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묵묵히 소설을 읽는 인간은 집회에 모인 백 명의 인간에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어." (79쪽)

   우리는 서로에게 여러 가지 책과 CD와 영화를 추천하면서 '멋이 있느냐, 없느냐'는 두 가지 기준만 가지고 하나하나 선별해나갔다.
  사쿠라이는 내가 추천해준 대부분을 '멋있다'고 말해주었다. 부르스 스프링스턴, 루 리드, 지미 헨드릭스, 밥 딜런, 톰 웨이츠, 존 레논, 에릭 클립튼, 매디 워터스, 보디 가이……. 그러나 닐 영만은 사쿠라이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 (117쪽)

  "착실하게 공부하고 시험 봤는데도 자기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낙담하지 않고 헤실헤실거리는 쪽이 더 보기 흉하지. 시험이든, 가령 올림픽의 100미터 달리기든,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난.' (144쪽)

  "상관없어. 너희들이 나를 재일이라고 부르든 말든, 부르고 싶으면 얼마든지 그렇게 불러. 너희들, 내가 무섭지? 어떻게든 부뉼를 하고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되지? 하지만 나는 인정 못 해. 나는 말이지, '사자'하고 비슷해. 사자는 자기를 사자라고 생각하지 않지. 너희들이 멋대로 이름을 붙여놓고 사자에 대해서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을 뿐이야. 그렇다고 흥에 겨워서 이름 불러가며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봐. 너희들의 경동맥에 달겨들어 콱 깨물어 죽일 테니까. 알아, 너희들이 우리를 재일이라고 부르는 한, 언제든 물려죽어야 하는 쪽이라구. 분하지 않냐구. 내 말해두는데, 나는 재일도 한국인도 몽골로이드도 아냐.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좁은 곳에다 처박지 마. 나는 나야. 아니, 난 내가 나라는 것이 싫어. 나는 내가 나라는 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나는 내가 나라는 것을 잊게 해주는 것을 찾아서 어디든 갈 거야. 이 나라에 그런 게 없으면, 너희들이 바라는 바대로 이 나라를 떠날 것이고, 너희들은 그렇게 할 수 없지? 너희들은 국가니 토지니 직함이니 인습이니 전통이니 문화니, 그런 것들에 평생을 얽매여 살다가 죽는 거야. 제길. 나는 처음부터 그런 것 갖고 있지 않으니까 어디든 갈 수 있어. 언제든 갈 수 있다구. 분하지? 안 분해……? ㅂ리어먹을, 내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지. 빌어먹을, 빌어먹을……." (234쪽)

  <유망기> 가이코 다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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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10-0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어 선생님이 애들에게 뭔가 생각을 좀 하게하려고 Go 영화 보여줬더니, 애들이 너무 재미없어하더라고 고민하시던데...왜 이 영화가 재미없을까요??

明卵 2006-10-0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아직 안 봤지만- 친구가 꼭 같이 보자면서 극찬을 하던데...
저는 이 책에 매료되었는데 말입니다.

2007-01-13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7-02-04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란님, 이제 3학년 되시나요?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해서 들려 보았습니다.
 

  '키즈마케팅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소논문을 썼다. 학교의 특성 교과 중 하나인 과제연구 때문인데- 나는 제대로 써 보고 싶었으나 능력의 한계로 짧은 논문이 아니라 긴 논술이 되어버렸다. 아래는 요약.

