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을 버리고 투자원칙을 세워라 - 투자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이미 성공한 투자자이다
신인식 지음 / 레디셋고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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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끊임없이 예측불허의 변화를 보이는 금융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자는 불가사의한 금융 시장에서 꾸준한 수익을 내려면 무엇보다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 시장을 구성하는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전략과 전술을 알며, 거기에 자신의 장단점을 알고 냉정하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를 위해 금융 시장에서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여러 투자자들의 사례를 분석하여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책은 크게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1 : 매매 원칙, 매매 자세 그리고 매매 전략
파트2 : 초보 투자자와 경험이 많은 투자자
파트3 : 단기 매매 투자자와 중장기 매매 투자자
파트4 : 주식 투자자와 파생상품 투자자

위 구성에서 보듯이 '매매 원칙'을 맨 먼저 내세운 이유는 장기간 시장에서 살아남아 꾸준한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매매 원칙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에는 손 절매, 분산 투자, 장기 투자, 역발상 투자 등이 있다.

저자는 금융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처해 있는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이들과 상대하면서 살벌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그 노하우를 알기 쉽게 정리해 준다.

이를 위해서는 마치 인격 수양하듯이 금융 시장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트레이딩은 인격과 같습니다. 인격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듯, 매매 성과도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습니다. 내가 살아온 모습이 훗날 나의 인격이 되듯, 지금 매매가 잘 안 되는 것은 몇 년 전부터 내가 트레이딩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성실히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유기적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변합니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습니다. 시장은 변하는데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당장은 모르지만 언젠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 144쪽

저자는 손절매, 우량주 매매, 장기 투자 등 매매 원칙의 기본에만 충실해도 꾸준히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가령 삼성전자, 포항제철 등 블루칩만을 상대하면서 기본 원칙만 잘 지켜도 좋다는 것이다.

사실 위의 블루칩들은 주식 시장에서 센 힘을 발휘하는 대장주나 주도자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특히 맷집이 센 대장주들은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는 금융 시장에서 2·3등주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가 껄끄럽더라도 조정을 받을 때 덜 밀리고 금방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의 저자 월리엄 J. 오닐도 "시세의 움직임은 대장주로 시작해서 대장주로 끝난다."고 호언한 바 있다.

저자는 파트2에서는 초보 투자자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지적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언을 덧붙인다. 사실 대다수의 초보자들은 성급하게 판단하고 뛰어들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체득을 통해 배우기 마련이다. 저자의 조언을 명심, 또 명심하면 이것이 곧 수익을 거두는 지름길이 아닐까?

파트3에서는  단기 매매와 중장기 매매의 장단점과 투자 요령에 대해 설명한다. 투자 스타일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가령 초단타 스캘퍼, 당일 정리하는 데이 트레이더, 3~5일간의 단기 추세에 베팅하는 스윙 트레이더, 몇 개월 혹은 몇 년 이상 투자하는 중·장기 투자 등이다. 각 스타일의 장단점을 간략하게 제시해 놓았으니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투자 요령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파트4는 주식과 파생 상품에 대한 투자 요령이다. 저자는 주식과 파생 상품의 특성과 차이, 이에 따른 투자 요령을 제시한다.

하지만 투자 유형나 투자 대상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앞서 얘기한 매매 원칙을 준수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가령 금융 시장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격언 10가지가 그것이다. 저자는 이를 잘 보이는 곳에 적어두고 마음속에 새기면서 매매에 임하라고 충고한다.

1.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
2.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3. 바닥은 길고 천정은 짧다.
4. 대중이 가는 뒤 안 길에 꽃길이 있다.
5. 여유 자금으로 투자해라.
6.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7. 수급은 모든 것이 우선한다.
8.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마라.
9. 주식과 결혼하지 마라.
10.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

금과옥조와 같은 격언은 잘만 실천하면 돈 들이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기도 하다. 여기에 '기본 원칙'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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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 - 푸슈킨에서 체호프까지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이현우 지음, 조성민 그림 / 현암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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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1996년쯤 한 독서대학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작한 러시아 문학 강의를 엮은 것이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푸슈킨, 레르몬토프, 고골,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그리고 체호프까지 모두 일곱 거장들과 그 아홉 작품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저자 이현우 교수는 로쟈라는 필명으로 강의와 문필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자고로 문학은 시대의 자화상과 함께 하는 것이기에, 러시아 문학 역시 광할한 러시아의 영혼과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먼저 19세기 러시아 역사에 대해 개관한다.

