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뜬금없이 영화보러 가자고 하시더니만 4시에 메가박스에 예매까지 하러 나가셨다. <화씨911>을 보자고 했는데, 좀 있다 전화가 왔다. "<화씨911>은 없네. 뭐 볼래, <아이, 로봇>?" 결국 못 보고 내린 건가... 아까 전화했을 때는 분명히 화씨911이 있다고 되어 있었는데, 자동시스템은 믿을 게 못된다니까, 하고 생각하며 아이로봇을 보자고 했다.

나는 윌 스미스가 좋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그 사람을 보는 걸 좋아한다. 얼굴이 참 귀엽게 생겼다. 하지만 딱히 팬은 아니고, 윌 스미스가 나오는 영화는 <맨인블랙> 1, 2밖에 안 본 것 같지만(아, <저지걸>에서 잠시 나온 것도 보긴 했다.) 볼 때마다 그냥 '이고, 귀엽게도 생겼네~'하는 것이다. 몸매도 좋고! 내가 배우를 좋아할 때는 그 사람의 연기 혹은 생김새(시각적인 즐거움을 외면할 순 없지)만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사람 좋아~"하고 말했을 때 "엑? 그 사람 어떠어떠한 인간인데 그런 파렴치한을 좋아하냐?' 등의 말은 듣기 싫다.

<아이, 로봇>은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본 아주 재밌고 깔끔한 영화였다. 7월 한달간 본 영화들이 약간 허전했던 것과 달리 영화관을 나서면서 '음, 정말 재밌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7월 한달간 본 영화들에 대해 말해 보자면, <슈렉2>는 확실히 재밌고 풍자적이었지만 어딘가 허전했고,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애들만 보고 있어도 즐거웠지만 전체적으로 클라이막스가 없다는 느낌이었고, <늑대의 유혹>은 딱히 영화관에서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킹 아더>는 잠들어서 할 말이 없다.

<아이, 로봇>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어떤 장면이냐면, 뒤에서는 '인간'이 "모여라"고 부르고 있는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로봇'인 써니 앞에 모여드는 NS5들과 그들 앞에 선 써니의 모습을 넓게 잡은 화면이다. 이 상징적으로 보이는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내 생각은 이렇다. 이 장면은 이 영화가 로봇의 반란이 끝남으로써 끝을 맺긴 하지만, 결국 인간이 로봇을 통제할 수는 없으리라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경고를 담고 있다. 절망적이다. 그러나 나는 희망적인 면도 볼 수 있었다. 바로, 주인공 스푸너와 써니가 나누는 악수와 윙크에서 잘 나타나는 인간과 써니의 신뢰와 소통이다. 써니는 보다 인간에 가까운 로봇으로, 로봇의 형태를 한 인간의 대체물이다. 인간적인 로봇이 그저 기계일 뿐인 로봇 위에 서있게 함으로써 인간이 우위인 상황의 역전이 없는채로 양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이상을 표현했다. 그게 왜 이상이냐고? 만약 영화에서 묘사된 것 정도로 로봇이 발전한다면 분명 그로 인한 범죄들이 증가하면서, 로봇으로 인해 인간의 삶이 점점 파멸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단어를 쓴 것이다. 그 정도의 고도로 발전된 로봇과 함께 깨끗한 세상? 역시 이상이다.

그런데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영화가 또 뭐가 있더라? 로봇 영화라고 떠오르는 건 <바이센터니얼 맨>과 <A.I.>밖에 없는데, 이 두 영화에서는 반란은 안 나오지 않나? 계속 '로봇들의 반란... 로봇들의 반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뭐더라...'하는 생각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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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8-01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와 영화데이트!!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네요....^^

明卵 2004-08-01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근데, 방해꾼으로 동생녀석이 있었어요ㅎㅎ

진/우맘 2004-08-0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라...방금 하얀마녀님이 그저 그렇다 해서 마음 접고 왔는데...이리되면 또....
나도 윌 스미스 너무 좋아요.^^ 맨 인 블랙도 그렇고, 나쁜 녀석들도 그렇고, 이 친구가 나오면 영화가 왠지 쿨해지는 것 같아. 그리고 무엇보다...섹쉬하잔하요~~~*^^*

