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리커버 에디션)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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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표지를 보고 책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표지를 선택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은 이미지를 줄까 고민하는 것이리라. 또한 한 장의 포스터 때문에 영화를 보기도 한다. 수많은 이유와 핑계가 존재하지만, 그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 소설은 영화 포스터 때문에 읽게 되었다. 영화 소개를 보고는 원작 소설이 궁금했다. 궁금함에 도착하자마자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너무 빨리 읽어버렸다. 그 여운이 가시기 전에 원작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소설과 진행이 같아서 소설을 두 번째 읽는 듯 선명하게 다가왔다. 또한 궁금했던 습지의 장면이 아름답게 표현이 되어 감탄하며 보았다. 영화 매체가 가진 매력이 한껏 돋보였다.





 

영화와 소설의 시작이 같다. 습지 속 늪의 한구석, 체이스 앤드루스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소방망루에서 떨어진 거로 보였다. 체이스와 가까웠던 습지 소녀 카야가 용의자로 떠오른다. 1969년의 체이스 앤드루스의 죽음과 1952년의 어린 카야네 가족의 상황이 번갈아 가며 나타난다. 행복했던 기억을 뒤로 하고 엄마가 떠나던 날 아침, 뒤돌아보길 기다렸으나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던 엄마처럼 언니들과 오빠들이 하나둘 집을 떠났다. 술에 취하면 집에 들어오지 않거나 때리는 아빠 곁에 어린 카야 만을 남겨두었다. 얼마 뒤 아빠마저 사라지고 카야는 황무지의 습지에 남겨졌다. 습지에서 홀로 살아남아야 했던 카야는 보트를 타고 나가 홍합이나 굴을 따 흑인 점핑의 가게에서 먹을 것과 바꾸었다.

 




소설과 영화의 같은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 모두가 떠난 습지의 판잣집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카야가 안타까웠다. 카야는 방문자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존재를 숨겼으나 새의 깃털을 가져다주는 테이트로 인해 마음을 열었다. 글을 가르쳐주고 자연과학과 생물학에 관심을 두는 카야에게 책을 가져다주며 조개와 새의 표본과 그 과정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게 했다. 카야는 자연사박물관에 가까울 정도로 수집품이 많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습지 쓰레기라 불리며 무시와 멸시를 당했다. 어느 상황에서건 돕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갈린다. 카야에게도 그랬다. 카야를 위해 변호를 해주겠다는 톰 밀턴과 아무도 몰래 감방에 고양이를 넣어주기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습지에 홀로 사는 소녀의 성장과 사랑,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 형식을 취하면서 자연에 대한 찬사로 가득 찬 소설이었다.




 

보트로 습지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꽤 아름답다. 한 손으로 보트를 조종하며 몸을 숨길 수도 있는 습지의 세계. 습지를 지키는 사람과 습지를 보호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 인해 오늘의 습지가 유지되는 것이리라. 습지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자연의 보고다. 습지에서도 삶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게 인간의 삶이든, 동물의 삶이든.




 


얇지 않은 책임에도 흡인력이 좋아 금세 읽는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 중간에서 멈출 수 없다. 영화 또한 러닝타임 2시간임에도 길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름다운 언어의 세계, 자연의 아름다움, 누군가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외로움에 지친 한 소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마음이 이해되어서, 테이트를 잃고 체이스를 기다렸던 그 마음이 이해되어서 안타까웠다.

 


신분과 차별이 존재하는 시대였다. 습지 소녀라고 무시하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하여 멸시하는 시대였다. 가족이 없는 카야에게 아버지가 되어준 점핑의 친절, 그 작은 친절과 배려가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힘이 된다. 마음이 외로울 때 이 작품을 읽었으면 좋겠다. 소설을 읽었다면 영화도 꼭 함께 보길 권한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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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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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소설가는 자신의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 글로써 나타낼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 작가가 숨겨왔던 완벽한 거짓말에 대한 완벽한 진실. 열다섯 권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지만, 작가에게는 단 한 명의 친구도, 가족도 곁에 없다. 무엇이 작가를 외롭게 했는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말해야 하는 작가에게 이제 시간이 없다. 단 삼 개월의 시간이 있을 뿐이다.

 


처음부터 작가는 4년 전 남편을 죽였다고 고백했다. 남편과 사랑해 마지않던 아이의 죽음이 작가를 고통 속으로 침잠하게 했고, 넓은 저택에서 작업실과 딸 베서니의 방만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진실을 파헤치는 소설인 동시에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작가에게 필요한 대필 작가와의 우정이 주제인 소설이다.




