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 기쁘게 살아낸 나의 일 년
수전 스펜서-웬델 & 브렛 위터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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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수전에게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지난 4일, 당신이 플로리다의 어느 병원에서 눈을 감을 때 남편 존, 언니 스테퍼니, 세 아이(머리나, 오브리, 웨슬리) 그리고 절친 낸시가 지켜봤겠지요?

 

아니, 어쩌면 당신이 법원 출입기자로서 20여 년간 몸 담았던〈팜비치 포스트지〉의 사람들도 함께 했겠지요? 미처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함께 말이에요.

 

2009년 여름 어느 날 왼손에 힘이 없어지면서 앙상하고 파리해지는 것을 발견하면서, 2년 뒤 6월 ALS(루게릭병)으로 확진 받았더군요. 얼마나 마음이 애잔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아요. 그래요, 당신은 그렇게 진단받은 지 3년이 흐른 이번 6월 천국으로 떠났지요.

 

수전, 당신이 눈을 감던 그 날 난 당신이 쓴 책을 읽으면서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을 글썽거렸답니다. 당신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예감한 듯 그 불편한 몸으로 겨우 3개월 만에 책을 완성했다지요. 그것도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 엄지로 톡, 톡 치면서 말이에요. 당신의 그 뜨거운 열정과 강인한 의지에 다시 감복합니다.

 

마침 책을 읽으면서 당신과 당신 가족의 사진을 구글에서 찾아봤어요. 단란했던 가족의 모습이 많이 올려져 있더군요. 책을 통해 느꼈던 정감을 사진으로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더 좋았지요.

 

당신은 책을 읽는 내게, 아니 수많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물었지요? “당신이 곧 죽게 된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무엇을 보겠는가? 마지막 한 해를 누구와 함께 보내겠는가?”

 

▲가족과 함께 (왼쪽부터 웨슬리, 스테퍼니, 머리나, 오브리, 존 그리고 수전)

 

그래요, 3년의 시간 동안 당신은 하고 싶은 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어요. 진단받고 3주 뒤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우주왕복선이 발사되는 장면을 목격했다지요? 아마도 당신의 첫 번째 버킷 리스트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정식으로는 유콘으로 가서 오로라를 본 것일 테지만요.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장관 중 하나. 지국의 극지방에서만 보이는 현상, 녹색과 흰색, 때로는 붉은색, 분홍색, 자주색, 푸른색으로 펼쳐지는 천광(天光)의 쇼. - 75쪽

 

오로라를 이렇게 멋있게 묘사한 표현을 여태껏 보지 못했어요. 그래요, 당신의 문장력은 팜비치 포스트의 메인 기자로서의 경력이 말해 주는 것 이상으로 탁월해요. 당신은 아마 작가로서 등단했어도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을까 싶어요.

 

또한 당신은 야스퍼거 증후군에 걸린 막내 웨슬리를 위해 27킬로그램짜리 유순하고 순종적인 그레이시를 입양하기도 했지요. 아무나 껴안지 않고 낯을 가리던 웨슬리가 그레이시와 함께 뒹굴고 잠도 같이 자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흐뭇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죽음과 맞닥뜨리면 뭔가 남기고 싶은 마음이 절절해진다.” 사실 이 말은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 해요. 당신이 남긴 긴 글을 읽으면서 절절한 그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당신은 세 아이와 개별적인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지요. 아이들이 엄마의 생전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평생 동안 간직할 추억거리를 안겨주기 위해서 말이에요 그 절절한 엄마의 마음을 전해 주기 위해서 말이에요.

 

하지만 아무래도 자폐 증세를 보이는 웨슬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지 않았나 해요. 책에서 맨 먼저 웨슬리와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낸시 마스 키널리(당신은 풀 네임을 적었더군요!)와의 이야기도 참 감동적이었어요. 낸시와는 열한 살 때부터 팜비치 공립 중학교에서 처음 만나 줄곧 친구사이로 지냈지요? 이어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플로리다대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하고 당신의 인생에서 더없이 소중한 몇 안 되는 인간관계 중 하나라고 극찬했지요? 저도 그런 절친 있었으면 하고 무척 부러웠답니다!