러시아 작가의 계보는 푸슈킨에서 시작합니다. 그 다음 고골이고, 한 사람 더 들면 레르몬트프가 있습니다. 3대 작가가 러시아 근대 문학의 토댈르 만듭니다. 이들이 활동했던 시기는 1820년에서 1840년 정도까지입니다. 이때가 러시아 낭만주의 시기입니다.
그 다음에 한 다리 건너뛰어서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 리얼리즘 문학의 3대 작가가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입니다. 이들이 주로 활동했던 시기가 1856년에서 1880년까지입니다. 25년간이 좁게 말해서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 리얼리즘 문학 시대에 해당합니다
.
마지막이 체호프입니다. 체호프는 19세기를 마감하는 작가입니다. 별명도 황혼의 작가입니다. ‘가을의 작가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체호프의 몇 년 후배가 막심 고리키입니다. 20세기 러시아 문학을 시작하는 작가입니다. 28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의 스타일과 비교하게 된다. 뭐랄까, 책은 도끼다는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성찰적 혜안을 펼쳐 보인다면, 러시아 문학 강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해설적 설명이 주를 이룬다. 그렇기에 로쟈의 글에서 인용된 텍스트는 내가 직접 읽어봐야 하는 것이고, 이 책은 다만 이를 위한 일종의 모범적 안내서지 싶다.

롤리타의 작가 나보코프도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여러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강의했다. 국내에 소개된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를 보면, 로쟈의 것과 측면이 많다. 다만 나보코프는 고골에서 시작하여 고리키에서 끝을 맺고 있다.

로쟈는 왜 푸슈킨으로 시작하는 것일까? 그에 의하면 러시아 사람은 어릴 때부터 이유식같이 푸슈킨의 시를 읽으며 자란다. 그래서 각자가 생각하는 자기만의 푸슈킨의 경험이 있고, 이는 동질적인 러시아의 민족적 정체성과 국민적 정서를 공유하는 매개가 된다는 것. 이것이 문학이 지니는 큰 미덕 중의 하나가 아닐까? 로쟈는 바로 여기에 착안한 것인지 모른다.

이어 저자는 푸슈킨의 출생과 성장, 죽음 등 생애 전반을 소개하고, 연이어 다룰 작품 예브게니 오네긴을 이해하기 위한 그 배경 지식을 제공한다. 이 때 저자는 작품을 읽고 느낀 자신의 감정은 제대한 배제하면서 올곧이 객관적 입장에서 서술해 나간다. 그 다음은 예브게니 오네긴을 읽을 독자들의 몫이다. 이런 서술 방식은 체호프까지 계속 이어진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레르몬토프를 처음 접했다. 특히 레르몬토프가 처음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 것이 아니라 노력파였다는데 관심이 쏠렸다. 나는 1840년에 출간된 우리 시대의 영웅을 얼른 읽은 중이다. 페초린은 어떤 인물일까?

또 그가 죽기 한 달 전에 썼다는 시 나 홀로 길을 나선다도 좋았다. 레르몬토프의 시를 노래 말로 부른 안나 게르만의 곡은 너무 애잔하고 감미롭다. 푸슈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말고도 좋은 시를 알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고골의 페테르부르크 이야기는 제정 러시아의 당시 수도였던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린 것이다. 특히 고골은 광인일기, , 외투의 작품에서 러시아 하급관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리의 욕망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그의 작품은 말년에 반미치광이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 작가의 불운했던 생과 오버랩되면서 내게 묘한 여운을 안겨 주었다.