明卵 2004-08-02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처럼 많은 생각을 하면 재미가 없고.. 저처럼 아무 생각 없으면 재미가 있는 건가봐요;ㅅ; 나쁜녀석들은 18금이라 못 봤는데, 정말 보고싶어요. 때리고 부수고만 해도 얼굴만 윌 스미스만 보고 있으면 즐거운데^^; 섹쉬~하니까요!ㅎㅎ

-ㅇ-띠용띠용-ㅇ- 2004-08-02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방해꾼이였어??~.~ 저는 명란(明卵)님의 동생 승민(承旻) 입니다. 정말 우리 언니는요 윌 스미스보면 귀엽다고하는데.. 저는 흑인들 출연하는 영화는 뭐 그사람이 그사람있것 같더군요.!ㅎㅎ
 

사례 1.
  학원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경비아저씨가 부르셨다. 따우님이 보내주신 팔찌와 네버랜드에서 산 티셔츠가 와 있었고, 학원갔다 오면서 찾을까도 생각했지만 얼른 뜯어보고 싶은 마음에 그냥 받았다. 게으름부리느라 늦게 나와서 할 수 없이 택시를 잡아 탔는데, 도저히 안에 들어있는 물건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택시 뒷좌석에서 봉투를 뜯기 시작했다. 우선 팔찌부터 뜯어서 팔에 걸고 흐뭇한 눈길로 한번 바라봐 준 후 티셔츠도 뜯었다. 박혀있는 그림을 보느라고 티셔츠를 다 펼쳤을 때 행복에 한번 젖어준 다음 깨끗이 개고 있자니 앞좌석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아가씨 좋겠네~ 선물인가 봐요?"
  "(아가씨?) 예... 뭐, 그렇죠."
  "선물도 다~ 때가 있다니까요. 이십대 때나 그리 선물하지 서른 넘고 마흔 넘으면 그것도 못해요~ 허허허..."
  "(덩달아) 아하하하;;"
저기, 저 이십대 아녜요ㅜㅜ;

사례 2.
  오늘은 늦잠을 자서 택시를 타야만 했다. 헤롱헤롱 비틀비틀 하면서 길가에 나가 택시를 잡았는데, 기사 아저씨는 잠시도 말을 안 하면 못 견디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아침에 학원에서 단어시험칠 걸 외우고 싶고, 아침시간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어찌나 말을 붙이는지... 하지만 그놈의 말 좀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싶은 걸 꾹 참고 그냥 맞장구치며 웃고 있었다. 이런저런 말을 하는데, 말끝마다 아가씨 아가씨였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택시기사는 원래 아가씨란 표현을 잘 쓰나, 했는데 적어도 이분은 정말로 날 아가씨로 보고 있는 거였다.
  "이쁜 아가씨는 이번 여름에 뭐 휴가 계획 다 잡았습니꺼?"
  "아뇨, 아직 모르겠네요." (속으로 '지금 이 시간에 학원가고 있구만 휴가는 무슨!' 이라고 생각했다.)
  "에이 아직까지 그런 것도 모릅니까~ 여름인데 함 놀러 가야지예?"
  "예에, 시원한 데 가아죠... 하하하..."
  "(방금 생각났다는 듯이) 아, 애인이 어디 가자고는 안 해요?"
  "예? 아하하... 없는데요."
  "예쁘니까 좀 있음 생길겁니다. 하하하."
  "그럼 좋겠죠. 호호호..."
대체... 열여섯인 내가 애인이랑 같이 휴가를 떠나란 말이냐ㅜㅜ