 

당신의 생일은 1966년 12월 28일. 나이 마흔이 된 어느 날 플로리다 아동가정단체에서 전화를 받았지요? 생모 엘런이 찾는다구요. 의사였던 생부 파노스 켈라리스는 같은 병원에 있을 무렵 생모와 잠시 사랑을 나눴지만 이내 헤어지고 말았다지요. 엘런은 혼자서 수전을 낳고 입양을 결심했구요. 그렇게 해서 당신은 양모 티 스펜서의 손에 길러졌지요.

 

당신은 플로리다에서 3천 마일이나 떨어진 캘리포니아로 날아가 생모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지요? 항상 함께 했던 절친 낸시와 함께 말이에요. 생모 앞에서 마리화나도 피우구요. 아마도 대학 시절 잠시 반했던 수영선수가 떠올랐는지도 모르죠, 훗. 하지만 양모와도 떠나는 시간을 위해 친밀한 시간을 보내는 당신을 보면서 섬세한 배려를 배우게 됩니다. 생부 파노스가 일찍 세상을 떠난 탓에 비록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이의 고향 키프로스를 찾았지요?

 

한편 생모를 통해 ALS가 유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하던 당신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세 아이들에게 당신의 운명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의 기쁨,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겠어요?

 

 

책을 읽다가 공감하는 부분도 참 많았답니다. ALS로 진단받고 자살을 생각해서 자살에 관한 책을 주문했다거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묘사된 오르가슴이 유치했다거나, 이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문신으로 영구화장을 하는 모습 등 남자인 나로서도 크게 고개를 끄덕였지요.

 

무엇보다 절절했던 것은 존에게 재혼하라며 생애 마지막 소원과 희망을 전할 때였어요. 홀로 남을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 더없이 소중한 선물을 안겨주려는 그 마음, 잘 알 것 같아요.

 

수전, 당신은 남편 존 웬델과 이 년간 신혼을 보낸 도시 부다페스트도 다시 찾았지요. 두 사람이 함께 했던 삶의 초석이 놓인 곳, 얼마나 의미 깊은 곳일까 생각해 봅니다. 거기서 존이 토끼 스튜를 만들려고 토끼를 잡아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꺼낸 뒤 토막을 치는 모습을 보았지요. 하지만 당신은 끔찍한 장면에 몸서리치기 보다 “언젠가는 나 없이 새로운 모험이 가득한 또 다른 삶을 살아야”하는 존의 모습에 안도하였다지요?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이전 직장 동료 스티브 사리코와 작별 인사 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흐르던 눈물. 당신이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았던 곳 그리고 알았던 사람들을 차례로 찾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작별의 광경이기도 했겠지요. 내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입니다.

 

수전, 당신을 통해 비로소 오늘의 삶에 감사할 수 있는 겸손을 배웁니다. 그리도 당신과 같은 불치병으로 고통받을 모든 이들에게 평안을 기도할 수 있는 미덕을 깨닫습니다.

 

고마워요, 수전. Eye-heart-u. 부디 편히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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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론 -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힘
고다 로한 지음, 김욱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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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 로한은 19세기 후반 일본 사람이다. 그는 일찍이 문인의 길로 들어섰고, 일본 근대화 의 시기를 거치면서 식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사상가였다. 이번 책은 그의 삼부작을 한데 묶어 펴냈다. 1부 노력론, 2부 삼복론(三福論) 그리고 3부 인생론이다.

 

백여 년 전에 쓰인 책이라 고루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짐작했지만, 헛걱정이었다. 옮긴이 김욱 선생의 수려한 번역 덕분으로 우리말로 새롭게 태어났다. 쉽고 읽히고 매끄럽게 흐르는 것이 가히 명문(名文)이 아닐 수 없겠다!

 

1부 노력론

저자는 영웅과 성현을 만든 힘은 그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에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이 노력 없이 얻은 성과를 부러워 하지만, 사실상 노력 없이 인생에서 얻어지는 결과물은 없다.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동일하게 부여받은 천성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조장(助長)’과 ‘극살(剋殺)’이 그것이다. 조장은 자라도록, 잘 되도록 돕는 것이니 우리에게 이롭다. 반대로 눌러 죽이고자하는 극살은 마땅히 멀리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천성과 성정을 맑게 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새로운 나를 만들 수 있을까? 나를 혁신시키는 방법에는 내면의 변화에 의해 나를 새롭게 만드는 방법과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새롭게 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이처럼 새로운 시도를 할 때면 반드시 이 목표를 이루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해야 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교육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으로 네 가지가 있다. 우선 첫째는 ‘정(正)’으로 올바름이다. 둘째는 ‘대(大)’로 원대한 꿈을 뜻한다. 셋째는 ‘정(精)’, 원대한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정밀함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심(深)’이다. 심은 정밀함의 깊이를 뜻한다.

