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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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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또 다른 축인 음악, 프란츠 리스트의 '스위스'라는 부제가 붙은 '순례의 해'에서 'Le Mal Du Pays'를 몇 시간째 듣고 있다. 노스탤지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오래 듣고 있으니 마치 숲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나게 한다. 차 한 잔을 탁자에 두고, 창가에 앉아 창 밖으로 보이는 숲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 잔잔한 피아노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음악을 사랑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답게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 프란츠 리스트의 곡은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이기도 했다. 십대시절 친구가 피아노곡으로 들려주던 것을 주인공인 쓰쿠루가 이 피아노 곡을 듣고 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곡. 음악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것 같다. 음악으로 시작하는 책 이야기,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 음악은 우리 생활을 함께 하며 소중했던 추억의 한 곳에 자리잡기도 한다. 음악을 떠올리면 추억속의 누군가가 떠올려지는 것처럼.

 

나를 색채로 따진다면, 내가 블루를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아마 블루를 연상시킬것 같다. 그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떠올려지는 색채가 사실 있다. 또한 자신만의 특기나 떠올려지는 그 무엇을 어떠한 색채를 지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처럼 이름에 색채가 있는 경우, 더군다나 다섯명의 모임에서 다들 색이 들어간 이름을 보면, 그중 한 명의 이름에서 찾을 수 없는 색채 때문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라고 불리기도 하겠다. 하지만 이름에 있는 색채보다는 '그 사람이 가진 고유한 색채'를 지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3년만에 펴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이라하는데, 그동안 나는 하루키의 에세이만 몇 권 읽었다.

『노르웨이의 숲』이래 처음으로 다시 집필한 리얼리즘 소설이라 한다. 소설에서 느껴지는 하루키와 전혀 달랐던 에세이 속의 하루키. 그의 신작 소설을 오랜만에 읽다보니 책 속 쓰쿠루에게서 하루키의 모습이 조금 느껴지기도 한다.

 

십대 때부터 함께 해왔던 다섯 명의 친구들 모임, 그들로 부터 갑자기 추방되어 16년을 산 뒤, 쓰쿠루가 왜 그들로 부터 추방되어야 했는지를 찾아가는 순례를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들 속엔 리스트의 '순례의 해'라는 음악이 함께 하고 있었다. 쓰쿠루는 '순례의 해' 속에 들어있는 음악을 들으며, 자신들의 모임이 시작되었던 곳이자 그들로 부터 내침을 당한 곳, 나고야로 떠나게 된다. 왜 내침을 당했는지, 친구들을 찾아가봐야 한다고 말해준 사람은 쓰쿠루의 여자친구 사라의 힘이 컸다. 직접 친구들의 소재와 연락처를 찾아 건네주기까지 했다. 좋은 마음으로 만나고 있는 사라와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죽음 직전으로 몰고 갔던 친구들의 내침에서 이제는 그 아픔과 상실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들에게서 내침을 당해 본 사람은 쓰쿠루의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어떤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은 채, 친구들에게서 추방을 당하게 되면 견딜수 없었으리라. 쓰쿠루 또한 친구들 때문에 힘들어 했던 시간, 상실의 시간들을 지내왔다. 그러던 차에 가까워진 몇 살 어린 친구와 처음으로 가깝게 지냈지만, 그 친구와도 언젠가는 자신을 버릴 수 있다는 감정을 안고 살았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추방을 당해 본 사람은 더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다 보여주지도 않고, 다 주지도 않는다. 사람과의 사이에서 소극적은 감정으로 대처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어.  (436페이지)

 

상처받은 감정들을 뒤로하고, 남은 네 명의 친구들을 잊어버리자고 마음 먹었을때부터 쓰쿠루는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성적인 꿈을 꾸게 된다. 그럴때마다 혼란스러워했지만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이 추방당해야 했던 이유를 알기 위해서 뒤늦게, 16년이 지난 뒤에야 친구들을 찾아 각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추방당했던 이유를 듣게 된다.