사례 3.
목요일이니까 새 영화들이 들어왔을테니 나에게 애매한 시간으로만 짜여져서 아주 속을 아프게 했던 시간표도 바뀌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영화관에 전화를 걸었다. 여느 때와 같이 자동안내 시스템이 날 반겼고 나는 나에게 딱 좋은 시간으로 바뀐 영화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가진 돈 다 털어서 <킹 아더>를 보기로 했다. 영화를 보려면 표를 끊어야지.
  "2시 25분 킹 아더요."
  "예, 한분이시죠?"
  "네."
  "(앗, 깜빡했다.) 아, 학생표로 주세요."
  "(무지 놀랐다는 듯) 네? 학생표요? 학생증 좀 보여주시겠어요?"
  "여기요."
  "네, 2시 25분 킹아더, 6관입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안녕히 계세요."
그러니까... 내가 학생표 달라는 게 못마땅하단 거요?ㅜㅜ

  최근 일주일동안 위의 사례들을 겪으며, 나는 궁금해졌다. 나는 대체 몇 살로 보이는 걸까? 대충 이십대 초반일까? 153cm의 키로 원래 나이에서 다섯살은 더 먹은 취급을 받다니. 보통 겉늙은 게 아닌갑다.

  나도 내 나이에 맞게, 택시에 타면 학생 소리 듣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십대로 보여도 내가 좋다. 어설픈 화장을 하고 돌아다니며 중학생 티를 팍팍 내는 친구들보다 그냥 스킨 로션 선크림만 바르고 깔끔한 내가 좋다. (어설픈 중학생 화장을 하면 화장을 했음에도 온 얼굴에서 나 어려요, 하는 외침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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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7-29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란님은 지금 얼굴에 만족하신다니 다행이지만, 혹시 어려 보이고 싶으시다면 친구들의 본을 받아 어설픈 화장을 시도해 보심이.. 쿄쿄. ^o^
아이, 심각한 문제에 제가 너무 농담조로 나왔나요? 하지만 너무 동안인 것보다 어느 정도 성숙한 얼굴인 편이 오래오래 안 변하고 유지되드라구요. 그러니까 명란님이 훨씬 나이 드신 담까지도 20대 초반이시죠? 란 말 들으실 거예요. ^^ 전 심각한 동안이었다가 요새 갑자기 무너지고 있는 중이라서.. ㅠ_ㅠ

진/우맘 2004-07-30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명란님은 지적인 수준도 이십대로 보이는 걸요?
예전에 말했던가? 저도, 열 일곱 나이에 스물 일곱이래면 믿는 사람이 있었답니다. 흑흑. 괜찮아요. 조로(?!)한 사람은 나이 먹어서는 도리어 회춘하는 경향이 있더라구요.(믿자, 믿어!!)

비로그인 2004-07-30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20대로 보이는 얼굴이란 말인가? 그래도 어렸을때 성숙한 얼굴은, 나이들어서 잘 늙지 않는다잖아요...(성숙해보인다는 사실을 인정?? ^^;;) 어설픈 화장을 해도, 어린티가 팍팍 난다는 건 인정. 그때가 좋은거라니까요~ ^^

물만두 2004-07-3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키에 전 대학교 1학년때 교수님께 거기 국민학생은 나가라 소리 들었는데... 앗, 쓰고 보니 님께 염장을... 죄송합니다... 어려보이는게 좋지만은 않다는 야그였습니다. 수습이 안되나요? 때리세요.

明卵 2004-07-30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늙어보이는 건 괜찮은데 얼굴에는 만족할 수 없어요ㅜㅜ 그리고 화장은 너무 어려워보여서 안 할라구요ㅎㅎ 나이들어서도 이십대 초반이냐는 말 들으면 되게 기분 좋겠네요! 그럼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날의 말들은 훌훌 털어볼까요~

진우맘님, 아닛, 진우맘님은 저를 너무 과대평가 하신다니까요. 온갖 분야에 무지한 저예요ㅜㅜ 알라디너 여러분들께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런데 '조로'라는 단어가 정말 있네요! 저는 물음표에 느낌표까지 붙여놓으셨길래 그런 단어가 없나, 하고 찾아봤는데... 어째 조루랑 헷갈리는 단어ㅎㅎ 훗, 전 나중에 회춘할라요~

