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만에 읽은 책이란 말인가!! 만화책들과 함께 주문한 <형제>, 잡자마자 다 읽어버렸다. 재밌었다. 일기를 훔쳐본다는 것 자체가 원래 재밌는 게 아니던가.

  '동성연애자'와 '동성애자'라는 말을 섞어 쓰는 모습을 보이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저자가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말로 두 다른 단어를 사용해서 일부러 그렇게 한 걸까? 누군가 그 단어를 사용하면, 동성애자로 정정하라는 댓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된다. 정확한 이유는 안 물어봐서(안 찾아봐서) 모르겠지만, 동성연애자라는 표현은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이나, 어제 이 책과 함께 온 <키다리 아저씨들의 행방>에서는 '호모'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던데, 일본에서는 그것이 일반적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에서는 비하의 의미로 여겨지는 말이라 읽다보면 어머, 하고 놀라게 된다. 단어 사용의 문제는 역시 애매하다. 
  그러고보니 사우스 플로리다의 게이 라디오 쇼 Issues Over the Rainbow를 듣는데 이런 내용이 나온 적이 있었다. gay, fag, dyke, fairy, queer, homo(sexual)과 같은 말들이 있는데, 어떤 말로 부르는 게 PC한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같은 그룹의 사람들만 공격적인 단어로 부를 수 있다는 둥, 개인에게 달린 것이라는 둥 여러 말이 나왔다. 결국 결론은 '아무렇게나 부르되 미소를 띄우고 있어라(Keep calling everybody whatever hell you wanna call, as long as you have a smile on your face)'였는데, 장난스러운 분위기였지만, 그 쇼를 떠나서 단어 사용의 문제는 생각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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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을 해코지하는 작자가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레나 --레나. 이름을 들었는데 정확하지 않아 '무슨레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 한달동안, 그 무슨레나는 전화를 끊어놓는 등으로 우리를 괴롭혔다.

  슬슬 그에게 지쳐가는데, 집에 다섯명의 손님이 왔다. 무슨레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손님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는 투명인간으로, 손님의 다리를 끌어당겨 넘어뜨리고, 마시던 찻잔을 깨뜨리며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손님들이 돌아가고,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우리 모두는 그를 잡기 위해 할 일을 찾았다. 아빠는 그를 찾으러 밖에 나가고, 엄마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무슨레나를 신고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정확한 이름을 찾기 위해 집 앞 문구점에 갔다. 문구점 한 귀퉁이를 차지한 불량식품들이 눈에 띄었다. 순간, 나는 뭔가를 알아차렸다! 불량식품이다, 바로 그거야! 나는 과자들을 하나씩 뒤집어 뒤의 식품정보를 살폈다.

  "찾았다!"

  나는 마치 코난, 혹은 김전일의 그것과 같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의 이름을 찾아낸 것이다!!!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와 동생에게 나의 엄청난 발견을 자랑하였고, 동생은 나를 존경의 눈길로 우러러보았다. 나는 여전히 전화를 붙잡고 있는 엄마에게도 이것을 말씀드리려고 했다. 방금 침대 위에 올려놨던 그 불량식품을 다시 손에 꼭 쥐고, 여전히 놀라워하는 동생을 뒤로 한 채 나는 엄마에게로 걸어갔다. 내 손에 들려있는 그 불량식품의 뒷면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식품첨가물 : 막달레나(유글레나)

*   *   *

  "언니, 언니! 언니!!"

  계속해서 나를 불러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거실에서 엄마가 통화중이신 걸 알 수 있었다. 머리 위쪽에 놓인 손에 눈길이 갔다. 꼭 쥐고 있는 손에는 아무 것도 잡혀있지 않았다. 내 옆에는 동생이 누워서 "빨리 일어나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 그건 꿈이었다.
  2. 아빠는 집에 없다.
  3. 엄마가 전화를 한다는 설정은 어렴풋이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4. 나의 발견을 자랑할 때 동생이 침대에 있었던 것은, 나를 깨우러 온 동생이 옆에서 뒹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5. 우리를 괴롭히는 그 자는 어디에도 없다.

  마지막으로...

  6. 막달레나(유글레나)라는 식품첨가물은 없다.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_-;;;;)

  아하하, 오늘도 개꿈, 맛있게 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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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卵 2005-02-23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달레나도, 유글레나도 다 있는 말이죠ㅎㅎ 막달레나는 아실테죠, 마리아 막달레나. 유글레나는 단세포생물이고요. 그게 식품첨가물에 적혀 있으니 웃기지 않을 수가 있나요. 일어나서 어찌나 웃기던지ㅋㅋ
저도 생각했어요. 근데 액션은 모르겠고, 약간 스릴러...였어요^^;; 기억이 안 나서 제대로 못 썼는데, 정말 스릴이 넘쳤답니다.

