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 하도 답답해서 근처 대학의 도서관에도 갔었지만 별로 소득이 없었다. 음... 정기 구독하는 교육 월간지 대충 읽어보고-그것도 너무 많이 밀려 있었다- '일상의 발견'을 마무리해서 읽었다. 흠... 평소에 대충 읽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번에는 너무 안 읽혀서 읽고 싶은 부분만 골라서 읽고는 다 읽었다고 책꽂이에 넣어두었다.

  • '문화사전'도 몇 개 골라서 읽다가 안 읽혀서 내버려 두었다.
  • '깜둥바가지아줌마'도 읽으려고 표지만 넘기다가 내 앉은뱅이 책상 위에 있다.
  • 'SERI 2004'도 어젯밤 대충 넘겨보다가 읽을까 말까 망설이고 오늘 하루 종일 보지 않았다.
  • '이 땅에 새겨진 정신'도 1장만 읽고는 내버려두었다.

그나마 지금 끝까지 읽고 있는 책은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장일순/이현주,다산글방, 2000)이다. '노자'의 의미를 강독을 통해서 풀어내고 있는 글인데, 금방 읽히는 책은 아니다. 읽기 시작한 지는 좀 오래되었는데, 그나마 꾸준하게 보고 있는 책이다. (앞의 내용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집간 여동생이 집에 와 있는 덕분에 맛난 것도 많이 먹고 좋다. 나도 옆에서 이것저것 배울 게 있을까 싶어서 기웃거린다. 오늘은 호박전을 만들었다. 얼마 전에 늙은 호박이 생겨서 반은 죽을 만들었고, 나머지 반은 남겨두었는데 오늘 그 호박의 껍질을 벗기고 강판에 갈아서 호박전을 해서 먹었는데, 호박이 많이 들어가 그런지 맛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얼마 전에는 모처럼 동생들이랑 같이 외식도 하고 즐거운 일도 있었지만, 내 일상은 대체로 무기력한 편이다. 이 무기력함을 탈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일 또 경주로 떠나기로 했다. 내일은 경주에서 무엇을 중심으로 해서 보고 올까? 꿈 속에서 생각해보고 내일 훌쩍 다녀와야겠다. 경주가 가까이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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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느티나무님의 심리분석 결과입니다.

CP13. CP는 비판적인 어버이로서의 자아입니다.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가, 얼마나 비판이나 체벌, 또는 규범을 중시하는가를 알려줍니다. 13점이라면 그다지 관용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요. 굳이 표현하자면 '지배적'이라고나 할까요. CP가 높으면 이상 또한 높은 편이지만, 타인을 부정하는 성향 때문에 자칫 주변으로부터 독선적이다, 완고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욕심이 많아 자주 야단을 치거나 벌을 주게 될 수도 있구요. 13점이라면 심하게 극단적인 점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관대해지자>하고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NP16. NP는 양육적인 어버이로서의 자아입니다. 이 점수가 높은 분들은 대개 착하다는 평을 듣고, 돌보는 일을 좋아하며 타인에게 잘 공감하는 편입니다. 짝짝짝...가장 이상적인 점수는 16점이라는 견해가 있거든요. 16점, 완벽한 점수네요.^^ 게다가 아까 CP가 좀 높은 경향이 있었기에 더욱 바람직합니다. CP는 <타인 부정>, NP는 <타인 긍정>이라 요약할 수 있거든요. 약간 높았던 CP 점수를 NP가 보완해줄 수 있을것입니다. 하지만 주의하세요, 혹여, <잔소리꾼>이라고 구박받을 수도 있답니다. 바라는 기준은 높고, 그러면서도 꼭꼭 챙기고 싶어하니까 말예요.^^ 참, 그리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과보호에 주의하셔야 하구요.