앤티크님, 흑흑.. 그런가봐요, 전 믿고싶지 않지만ㅜㅜ 옛날부터 '엄마랑 판에 박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요즘 더 많이 듣는다 했더니 설마... 점점 늙은 얼굴이 되어서?! 너 참 안 늙는구나 하는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느낄 내일을 위해 피부관리나 잘 하고 있어야겠어요^^ㅎㅎ

물만두님, 같은 키요? 오오~^^ 염장 아녜요, 전 물만두님의 깊은 뜻을 다 알아듣고 한참전에 수습 다 한 걸요. 호호홋^^

明卵 2004-07-3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해를 못한 바보팅이ㅜㅜ)

明卵 2004-07-3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랬군요^^ ㅎㅎ
 

서럽다. 지독히 서럽다. 앞으로 9권이나 남았는데 이 설움을 어떻게 견디고 읽을고...

그리고, 책에 표현된 사투리는 일상에서까지 영향력이 너무 강하다. 오늘 버스가 급정거를 했을 때 속으로 내지른 말이란 "뭐하자는 것이여 시방! 미쳤당가!" 머릿속에 여러 지방 사투리가 뒤죽박죽 섞여서 생각을 할라치면 툭툭 튀어나오니 여간 우스운 게 아니다. (우시운...이라고 쓰려고 한 건 또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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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7-27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기 시작하셨군요.
전 장편대하소설이라 이름 붙여진 책들을 읽다 보면 조급함에, 답답함에 속에서 열불이 나는 때가 많아요. 소재 자체도 일단 저한테 버거운 것들이 많고 그 끝도 없이 이어지는 문장들 사이사이에서 숨이 막혀 버릴 것 같기도 하고..
후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크게 작용하는 건 님 말씀대로 사투리의 영향이예요. 온식구가 다함께 태백산맥(맞나? 다른 책이었나?)을 읽었을 때, 사투리라고는 단 한마디도 안 쓰는 우리 집안이 아주아주 웃겼었다지요. ^^
방학 내내 즐거운 독서생활 하세요. ^-^

明卵 2004-07-27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드디어 시작입니다.
저는 빨리 읽어치우고 싶은데 속도가 안 따라가서 슬퍼요. 근데, 전 성질이 급해서 2권짜리도 벅차거든요, 사실-_-; 한 권 다 읽은 게 전체 이야기에선 몇 분의 몇 이라니,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구요.. 그런데도 아리랑은 신기하게, 막막하진 않네요.
아, 읽고 있으려니 사회 수업 듣는 것 같단 기분도 들었어요. 다른 작품들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습득하는 지식들이 많았지만... 이 작품은 눈에 띄게 제 머리와 가슴에 양분을 공급해줄 것 같습니다.^^ (대하소설은 처음 읽어봐요. 한국소설도 오랜만인 판이고;)
사투리.. 지금도 자판을 누를 때마다 그리혀서 이리한 게라..같은 말들이 둥둥 떠다녀요ㅜㅜ 그래도 저는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다보니 좀 덜 웃긴데, 정말 사투리 전혀 안 쓰던 사람의 머릿속에 온통 사투리 일색이 되어버리면 참으로 웃기겠습니다ㅎㅎ
책이랑은 상관없는 건데 말이죠......................숙제 하기 싫어요!!!!! 자고싶어요!!!! 어헝헝...

superfrog 2004-07-27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하소설.. 중간에 멈춰버리면 참으로 난감하죠.. 아.. 저놈의 장길산, 도대체 어디까지 읽은건지 당췌 알 수가 있나.. 꼽혀 있는 건 10권까지 다 있건만 분명 다 읽지는 않았는데.. 우짜노.. 우짜노.. ㅎㅎ 명란님, 아리랑 즐겁게 읽으시고 방학 신나게 보내세요!!^^

明卵 2004-07-27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흑.. 학교에서 아리랑, 방학동안 읽으라고 줬거든요. 근데 5권까지밖에 안 주는 엄한 짓을 했어요!-_-; '중간에 멈춰버리면 참으로 난감', 정말 그렇겠는데... 걱정되네요ㅜㅜ

