혼통보, 연인과의 결별. 부모의 죽음같은 경우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기 때문에 사실 두렵다. 그 두려운 마음때문에 영무가 엄마를 바라보는 마음에 그저 안쓰러웠다. 나에게도 영무처럼 우리 엄마나 아빠를 바라볼 날이 있겠구나. 피할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이별이었다. 이별을 거친후 이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다. 상처를 거친후 시간이 지나면 아무는 것처럼, 이들의 상처도 곧 아물어 질 것이다. 4월이 끝나고 5월이 시작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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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2-05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책 받았어요. 이 시리즈 모으고 있다는^^
 
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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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4월의 세월호. 수많은 아까운 청춘들을 바다에서 잃어버렸던 때.

그 때의 뉴스는 수학여행가는 많은 학생들을 태운 세월호가 바닷물에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고, 300여명을 거의 구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다행이다. 다행히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구나 안도를 했다. 그리고 얼마뒤 그 기사는 사실이 아님을 밝혔고,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배 안에 있다는 거였다. 한시가 급한데 구조작업 더디었고, 마음은 답답해져왔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아이들을 간절히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이 조금은 알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아이도 그럴 수 있었기에, 더더욱 빨리 아이들을 구조해주기를 바랬다.

 

 

  하루가 지나고, 며칠이 지나고서도 구조작업은 더디기만 했다. 물론 진도앞바다의 물살이 센곳이라 구조작업을 하던 이들도 쉽지 않음을 조금쯤은 이해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까운 목숨들이 저 바다 차가운 곳에 있는데, 그들을 얼른 구할수 없음에 안타깝기만 했다. TV속에서 뉴스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파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고 이제 뉴스속에서만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들을 간간이 접했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을 울게 만들었던 사건도 시간이 지나니 잊혀지는 듯 했다. 점점 무심해지고 있을 무렵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다시 읽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는 작년 4월의 그 시간속으로 이끌었다. 이 글을 쓴 열두 명의 작가도 나의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간절한 마음으로 세월호에 탔던 이들에 대한 생환을 기원했기에 그 아픔이 더욱 컸을 것이다.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57페이지, 박민규편)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65페이지, 박민규편)

 

 

라고 했던 박민규 작가의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 들었다. 영원히 잊지 못할것처럼 말해놓고 몇 달 지나지도 않아 벌써 잊어버린 것 같아 미안했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이렇게 아프고 미안한테, 아이들의 부모는 얼마나 가슴이 미어질까.

 

 

 

  열두 명의 작가가 쓴 세월호에 대한 질문들을 읽으며 가장 명징하게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았던 이는 박민규 작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그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래도록 잊지 말아야한다. 오래도록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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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2-0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세월호를 결코 잊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금요일엔 돌아오렴` `기억의 방법` 이 두권을 구입했습니다....

마음이 슬픈게 아니고 통증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