핵가족화와 함께 가족 당 자녀의 수는 감소하는 반면 부모들의 구매력은 크게 향상되었다. 결과적으로 어린이 한 명에게 집중되는 물질적인 지원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현대의 어린이들은 소비 과정에 대단한 영향을 미치는 유력한 소비자로 대우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키즈마케팅은 ‘키즈시장에는 불황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키즈마케팅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고객으로서 어린이가 중요할뿐만 아니라, 광고가 어린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와 직결되며, 상품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장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수의 시민단체들은 키즈마케팅 실무자들이 심리학의 힘까지 빌어가며 어린이들의 취약점을 이용하려고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광고가 어린이의 심리적, 신체적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어린이를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할 때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마케팅 업계에서 어린이를 보는 시각을 비판하는 동시에 심리학의 선행 연구 자료를 토대로 키즈마케팅이 아동 사회화 및 발달 단계적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하였다. 그리고 현재 국내외에서 시행되고 있는 어린이 광고 관련 법률 및 규정을 알아보고 더욱 심화된 정책적 대응방안을 제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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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기와 입시를 연관시키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긴 하지만 <문장강화>를 읽기 시작할 때 ‘논술’, 나를 짓누르는 그 이름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걸 다 읽으면 논술이 좀 쉬워질까, 하고 말이다. 그렇다. 요즘 논술은 수학 다음으로 나를 괴롭게 하고 있다. 글쓰기를 나름 좋아하고 서재에서 페이퍼를 끼적여 본 경험도 있지만, 일정한 틀이 있는 논술은 많이 부담스럽다. 각설하고, 몇 장 읽으면서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논술이라는 한정된 영역에서만 보기에는 아까운 책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좀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문장강화>는 예상외로 읽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이태준이 쓰는 문장들이 ‘수필의 맛은 야채요리처럼 가볍고 산뜻한 데 묘미가 있다’ 하는 식으로 문학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따로 정리를 해야 요점이 눈에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번호까지 매겨져 있어서 읽기가 수월했다. 그리고 어떻게 찾은 건지 놀랍기만 한 풍부한 예시들 덕분에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1. 우리말의 일부, 한자어
  이 책에서는 ‘한자어’에 대한 지적이 가장 놀라웠다. 일상적으로 한자어를 그렇게 많이 접하는데도 한자어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 자산에게도 놀랐다. 예를 들어 독서의 어감과 책읽기의 말맛은 확연히 다르다. 그렇다고 ‘독서’나 ‘어감’이 우리말이 아닌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한자어도 떳떳한 우리말의 일부이다.


2. 문체의 변화
  문체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지만, 나는 적당히 오래된 맛과 한국 특유의 느낌이 두드러지는 글을 좋아한다. 이 ‘느낌’이 바로 문체의 한 부분이리라고 생각해본다. 한국인이 쓴 글인데도 일본 소설같이 단정하고 영어 번역처럼 가벼운 글이 있다. 요즘 들어 특히 그런 글들이 많아지는데, 읽고 있으면 텅 빈 껍데기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과 함께 조금 기분이 상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글의 ‘느낌’이 바뀌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문장강화>를 읽으면서 이런 흐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태준은 ‘문체란 사회적인 언어를 개인적이게 쓰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회적인 언어’가 무섭도록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작가들도 언제까지나 과거의 조류를 따르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내 취향에 맞는 작품들 역시 그 이전의 것들과는 많이 다른, 지속적인 변화와 탐구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지금 일반적으로 쓰는 '하였다'도 '도다'나 '하니라'에 불만을 가진 누군가의 발견일 것이다. '거니와'도 고어 냄새가 나면서도, '였지만'에 단조로움을 느껴 새로 많이 쓰이는 새 맛의 토다. (<문장강화> 95쪽)
  당연하다는 듯이 쓰던 말이 예전에는 새로운 발견이라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지금은 읽어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닌 연암 박지원의 문체도 당시에는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다.
연암은 도도한 어조로 당시의 배치를 이렇게 묘파한다. “비슷하다 함은 이미 참이 아닌데” “눈 앞의 일 속에 참된 정취 있거늘 / 어쩌자고 머나먼 옛날에서 찾는가” “사마천과 반고가 다시 살아난대도 / 사마천과 반고를 배우진 않으리라” 어설프게 고문을 본뜨지 말고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삼라만상’에 눈뜨라는 것이다. 사마천과 반고의 문장이 위대한 건 바로 그런 경지를 확보했기 때문인데, 그걸 보지 못하고 그저 베끼기에만 골몰하다니. 그들이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그들은 지금 시대에 맞는 전혀 새로운 문장을 만들지, 예전 자신들이 썼던 문장을 본뜰 리가 없다. 그건 이미 지난 시대의 문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이 천근타 말하지 말라 / 천 년 뒤엔 응당히 높을 터이니.”(<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131쪽)


