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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최고의 날이 되십시오 - 미래를 여는 과학 편지
한범덕 지음 / 행복에너지 / 2014년 1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놀랍게도 현재 청주시민들을 위해 일선에서 헌신하고 계신 한범덕 시장이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다루고 있는 주제가 과학이다. 게다가 글 솜씨도 가히 능준해서 구구절절 명문(名文)이다. 에세이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백미 중 하나인 ‘진솔함’이 배여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만큼 인간미도 넘쳐난다.
여기서 잠시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자. 저자는 청주 토박이다. 그는 청주시 남주동에서 태어나 청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쳤다. 이어 서울대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했고, 다시 청주대·충북대에서 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따냈다. 또한 행정고시(22회), 내무부, 대전시, 대통령 비서실, 충북 정무부지사, 행정자치부 제2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행정의 달인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이론’을 씨로, ‘실무’를 날로 겸비한 위무경문(緯武經文)의 모범이 아닐 수 없겠다.
이제, 저자가 바쁜 와중에도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에 대한 것은 다음 소회를 읽어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는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생각에서 공직에서 물러나 있던 지난 2009년 ‘미래과학연구원’이라는 재단을 설립하였습니다. 그리고 과학 분야 교수님과 선생님들을 주요회원으로 하여 지역사회 과학교육증진, 과학인구 저변확대, 생활과학 진흥 등을 도모하는 일들을 하였습니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그때 관심을 주셨던 분들에게 전하던 과학에 대한 단상(斷想)을 정리한 것입니다. - 7쪽
이렇게 설립된 ‘미래과학연구원’은 물론 청주에 있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저자는 경력의 숨을 잠시 고르던 시절에도 한결같이 고향의 발전을 위해 봉사해 온 것이 아니었을까? 이보다 앞서 그는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사무총장(2002)과 충북 바이오산업추진단장(2003)을 역임한 바 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단상’이 실은 인생과 과학에 관한 깊은 통찰과 혜안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된다. 그 내용도 과학의 미래, 소립자와 우주, 일상 속의 과학, 화장실과 손 씻기 등 위생 과학, 노벨상을 바라보는 젊은 과학자 12인 등 다루고 있는 꼭지도 다양하다. 그렇다고 따분하지 않다. 이야기의 보따리를 풀어내는 방식이 저자 자신의 삶과 체험 속에서 우러나온 일화를 진솔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가령 ‘고등어’라는 절(節)을 보면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저자가 신혼 초 때의 일이었다. 자신은 유달리 고등어를 좋아했지만 장모님이 워낙 비린내를 싫어하여 처가에서는 고등어를 전혀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번은 몰래 통조림을 사다가 도둑고양이처럼 먹다가 들키는 바람에 면구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115쪽 요약
그 다음에는 무슨 내용이 이어질까? 바로 지구 온난화다. 고등어와 오징어는 대표적인 난류성 어족이다. 저자가 접한 2007년 자료에 의하면, 당시 고등어와 오징어의 어획고가 전년도에 비해 각각 385%, 292% 늘어났다는 것이다. 대신 한류성 어족인 명태는 어떤가? 1980년대 초 무려 연간 13만t이나 잡히던 것이 점점 줄어들어 2006년에는 6t이었다고 한다. 충북대 김학용 교수의 말을 인용해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이 2℃만 올라가도 대표수종인 소나무가 멸종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편 두 살 아래 동생이 포병으로 복무 중 불발탄 폭발사고로 산화한 이야기, 대장암 판정을 받고 완치된 사연, 백내장 수술을 받은 이야기, 나이 마흔에 늦둥이 딸을 얻은 심정 등등 인간 한범덕을 살갑게 접할 수 있는 은밀한(?) 일화도 깨알같이 박혀 있다.
저자는 내용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살핀다. 가령 ‘수타면’ 절을 보면, 밀가루에 알카리성 물을 넣으면 밀가루 속 단백질 ‘글루텐’에 특이한 변성을 일으키면서 반죽의 점성과 신축성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열네 번 잡아당겨 1만 6384가닥의 면발을 지닌 ‘롱쉬몐'이 탄생했다는 것.
또한 스마트폰 등에 많이 활용되는 ’블루투스(Bluetooth)‘는 억지로(?) 직역하면 ’푸른 이빨‘이 되겠지만, 원래는 10세기 덴마크 왕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1994년 에릭슨에서 개인근거리무선통신(PANs)을 개발하면서 이 이름을 붙였다. 이외에도 디스플레이와 관련하여 LCD, PDP, LED에 대한 구분도 쉽게 설명해 놓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압권은 한국연구재단에서 선정한 노벨상을 바라보는 젊은 과학자 12인이다. 이에 관한 것은 2009년에 단행본《노벨상을 꿈꾸는 과학자들의 비밀노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저자는 청소년이나 예비 과학도들이 이 책을 통해 미래를 주도할 신기술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과학 특히 기초과학에 헌신할 수 있는 사명감을 키우기를 요망한다. 그런 맥락에서 자랑스런 12인의 우리 과학자들은 훌륭한 롤 모델이 되지 않을까?
아래에 본문에서 소개된 순서로 12인의 과학자들을 정리해 보았다.
이광희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 57쪽
이상훈 교수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 60쪽
이영무 교수 (한양대학교 응용화공생명공학부) - 64쪽
김기문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 95쪽
최정규 교수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 208쪽
정종경 교수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 227쪽
이지오 교수 (KAIST 화학과) - 230쪽
홍성철 교수 (서울대학교 생물물리 및 화학생물학과) - 237쪽
김외련 교수 (경상대학교 응용생명과학부) - 243쪽
강봉균 교수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 247쪽
오정미 교수 (서울대학교 약학과) - 251쪽
김관묵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분자생명과학부) - 255쪽
이제, 이 책을 자양분 삼아 우리 모두 “오늘도 최고의 날”이 되도록 힘껏 뛰어보자. 과학 혁명은 아직도 왕성하게 진화 중이요, 우리가 열정을 펼칠 신천지는 무한히 열려 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꼭지별로 일자를 명시하거나, 기고한 출처를 밝혔더라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더 좋았을 것이다. 사족 하나. 에필로그에 언급된 ‘후생유전학’(262쪽)의 경우 지금은 ‘후성유전학’으로 바꿔 부른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