어룸 2004-07-27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제쯤이나 대하소설에 발을 담궈보련지....성질이 급해서 꽂혀있는것만 봐도 그 길고 긴 여정을 어떻게 견뎌내나 걱정돼서 심장이 떨려요^^:;;;;(간단히 말해서 '게으를 뿐')
 

느림님의 5000hits 이벤트 선물이 드디어 도착했다! (지금 10000힛도 넘겼는데-ㅅ-;;) 요즘 줄줄이 알라딘에서 주문한 책을 비롯하여 책나무님이 보내주신 <냉정과 열정사이>, 마태우스님이 보내주신 <달의 제단> 사인본, 따위님이 보내주신 올리바인 팔찌, 네버랜드(게일 해롤드 팬페이지)에서 온 정모기념 티셔츠, 오늘 온 느림님의 이벤트 선물까지 내 이름으로 등기니 택배가 너무 많이 와서 경비실 아저씨가 허허 웃으신다. 나는 기분이 정말, 정말정말 좋다. ^^

오늘 외출하고 돌아오는데 아저씨가 나를 부르셨다. "택배왔다~" 앗, 드디어 느림님 선물이 왔구나! 좋아서 쪼르르 달려갔는데... 엥? 웬 퀸앤퍼피?;; 우리집은 동물과는 거리가 멀어서 이런 게 올 리 없으니 느림님이 보내신 거 맞겠지, 뭐. 하면서 일단 들고 올라왔다. 능숙하게 커터칼을 꺼내 테이프를 슥슥 잘라보니, 역시~ 느림님의 선물이 맞았다. 그럼 그렇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하나하나 꺼내는데, 마치 보물상자를 열어보는 것 같이 꺼내도 꺼내도 속에서 뭔가가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어쩜 이렇게 아기자기할 수가! "우와~" 잠시 입을 못 다물고 헤벌레 하고 있다가 폰카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① 절애5권+브론즈13권
순전히 "저요!"를 빨리 외친 덕에 받은 것. 한 권 한 권 들고 흐뭇하게 표지를 감상하고 있는데 내 눈에 띈 것은 '19세 미만 구독불가' 딱지-.-;; 그 빨간딱지는 두 권에서 발견되었다. 얼른 깨끗이 떼어내고 놀란 가슴에 삐질삐질 흐른 땀을 닦고 있었건만, 이제 뒷표지를 감상하려고 딱! 보니 똑같은 두 권의 뒷표지에서조차 빨간딱지 발견ㅜㅜ 우씨.. 너무 잔인한 거 아녀? 또 열심히 박박 문질러서 떼어냈다. 아아, 궁금하여라~ 얼른 읽어보고 싶다.

② 이벤트의 주인공, 주니어 렝보!
만세~ 만세~^^ 이녀석 정말 마음에 든다. 어떻게 하면 종이로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거지? 정말... 대단하다. 만지면 플라스틱 재질의 맨질함이 느껴질 것 같이 생겨서는 종이의 뽀드득한 촉감을 가져서 더 특별한 렝보^^ 내심 종이로봇이 어떻게 올지 지난 두달간 많은 상상을 해 봤는데, 상자 속에 따로 한 상자가 더 있고, 그 안에는 솜이 가득차 있고, 그 솜을 다 걷어내고야 렝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혀 망가지지 않고 잘 왔다. 훌륭하지 않은가~ 덜렁대는 내가 밖에 내놓으면 망가질지도 모르니까 유리관에 넣어놓을까? 옛날에 받은 트로피통이 어디 있을텐데...;;

③ 사랑해야 하는 딸들 & CD & 편지
세상에... <사랑해야 하는 딸들>에는 무려 책꺼풀까지 되어있다. (책꺼풀,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인데 글자로 적으려니 영 어감이 이상하다?;;) 감탄을 금치못하고 한 장 넘기니 안에 들어있는 편지와 판다만들기~ 편지 잘 읽었어요, 느림님! 꽂혀진 채로 넘겨볼 수 있게 배려된 색감이 너무 예쁜 CD속지(??)에 크기 감동받았다ㅜㅜ CD에는 사랑해야 하는 딸들 표지 그림이 붙어 있으나 성질급한 나는 이미 음악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에는 없다.