3. 어휘력
  내가 독후감을 쓸 때 그 책보다도 더 많이 들춰보는 것이 있다. 바로 국어사전이다. (이제는 인터넷 사전을 이용하므로 정확히는 ‘들춰보는’ 게 아니라 ‘찾아보는’ 것이지만.)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단어도 글로 쓰려고 하면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이다. 그래도 그런 경우는 찾아볼 수라도 있어서 다행이지만, 내가 표현하고 싶은 말을 도저히 글자로 떠올릴 수 없을 때는 정말 난감하다. 대부분의 계획이 그렇듯 금방 그만두긴 했지만, 한때는 국어사전을 읽겠다는 원대한 계획도 세웠었다.
  <문장강화>의 저자 이태준과 <유혹하는 글쓰기>의 저자 스티븐 킹 두 사람 모두 어휘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 이태준은 모파상의 말을, 스티븐 킹은 삼촌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를 강조한다. 
  모빠쌍의 말대로 유일어를 찾는 노력을 피해 아무 말로나 비슷하게 꾸려버리는 것은, 자기가 정말 쓰려던 문장은 아니요 그에 비슷한 문장으로 만족하고 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장강화> 90쪽)
 
 “그건 그래. 하지만 말이다, 스티브. 일단 여기 와봐야 또 뭐가 필요할지 알 수 있지 않겠니? 연장은 전부 다 갖고 다니는 게 좋단다. 안 그러면 뜻밖의 일이 생겼을 때 김이 빠져버리거든.” (중략) 가장 많이 쓰는 연장은 글쓰기의 원료라고 할 수 있는 낱말들이다. (<유혹하는 글쓰기> 136쪽)
  물론 나도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일단 쓸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힘듦을 떠나서 아예 글쓰기를 시작할 수가 없다.


  <문장강화>를 통해 이태준은 말한다. 글을 쓸 때는 반드시 느껴지는 바를 적어야 하며, 개념이나 지식은 다 내버려도 좋다고 말이다. 두고두고 곱씹으며 읽을거리가 많은 책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이 말을 깊이 새기고 싶다. 그리고 늘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김 아무개나 이 아무개, 박 아무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만 지껄이고 있는 게 아닌지, 맛없는 글만 쓰고 있는 게 아닌지.

 

아, 오랜만에 열심히 써 보려고 했는데, 잠이 심하게 온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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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8-2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후감을 쓸 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서 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감탄*감탄!

明卵 2006-08-31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뜻을 제대로 모르니까 찾는 건데요 뭐..^^ 의외로 제가 알고 있던 뜻과 다른 경우가 많더라구요 ㅇㅅㅇ;

무지개언덕 2006-10-15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정말 모르고 있던,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우리말이 아주 많음을 알고 놀라게 될 때도 있어요.

明卵 2006-10-15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
어제 알게 된 건데 웃음을 나타내는 말들은 뜻이 참 예쁘더군요-
 

  아, 드디어 읽었다. 프랑스 이야기일 줄 알고 잡았는데 웬 상하이...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냥 글자만 읽고 넘겼다. 배경지식을 쌓은 후 제정신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작품 리스트에 추가 되시겠다.