A 18. 어...요근래, A 점수 콘테스트라도 열렸는지. 바로 아래 아라비스님이 성립한 최고 점수와 타이기록입니다. 카이레 - 아라비스 - 느티나무님 세 분이서 A 삼총사를 결성해 보시는 것이 어떨지...예전의 검은비님과 플라시보님까지 A 독수리 오형제도 괜찮겠구요. ^^;;; 각설하고. A는 성인으로서의 자아입니다. 얼마나 사실과 실제에 바탕을 두는가, 즉 현실감 있게 사는가를 나타내지요. 이 점수가 높은 분들은 두뇌가 명석하고 논리적 사고를 주로 하시지요.하지만 지나치게 높으면 자칫 기계적이고 차갑다는 말을 듣거나 일 중독증이 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어느정도가 지나친 것이냐...대략 12점 정도를 이상적인 수준으로 잡고 있으니, 18점이면 한참 지나쳤지요?^^ 제 심리검사 - 검사문항 페이퍼에 일중독증 테스트도 있는데, 아라비스님과 손 잡고 한 번 다녀오세요. 꼭 일중독 성향이 아니더라도 매사에 너무 사고적이고 객관적이려 노력하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끔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결정도 해 보심이 어떠할지...

FC 15. FC(free child)는 자유로운 어린이 자아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자발적이고 창조적인가를 볼 수 있지요. 점수가 높으면 속칭 화끈한 스타일, 낮으면 답답하다는 소리를 듣기 쉬운 폐쇄적인 성격일 수 있습니다. 15점인 님은 상당히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편에 속하실 것 같네요. 이상적인 점수는 12점이라고  하지만, 사실 저는 FC 점수가 높은 분들을 좋아합니다. 잘 놀고 예술가적인 기질이 다분한, 멋진 분들이 많거든요. 아까 A 점수가 높으셨는데...FC도 높으신 것을 보니 둘 중의 하나입니다. <놀 때는 놀고 일할 때는 일하는 확실파>이거나, <끓어오르는 본능을 꾹꾹 누르면서 냉철하게 사는 억압파>이거나...전자여야 할텐데요.^^ (이쯤에서 고백해야지...아라비스님의 FC 결과를 복사해다가 토씨만 두어 개 바꿨습니다.^^;;; 매우 양상이 비슷하시네요.)

AC 10. AC(adapted child)는 적응된 어린이로서의 자아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양육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지요.이 점수가 높은 분들은 우유부단하고 자기비하적인 성향이 있으며, 낮은 분들은 너무  독단적일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점수는 8점 정도라고 하지만, 10점도 유의미하게 문제를 보이는 점수는 아닙니다. 너무 독단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순응적이지도 않은 <독립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헤헤헤...AC도 복사해 붙였습니다.)  

어떤 종류든 리더의 자리가 맡겨지면 멋지게 책임을 다 하실 분이라 생각됩니다. 적당한 카리스마를 겸비하셨을 것 같은데... 하지만, 저라면 그 팀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잠시 고민해 보겠습니다. 완벽주의 경향이 있는 노력파 리더라...저같이 게으른 인종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존재거든요.^^;;

심리검사 결과 글을 쓰다보면, 중간에 저절로 어떤 영상이 떠오르는 분이 있는가 하면, 몇 번이고 점수를 들여다 보아도 가물가물한 분도 계십니다. 느티나무님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군요. 음...한참을 열심히 생각한 끝에 떠오른 단어가 <치열함>입니다. 매사에 치열하게 살아가려 노력하시는 분일 것 같아요. 일도 열심히, 노는 것도 열심히, 사랑하는 것도 열심히...열심히 하는 것, 참 좋은 일이지요. 분명 게으른 것 보다는 인정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살아가는데는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도 한 두 번쯤 있지 않겠습니다. 가끔 한 템포 쉬어 가는 여유도 챙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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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02-0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집에 내 이야기가 버젓이 올라가 있는 게 뭣해서 가져다 놓았다.

2004-02-05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nrim 2004-02-0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10점을 넘어가는 항목이 없었는데... 느티나무님은 전반적으로 점수가 높으시군요.. 하하.. 부럽습니다;;; 시험도 아니고 점수 높다고 부러워할것이 무엇있느냐 하겠지만, 제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이들을 볼때 느끼는 그런 부러움이라고 할까요.
그나저나, 다른 사람의 심리검사 결과를 보는 것도 꽤 재미있군요.. ^^

진/우맘 2004-02-05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퍼오셔도...원본은 저희집에 남습니다.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나.