④ 감각적인 CD 자켓
아직 다 못 들었는데(안에 있는 노래들이 워낙에 많아서^^), 너무 좋은 노래들이 많다!내가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이 참 행복하다. 이런 축복어린 선물을 받고 기뻐할 수 없다면 참 불행할 것이다.

⑤ CD 듣는 중^^
사진 찍을 때 플레이되고 있던 것은 Al Jarreau의 Your Song. 지금은 Lube의 Berezi가 흘러나오고 있다. Lube의 노래는 전에 느림님에 서재에 올려주셔서 들었었는데, 들으면 들을 수록 좋다. 말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약간 노이즈가 섞인 듯한 이미지의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 플레이어 뒤에는 지금 배경화면인 게일의 얼굴이 떡하니ㅎㅎ

⑥ 전부 한 곳에 모아놓고 한 컷!
너무나 감사한 선물들을 다 모아놓고 찍어봤다. 렝보가 약간 안짱다리인 건 걱정하지 마셔요, 느림님^^ 그래도 잘 서 있는걸요!

⑦ 아차차.. 목공용 풀까지
혹시나 렝보 어디 부러지면 고쳐주라고 이렇게 목공용 풀까지 넣어보내주셨다. 내가 이걸 보고 엄청 감동먹은 것을 느림님은 아시려나?

느림님, 푸짐한 선물 받아서 무지 기뻐요^-----^ 감사합니다!

참고: 옆의 이미지는... 폰카로 사진 찍어 그림판으로 편집했다.ㅜㅜ 엉엉.. 내 디카.. 내 포토샵.. (귀찮아서 안 깔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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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룸 2004-07-2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앙~~~TㅁT (또 부러워서)철퍼덕!

明卵 2004-07-24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투풀님, 울지 마셔요~ㅎㅎㅎ

superfrog 2004-07-24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받으셨군요..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솜씨에 정성이죠? ㅎㅎ

nrim 2004-07-25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나....
제가 포장을 하고 나서 어느 분에겐가 귀후비개를 빼먹은거 같았는데.. 명란님 이셨군요. ㅜㅜ
언제 다음에 기회가 되면.. ^^

물만두 2004-07-2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배가... 으...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말 사실입니다... 잠깐 실례...

明卵 2004-07-26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정말 그래요! 감탄에 감탄, 또 감탄ㅜㅜ!!
느림님, 힝~ 저만 귀후비개를 빼먹으쎴다니;ㅅ; 그거 받기 위해서라도 님이 다음에 이벤트를 여시면 눈에 불을 켜고 참가를 해야! ㅎㅎ..
따우님, 오오!! 하긴, 포토샵이랑도 별로 안 친한 저니까 그림판을 무시할 입장이 못 되네요^^ 오히려 간편하기도 하고... 정밀한 풍경화라, 보고싶네요.
물만두님, 약 드릴까요? ㅋㅋ
 

은경이 이모는 우리 엄마와 20년도 넘도록 친구이다. 그 남편인 현철이 삼촌은 아빠와 친구이다. 아마 이쪽도 년수로 그와 맞먹을 것이다. 어떻게 짜고 만난 것도 아닌데 이런 재밌는 인연의 두 부부가 탄생한 것이다. 세상은 참으로 신기한 곳이다. 그런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보니 그 집의 남매와 우리 자매가 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피로 이어진 사촌들보다 더 자주 부대끼며 살았으니 할 말 다 했다.