 

이 네 가지는 학문을 익히고, 입신하고 공을 세우고, 덕을 쌓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할 학문의 정도가 아닐 수 없겠다.

 

2부 삼복론

이어 그는 인생을 결정하는 세 복(福)에 대해 설명한다. 우선 ‘석복(惜福)’이다. 이는 내게 주어진 복을 몽땅 써버리지 않는 절제를 의미한다. 복도 아끼고 소중히 다룰 줄 알아야 찾아오는 법이다.

 

둘째는 ‘분복(分福)’이다. 자신이 얻은 복을 타인에게 일정 부분 양도함을 뜻한다. 더불어 사는 인생이 바로 복 나누는 삶이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식복(植福)’이다. 식복이란 한마디로 정의해서 인간의 힘과 성실과 슬기를 바탕으로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크나큰 행복을 만들어내고자 쏟는 노력을 말한다. 내가 심은 복은 결국 내게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마치 나무를 심듯 복을 심음으로써 우리는 스스로 복을 만들게 될 것이다.

 

복을 아끼되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은 세상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복을 나누되 아끼는 지혜가 부족한 사람은 세상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 - 78쪽

 

3부 인생론

노력과 기운의 확장에 관한 관련성이다. 이 둘은 겉보기에는 그리 다르지 않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고통에 대한 감수에 있다. 가령 노력은 고통을 감수해야만 바라던 결과를 성취할 수 있지만, 기운의 확장은 고통에 대한 감수가 뒤따르지 않는다는 것.

 

노력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기의 원활한 팽창이 그 목적이므로, 내 안의 기운이 외부적인 노력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노력한다고 해서 그 기운이 무조건 좋은 방향으로 팽창하는 것은 아니기에 유용한 기운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비로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가령 책을 읽어도 온전히 몰입해서 사색하면서 읽으면 자기의 것이 되고, 자신의 기운을 좋은 쪽으로 살릴 수 있다.

 

저자의 입장에서 천상(天象, 천체가 변화하는 여러 현상)과 인사(人事,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가 그 이치 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주역이 말한 천문과 인문의 조화가 아닐까 싶다. 이런 맥락에서 하늘의 수와 인간의 삶과 이를 지속시키는 수명을 고찰하여 자신에게 알맞은 기운을 찾아 팽창시키는 것이 삶의 지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주 만물의 원리를 조금이나마 삶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먼저 마음의 어지러움, 즉 산만함을 버리고 아집, 다시 말해 몰두부터 버리는 길을 닦아야 한다. 기는 산만함과 몰두를 통해 약해지므로 이를 잘 제어하고 심신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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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애니멀 -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조너선 갓셜 지음, 노승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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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호모 픽투스(Homo fictus, 이야기하는 인간)에 관한 것이다. 우리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이야기는 인간의 삶과 단단히 밀착해 있다. 이야기에 빠져든다는 것은 꿈과 공상, 노래와 소설과 영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픽션은 인간의 삶에 속속들이 스며 있다.

 

이인화 교수에게 갓셜이 말하는 ‘픽션’은 ‘서사’다. 이 교수에 따르면 “서사는 흔히 스토리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소설, 영화, 게임,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 등 다양한 매체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또한 “서사 창작은 인생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생득적이고 기본적인 활동”이기에 “서사 창작은 공생적이며 서사는 공생의 도구”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픽션’이든 ‘서사’이든 언표는 비록 다를지언정 언설은 대동소이하다.

우리가 이야기에 빠져드는 이유는, 그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들이 공통의 가치로 한데 묶이고 오래 전부터 구전되어 오는 문화적 원형을 공유하기 때문이 아닐까?

