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뜬금없이 영화보러 가자고 하시더니만 4시에 메가박스에 예매까지 하러 나가셨다. <화씨911>을 보자고 했는데, 좀 있다 전화가 왔다. "<화씨911>은 없네. 뭐 볼래, <아이, 로봇>?" 결국 못 보고 내린 건가... 아까 전화했을 때는 분명히 화씨911이 있다고 되어 있었는데, 자동시스템은 믿을 게 못된다니까, 하고 생각하며 아이로봇을 보자고 했다.

나는 윌 스미스가 좋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그 사람을 보는 걸 좋아한다. 얼굴이 참 귀엽게 생겼다. 하지만 딱히 팬은 아니고, 윌 스미스가 나오는 영화는 <맨인블랙> 1, 2밖에 안 본 것 같지만(아, <저지걸>에서 잠시 나온 것도 보긴 했다.) 볼 때마다 그냥 '이고, 귀엽게도 생겼네~'하는 것이다. 몸매도 좋고! 내가 배우를 좋아할 때는 그 사람의 연기 혹은 생김새(시각적인 즐거움을 외면할 순 없지)만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사람 좋아~"하고 말했을 때 "엑? 그 사람 어떠어떠한 인간인데 그런 파렴치한을 좋아하냐?' 등의 말은 듣기 싫다.

<아이, 로봇>은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본 아주 재밌고 깔끔한 영화였다. 7월 한달간 본 영화들이 약간 허전했던 것과 달리 영화관을 나서면서 '음, 정말 재밌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7월 한달간 본 영화들에 대해 말해 보자면, <슈렉2>는 확실히 재밌고 풍자적이었지만 어딘가 허전했고,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애들만 보고 있어도 즐거웠지만 전체적으로 클라이막스가 없다는 느낌이었고, <늑대의 유혹>은 딱히 영화관에서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킹 아더>는 잠들어서 할 말이 없다.

<아이, 로봇>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어떤 장면이냐면, 뒤에서는 '인간'이 "모여라"고 부르고 있는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로봇'인 써니 앞에 모여드는 NS5들과 그들 앞에 선 써니의 모습을 넓게 잡은 화면이다. 이 상징적으로 보이는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내 생각은 이렇다. 이 장면은 이 영화가 로봇의 반란이 끝남으로써 끝을 맺긴 하지만, 결국 인간이 로봇을 통제할 수는 없으리라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경고를 담고 있다. 절망적이다. 그러나 나는 희망적인 면도 볼 수 있었다. 바로, 주인공 스푸너와 써니가 나누는 악수와 윙크에서 잘 나타나는 인간과 써니의 신뢰와 소통이다. 써니는 보다 인간에 가까운 로봇으로, 로봇의 형태를 한 인간의 대체물이다. 인간적인 로봇이 그저 기계일 뿐인 로봇 위에 서있게 함으로써 인간이 우위인 상황의 역전이 없는채로 양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이상을 표현했다. 그게 왜 이상이냐고? 만약 영화에서 묘사된 것 정도로 로봇이 발전한다면 분명 그로 인한 범죄들이 증가하면서, 로봇으로 인해 인간의 삶이 점점 파멸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단어를 쓴 것이다. 그 정도의 고도로 발전된 로봇과 함께 깨끗한 세상? 역시 이상이다.

그런데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영화가 또 뭐가 있더라? 로봇 영화라고 떠오르는 건 <바이센터니얼 맨>과 <A.I.>밖에 없는데, 이 두 영화에서는 반란은 안 나오지 않나? 계속 '로봇들의 반란... 로봇들의 반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뭐더라...'하는 생각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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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8-01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와 영화데이트!!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네요....^^

明卵 2004-08-01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근데, 방해꾼으로 동생녀석이 있었어요ㅎㅎ

진/우맘 2004-08-0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라...방금 하얀마녀님이 그저 그렇다 해서 마음 접고 왔는데...이리되면 또....
나도 윌 스미스 너무 좋아요.^^ 맨 인 블랙도 그렇고, 나쁜 녀석들도 그렇고, 이 친구가 나오면 영화가 왠지 쿨해지는 것 같아. 그리고 무엇보다...섹쉬하잔하요~~~*^^*

明卵 2004-08-02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처럼 많은 생각을 하면 재미가 없고.. 저처럼 아무 생각 없으면 재미가 있는 건가봐요;ㅅ; 나쁜녀석들은 18금이라 못 봤는데, 정말 보고싶어요. 때리고 부수고만 해도 얼굴만 윌 스미스만 보고 있으면 즐거운데^^; 섹쉬~하니까요!ㅎㅎ

-ㅇ-띠용띠용-ㅇ- 2004-08-02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방해꾼이였어??~.~ 저는 명란(明卵)님의 동생 승민(承旻) 입니다. 정말 우리 언니는요 윌 스미스보면 귀엽다고하는데.. 저는 흑인들 출연하는 영화는 뭐 그사람이 그사람있것 같더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