明卵 2005-02-2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이 꿈이 액션으로 승화되는 순간이군요, 오 놀라워라!

가을산 2005-02-2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꿈이라도 막달레나와 유글레나를 연관시킬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해요~~ ^^

明卵 2005-02-24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꿈에선 어떤 이상한 일이라도 일어나게 마련이죠^^ (깨어있을 땐... 막달레나와 유글레나를 어떻게 동시에 떠올리겠습니까? ㅎㅎ)
 

바쁘다 바쁘다 해도 어찌된 일인지 볼 건 다 보고 산다^^;;;
최근 본 (로맨틱) 코미디 영화 4편을 주르륵 세워본다면 이런 순서다.
 
1위. 퀸카로 살아남는 법
그냥 그저그런 "뇌를 비우고 웃어라"가 아니다!
학교가 어떤 야생의 세계인지 신나게 까발리는 코믹하되 품위있는 영화.
Girls, Watch your back!
 
2위.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
역시나 기대이상.
왕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영화.
 
3위. B형 남자친구.
감히 말하겠다. 이건 이동건을 위한 영화다!
  그런데, 혈액형이 무슨 상관이여유?라고 말하는 건 너무 뻔뻔한 거 아냐?
처음부터 끝나기 직전까지 B형남자 몹쓸놈이여 해 놓고는,
갑자기 마지막에 말을 싹 바꾸다니.
'성격은 혈액형과 상관없다'는 결론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으로 가는 과정과 그것이 너무 동떨어져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이동건은 빛났도다.
 
4위. 프린세스 다이어리 2
  그냥 1편으로 끝내주지 그랬습니까.
1편이 사랑스러웠다면 2편은 그야말로 짜증스러웠다.
웃음을 자아내는 미아 공주의 변신기, 1편은 훌륭했으나...
2편은 재앙이었다. 무엇하나 제대로 줄 수 없는 억지의 극치.
속편 신드롬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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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룸 2005-02-19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네!! 그랬던것임돠!! 이동건만 번떡번떡 빛났던것임돠!!! ^^
아,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이 생각보다 괜찮나보군요! 기대안했었는데 보고싶네요^^ 음, 케이블에서 안해주나...기다려집니다(게을러서...오직 케이블뿐!!)

Laika 2005-02-19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본 영화가 하나도 없어요..매번 로맨스니, 로맨틱이니 이런 영화는 하나도 안봐서 제 정서가 바짝 ~ 매말라있나봐요.. 다음엔 좀 로맨틱 영화를 시도해 봐야겠네요..^^

明卵 2005-02-19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 맞아요 맞아!!^^ 네,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이 생각보다 꽤 (아니, 무지) 괜찮았어요. 후후~

라이카님, 시도해보셔요.^^ 심각한 영화 잔뜩 보다가 '퀸카를 살아남는 법'을 보니 너무 재밌는 거 있죠! 그래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을 계속 본 거랍니다.
 

졸업했습니다.

거짓말 같네요, 이제 그 학교에 '가야만 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거라는 게.

송사, 답사를 읽는데 눈물이 나기 시작해서는, 졸업식 노래와 교가는 제대로 부르지도 못했습니다.

노래하려고 입만 열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어제 5시까지 여러 선생님들께, 고마우신 선생님들께 편지를 썼습니다.

오늘 드렸는데, 모두 너무 좋아하시면서 덕담을 해주셨어요.

"내가 해준 것도 없는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럴리가요, 선생님이 계셔주셨다는 것, 제게 수업을 해 주셨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합니다.

끝으로 김여사님께도 인사를 드리고, 교무실을 나섰습니다.

"선생님이 부르신다"며 가는 곳이 이곳이 될 일은, 이젠 없겠지요.

 

국제고 배치고사 치러 갔는데, 감독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포기하지 마라. 아마 열 번은 울어야 될 거다. 그래, 열 번 울면 졸업한다고 보면 될 거다. 그만큼 힘들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의 댓가는 있다."

진짜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때 쓴 글들-주로 힘들다고 적혀있는-을 읽어보면

'그게 그렇게 힘들었던가?'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는 것을 기억하며 힘내겠습니다.

 

3월 2일에 기숙사에 물건 넣고,

3월 3일에 입학식을 합니다.