 

노엄 촘스키에 의하면 인간의 모든 언어는 기본적인 구조의 유사성, 즉 보편 문법을 공유한다. 저자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문학의 역사를 아무리 거슬러 올라가도, 세계 민담의 밀림과 황무지를 아무리 깊이 파 내려가도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와 똑같다는 놀라운 사실을 어김없이 발견한다. 전 세계 픽션에는 보편 문법, 즉 주인공이 말썽과 맞서 이를 극복하려고 분투하는 심층 패턴이 있다.

 

저자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말하는 온갖 이야기의 표면 아래에는 공통된 구조가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즉 전 세계의 이야기는 거의 예외 없이 문제가 있는 사람(또는 의인화된 동물)에 대한 것이다.

 

가령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거나 살아남기를 바라거나, 이성을 차지하기를 바라거나,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를 바라는 것 등이다. 하지만 주인공과 그의 소원 사이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다. 거의 모든 이야기의 주제는 주인공이 소원을 이루려고 애쓰며 대개는 그 과정에서 온갖 역경을 마주하며 싸워서 이겨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기본 공식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이야기 = 인물 + 어려움(역경) + 탈출 시도

 

픽션은 삶의 거대한 난제를 시뮬레이션 하는 강력하고도 오래된 가상 현실 기술이다. - 93쪽

 

저자는 이야기의 원류를 찾아 꿈, 뇌 그리고 종교 영역을 넘나든다. 그래서 그는 결론적으로 이야기는 인간 사회를 결속하는 원동력이요, 공통의 가치를 강화하고 공통의 문화라는 매듭을 단단히 매어 사회를 결속시키는 접착제라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하인리히 하이네 역시 “(이야기가 담긴) 책이 소각되는 곳에서는 결국 인간도 소각되고 말 것이다.”고 경고했다.

 

갓셜은 대표적인 이야기로 제임스 배리의 《피터 팬》을 든다. 피터 팬은 달링 부인의 세 아이와 함께 네버랜드로 날아가 위험에 빠진 공주를 구하고, 해적 후크 일당을 무찌른다. 이처럼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이야기는 동서고금에서 공통적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이는 아이들에게 도덕적 가르침을 일깨우는 중요한 역할도 담당해 왔다.

 

저자에 따르면 피터 팬의 네버랜드는 우리의 본성이요, 이에 탐닉하는 우리는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다.

 

가장 흥미로운 예시는 아마도 셜록 홈스일 것이다. 갓셜은 모든 사람의 뇌에는 작은 셜록 홈스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추리 이야기에 탐닉하는 이유는 우리의 오감으로 관찰되는 것을 ‘역추리’해서 특정한 결과로 귀결된 원인의 질서 정연한 연쇄를 밝히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즉 인류의 조상에서 현대인들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우리 속에 홈스를 넣어 둔 까닭은 세상이 실제로 음모, 책략, 제휴, 인과 관계 등 온갖 흥미로운 말썽으로 가득하며 이를 탐지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이야기하는 마음은 중대한 진화적 적응이다. 그 덕에 우리는 삶을 일관되고 질서 정연하고 의미 있게 경험한다. 삶이 지독하고 소란스러운 혼란에 머물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무척 기발한 지론이 아닐 수 없겠다.

 

끝으로 저자가 추천하는 이야기를 언급하고 마치자. 그에 의하면 이언 매큐언의 ‘속죄’, 얀마텔의 ‘파이 이야기’, 줌파 라히리의 ‘이름 뒤에 숨은 사랑’,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조너선 프랜즌의 ‘자유’ 그리고 코맥 매카시의 ‘로드’ 등이다.

 

아직 못 읽어본 작품도 두엇 있다. 나는 이런 식의 추천작을 보면 얼른 보고 싶어 안달이 난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스토리텔링 애니멀인 거겠지,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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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끝을 찾아서
이강환 지음 / 현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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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 천문학자가 쓴 것이다. 현재 국립과천과학관에 재직하고 있는 이강환 박사.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영국 켄트 대학에서 펠로우 연구를 수행했다.

언뜻 보면 표지 디자인이나 속지가 벌겋게(?) 되어 있어서 청소년용 같지만, 실은 어른들도 재미롭게 즐기면서 과학 교양도 쌓을 수 있는 책이다.