   무슨 말인고 하니, 오늘 서재 페이퍼에 책 '우리 동네 사람들'에 대한 사진을 찍어서 올리다가 책의 본문 시작 부분에 적혀있는 시를 다시 보게 되었다. 사실은 저번에 볼 때부터 이상했는데, 저자가 지은 시 전문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꽃'이라는 시가 나에게 낯이 익었다. 노래가사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서 검색해 보니, 양해남님의 시를 장사익님이 곡을 붙여서 불렀다는 사실을 찾아내었다.

   양해남이라는 분이 시도 쓰고, 사진도 찍으시는 분이었구나~!

  양해남님의 '꽃'

   나에게 꽃이 있었지
   어느 별 어린 왕자처럼 매일매일 물을 주고
   항상 바라봐줘야 하는 꽃 한 송이 있었지. (1993)

 

  장사익님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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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2-04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가지고 있는 장사익 시디 <하늘 가는 길>안에 이 노래가 있군요. 노래만 알고 제목은 기억하지 않고 있었네요. 지금 보니 이 앨범 안에는 시에 곡을 붙인 노래가 많네요.

느티나무 2004-02-04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사익 CD를 가지고 있으시군요. 장사익을 모르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

soulkitchen 2004-02-04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사익 정말 좋죠..저는 예전에 드라마 임꺽정에서 장사익 목소리 처음 들었는데, 햐...우리의 것이 이런 건겨? 싶음서 마구 끌리더라구요. 찔레꽃 많이들 좋아하시던데 저는 개인적으로 '삼식이'가 좋더라구요. 흥겨운가 하면 어딘가 좀 서글프고, 서글프기만 하냐면 그건 아니어서 노랫말이 (이것두 보니 시군요) 재미나고, 노랫말도 재미나기만 하냐면, 참 어쩌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구..그렇더라구요. 핫..처음 인사드리는 거죠? 반갑습니다.

비로그인 2004-02-05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사익은 전주 공연때 처음 만났었는데 이런 표현은 좀 뭣하지만 마치 '촌색시'같았어요. 수줍고 서툴고 그렇지만 영혼을 불어넣는 듯한 느낌 말에요. '삼식이', '아버지'를 열창하는데 그냥 왠지 눈물이 납디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가슴 속 근저, 그것도 비밀스럽게 숨겨둔, 이젠 잊혀졌다고 생각한 그 무언가를 건드리더라구요. 별로 반가워하지 않으신대두 전 반갑습니다. 정직하게 고백하자면 느티나무님을 쭈욱~ 훔쳐보고 있었거든요.

느티나무 2004-02-05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쏠키님과 복돌이님 반갑습니다. 맨날 저도 비발~* 님 서재에서 댓글만 훔쳐보곤 했었는데... 저의 서재에도 건너오셨군요. 거기 서재의 코멘트는 너무너무 속깊은 이야기가 이어져서 저 같은 사람이 '낑기기'에는 좀 그랬답니다. 아무튼 놀러와 주시니 고맙습니다.

비발~* 2004-02-05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콕 끼셔도 되는디요? 아니지, 끼시믄 가문의 영광이 되겠슴다. 말하잠 틈은 딱딱한 사이에 있다... 훗~
 

   이벤트를 겨냥한 사진찍기가 당첨되어 무지 기뻤다. 상품 이미지를 넣고, 내가 찍은 책의 사진을 넣어서 페이퍼에 올리는 간단한 것이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도했는데 뽑혀서 기분 좋고 선물도 받게 되니 더 즐거운 것 같다. 그러나 달랑 한 번만 그런 건 너무 속보이는 짓인 것 같아서 아주 예쁜 책 한 권을 더 선정해서 다시 사진을 올려본다.

전에도 썼지만 나에게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우리 동네 사람들(양해남, 연장통, 2003)이라는 사진집이다.(페이퍼 '지금 느티나무는' 항목에 가면 사연을 읽을 수 있다.) 이것으로 알라딘과 출판사에 진 마음의 빚을 갚으려고 한다.

   이 책은 참 예쁘고 정성스럽게 만든 책이다. 상품이미지로만 보면 평범하지만 내용도 소박하면서도 진지하고, 작가의 넉넉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따뜻한 책이다. (내가 과문한 탓이겠지마는) 더구나 책의 디자인도 지금껏 보지 못한 틀이다. 디자인하는데 공을 많이 들인 티가 팍팍 느껴진다. 이제부터 이 예쁜 책의 요모조모를 꼼꼼히 살펴보자.