'그 집의 남매'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 가족에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있다. 여자아이는 나보다 한 살 적은 경연이고, 남자아이는 우리 동생보다 한 살 많은 상욱이다. 경연이와 머리끄댕이 잡아당기며 싸우던 어린 시절 얘기는 나중에 쓰고 싶을 때 쓰도록 하고, 오늘은 상욱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쓰려고 한다. 결국 나랑 연관되는 이야기다.

박상욱. 그는 부산의 모초등학교 6학년 모반에 재학중인 귀여운 아이다...였으면 좋겠지만 어릴 때는 매우 귀여웠으나 이젠 징그럽다. 내 키가 153cm밖에 안 되다 보니 웬만한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은 나보다 키가 크지만, 고 쪼끄맣던 박상욱이 나보다 컸다는 건 용납이 안 된다. 흠흠, 아무튼 키에 대한 이야기도 나중에 하도록 하고, 계속 넘어가보자. 나는 어제 무지막지한 정보를 입수해서 꼴딱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징그러운 녀석에게, 무려,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이다. 여자친구? 여자친구? 천하의 '박상욱'이 '여자친구'를 만들어?

그런데 이런 맥아리 없는 녀석의 첫데이트기를 들어보니 가관이다. 우선 서면 롯데백화점에서 진여류전을 보고, (상욱이와 그 여자친구의 미술학원 선생님이 진여류회 일원이다.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고. 따라서, 이 전시회에는 우리 엄마의 그림도 있다.) 미니몰로 걸어서 갔다고 한다. 문제는 그 녀석의 길 걷는 방법이 내가 보기에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것이다. 40분 동안 길을 걷는데, 그 여자애가 계속 쫓아왔단다. 쫓아와? 왜 '쫓아'오지? 이유를 물었더니, 자기 걸음이 빨라서 그렇다나 어떻다나! 게다가 그 시간 내내 말을 거의 안 했다는 거다. 그럼 그 여자애는 계속 뒤로 쳐지면서 한마디 말도 안 하고 종종거리며 따라갔단 말인데, 그 동안 무슨 생각을 했겠는가. 아무튼, 그렇게 걸어서 미니몰에 도착해서 둘이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사먹으면서 돌아다녔단다. 2만 5천원을 들여서 목걸이도 샀다고 한다. 어머, 목걸이를 사? 좋지, 목걸이 선물이라, 멋지네. 하지만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니 여기서도 문제가 보인다. 사긴 샀는데, 그 여자친구는 다른 거 보고 있으라고 계속 떼놓고, 몰래 샀다는 것이다! 이 더운 날씨에 그까지 40분동안 걸어가서, 아이스크림 하나 달랑 사주고 다른 거 보고 있으라면서 자긴 딴 데로 갔다는 말을 하는 것이여, 시방? 그래서 그걸 오늘 선물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랜다. 그러면서 수줍게 목걸이를 보여주네. 그럼 대체, 언제 선물할 건데... 한숨이 나왔다. 좋아, 그렇게 별 일 없는 서면 나들이를 마치고, 둘은 집으로 돌아왔단다. 그래, 니가 첫데이트니까 쑥쓰러워서 그랬겠지, 그래. 그래. 하면서 이해를 하려고 하고 있는데 내 귀에 들려오는 말이라니. 잘가라는 인사도 안 했다고!! 아니, 그렇게 애를 고생고생 시켜놓고, 작별인사 한 마디 안 했단 말이냐. 뚫린 입은 대체 어디다 써먹을 건데. 내가 다 안타까워서 고개를 푹 숙이고 이유를 물어봤다. 이유는 더 같잖다. "아니, 그때 버스에 우리 반 남자애들이 타고 있었단 말이야." ...나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이런 박력없는 놈같으니라고~

소심한 남동생을 가진 누나의 마음이 꼭 이와 같을 것이다. 거참... 여동생뿐인 나에게 새로운 감정-안타까움과 한심함과 복장터짐이 한데 어우러진-을 알게 해줘서 무지 고맙긴 한데, 그냥 평생 몰라도 되는 거 아니냐, 이런 느낌은.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마구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갑자기 이거 상당히 낯익은 에피소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지, 이 희한한 데자뷰는…….