 

닫힌 문 밖에서 문을 두드렸을 상상속의 자신과 마주하면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친구와 다른 친구들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 아이가 왜 그렇게 말해야만 했는지 정확한 진실은 알수 없다. 그저 추측만이 그들과 함께 한다.  

 

인생은 복잡한 악보 같다고 쓰쿠루는 생각했다. 16분 음표와 32분 음표, 기묘한 수많은 기호,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시들로 가득 차 있다.  (404페이지)

 

다섯 명의 친구들의 모임에서 쓰쿠루가 추방당하지 않았다고 해도, 지금 다 같이 자주 만나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쁜 관계를 유지하며 살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은 한 치 앞도 알수 없으므로. 인생을 살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 많은 일들과 사람들의 관계가 있으므로. 삶은 알수가 없다. 우리에게 있는 상실의 시간들을 다 되돌릴 수는 없다. 상실의 시간은 그 시간대로 존재하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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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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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생명의 탄생,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받아 마땅할 일이지만,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그 새생명이 필요치 않을수도 있다. 좋아서 사랑을 할때는 언제고, 아이가 생기면,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임신 중절 수술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게 한다. 누군가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에 다니며 십 년 넘게 고생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수술대위에서 핏덩이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 아직 아이가 제대로 형성되기 전이라고 하지만, 아주 적은 개월수부터 아이의 심장이며 장기가 생긴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처음 아이를 임신하고 병원에 갔을때, 초음파로 보여진 아이의 조그만 형체, 점 하나로 보였지만, 들리는 심장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나, 살아 있어요.' 하고 외치는 듯한 심장소리에 아이가 얼른 커서 무사히 태어나길 기도했다. 개월수에 따라 들리는 태동에도 생명의 신비함을 느꼈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제노사이드』에서 인간의 잔학성과 또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휴머니즘에 대해서 썼고, 『13계단』은 사형제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작가는 이번 작품 『KN의 비극』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책임감이 따르지 않는 임신과 임신중절이 과연 옳은가. 그로 인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뱃속의 아이도 새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는 슈헤이는 작가다. 최근에 새로운 작품을 써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슈헤이는 아내 가나미와 살기위해 넓은 맨션을 구입했다. 가나미의 수입과 자신의 슈헤이의 수입을 합치면 대출을 갚을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던차에 가나미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해오고, 더 경제적으로 안정될때 아이를 갖자며 임신중절 수술을 하자고 가나미를 설득한다. 아이를 낳고 싶은 가나미는 어쩔수 없이 수긍하고, 산부인과 의사였던 정신과 의사 이소가와가 그들을 돕는다. 하지만 가나미에게 다른 여성의 존재가 보이기 시작했다. 임신 중절을 막으려는 다른 인격인건지, 다른 여성으로 빙의된건지 알수가 없다.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하지 못해 임신 중절을 택한 슈헤이는 모든 보통의 남자가 아닐까 싶다. 사실 여자로서 내가 만약 가나미같은 상황이었다해도 아이를 중절수술에 마지못해 동의했을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에게 처한 힘든 상황에서 슬기롭게 헤쳐나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한번쯤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아이를 너무도 간절하게 갖고 싶은 경우가 아니었을때, 부담으로 다가온 임신에 대해 많이 망설였던 점, 아이를 보호하고 자신만의 아이를 낳고 싶은 '엄마가 되는 과정',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 날 아이가 생기고, 바로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는다. 책을 읽어도, 지식일 뿐이고, 진짜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은 아이를 키우면서 배워가는 것 같다. 사랑을 하는 일에도 책임감이 함께 온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새생명의 탄생을 지켜보는 경이를 느껴본 사람은 알것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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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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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구병모 작가를 『위저드 베이커리』로 만났다.

신선함과 놀라움을 주었던 작가. 나는 작가의 작품이 나올때마다 늘 눈여겨본다. 이번에 나온 신작의 표지를 보고는,,, '파과'라는 뜻이 무엇일까, 무언가 파손된 것이 아닌가. 여자의 등허리가 맨몸으로 되어 있었다. 한 여자의 이야기로구나. 날씬한 뒷모습을 젊은 여자의 이야기리라. 나 혼자 마구 상상의 나래를 폈다. 