진보적인 작가였던 투르게네프는 고골과 토스토예프스키 등과 대립하기도 했다지만, 그가 청년 시절 본 오페라 가수 비아르도에게 첫눈에 반한 연정도 자못 애틋하다. 그래서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읽다 보면 그가 비아르도에게 품었던 사랑의 형체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로쟈가 러시아 문학의 양대 산맥이라고 일컫는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에 대한 그의 해설 은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내 학창 시절 두 작가의 작품들을 자주 접해 보았지만,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탓도 크다. 특히 저자가 자신의 필명으로 삼기도 한 로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죄와 벌에 대한 평은 어떨까? 죄와 벌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처녀작이다. 전체 6부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지만, 1부만 직접 살인을 다룬 것이고, 나머지는 전부 벌에 해당된다. 이 작품은 줄거리 전개보다는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의 심오한 심리 묘사와 장황한 독백 혹은 대화가 이어진다. 과연 도스토예프스키가 생각한 벌은 어떤 것이었을까?

지난 2007년 영국 더 타임즈에서 영어권의 현역작가 125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최고의 작품을 10편식 골라달라는 설문조사를 벌인 적이 있었다. 이때 1위가 안나 카레니나였다. 이어 마담 보바리, 전쟁과 평화, 롤리타, 허클베리 핀의 모험등이었다. 현역 작가들이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것이 바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는 비록 아내 소피야와는 불화가 끊이지 않았지만, 여성 심리의 대가로 통한다. 내 생각에 소피야는 톨스토이가 중요시 했던 가치와 세계관을 포용하기에는 그릇이 작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안나 카레니나가 오늘까지 널리 사랑을 받고 이유는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주제와도 관련이 깊을 것이다. 로쟈도 지적했듯이 도덕적이지만 죽어 있는 삶(결혼)과 부도덕하지만 살아 있는 삶(불륜) 사이의 양자택일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어디 있을까? 로쟈는 안나의 죽음을 통해 육체적 열정과 제도적 결혼은 양립 불가능하다는 톨스토이의 지론을 보여준다고 평한다.

한편 저자는 몇 년 전 출판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힌 적이 있다.

동시대 러시아 문학이 국내에 잘 소개되어 있지 않아요. 일단, 러시아 문학 수요층이 적다 보니 출판사에서 좀처럼 엄두를 내기 쉽지 않죠. 작금에 러시아문학이 드물게 번역되는 경향은 러시아문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독자, 시장의 문제가 모조리 섞여 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문학의 경우 번역자들이 다른 주요 언어들에 비해 부족한 점도 이러한 현상에 일조합니다. 비단 러시아문학뿐만 아니라 러시아 영화도 아주 가끔 국내에 개봉 됩니다. 현실적인 제반문제로 인해 러시아문학 전공자로 살아가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늘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자의 책임감은 제법 튼실한 결실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렇듯 고전(古典)은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고 읽혀져야 한다. 저자의 러시아 문학 새롭게 읽기는 오늘날 우리게 어떤 함의로 다가올까? 아마도 이는 독자 각자의 몫으로 남지 싶다. 막심 고리키로 시작될 20세기 러시아 문학 강의도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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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최고의 날이 되십시오 - 미래를 여는 과학 편지
한범덕 지음 / 행복에너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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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놀랍게도 현재 청주시민들을 위해 일선에서 헌신하고 계신 한범덕 시장이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다루고 있는 주제가 과학이다. 게다가 글 솜씨도 가히 능준해서 구구절절 명문(名文)이다. 에세이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백미 중 하나인 ‘진솔함’이 배여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만큼 인간미도 넘쳐난다.

여기서 잠시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자. 저자는 청주 토박이다. 그는 청주시 남주동에서 태어나 청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쳤다. 이어 서울대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했고, 다시 청주대·충북대에서 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따냈다. 또한 행정고시(22회), 내무부, 대전시, 대통령 비서실, 충북 정무부지사, 행정자치부 제2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행정의 달인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이론’을 씨로, ‘실무’를 날로 겸비한 위무경문(緯武經文)의 모범이 아닐 수 없겠다.