 


이야기의 힘은 이처럼 놀랍다. 소설가가 주인공인 소설이라 이야기는 더 빛을 발한다. 겨우 서른세 살의 헬레나 로스가 은퇴를 발표한다. 죽기 전에 진실을 말해야 한다. 자기의 문체와 비슷한 마르카를 대필 작가로 선택하여 글을 써야 했다. 화려한 미모를 뽐내던 마르카 반틀리가 아닌 다른 거칠고 늙은 남자 마크 포춘이 헬레나를 직접 만나겠다며 찾아온다.

 


아무도 믿지 않았던, 심지어 엄마조차도 믿지 않았던 헬레나의 변화가 나타난다. 사랑이 시작되었던 사이먼과의 첫 만남, 목숨처럼 지키고 싶었던 베서니를 향한 사랑을 말하며 과거의 기억 속에서 고통스러워한다. 고통과 그리움이 혼재한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가 없나 보다. 엄마의 방문을 거부하고 타인을 거부하며 죽음을 앞둔 헬레나가 과연 마지막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싶었다. 아이를 키우는 방법이 다르다고 해도 아이에 대한 기본적인 사랑이 있으면 가족이 불행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헬레나는 고통에서 허우적거린다. 곁에서 헬레나가 되어 글을 쓰고 보살피는 사람이 대필 작가인 마크 포춘이다.


 

행복했던 기억들, 찬란했던 아이와의 순간들. 죄책감에 고통스럽다. 드러난 진실은 추악하다. 헬레나를 이해할 수 없었던 감정에서 헬레나를 응원하게 된다. 엄마라면 헬레나처럼 행동했을 거라는 생각과 어떤 순간에는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 용기에 감탄하게 된다.


 

생각보다 밋밋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이 시작될 무렵 절정의 순간이 휘몰아친다. 생각지도 못했다. 순간의 실수였을 거라 생각했던 거 같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았을 거였다.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아니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때로는 이처럼 모든 여성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있어 사회가 돌아가는 것 같다. 소설이 아름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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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영혼 오로라 - 천체사진가 권오철이 기록한 오로라의 모든 것
권오철 글.사진, 이태형 감수 / 씨네21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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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버킷리스트 중 오로라를 보겠다는 건 없었다. 책 한 권이 참 중요한 것 같다. 하고 싶은 일 중 오로라를 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극지방에서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야 하지만 말이다. 왜 신의 영혼이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와 경이로움에 대한 글 때문이었다.

 


오로라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다. 오로라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아이슬란드였지만 날씨 상황 때문에 오로라를 보기 힘든 장소이며 오히려 캐나다에 위치한 옐로나이프에서 더 자주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사진 자료와 함께 오로라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으니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여겼다. 꼭 한 번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오로라의 황홀한 빛은 지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생명이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증거다. 먼 훗날 언젠가 다른 우주에서 생명체를 발견한다면 그 행성에서도 오로라가 보일 것이다. (94페이지)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전기를 띤 입자들이 행성의 자기장에 잡혀 이끌려 내려오면서 대기와 반응하여 빛을 내는 것이다. (92페이지) 눈이 쌓인 겨울, 오로라의 폭풍이 시작되면 대기는 초록빛을 반사하여 아름다운 빛을 뿜어낸다. 그 빛의 파장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삶의 모든 무게가 내려갈 것만 같다. 우리가 잠 못 들며 고민하는 모든 것들이 자연의 황홀함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것이다.





 



눈물 나게 만드는 오로라를 보고 싶다면 태양 활동의 극대기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그 시기가 2024~2025년이다. 연중 가장 화려한 오로라가 나타날 확률이 높은 때가 춘분, 추분을 전후한 시기라고 하니 날씨 조건에 맞춰 가면 좋겠다. 특히 캐나다의 옐로나이프는 오로라 존에 위치하고 있어 날씨만 맑으면 거의 밤마다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저녁노을 보듯 오로라를 본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오로라 여행할 수 있는 팁이 담겨 있다. 옐로나이프의 풍경과 오로라 외에 여행할 수 있는 관광지를 소개할뿐더러 항공과 렌터카 예약 등 다양한 오로라 여행 상품을 설명한다. 물론 초보자를 위한 상품과 자주 가는 여행자를 위한 방법, 여러 가지 관광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인디언 전통가옥인 티피가 오로라 빌리지에 늘어서 있는 풍경은 한 편의 그림 같다. 불을 밝힌 티피와 너울거리는 오로라의 춤추는 장면을 보라. 오로라의 매력에 빠지고 말 것이다.