 

그런데 작가 구병모는 나의 이런 상상을 한 순간이 무너뜨려 버린다.

책의 처음 시작부분, 나오는 여자가 예순여섯의 할머니가 주인공인것 같다. 금요일밤의 지옥철, 사람의 부대낌이 너무도 싫은 곳에서 육십이 다 되어가는 남자가 앉아 있는 젊은 여자에게 일어나라며 삿대질을 한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곧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있고, 모두들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그 장면으로 보고 있는 65세의 여자, 남자가 내리자 뒤따라 내린뒤 무언가로 남자를 찌른것 같다.

 

이 여자, 65세의 이 여자가 주인공이다.

그 여자의 이름은 '조각'이고, '무용'이라는 개, 역시 자신처럼 나이 든 개와 함께 살고 있다.

그 여자의 명함에 들어있는 회사는 '방역'을 하는 업체다. '쥐, 개미, 바퀴벌레를 청소하는 업체'가 아닌 쓰잘데 없는 사람들을 처리하는 곳이라는 방역업체다. 누군가 사건을 의뢰한다. 그 사람을 처리해 달라고. 대부분의 방역은, 누가 왜 이것을 원하는지 묻지 않는다. 누가 왜 누군가의 안에서 구제해야 할 해충이나 소탕해야 할 쥐새끼가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방역업을 하는 이들은 그저 대상자를 처리할 뿐이다. 45년간 사람 죽이는 걸 업으로 하고 살아온 사람, 조각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방역업자는 아니었다.

먹고 살기 힘든 가족에게서 버림받고, 우연한 기회로 방역 업자가 될수 밖에 없었던 그 여자, 조각은 과거의 자신을 생각한다. 이제 나이는 들어 몸은 둔해지고, 자꾸 기억이 나지 않는 일들이 생기자, 이 일을 그만두고 이제 무엇을 할것인가 고민한다. 그 와중에 사무실에 일을 받으러 갈때면, 늘 있곤 하는 젊은 남자애가 있다. 자신에게 '할머니' 라 부르면서 반말짓거리를 하지만, 별 대꾸를 하지 않는다. 그도 방역업자다. 그의 이름은 '투우', 그에게도 방역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시체를 발견하던 때를 떠올린다. 자신들의 곁에서 일하고 있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아버지를 죽이고 혼연히 사라져갔던 그 여자를 찾는다.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구병모 작가는 참 독특한 글을 썼다.

청소년 소설인『위저드 베이커리』나 『아가미』, 『방주로 오세요』, 『피그말리온 아이들』이런 책들 모두 보통의 책들이 아니다. 한 작가의 작품이 아닌 작품들인것처럼 다양한 주제, 구병모 만의 이야기를 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내용에 빠져 읽다보면, 나는 내가 이 세계에 있지 아니하고, 다른 세계에 있는 것만 같다. 그만큼 독특한 이야기를 한다.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한 '조각'은 누구하나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을 평생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조각이, 아직 어린 풋내기 아가씨일적에 마음을 품었던 '류'라는 사람을 생각하는 일을 자주 한다. 사람들에게 무감했던 조각이 이제 사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들이 눈에 들어오고, 눈에 밟힌다. 그들의 사연을 모른척 할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가, 곧 죽을때가 되어가니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 건가. 누군가에게 정을 붙이지 아니하고 살아도 사람을 품을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으므로. 혼자서는 살아가는게 너무 외로우므로.

 

 그다지 두꺼운 책은 아니었지만, 금새 읽었다.

다시한번 구병모의 글에 반했다. 이제 읽지 않은 그의 단편집 『고의는 아니지만』도 읽어야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표지처럼 좋았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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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1 - 규슈 빛은 한반도로부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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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역사 서적과 미술관련 서적이다.

그러한 책들의 신간이 나오면 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고, 갖고 싶고, 읽고 싶은 책들이 된다. 사실 또 구입을 하게 된다. 역사와 미술에 관한 것을 한번에 읽을 수 있는게 유홍준 교수의 책이기도 하다. 문화재를 소개하며 역사적인 사실도 알려주는 유홍준 교수의 책은 늘 기다려진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 않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이번엔 일본편을 담았다.