이젠, 명란이도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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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2-1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을 축하 해요. 제가 왜 가슴이 설레이는걸까요. 그래도 이 한밤중에 제가 제일 먼저 졸업 축하 한다는 인사를 한다는거 아시죠?^^..여고생 명란님! 편안한 밤 되시길^^

날개 2005-02-18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 축하드려요..^^* 국제고면, 게다가 기숙사 생활이면 더 힘드시겠군요..
하지만, 명란님이라면 씩씩하게 고교생활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비연 2005-02-18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을 축하해요~^^

가을산 2005-02-18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명란님의 편지를 받은 선생님들은 정말 기뻤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에서도 '내 페이스'와 '학교의 리듬'만 잘 조화시키면 큰 문제 없을거라 사료됩니다~~~~. 화이팅! ^^
오늘부터 3월 2일까지 무소속의 '백조' 생활을 알차게 보내길 바래요.

Laika 2005-02-1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 축하해요...
명란님 보면 바쁘고, 힘들어뵈면서도 늘 많이 부러워요.
뭐가 부럽냐면요....뭐든 다~~ ^^

2005-02-18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2-18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2-18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明卵 2005-02-18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
귓속말님, 괜찮아요. 너무 예쁜데요!!

明卵 2005-02-19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장미! 너무 예쁘네요, 감사드립니다^^

어룸 2005-02-19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선물^^

명란님은 밝고밝은 예쁜 알이세요^^


明卵 2005-02-19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알! 감사합니다! 이런 좋은 선물을 받고 고작 한다는 생각이 "삶아먹고 싶다..."라니 죄송합니다. 아하핫~^ㅅ^;;

明卵 2005-02-2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고등학생.. 꿈많고 탈많을 고등학교 시절의 시작입니다.
 

  어제 시험치고 와서, 그대로 뻗은 나를 뒤로 하고 엄마와 민이는 많은 일을 했나보다. 오늘 보니 사진 몇장이 나와 있었다. 지난 여름 놀러 가서 찍은 사진들. 알고보니, 민이가 어제 내 서랍에서 A4용지를 꺼내려다가 옆에 있던 사진들을 발견하고는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는 것이다. 언니가 사진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에, 그것보다도 매일 집에 오시던 아빠가 옆에 없다는 것에. 엄마와 민이는 예쁜 사진을 꺼냈고, 민이는 그것을 상 위에, 엄마는 수첩에 넣었다고 하셨다. 엄마는 아빠에게도 전화를 드렸는데, 아빠도 그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 내가 자는 동안에 일어난 일들이다.

  그래서 가족들이 모두 잠든 이 시간-아마도 서울의 아빠도 주무실 것이다- 나 혼자 추억을 되새겼다.






단연 베스트는 이 사진이다. 어쩜 이렇게 예쁠 수 있을까...


가족.

'나는 왜 태어난 거지?'라는 끊임없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이 사람들과 가족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이 아름다운 사진속의 한 사람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그래, 어떤 삶을 살게 되든, 후회해서는 안될 것이다.

나에게는 나서부터 그 순간까지, 세상에서 가장 값진 '가족'이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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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룸 2005-02-17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흑....저 너무 감동해서 울어요...TㅂT
그래요, '가족'이 바로 해답이었어요,
제게 너무나 큰 깨달음을 주신 명란님~~명란님~~~명란님~~~♡ 넘 좋아요오오오오~~~~~>ㅂ<
앗참, 아버님이 너무 좋게 생기셨어요, 명란님 가족은 모두 '가만히 있어도 웃는얼굴'이군요!!! ^-----------^

明卵 2005-02-17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지 한장 다 적시고 울면서 썼습니다T^T 밤되면 눈물이 헤퍼져요. 그렇다고 나쁜 건 아니니까..^^
'가만히 있어도 웃는 얼굴' 최고의 찬사로군요^----^

ceylontea 2005-02-17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의 의미...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명란님에게도 부모님, 동생에게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해요... ^^
그리고 제가 명란님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들이지요..

明卵 2005-02-17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비연 2005-02-1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화목해보이는...가족이네요^^

明卵 2005-02-17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5-02-17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明卵 2005-02-1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귓속말님, 아잉, 그래도 되는 거여요?! 달려갑니다!!

2005-02-17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明卵 2005-02-1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귓속말님, ^^ 놀아주세요, 예쁜 OO랑.. ^ㅂ^ (아 좀 웃기네요 으흐흐;) 근데, 너무 어려운 요구를 한 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