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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끝을 찾아서
이강환 지음 / 현암사 / 2014년 4월
평점 :

이 책은 우리나라 천문학자가 쓴 것이다. 현재 국립과천과학관에 재직하고 있는 이강환 박사.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영국 켄트 대학에서 펠로우 연구를 수행했다.
언뜻 보면 표지 디자인이나 속지가 벌겋게(?) 되어 있어서 청소년용 같지만, 실은 어른들도 재미롭게 즐기면서 과학 교양도 쌓을 수 있는 책이다.
내용은 어떨까? 전체적으로는 우주의 시작과 끝을 다룬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너무 광범위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줄이자면 우주의 시작, 빅뱅과 우주의 팽창, 즉 성장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별의 소멸이다. 책의 제목인 《우주의 끝을 찾아서》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팽창하는 우주의 끝은 어디인가 하는 것과 우주의 종말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성분 중에서 우리가 밝혀낸 것은 겨우 5퍼센트 남짓이다. 약 27퍼센트는 중력으로만 존재를 알 수 있는 암흑물질로 되어 있고, 나머지 68퍼센트는 우주 공간에 균일하게 퍼져 있는 암흑에너지로 되어 있다. 사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별의 탄생을 위한 원천이 되기도 하고, 별의 죽으면서 퍼져 나온 것이기도 하다. 시작과 죽음이 같은 것이다.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한 것은 약 137억 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계의 역사는 약 47억 년이고, 태양의 수명은 100억 년이라 앞으로 약 50억 년은 더 지속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우주의 기원과 팽창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그것도 그냥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 팽창한다는 것. 즉 우리 주위에 있는 별들은 더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별의 생성과 소멸에 관한 것도 쉬우면서 상세하게 설명해 놓아 이 분야에 관해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라면 혹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우주에 관심 있어 하는 자녀를 둔 아빠, 엄마라면 제법 알은 체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나도 매번 아들 녀석과 우주니 블랙홀이니 씨름해 보지만, 적색거성이니 백색왜성이나, 초신성이니 하는 대목이 나오면 어렵기만 하다. 게다가 파섹이나 Ia형 초신성 이야기로 들어가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쩔쩔 매게 된다.
그럴 때 이 책을 함께 들여다보면 어떨까? 구글 등에서 관련 이미지를 검색해서 수많은 컬러 사진과 곁들여보면 금상첨화겠다. 가령 적색거성과 백색왜성 사이에 존재하는 ‘행성상 성운(planetary nebula)’만 해도 그렇다. 환상적인 모습을 실컷 볼 수 있다(아래 사진).

또한 어디서 찾아 보기 어려운 다양한 그림과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다. 내용이 다소 어려운 곳도 더러 있지만, 이러한 비주얼 이펙트(?) 덕분에 쉬엄 쉬엄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잡을 수 있겠다.
에드윈 허블이나 하버드의 '컴퓨터'들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특히 세실리아 페인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그녀는 태양의 스펙트럼을 분석해서 기존에 태양이 주로 철로 되어 있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고 수소와 헬륨으로 되어 있다고 제창했다.
당시 보수적인 남성 과학자들이 기존 학설을 지지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새로운 학설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결국 다른 과학자들의 독립적인 연구 결과가 페인의 주장과 일치하면서 그녀가 옳았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기까지는 고난의 연속이다. 사실 상대성이론을 창안한 아인슈타인도 처음에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거나, 블랙홀의 존재를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이 이론들이 자신의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임에도 말이다.
아마도 이는 다른 과학자들이 자신이 창안한 이론을 바탕으로 밀도 있게 고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이어 내는 바람에 미처 인식적 또는 경험적으로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편 우리 과학자의 뛰어난 성취도 소개되어 있다. 가령 우리 몸을 이루는 6대 주요 원소 즉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 황은 별의 진화와 죽음의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즉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이들 원소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유독 인만은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인 성분을 충분한 양 만큼 최초로 발견한 사람들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의 구본철 교수가 이끈 연구진이었다. 구 교수 팀은 카시오페이아 A 초신성 잔해에서 다량의 인을 발견하여 초신성 폭발 과정에서 인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처음 관측으로 확인했다. 이 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지 2013년 12월 13일자에 게재되었다. 너무나 자랑스럽지 않은가! ^^

최근 아들과 함께 국립과천과학관에 다녀왔다. 마침 다양한 우주 탐구 프로그램들이 성황 중이었다. 가령 천체 망원경으로 태양 관찰하기, 블랙홀 3D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쏙 빼 놓을 정도로 이채로왔다. 아마도 저자의 노력이 빛을 보는 것은 아닐런지. 언제가 우리 아이들이 우주의 신비를 파헤칠 날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