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례 이야기 1 - 개정증보판
지수현 지음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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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현 작가의 이름은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 때문에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은 작가이다. 작가의 새 작품이 나오면 챙겨보는 작가이기도 하다. 작가가 새 작품을 냈다. 1943년대의 격동기. 그 시대에 열네 살의 어린 나이로 결혼을 하고 시집을 가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현재에 있어서인가.
나는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보면 이상하게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들었다. 1943년이면 곧 일본으로부터 곧 해방이 될테고 또 몇 년 뒤 한국전쟁이 일어나는 시기여서 아무리 사랑하는 이야기라지만 피난을 가고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 세상에 있다는 것에 대한 마음 말이다. 그 피난을 하는 동안 사랑은 둘째치고 살아남기도 힘들었을 세상에 있었을 주인공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역사를 알고 있는 이의 그런 마음.


지수현의 『내이름은 김삼순』이 빵을 좋아하는 여자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 『쌀례 이야기』는 평생 쌀알 떨어지는 일 없이 살라며 할아버지로부터 '쌀례'라고 불리운 쌀례의 '밥'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빵을 보자면, 우리 나라에서는 끼니 보다는 간식의 이미지가 더 크다. 그와는 달리 쌀로 만든 '밥'은 우리에게는 아주 오래전부터 없어서는 안될 주식이요, 밥을 먹지 못해서 굶어 죽기도 했던 간절함 같은 거다. 그래서 밥에 대한 이 이야기는 어려웠고 힘들었던 일제 시대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밥'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예전에 어르신들을 만나면 '진지 드셨어요?'라는 말을 많이 했고, 친구들을 만나면 '밥 먹었냐?' 라든지 '언제 밥 한 번 먹자.' 이런 말들을 하고는 한다. 돌아가신 분한테는 시쳇말로 '밥 숟갈 놓았다'라는 말까지 할 정도다. 집안에서 누군가가 아주 멀리로 출타했을때 어디 가서라도 밥 굶지 말라고 우리 어머니들은 따뜻한 아랫목에 밥 한 그릇을 퍼 담아 이불 속에 담아놓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에겐 '밥'이란 귀한 것이고 또 힘든 시기를 상징하기도 했던 말이다. 


열네 살의 어린 나이로 꽃가마가 아닌 기차를 타고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시집가야 했던 쌀례의 이야기. 경성제대 법학부에 다니는 얼굴이 하얗고 훤칠한 신랑 한선재의 무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온통 한 마음을 품었던 쌀례. 쌀례를 구해준 인연으로 선재네의 머슴을 살던 거렁뱅이 찬경의 울분을 이해하고 찬경을 위해, 선재를 위해 마음을 다하였던 쌀례의 이야기.  이들 세 사람의 애틋한 이야기.


책에서 나는 어느 주인공보다 찬경이 애틋하였다.
찬경의 모든 사정을 알아서인지 무엇이라도 뺏고 싶었고, 갖고 싶었던 건 미웠던 선재의 것이기에 더 애틋하였던 찬경에게 마음이 더 쓰였다.  어느 누구보다 소중했고 지켜주고 싶어했던 찬경이 누구라도 만나서 조금이라도 행복하길 기도했다. TV의 시대극을 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선재가 쌀례에게 받아쓰기 시험 문제로 들려주었던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이렇게도 아름다운 사랑의 시로 보일수도 있구나 하고 시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다시 한용운 님의 옛시들을 찾아 읽어보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며 늘 만나는 사람에게 '밥은 먹었느냐'고 물었던 쌀례의 말처럼 나는 이 책은 갓 지은 밥 냄새의 그 구수함이 풍겼다. 쌀알을 깨물때의 그 구수함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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