 





NASA가 운영하는 오늘의 천체사진에 두 번이나 선정되었던 저자는 오로라 사진 찍는 법까지 설명한다. 카메라와 렌즈, 삼각대, 릴리즈와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는 방법, 노출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과 합성하는 방법과 오로라를 배경으로 인증샷 찍는 법을 말한다. 카메라를 준비하고 금방이라도 떠나고 싶게 만든다.

 


한 권의 책에 오로라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읽는다면 오로라를 보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오로라의 장소 아이슬란드와 옐로나이프 중 관측 확률이 높은 곳은 어디일까. 저자가 말한 대로 우리는 옐로나이프로 향하지 않을까. 이제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빛의 파장으로 펼쳐지는 눈물 나는 아름다움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일생의 한 번쯤, 오로라를 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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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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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어디로 흐를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반대로 향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가 원하고자 하는 길 위에 서 있기도 한다. 어떤 순간,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내 삶은 어땠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우리는 다른 삶을 살지도 모른다.

 


우리가 읽었던 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는 삶의 한 방법을 바라보게 된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책의 내용을 더 이해하고자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띄엄띄엄 읽었던 소설에서 다 느끼지 못할 감정을 영화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삶이 버거울 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다 버리고 떠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상상일 뿐,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족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하지만 다른 가족이 없다면 훌쩍 떠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치 정해진 시계처럼 살았던 문두스, 그레고리우스가 인생에서 다른 선택을 하는 순간, 그의 삶은 열려 있었다. 갇혀있었던 마음에서 해방되는 듯한 느낌, 어디로든 향할 수 있었다. 다리에서 만난 포르투갈의 여성 때문에 포르투갈의 리스본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날 아침의 수업 따위 아무렇지도 않았다. 예전의 그라면 전혀 생각하지 못할 모습이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이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부딪혀 낯선 세계로의 여행, 즉 새로운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우연히 책에서 만난, 낯선 언어로 된 문장이 삶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꿈꾸어보지 못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 낯선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프라두의 삶을, 자신의 삶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31페이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정해진 시간에 학교에 가서 고전어를 가르치는 단조로운 삶을 살았던 그레고리우스였다. 단 하나의 사건이 그를 바꿨다. 학교를 뒤로하고 무책임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학교에서 걸려 오는 전화도 무시하고 타인의 삶을 좇았다. 이미 그는 새로운 삶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낯선 도시는 우리를 훨씬 자유롭게 만든다. 자유롭게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한 사람의 삶을 생각한다. 그 연결고리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배운다.


 

시간에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부여하는 것은 죽음이다. 시간은 죽음을 통해서만 살아 있게 된다. 모든 것을 안다는 신이 왜 이것은 모르는가? 견딜 수 없는 단조로움을 의미하는 무한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237페이지)

 




철학적인 사유가 가득하다. 밑줄을 그어가며 문장을 읽고 기억 속에 저장하려고 애쓰게 된다. 중요한 순간마다 책을 펼쳐 아마데우의 언어를 음미했던 그레고리우스의 모습을 살핀다. 베른을 떠나 리스본을 향해 기차에 오르던 장면에서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렘과 흥분을 엿볼 수 있다. 리스본에서 다시 베른으로 돌아가면서도 리스본으로 돌아갈 것임을 느끼게 한다. 그레고리우스가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낯선 도시를 걸었듯, 영화 속의 포르투갈의 거리가 머릿속에 맴돈다. 그 길 위에서 낯선 풍경을 바라보고 걸어보고 싶게 만든다.