일본 문화속의 한국 문화를 찾는 여행으로 오사카, 아스카, 나라, 교토의 긴키 지방,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지방, 우리가 대마도라고 부르는 쓰시마, 그리고 규슈지방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이 지역들의 답사는 제각각 역사적 성격을 달리하는 곳이다. 나라와 교토 지방은 일본 고대국가 탄생에 기여한 도래인들의 유적과 사찰, 도쿄 지방에서는 개화기에 얽힌 이야기, 쓰시마는 왜구와 조선통신사 이야기, 규슈 지방에서는 벼농사를 일본에 전해준 초기 도래인과 임진왜란 때 끌려온 조선 도공들의 자취를 찾아가는 것이 일본 문화유산답기기의 핵심주제라고 밝히고 있다. 

 

유홍준 교수는, "일본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은 근대사 콤플렉스로 일본 문화를 무시한다. 양국 모두 서로가 동아시아 역사에서 당당한 지분을 가진 문화적 주주 국가라는 걸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라는 말을 하며 우리모두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을 썼다 했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일본이 백제의 문화를 받아들였고, 임진왜란때 끌려간 도공들로 하여금 도자기 문화를 발전시켰다고 알고 있었다. 일본 천황이 한국의 가야계의 후손이라는 말을 듣고, 역시라는 말로 우리나라의 후손들이 일본 문화를 이끌었다고 알고 있었다. 유홍준 교수는 일본 역사에 생소한 우리에게 일본이 고대국가를 형성하게 되었던 고대 역사부터 알려주며 우리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일본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고대국가가 오래되었다는 점을 출토된 토기들의 사진을 소개하며 설명하고 있었다.

 

도래인들이 발전시킨 것은 일본문화지 한국문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으로 건너 간 한국인은 더이상 한국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도래인들에게 고국은 돌아갈수도 없는 곳이었고, 더이상 돌아갈 뜻도 이유도 없이 일본에 정착하여 일본인으로 살아갔을 뿐이라고 했다. 한국문화를 가져갔지만, 일본 속에서 서서히 일본 문화로 발전 시켰던 것이다.

 

 

「수월관음도」 김우문(혹은 김우), 가가미 신사

 

얼마전에 신간 책 목록을 검색하다가 조선 여자 도공 백파선에 관한 책들이 출판사 별로 몇 권 나와 있는 걸 보았다. 최근에 텔레비젼에서 하는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때문일 거라 짐작은 했다. 유홍준 교수도 책에서 조선 도공 이야기를 하다가,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는 조선 여자 도공 백파선의 이야기를 허구로 꾸몄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의 정성과 열정, 그리고 자기의 아름다움에 대해 느낄수 있어서 즐겨 보고 있다.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백자를 만들기 위해 산속의 백토를 찾아 헤맨 도공들의 이야기를 볼수 있었고, 아름다운 빛을 자랑하는 소박한 우리의 자기와는 다른 화려한 일본 자기를 볼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관계를 말할때는 일본과 한국이 처음부터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나당연합군에게 백제가 패했을때, 우리는 백제가 그대로 전쟁에 진줄만 알고 있었는데, 일본은 끝까지 백제를 지원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여태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사실과는 달랐다.

 

유홍준 교수는 일본과 불편한 관계로 있는 이 시점에 이런 책을 펴게 되어 조심스럽다고 했다. 다만 있는 사실 그대로를 드러내어 한일 양국이 공유하고, 공존과 공생관계를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일본에 대한 불편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일본과 우리나라는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친구가 중학생인 아들을 데리고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이 책을 소개시켜 주고 싶다. 조만간 나도 일본 문화 속에서 우리나라 문화를 보는 경험을 꼭 하고 싶다.  