  "나도 전에 무심코 거울을 들여다보고 통 내 얼굴같이 보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지……."
  그의 엄지손가락은 마치 추억의 가루를 털어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오른손 손가락들을 조용히 매만지고 있었다. (57쪽)

아내가 자기를 고통스럽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나 몇 달 전부터, 메이의 얼굴을 바라보건 말건 이미 메이라는 여자를 보는 것은 아니었다. 때때로 그 어떤 표정들을 포착했을 뿐……. 그들을 마치 애들처럼 서로 뭉치게 하던 그 경련적인 사랑의 도취, 삶과 죽음에 관한 그들의 공통적인 견해, 그리고 둘 사이의 육체적인 결합 등, 이 모든 것도 우리들의 눈동자가 충만하게 즐겨온 모습들을 결국은 퇴색시켜 버리는 저 숙명 앞에서는 정녕 허무할 뿐이 아닌가! (63쪽)

사물도, 행위조차도 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 모든 것은 한갓 꿈이다. 우리가 이 꿈에 힘들 주기 때문에 그 꿈이 우리를 억누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꿈이기에 그것을 부정할 수도 있다……. (222쪽)

  그 순간 그들은 죽음이 갈라놓은 것 이상으로 서로 동떨어져 있었다. 그 눈이며 입이며 관자놀이……, 애무를 받아온 그 모든 자리가 마치 죽은 여자의 그것처럼 보였다. 저 두드러진 광대뼈며 긴 눈까풀도 지금은 오직 낯선 딴 세상의 것일 뿐. 가장 깊은 사랑의 상처는 가장 격렬한 증오를 낳게 마련이다. (258쪽) [에서 261쪽까지 장면]

자기 운명이 얼마나 일반 사람들에게는 무관심한 것인가를, 그리고 자기 운명은 오로지 자기에게만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3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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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숙제를 해낸 기분이다. 다 읽었다고 해서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읽어냈다는 데 의의를 둔다. 교과서에나 등장하는 그 '괴테'도 한 시대를 살아간 인간이었고, 그도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 이렇게 오랜 기간 (사실 세상의 역사를 보았을 때 인간의 역사란 미미한 것이라 하더라도) 예술을 공유하며 생존해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메게라 : 아무도 소망하던 것을 품안에 간직할 수 없어요.
                최상의 행복이라도 곧 익숙해지면,
                어리석게도 더 탐나는 걸 그리워합니다.
                태양을 등지고 서리로 몸을 녹이려는 격이지요. (48쪽)

주석 33) das Schaudern. 괴테는 신비로운 것에 대한 놀라움이 인간의 가장 귀한 소질이라고 보았고, 무관심이 아니라 이런 놀라움에 의해 가치있는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애커만과의 대화에서도 <인간이 도달할 수 잇는 최고의 경지가 바로 놀라움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89쪽)

메피스토펠레스 : 누구나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는 법,
                               정들어 살던 곳이 천국이지. (178쪽)

파우스트 : 부유한 가운데 결핍을 느낀다는 건
                    우리의 고통 중에 가장 혹독한 것이다.
                    저 종소리와 보리수 향기
                    교회와 무덤 속인 양 나를 휩싸는구나.
                    더없이 강력한 의지의 선택도
                    이 모래에 부딪히면 산산이 부서진다.
                    어찌하면 마음속에서 몰아낼 수 있으랴!
                    저 종소리 울리면 미칠 것만 같구나. (349쪽)

근심 : 누구든 내게 한번 붙잡히면,
            온 세상이 쓸모 없게 되지요.
            영원한 어둠이 내리덮여서
            해는 뜨지도 지지도 않고,
            외부의 감각이 완전하다 해도
            내부엔 어둠이 자리잡게 됩니다.
            온갖 보화 중 어느 것 하나도
            제것으로 소유할 수 없어요.
            행복도 불행도 시름이 되어
            풍족한 속에서도 굶주리게 되지요.
            환희든 고뇌든 간에
            다음날로 밀어젖히고,
            그저 앞날만을 고대할 뿐
            결코 아무것도 이루질 못해요. (358쪽)


(루카 조르다노 - 다이아나와 엔디미온)
귀부인 : 엔디미언과 루나를 그려논 것 같아요!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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