이제, 저자가 바쁜 와중에도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에 대한 것은 다음 소회를 읽어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는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생각에서 공직에서 물러나 있던 지난 2009년 ‘미래과학연구원’이라는 재단을 설립하였습니다. 그리고 과학 분야 교수님과 선생님들을 주요회원으로 하여 지역사회 과학교육증진, 과학인구 저변확대, 생활과학 진흥 등을 도모하는 일들을 하였습니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그때 관심을 주셨던 분들에게 전하던 과학에 대한 단상(斷想)을 정리한 것입니다. - 7쪽

이렇게 설립된 ‘미래과학연구원’은 물론 청주에 있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저자는 경력의 숨을 잠시 고르던 시절에도 한결같이 고향의 발전을 위해 봉사해 온 것이 아니었을까? 이보다 앞서 그는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사무총장(2002)과 충북 바이오산업추진단장(2003)을 역임한 바 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단상’이 실은 인생과 과학에 관한 깊은 통찰과 혜안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된다. 그 내용도 과학의 미래, 소립자와 우주, 일상 속의 과학, 화장실과 손 씻기 등 위생 과학, 노벨상을 바라보는 젊은 과학자 12인 등 다루고 있는 꼭지도 다양하다. 그렇다고 따분하지 않다. 이야기의 보따리를 풀어내는 방식이 저자 자신의 삶과 체험 속에서 우러나온 일화를 진솔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가령 ‘고등어’라는 절(節)을 보면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저자가 신혼 초 때의 일이었다. 자신은 유달리 고등어를 좋아했지만 장모님이 워낙 비린내를 싫어하여 처가에서는 고등어를 전혀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번은 몰래 통조림을 사다가 도둑고양이처럼 먹다가 들키는 바람에 면구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115쪽 요약

 

그 다음에는 무슨 내용이 이어질까? 바로 지구 온난화다. 고등어와 오징어는 대표적인 난류성 어족이다. 저자가 접한 2007년 자료에 의하면, 당시 고등어와 오징어의 어획고가 전년도에 비해 각각 385%, 292% 늘어났다는 것이다. 대신 한류성 어족인 명태는 어떤가? 1980년대 초 무려 연간 13만t이나 잡히던 것이 점점 줄어들어 2006년에는 6t이었다고 한다. 충북대 김학용 교수의 말을 인용해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이 2℃만 올라가도 대표수종인 소나무가 멸종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편 두 살 아래 동생이 포병으로 복무 중 불발탄 폭발사고로 산화한 이야기, 대장암 판정을 받고 완치된 사연, 백내장 수술을 받은 이야기, 나이 마흔에 늦둥이 딸을 얻은 심정 등등 인간 한범덕을 살갑게 접할 수 있는 은밀한(?) 일화도 깨알같이 박혀 있다.

저자는 내용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살핀다. 가령 ‘수타면’ 절을 보면, 밀가루에 알카리성 물을 넣으면 밀가루 속 단백질 ‘글루텐’에 특이한 변성을 일으키면서 반죽의 점성과 신축성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열네 번 잡아당겨 1만 6384가닥의 면발을 지닌 ‘롱쉬몐'이 탄생했다는 것.

또한 스마트폰 등에 많이 활용되는 ’블루투스(Bluetooth)‘는 억지로(?) 직역하면 ’푸른 이빨‘이 되겠지만, 원래는 10세기 덴마크 왕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1994년 에릭슨에서 개인근거리무선통신(PANs)을 개발하면서 이 이름을 붙였다. 이외에도 디스플레이와 관련하여 LCD, PDP, LED에 대한 구분도 쉽게 설명해 놓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압권은 한국연구재단에서 선정한 노벨상을 바라보는 젊은 과학자 12인이다. 이에 관한 것은 2009년에 단행본《노벨상을 꿈꾸는 과학자들의 비밀노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저자는 청소년이나 예비 과학도들이 이 책을 통해 미래를 주도할 신기술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과학 특히 기초과학에 헌신할 수 있는 사명감을 키우기를 요망한다. 그런 맥락에서 자랑스런 12인의 우리 과학자들은 훌륭한 롤 모델이 되지 않을까?

아래에 본문에서 소개된 순서로 12인의 과학자들을 정리해 보았다.