 

나는 유홍준 교수가 이끄는 대로 다음 답사지인 아스카, 나라를 향해 떠난다. 법륭사, 홍복사, 동대사 등의 건축과 불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의 문화유산을 보러 떠난다. 책 속에서 떠나는 일본 답사여행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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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30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1 2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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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7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왕과 나 - 왕을 만든 사람들 그들을 읽는 열한 가지 코드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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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왕에 대한 이야기는 TV 속의 드라마로도 많이 방영되고, 다양한 책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알면서도, 늘 흥미롭다. 날때 부터 왕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지만, 장자가 아니었을 경우에 왕이 되기란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장자가 아닌 왕이 더 많았을 정도다. 우리가 생각해왔던 것 보다는 약간 다른것을 알수 있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왕이 되기는 힘들었다. 권력의 맛을 안 집단들이 자신들이 추대하는 왕이 되길 바랐고, 그들이 추대한 왕에게서 계속 권력을 유지하고자 했다.

 

 역사학자 이덕일은 『왕과 나』에서 왕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한 가지의 핵심 코드로 풀어썼다. 왕을 만들기 위해 손을 잡았지만, 그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왕을 만들고자 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에게서 새로운 세상을 바꾸고자 했고,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을 행한 사람들이었다.

 

 역사학자 이덕일이 열거한 왕을 만든 사람들을 보자면, 드라마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통일신라를 삼국통일을 한 인물들이었던 김춘추와 손잡고 왕을 만든 김유신의 이야기가 나온다. 신라의 경주 진골들에게서 무시를 받았던 가야 왕족의 후예인 김유신은 가문의 한계를 알고, 그의 뜻을 이루어줄 이를 찾았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언니 보희의 꿈을 사 김춘추의 아이를 가진 문희의 이야기를 알고 있듯 김유신이 처한 상황들과 쫓겨난 진지왕의 손자인 김춘추와 손을 잡아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

 

여장부 소서노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소서노는 졸본부여 족장의 딸이었다. 자신에게는 두 아들들이 있었지마, 주몽을 이끌어 고구려를 건국하게 했다. 또한 주몽의 아들 유리가 찾아왔을때, 권력에 대한 싸움을 하기 보다는 스스로 물러나 아들 온조를 데리고 온조백제를 세우기한 도전적인 여성이었다. 기득권이 있었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

 

 고려의 왕조 지배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었지만, 지배층은 체제가 무너져 내리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착취에 열심이자, 정도전은 자신의 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이성계를 만나 새로운 왕조를 탄생시켰다. 정도전의 개국 이념은 토지문제의 혁명적 해결이었다. 개인이 소유한 막대한 토지들을 모든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자 했던 것이다. 토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요동을 정벌하고자 했지만, 그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또한 왕들에게 평생 바른 말을 했지만 고종명해 시운을 타고난 황희 정승의 이야기도 있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준 사람에게 자신을 바치기 마련이다. 할말 다 했지만, 시운을 타고 났고, 그가 여러 왕들을 거쳐 관직에 있었던 이유를 보자면, 그는 권력자의 자리에 있었지만, 권력을 남용하지 않았다. 스스로 낮추면서 자신을 높였고, 자신이 섬기는 군주도 높아지게 하는 인물었다고 한다.

 

때로 참모는 악역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진정한 참모는 독배도 기꺼이 들이마시는 인물이다. (9페이지, 들어가는 글)

 

 조선의 왕에서 제일 좋아하는 왕이 세종과 정조다. 정조의 참모 홍국영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도세자를 죽이게 만든 노론이었으면서도 정조의 편에 서서 왕을 만들게 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홍국영이다. 권력을 장악한 홍국영은 자신이 군주를 보좌하는 것이 아니라 군주를 조정하려했다. 권력이 커질수록 겸손하고 매사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홍국영은 몰랐고 권력을 남용했다.

 

왕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보다는 왕의 곁에서 조언을 해주는 참모의 역할, 즉 '책사'를 기용함으로써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일을 이룰수가 있었다. 내가 최고라는 자만심에 빠져있었던 우리나라의 왕들을 보면 현재의 정치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적재적소에 맞는 사람들을 배치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일. 참모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글이었다.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배우는 것은 자꾸만 욕심이 드는 마음을 없애주는 것이기도 하다. 역사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나아갈 길을 찾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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