 

내용은 어떨까? 전체적으로는 우주의 시작과 끝을 다룬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너무 광범위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줄이자면 우주의 시작, 빅뱅과 우주의 팽창, 즉 성장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별의 소멸이다. 책의 제목인 《우주의 끝을 찾아서》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팽창하는 우주의 끝은 어디인가 하는 것과 우주의 종말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성분 중에서 우리가 밝혀낸 것은 겨우 5퍼센트 남짓이다. 약 27퍼센트는 중력으로만 존재를 알 수 있는 암흑물질로 되어 있고, 나머지 68퍼센트는 우주 공간에 균일하게 퍼져 있는 암흑에너지로 되어 있다. 사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별의 탄생을 위한 원천이 되기도 하고, 별의 죽으면서 퍼져 나온 것이기도 하다. 시작과 죽음이 같은 것이다.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한 것은 약 137억 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계의 역사는 약 47억 년이고, 태양의 수명은 100억 년이라 앞으로 약 50억 년은 더 지속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우주의 기원과 팽창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그것도 그냥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 팽창한다는 것. 즉 우리 주위에 있는 별들은 더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별의 생성과 소멸에 관한 것도 쉬우면서 상세하게 설명해 놓아 이 분야에 관해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라면 혹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우주에 관심 있어 하는 자녀를 둔 아빠, 엄마라면 제법 알은 체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나도 매번 아들 녀석과 우주니 블랙홀이니 씨름해 보지만, 적색거성이니 백색왜성이나, 초신성이니 하는 대목이 나오면 어렵기만 하다. 게다가 파섹이나 Ia형 초신성 이야기로 들어가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쩔쩔 매게 된다.

 

그럴 때 이 책을 함께 들여다보면 어떨까? 구글 등에서 관련 이미지를 검색해서 수많은 컬러 사진과 곁들여보면 금상첨화겠다. 가령 적색거성과 백색왜성 사이에 존재하는 ‘행성상 성운(planetary nebula)’만 해도 그렇다. 환상적인 모습을 실컷 볼 수 있다(아래 사진).

 

 

또한 어디서 찾아 보기 어려운 다양한 그림과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다. 내용이 다소 어려운 곳도 더러 있지만, 이러한 비주얼 이펙트(?) 덕분에 쉬엄 쉬엄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잡을 수 있겠다.


에드윈 허블이나 하버드의 '컴퓨터'들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특히 세실리아 페인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그녀는 태양의 스펙트럼을 분석해서 기존에 태양이 주로 철로 되어 있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고 수소와 헬륨으로 되어 있다고 제창했다.

 

당시 보수적인 남성 과학자들이 기존 학설을 지지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새로운 학설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결국 다른 과학자들의 독립적인 연구 결과가 페인의 주장과 일치하면서 그녀가 옳았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기까지는 고난의 연속이다. 사실 상대성이론을 창안한 아인슈타인도 처음에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거나, 블랙홀의 존재를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이 이론들이 자신의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임에도 말이다.

 

아마도 이는 다른 과학자들이 자신이 창안한 이론을 바탕으로 밀도 있게 고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이어 내는 바람에 미처 인식적 또는 경험적으로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편 우리 과학자의 뛰어난 성취도 소개되어 있다. 가령 우리 몸을 이루는 6대 주요 원소 즉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 황은 별의 진화와 죽음의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즉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이들 원소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유독 인만은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인 성분을 충분한 양 만큼 최초로 발견한 사람들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의 구본철 교수가 이끈 연구진이었다. 구 교수 팀은 카시오페이아 A  초신성 잔해에서 다량의 인을 발견하여 초신성 폭발 과정에서 인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처음 관측으로 확인했다. 이 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지 2013년 12월 13일자에 게재되었다. 너무나 자랑스럽지 않은가! ^^

 

 

최근 아들과 함께 국립과천과학관에 다녀왔다. 마침 다양한 우주 탐구 프로그램들이 성황 중이었다. 가령 천체 망원경으로 태양 관찰하기, 블랙홀 3D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쏙 빼 놓을 정도로 이채로왔다. 아마도 저자의 노력이 빛을 보는 것은 아닐런지. 언제가 우리 아이들이 우주의 신비를 파헤칠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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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 -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최재천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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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진화론 이후 생물학자들은 진화론을 활용하여 인간의 뇌와 심리 작동 기전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동물 실험이나 동물 행동 관찰을 통해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겠다는 발상이 널리 확산되었다.

가령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나 스키너의 행동실험 등은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간 이성적 사고와 철학적 반성에 의존하던 우리 마음과 행동의 작동 기전에 관해 새로운 지평이 열린 셈이다.