이광희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 57쪽
이상훈 교수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 60쪽
이영무 교수 (한양대학교 응용화공생명공학부) - 64쪽
김기문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 95쪽
최정규 교수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 208쪽
정종경 교수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 227쪽
이지오 교수 (KAIST 화학과) - 230쪽
홍성철 교수 (서울대학교 생물물리 및 화학생물학과) - 237쪽
김외련 교수 (경상대학교 응용생명과학부) - 243쪽
강봉균 교수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 247쪽
오정미 교수 (서울대학교 약학과) - 251쪽
김관묵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분자생명과학부) - 255쪽

이제, 이 책을 자양분 삼아 우리 모두 “오늘도 최고의 날”이 되도록 힘껏 뛰어보자. 과학 혁명은 아직도 왕성하게 진화 중이요, 우리가 열정을 펼칠 신천지는 무한히 열려 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꼭지별로 일자를 명시하거나, 기고한 출처를 밝혔더라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더 좋았을 것이다. 사족 하나. 에필로그에 언급된 ‘후생유전학’(262쪽)의 경우 지금은 ‘후성유전학’으로 바꿔 부른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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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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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말하자면 《태풍》은 나쓰메 소세키의 지론(持論)을 토로하는 격전장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때가 1907년이라고 하니, 러일 전쟁의 승리로 일본 제국은 한껏 동양 제일을 넘어 세상 제일이라는 욱일승천의 기세로 등등하였을 것이다.

여기에는 메이지 시대의 신법(新法)에 대한 성공의 자부심도 대단했을 터. 막부의 구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연 메이지 시대는 수많은 수재들을 영국 등 선진국으로 보내 신학문을 배우게 했다. 그들이 돌아와 그들이 배운 격물의 이치로 서양의 호랑이 러시아를 때려잡았으니 어디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도 신식 화포로 맞서서 말이다.

국비로 영국 유학을 다녀온 소세키 역시 한껏 고양되었을 것이다. 이 소설에는 그런 기운이 가득 넘쳐난다. 이른바 소세키식의 계몽론이 득세한다.

이 소설에는 메이지 시대 당시를 대표하는 인물 유형이 등장한다. 시라이 도야를 중심으로 하는 계몽주의와 지사적 관점이 한 축이고, 나카노 슌타이가 대변하는 신흥 유한계급의 전형이 또다른 축이다. 이 사이에 낀 다카야나기 슈사쿠는 햄릿형 인간의 유형을 보여준다.

소세키는 도야를 통해 자신의 지론을 맘껏 펼쳐 보인다. 아마도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세상이 급변하는 당시, 소세키 자신도 나름대로 중심을 세우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이 따분하긴 하지만 위엄을 잃지 않는 지사론(志士論)이다.

도야는 세상이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은 학문의 본체에 근거지를 둔 데서 나온 고매한 결과라고 자부한다. 그는 인격 면에서는 세속 사람들보다 자신이 높은 경지에 있다고 자신한다. 돈도 권력도 없는, 그런 그는 천하의 선비로서 부끄럽지 않게 과업을 이루고자 붓의 힘에 의지하고 싶어 한다. 돈에 쪼들리는 빈궁함 속에서도 실업가 형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기를 꺼려하고, 팔리지 않을 《인격론》을 집필하는데 매달린다.

소설의 전개는 도야와 나카노-다카야나기(둘은 친구 사이로 같이 등장) 이야기가 교대로 이어진다. 다카야나기가 도야를 만난 것은 그가 고쿄 잡지에 실린 도야의 ‘해탈과 구애’를 읽고 감회를 나누기 위해서다. 소설적 전개로는 중반(전체 12장 중 6장)에서다.

다카야나기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소설을 제대로 소화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소설의 대미는 다카야나기가 도야의 《인격론》을 백 엔에 구입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사실 다카야나기와 도야는 소설 맨 처음에서 첫 조우했는데, 이 사실은 다음과 같은 절규에서 알 수 있다.

