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 -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최재천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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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진화론 이후 생물학자들은 진화론을 활용하여 인간의 뇌와 심리 작동 기전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동물 실험이나 동물 행동 관찰을 통해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겠다는 발상이 널리 확산되었다.

가령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나 스키너의 행동실험 등은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간 이성적 사고와 철학적 반성에 의존하던 우리 마음과 행동의 작동 기전에 관해 새로운 지평이 열린 셈이다.

저자 데이비드 버스 교수는 하버드대와 미시간대에서 진화심리학을 강의하면서, 인간 행동 중에서 ‘짝짓기’와 ‘죽이기’에 연구초점을 맞추어 왔다. 저자가 다루는 진화심리학의 세부 영역을 너무나 다양해서 그 열정에 탄복하게 된다. 아마도 새 영역을 학문적 성과로 발전시키려는 개척자 정신이 투철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짐작해 본다.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은 어떻게 다를까? 진화생물학이 어떤 생물을 이루는 모든 부분을 합쳐 진화론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진화심리학은 그보다 더 좁게 심리학적인 부분, 즉 진화한 기제들의 집합으로 본 사람의 마음, 그러한 기제를 작동시키는 기전, 그런 기제들이 만들어내는 행동의 분석에만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흔히 진화론하면 이미 결정된 것이니 더 이상 진보나 발전이 없을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저자에 따르면 진화심리학에 관해 널리 퍼져있는 보편적 오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다. 물론 세 가지 오해는 현재 명확하게 아닌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첫째, 사람의 행동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둘째, 만약 진화 때문이라면 행동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셋째, 현재의 기제는 최적으로 설계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진화심리학이 다루는 추구하는 핵심 질문은 네 가지가 있다.

1) 왜 마음은 이렇게 설계되었을까? 즉 사람의 마음은 어떤 인과 과정을 통해 현재의 형태로 만들어지거나 빚어졌는가?
2)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설계되었는가? 즉, 그 기제나 구성 요소는 어떤 것이며, 그것들은 어떻게 조직되었는가?
3) 구성 요소들의 기능과 조직 구조는 무엇인가? 즉, 마음은 어떤 일을 하도록 설계되었는가?
4) 현재 환경의 입력은 사람 마음의 설계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관찰 가능한 행동을 낳는가?

책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생존과 성장, 짝짓기 전략, 양육, 유전적 친척을 돕는 협력과 이타심 그리고 이성간 갈등 등 다양한 심리학 영역을 아우른다.

책을 읽어 보니 대학 교재용으로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학생들에게 진로를 선택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서인지 진화심리학이 관여해 왔거나 접점을 찾아야 할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연구와 실험을 병행해 온 것들에 대해서는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읽는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특히 관심이 갔던 부분은 ‘양육 문제’였다.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부모의 보살핌을 더 많이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부성 불확실성 가설과 짝짓기 기회 비용 가설이 있다고 한다.

‘부성 불확실성’ 가설은 수컷의 관점에서 볼 때 다른 수컷이 암컷의 난자를 수정시켰을 가능성이 항상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짝짓기 기회 비용’ 가설을 보면 수컷의 번식 성공률은 생식력 있는 암컷만 있다면 제한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수컷은 암컷보다 양육을 책임지려고 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메스꺼움이 유해 미생물의 공격에서 우리가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회피하게 한다는 것이나 입덧이 음식물에 있을지 모르는 독소에서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1859), 월리엄 해밀턴의 〈포괄 적합도 이론〉(1964),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1966) 그리고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1998)에 이르기까지 진화론을 이용해 인간 행동과 심리를 설명하려는 다양한 시도의 계통의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을 통해 심리학의 다른 하위 분야, 가령 인지심리학, 사회, 발달, 성격, 임상, 문화, 소비자, 마케팅, 교육 그리고 환경 등에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진화심리학을 통해 심리학의 하위 분야 나아가 전통적인 학문들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진정한 통섭을 이루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에드워드 윌슨이 제창했던 사회생물학에서 의도했던 바이기도 하다.

그동안 짬짬이 봤던 책을 통해 단편적으로 알게 된 진화심리학 관련 영역들을 충분하지는 않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고 보니 진화심리학은 우리가 인간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홍해의 물길’ 같이 활짝 열어젖힌 것은 아닐까? 앞으로  진화심리학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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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2014-05-1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화론은 심리학을 주장할수 없습니다
인간은 폭력적이여 왔고 어떤 나라는 동성애가 지극히 적고 어떤나라는 괭장히 많다는
것 때문이죠

dw 2014-05-1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것뿐만 아니라 기술가정 책에는 아이는 학습으로 자라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