저자 데이비드 버스 교수는 하버드대와 미시간대에서 진화심리학을 강의하면서, 인간 행동 중에서 ‘짝짓기’와 ‘죽이기’에 연구초점을 맞추어 왔다. 저자가 다루는 진화심리학의 세부 영역을 너무나 다양해서 그 열정에 탄복하게 된다. 아마도 새 영역을 학문적 성과로 발전시키려는 개척자 정신이 투철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짐작해 본다.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은 어떻게 다를까? 진화생물학이 어떤 생물을 이루는 모든 부분을 합쳐 진화론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진화심리학은 그보다 더 좁게 심리학적인 부분, 즉 진화한 기제들의 집합으로 본 사람의 마음, 그러한 기제를 작동시키는 기전, 그런 기제들이 만들어내는 행동의 분석에만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흔히 진화론하면 이미 결정된 것이니 더 이상 진보나 발전이 없을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저자에 따르면 진화심리학에 관해 널리 퍼져있는 보편적 오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다. 물론 세 가지 오해는 현재 명확하게 아닌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첫째, 사람의 행동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둘째, 만약 진화 때문이라면 행동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셋째, 현재의 기제는 최적으로 설계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진화심리학이 다루는 추구하는 핵심 질문은 네 가지가 있다.

1) 왜 마음은 이렇게 설계되었을까? 즉 사람의 마음은 어떤 인과 과정을 통해 현재의 형태로 만들어지거나 빚어졌는가?
2)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설계되었는가? 즉, 그 기제나 구성 요소는 어떤 것이며, 그것들은 어떻게 조직되었는가?
3) 구성 요소들의 기능과 조직 구조는 무엇인가? 즉, 마음은 어떤 일을 하도록 설계되었는가?
4) 현재 환경의 입력은 사람 마음의 설계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관찰 가능한 행동을 낳는가?

책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생존과 성장, 짝짓기 전략, 양육, 유전적 친척을 돕는 협력과 이타심 그리고 이성간 갈등 등 다양한 심리학 영역을 아우른다.

책을 읽어 보니 대학 교재용으로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학생들에게 진로를 선택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서인지 진화심리학이 관여해 왔거나 접점을 찾아야 할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연구와 실험을 병행해 온 것들에 대해서는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읽는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특히 관심이 갔던 부분은 ‘양육 문제’였다.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부모의 보살핌을 더 많이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부성 불확실성 가설과 짝짓기 기회 비용 가설이 있다고 한다.

‘부성 불확실성’ 가설은 수컷의 관점에서 볼 때 다른 수컷이 암컷의 난자를 수정시켰을 가능성이 항상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짝짓기 기회 비용’ 가설을 보면 수컷의 번식 성공률은 생식력 있는 암컷만 있다면 제한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수컷은 암컷보다 양육을 책임지려고 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메스꺼움이 유해 미생물의 공격에서 우리가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회피하게 한다는 것이나 입덧이 음식물에 있을지 모르는 독소에서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1859), 월리엄 해밀턴의 〈포괄 적합도 이론〉(1964),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1966) 그리고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1998)에 이르기까지 진화론을 이용해 인간 행동과 심리를 설명하려는 다양한 시도의 계통의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을 통해 심리학의 다른 하위 분야, 가령 인지심리학, 사회, 발달, 성격, 임상, 문화, 소비자, 마케팅, 교육 그리고 환경 등에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진화심리학을 통해 심리학의 하위 분야 나아가 전통적인 학문들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진정한 통섭을 이루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에드워드 윌슨이 제창했던 사회생물학에서 의도했던 바이기도 하다.

그동안 짬짬이 봤던 책을 통해 단편적으로 알게 된 진화심리학 관련 영역들을 충분하지는 않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고 보니 진화심리학은 우리가 인간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홍해의 물길’ 같이 활짝 열어젖힌 것은 아닐까? 앞으로  진화심리학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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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2014-05-1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화론은 심리학을 주장할수 없습니다
인간은 폭력적이여 왔고 어떤 나라는 동성애가 지극히 적고 어떤나라는 괭장히 많다는
것 때문이죠

dw 2014-05-1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것뿐만 아니라 기술가정 책에는 아이는 학습으로 자라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