아아, 그랬다. 4학년때부터 중1때까지, 천일을 넘게 사귄 내 남자친구가 꼭 그런 소심쟁이였던 것이다. 하얗고 귀여워서 6학년 때 학교 아침방송으로 하던 반 장기자랑에서는 여장하고 신데렐라도 했던 그런 놈이 내 남자친구였다. (참고로 그 해 우리반 장기자랑에서는 내가 남장하고 흥부전을 각색한 '놀부전'의 놀부를 했다. 뭐냐ㅜㅜ) 그 애는 소심해서 항상 선물도 내가 먼저 했고, 약속도 내가 먼저 잡고, 전화도 내가 먼저 했다. 우리의 첫데이트라... 길을 같이 걸었고, 말도 했다는 건 좀 다르지만 비슷한 분위기였다. 쭈뼛쭈뼛한. 내가 말도 시키고, 천천히 걸으라는 말도 하고 해서 그렇지, 위의 여자애와 같이 그저 말없이 뒤따라 걷기만 했다면 똑같은 짝 났을지도 모른다. 아, 그런 애가 남자친구였더랬지.

하지만 나는 소심해도 그 애가 좋았다. 소심하지만 나한테 고백할 용기가 있었고, 데이트신청도 할 줄 알았다. 내 생일날 선물을 놓고 나왔다고 점심시간에 자기 집까지 뛰어갔다 오기도 했다, 선생님 허락을 안 받고 나간데다 늦게 들어왔기 때문에 한시간 내내 꿇어앉아 벌 서긴 했지만. 밤바카 운전도 능숙했고, 내가 미술시간에 벼루를 떨어뜨려 먹물을 다 쏟았을 때 너는 가만히 있어도 된다며 전부 치워주는 배려도 할 줄 알았다. 언제나 그 애와 있으면 가슴이 뛰었다. 말이라도 할라치면 얼굴이 새빨개지는 그 모습에 나도 전염돼서 그랬을런지도 모르지만. 많이 좋아했다. 귀엽게 입술을 깨물면서, 또 새빨개져서는 날 좋아한다고 말한 그 모습에 넘어갔을 뿐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옛날 생각이 나자 픽 웃음이 같이 나왔다. 어쩌면 상욱이의 그런 어리버리하고 소심한 모습까지, 그 여자애는 좋아할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듣고있으면 속터지는 얘기지만, 속이 터지는지 어떤지는 당사자들만 알겠지. 상욱이는 그 애한테 푹 빠진 것 같다. "날 졸졸 따라오는 모습이 강아지 같더라~ 너무 귀여웠어~"라고 말하는 것하며, 받아줄 그 모습을 상상이라도 하는지 목걸이를 쳐다보며 계속 히죽대는 모습하며. 그 여자친구는 어떨지 몰라도, 그 애가 나같았으면 좋겠다. 나처럼, 상욱이를 많이 좋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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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룸 2004-07-24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사랑스런 두쌍의 바퀴버레들이군요^.^ 네분이 다 넘 귀엽슴다, 특히 명란님의 과거의 그이...(지금은 어찌되셨는지 슬쩍 궁금하기도해요^^a) 상욱이의 여자친구가 인내심이 많아야할텐데 좀 걱정이 되네요...^^;;;

明卵 2004-07-24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1때까지 사귄'이라고 되어 있으니 당연히 지금은 깨졌어요. 저 한달간 호주다녀온 뒤 얼마 안 돼서요. 헤, 그러고보니 그 놈, 고백할 용기도 있었지만 깨자고 할 용기도 있었죠. 저에 대한 열등감때문에 괴로워했다는 소문이 들려오던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으하하; 그저 저 잘났다고 믿습니다-.-;
저도 상욱이의 여자친구가 인내심이 많은 애였음 좋겠어요^^ 그 전에.. 이 놈이 좀 더 잘했으면 좋겠고요!! 크아아~~ 이런 바보탱!

윤언경 2004-08-03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몰랐어 언니..사귀는 사람이 있었다는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