 


_영원한 젊음

젊은 시절 우리는 자기가 불멸의 존재라고 생각하며 산다. 죽을 운명이라는 인식은 종이로 만든 느슨한 끈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인생에서 이런 상황은 언제 바뀌는가? 이 끈이 우리를 점점 휘감고 결국에는 목을 조르는 건 언제인가? 이 끈이 절대 느슨해지지 않으리라는, 부드러우면서도 굽히지 않는 압박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서 이런 압박을 깨달을 수 있는 징후는 무엇인가? (320~321페이지)

 


자기결정의 페터 비에리가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이다. 십여 년 전쯤에 레아와 함께 읽었던 소설인데 그때는 어떤 감정으로 읽었는지 제대로 생각나지 않았다. 다시 책을 읽으며 그레고리우스는 왜 프라두의 삶에 그토록 매달리는가. 프라두의 삶을 알기 위해 평온했던 삶을 버릴 만큼 변화를 바랐던 것인가. 낯선 도시를 걸으며 그가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그는 자유로운 영혼을 갈구했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299페이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가 그였더라면 어땠을까, 깊이 사유하는 것이야말로 내 삶은 더 풍요로워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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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07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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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만큼 나를 위로해주는 것도 없다. 활자중독에 가까운 나는 활자가 없으면 불안하다. 뭐라도 읽어야 할 게 없으면 과자 봉지에 있는 글이라도 읽어야 한다. 예전에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책을 읽지 못하는 거였다. 소설이었다. 소설을 읽을 수 없어 불안했다. 문학 중에서도 특히 소설을 좋아한다. 타인의 삶을 읽는 일이 좋다. 아마도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부르는 책은 특별할 게 없는 거 같지만, 그 어떤 것보다 특별하다. 읽은 책에 대한 공감, 새로운 책의 발견이다. 정여울 작가가 권하는 책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읽고 있는 책 중에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있다. ‘문두스라고 불리는 교수 그레고리우스가 다리 위에서 한 여자를 구한 뒤 수업을 팽개치고 그 길로 바로 리스본으로 향하여 경험한 감정의 깊이를 나타낸 소설이다. 학교와 집 밖에 오갈 줄 몰랐던 그레고리우스가 이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삶이다. 포르투갈의 도시에서 프라두의 삶을 파헤치는 모험을 시작한다. 누구나 꿈꾸지만 실행하지 못한 일들. 그러고 보면 세상은 얼마나 열려 있는가.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작가의 산문을 오랜만에 읽었는데, 작가만큼 문학을 사랑하는 작가도 없는 거 같다. 문학이 일상인 작가의 생각이 그대로 나타난 산문이었다. 좋은 작품은 여러 번 읽어도 좋은 느낌을 준다. 읽을 때마다 다른 인물들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삶을 문학에서 경험한다.

 


문학은 어쩌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를 말하는 부분에서 왜 고전문학이 사랑받는지를 깨닫게 된다. 가든파티가 끝난 후 화려한 모자를 쓰고 장례식에 참석했던 로라의 부끄러움의 탄식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문학의 힘을 느끼게 된다.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문학이 필요한 시간은, 이곳에서는 마음껏 울어도 괜찮은 시간, 이곳에서는 마음껏 세상을 향해 소리쳐도 되는 시간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시간입니다. 우리가 미처 표출하지 못한 모든 슬픔과 분노와 열정과 희망이, 바로 이 시간, 문학이 필요한 시간을 통해 비로소 힘찬 날갯짓을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11페이지)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힘을 말하는 책이다. 작가는 다양한 독서 경험과 글쓰기로 우리를 문학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출퇴근길, 버스 안에서 나는 책을 펼쳐 든다. 기다림의 시간에도 책을 읽는데, 책을 읽는 타인의 모습을 보는 일도 무척 좋다.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수록된 사진 속에서 장소를 불문하고 책을 펼쳐 든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궁금함에 책 제목을 유심히 바라볼 것 같은 풍경. 뮌헨의 지하철역, 쿠바의 거리, 프랑스 니스에서 책을 읽어주는 전기수의 풍경에서 작가가 느꼈던 설렘과 떨림이 공유되는 듯하다.


 




문학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오이디푸스를 읽을 때 여태 비극의 신탁에 갇힌 오이디푸스만 보았던 것 같다. 작가로 인해서 오이디푸스를 추락의 운명을 이겨내고 자기의 삶을 지켜낸 용기에 관한 책으로 읽을 필요도 있다는 것을 배운다. 어떤 것을 바라보느냐,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책은 다양한 방법으로 읽히고 감동을 준다. 문학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다. 읽을 때마다 다른 감동, 다른 삶의 방법을 가르쳐주므로 그렇다.

 


업무가 많은 신년 초, 문학 작품을 제대로 읽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였는지도 모르겠다. 문학을 읽는 시간은 나의 피로를 푸는 시간, 나에게 위로를 주는 시간이다. 삶의 모든 순간에 책이 필요하다. 특히 문학이 주는 힘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한 권의 책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삶의 모든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문학이 주는 즐거움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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