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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조의 비밀을 안 최고의 부자 록펠러
이채윤 지음 / 미래사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록펠러....뉴욕 시민들이 수돗물을 공짜로 먹게 수도관을 매설한 록펠러, 십일조를 계산하는 전담 인원만 40명을 둘 만큼 철저한 십일조를 했다 등등....가끔 설교에 인용되는 록펠러의 긍정적인 면들이다.
당시의 록펠러의 재산을 현 시세로 환산해 보면 지금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빌 게이츠 재산의 3배가 된다고 한다. 당대 최고의 부자라는 것만이 아니라 록펠러는 자본주의가 뭔지 보여준 사람, 독과점의 폐단을 보여준 사람이기도 하다. 이것만으로도 록펠러라는 인물은 딜레마를 갖고 있다. 더구나 록펠러 일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이 십일조를 정확히 했다는 면에서 신앙인 록펠러를 다루고 있기에 기독교인의 관점에서도 보여지는 딜레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상반된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공정하게 쓰기가 어렵다. 매도하기도 쉽고 미화하기도 쉽다. 또한 아직 역사적 평가가 내려지기 전인 현대 인물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더욱이 그 인물이 태어나 자라고 있는 지리적, 문화적 공감대도 없는 제 3자인 동양인에 의해 쓰여져 있기에 이 책의 소스는 모두 록펠러 자서전이나 기존의 주변 인물 인터뷰들이다. 록펠러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면도 제대로 언급해야 하는게 인물 저술의 기본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록펠러에 대해 극히 우호적이다.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 '오명을 썼다'라고 언급했을 뿐, 그가 한 부당한 행위에 대한 단순 기술조차 없다. 그런 일을 서술했다고 저자의 주장이 희석되었을까...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도 정확하게 언급하는 것이 저자가 공정한 시각을 갖고 있었음을 드러내 주었을 것이다.
기업인으로서의 록펠러 평가는 차치하고라도 신앙인으로서의 록펠러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해 주었을 것이다. 그가 55세 이후에 한 자선사업이 지난 생애에 대한 반성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을텐데(실제로 그런지 아닌지는 이 책을 통해서는 알 수 없다) 이 책에서는 능력있는 기업인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던 록펠러, 과학적인 자선 사업가로서의 록펠러, 신실하고 가정적인 신앙인으로서의 록펠러만 나열되고 있다. 모든 사항에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고 은사였다는 것은 기독교인으로서도 공감하기 어렵다.
하나님은 과정을 보시는 분이다. 그가 하나님께 갖는 경건성, 자신의 부는 다 하나님이 주셨다는 고백만 우리가 곧이곧대로 믿으면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가 했다는 비인도적인 행위들은 무엇일까. 당시의 정치 상황이나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는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도 막연하게나마 책에서 언급된 것만이 록펠러에 대한 평가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이렇게 비판받아야 하는 문제점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점, 정부 방침에 따라 회사가 분리된 후 오히려 재산이 더 증식했다는 사실을 그가 받는 축복처럼 언급했다는 점 등 객관적이지 못한 태도가 아쉽기만 하다.
십일조의 비밀을 알았다고, 우리가 정확히 내는 십일조는 하늘의 씨앗이 되어 풍성한 열매 맺어 다시 나에게 부어주신다는 그 비밀을 알았기에 록펠러는 그 효과를 우리에게 확연히 보여준 첫 사람이라는 평가는 다른 기독교인들에게는 공감될지 몰라도 최소한 내게는 씁쓸하기만 하다.
재물에 대한 이야기는 종교적 입장이 아니더라도 반론이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더구나 이것을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이야기하며 하늘에 소망을 두라는 기독교 입장에서 이야기하려니 더 많은 모순을 낳게 되는 것 같다. 일반인으로서의 록펠러 이야기라면 이만큼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물론 록펠러가 한 자선 행위나 그의 믿음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록펠러 자신과 하나님만의 문제이다.
소재도 그렇고 저술하는 시각도 그렇고 공정성이 부족한 책이다. 혹시나 이 책을 읽고 나도 록펠러처럼 살겠다고, 이것이 록펠러의 전부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건 아닌가 하는 기우에 야박한 리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