“아니, 잘못 했습니다. 이 원고를 꼭 제게 넘기십시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제자였습니다. 에치고의 다카다에서 선생님을 괴롭혀서 쫓아냈던 제자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넘겨주십시오.” - 206쪽

세상은 뫼비우스의 띠 처럼 돌고 도는 법이다. 원래 다카야나기가 갖고 있던 백 엔은 나카노가 준 것이다. 다카야나기는 요양을 떠날 요량이었는데, 요긴한 곳에 쓰라고 나카노가 준 것. 결국 다카야나기는 도야의 《인격론》을 사는 데 투자한다. 도야는 궁핍한 생활에 보태 쓰려고 퉁방울이라는 사람에게서 백 엔을 빌렸다가 빛 독촉에 시달리며 무안을 당하고 있던 참이었다. 극적인 반전인 셈이다.

 

▲《태풍》이 들어 있는 책의 표지(1908)

 

소세키는 무엇을 의도했을까? 결국 소설 속에서 다카야나기는 도야의 고매한 인격을 선택했다. 유한계급 나카노에게서 흘러나온 돈이 다카야나기의 인격을 변모시키는 매개가 되었다는 것은, 아무리 물질 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사람의 품위를 세워주는 인격, 나아가 일본의 정신을 고양시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렇듯 에치고에서 못된 학생이었던 다카야나기가 도야와의 만남을 통해 정화되는 과정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모티브다. 결국 소세키는 인간을 고치는 것(즉 개조)이 가능하고, 그것은 고매한 인격의 감화를 통해 올바른 인성을 회복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처량하게 전당포에 들락거리고, 아내의 등쌀에 시달리면서도 도야의 인격론은 멋지게 승리를 거둔 셈이다.

그런데 소설 제목이 왜 ‘태풍’인가? 이의 단초를 얻을 수 있는 신체시(新體詩) 한 편이 본문에 소개되어 있다.

 

흰 나비, 흰 꽃에
조그만 나비, 조그만 꽃에
  흩어져 있네, 흩어져 있네
기나긴 근심은, 긴 머리카락에
어두운 근심은, 검은 머리카락에
  흩어져 있네, 흩어져 있네
부질없이, 부는 태풍
부질없이, 사는가 속세에
흰 나비도 검은 머리카락도
  흩어져 있네, 흩어져 있네  - 109쪽

 

아, 부질없이 부는 태풍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우리의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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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체포하라 - 14인 사건을 통해 보는 18세기 파리의 의사소통망
로버트 단턴 지음, 김지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저자 로버트 단턴은 1939년 미국 뉴욕 출생이다. 그는 하버드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하였다. 1964년 1년간 「뉴욕 타임스」 기자로 근무한 뒤, 1965년부터 하버드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했다. 1968년부터 프린스턴 대학에서 유럽사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책의 사가(史家)’로 유명하다.

내 생각에 그는 역사서를 치밀하게 고증하는 유별난 특기를 지니고 있는 것이 틀림없겠다. 특히 18세기 프랑스 역사를 꼼꼼하게 살펴 본 《고양이 대학살》과 《시인을 체포하라》가 그러했는데, 이 두 권의 책은 내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먼저 고양이 대학살을 보자. 이 일화는 단턴이 쓴 《고양이 대학살》(원제 The Great Cat Massacre and Other Episodes in French Cultural History, 1984)에 소개된 여섯 일화 중에서 두 번째로 소개되어 있다. 요즘같이 고양이를 반려 동물로 존중하는 시대에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1730년대 파리로 돌아가 보면 꼭 그렇지 않았다. 이 사건의 배경은 생 세브랭 가에 몰려 있는 인쇄소 골목이었다. 당시 견습 인쇄공들은 사람 이하의 취급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더럽고 추운 방에서 잤고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하루 종일 직인들에게 모욕을 받고 주인에게 학대를 받으면서 일했으면서도 먹을 것이라고는 찌꺼기밖에 받지 못했다.“ - 112쪽

 

그 와중에 니콜라 콩타라는 견습공은 마침내 분노를 폭발시키게 된다. 당시 자신이 일하고 있던 인쇄소의 안주인은 고양이에 열광해서 애지중지하면서 ‘초상화를 그리게 시켰고, 구운 새고기를 먹일 정도’였다. 게다가 도둑고양이들은 자신이 먹을 것을 훔쳐 먹기도 하고, 밤이면 콩타가 자던 거처 지붕 위에서 온밤을 울어대 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왜 아니겠는가, 나라도 열받겠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당시 관습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고양이는 마녀의 화신이라고 여겨졌다는 점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에도 등장하듯이, 검은고양이는 ‘흉조(凶兆)’라고 여겨져 특히 그러했다.

 

마침내 콩타는 작전을 꾸민다. 그는 동료와 함께 주인 부부가 거처하는 곳에 올라가 고양이 울음 소리를 흉내 내면서 주인들을 노이로제에 빠지게 만든다. 마침내 도둑고양이 소탕령이 내려지고, 그들은 빗자루, 철봉 등으로 눈에 띄는 모든 고양이를 학살하기 시작했다. 안주인이 애지중지하던 고양이가 먼저 당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렇듯 '고양이 대학살'의 진상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던 노동자들의 울분이 고양이를 통해 표출된 것이다. 단턴은 이를 부르조아에 대한 프롤레타리아의 저항으로 살짝 언급하면서도 독자들에게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전조로서 보다는 하나의 사회적 맥락으로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이러한 시각은 《시인을 체포하라》(원제 Poetry and the Police, 2010)에서도 이어진다.  '시인(詩人)' 사건이 발생한 것은 루이 15세 시절, 왕이 1749년 쟝 모르파 백작을 유배시킨 이후 왕을 비난하는 시가 공공연히 나돌기 시작하면서였다. 절대 권력은 항상 불안하다. 자신의 지위를 넘보거나 위협하는 세력은 그냥 놔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디 잠잠해지는가?  반대파나 그 지지자들은 나름의 레지스탕스를 시작하는 법이다. 왕은 시인을 체포하라고 명령한다. 1749년 7월 4일 밀고에 의해 의학생 프랑수아 보니가 맨 처음 체포된다. 이어 보니는 취조를 받으면서 지레 겁을 먹고 '불온한 시'를 건네준 자의 이름을 불게 된다. 이렇게 해서 줄줄이 14인의 ‘시인’이 체포된다. 이른바 ‘14인 사건’이다.

여기서 시를 짓거나 유포한 사람들이 14인에 그쳤을까 하는 의문은 중요하지 않다. 당연하게도 당시 성직자나 지식인 사이에는 왕조에 대한 반항적인 태도가 만연했기에, 시의 원출처에 이르기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14인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려 한 것은 무엇일까? 그는 서문에서 《시인을 체포하라》를 집필한 동기 중의 하나로 당시 파리의 거리 곳곳을 누비면서 당시 여론에 대해 추적해 보려한다고 고백한다. 여론 혹은 물자체는 우리의 이해를 벗어나는 것이기에 그 시대의 매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추적하려 한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런 저자의 입장은 푸코든 하버마스든 개념적 문제와 상관없이 사실 자체에 대한 상세 묘사를 통해 으레 품평하기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그 판결의 묘미를 넘겨주는 세련된 솜씨가 아닐 수 없다.

저자는 말미에 ‘14인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인터넷이 존재하기 훨씬 전, 정보가 입으로 전달되고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시가 아주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던 시절에 정보 사회가 작용했던 방식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 162쪽

에드워드 카(E. H. Carr)는 일찍이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통해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설파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의 일련의 작업들은 근대사의 숨겨진 비사(秘史)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사의 오묘한 조화라든가 처세의 지혜를 제공한다.

나는 이책을 읽고 SNS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이 발달한 요즘, 18세기 프랑스 시대에 절대권력의 ‘불통’에 맞서 어떻게 지식인이나 서민들이 이를 희화하고 풍자해서 자신들의 언로(言路)를 만들어나갔는지 잘 엿볼 수 있었다. 으레 ‘불통’의 시대는 희생양을 필요로 해 왔다. 그게 고양이든 시인이든 무슨 상관있으랴!

불통의 사회, 왜곡된 담론의 시대에는 유비통신이 곳곳에 넘쳐나기 마련이다. 이를 루이 15세 식으로 틀어막는다? 아마도 시간이 흐른 즈음 또 누군가에 의해 서술되고, 그 독자들은 이를 읽으면서 한껏 키득거릴 것이다.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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