 



정면에서 책을 보면

   순박한 '우리 동네 사람들'의 얼굴이 책의 표지 전체에 등장한다. 가로는 보통 크기의 책과 같은데, 세로의 길이가 훨씬 짧다. 

 


옆에서 본 책의 모습

   책의 표지를 벗겨내고 나서의 모습이다. 책을 묶어놓은 실자국을 그대로 들어낸 특이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문제의 페이지 중에서

   제가 반품을 하게 된 문제(?)의 그 페이지들이다. 232-239쪽까지 페이지 숫자만 있고 내용이 전혀 없어서 파본이라고 생각했었다.(알라딘 반품, 출판사 전화 ㅋㅋ)

 


문제의 페이지에 대한 설명

   출판사에 전화를 걸고 나서 확인해 보니 281쪽에 빈 페이지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었다. 어찌나 미안하고 민망하던지...참!

 


우리 동네 사람들 중에서

   이 책은 '금산'이라는 동네 사람들의 표정을 사진에 담아서 만든 책이다. 주로 밝게 웃는 표정들이 많아서 책을 보는 나도 흐뭇해졌다.

 

 


책의 표지를 펼치면

   제일 처음의 표지를 펼치면 이렇게 되어 있다. 표지 전체가 책의 크기에 맞게 중간에 접힌 부분이 있다. 출판사의 설명으로는 표지가 아주 튼튼하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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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2-0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이었군요~ 궁금했었는데~ 구경시켜주셔서 고맙습니다. 글고 당선 축하드립니다~

nrim 2004-02-04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이쁘고, 하트모양 핑크색 쿠션도 상당히 시선을 끄는데요. ^^

느티나무 2004-02-04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선물받은 쿠션인데... 저는 무지 촌스러운 스타일인데요.(옷도 아무거나... 옷장 맨 위에 올려진 거 입는 촌놈스타일이죠) 귀한 분이 선물해 주신거라... 고맙게 쓰고 있지요.흐흐. 아~ 저자와 관련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책 앞머리에 보면 '꽃(양해남)'이라는 시의 전문이 나오는데, 낯익더군요. 장사익이라는 가수의 노래가사와 같거든요. 그래서 검색해 보니 장사익씨가 양해남님의 시에 곡을 붙였다는군요.

2004-02-04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eylontea 2004-02-09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이벤트 당선 축하드립니다.. ^^

느티나무 2004-02-11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eylontea님이 제 코멘트를 보실 수 있을까요? ㅋㅋㅋ 그렇지만 여전히 신출귀몰하시는 그 능력에 정말 놀라고 있답니다. 들어가서 글은 읽는데, 손이 잘 움직이지 않네요. 지현이도 너무 예쁘게 생겼더군요.(그런 딸 낳으려면 빨리 장가가야겠네~!)
 

   오늘은 방학내내 1급 정교사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연수를 받고 있는 학급운영모임의 장준호/오민영 선생님과 내 친구 김태형을 응원하기 위해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한 날이다. 늘 서서 가르치기만 하다가 앉아서 수업을 들으면 좀 편하기도 하겠지마는, 앉아 있는 것도, 남의 생각을 계속 들어야 하는 것도 쉽게 몸에 익지 않아서 만만한 것이 아니다.(이구동성으로 학생들의 심정을 알겠다고 말한다.) 여러가지 우연으로 같이 밥을 먹는 사람도 늘어서 짧은 점심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버렸다.

   이후에는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려고 했으나, 같이 간 김의주선생님이 학교 구경을 가자고 해서 다대고에 갔었다. 음... 산업도로를 따라 달리도 보니 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낙동강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는 모습이 별가루가 무수히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알라딘에서 이런 표현을 읽은 적이 있다.) 맑은 하늘과 푸른 물결과 물결 사이의 모래톱, 그리고 한가로운 철새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움직이는 고깃배까지. 오늘따라 사진기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너무 안타까울 정도였다.

   다대고등학교에 도착해서 김의주선생님이 일처리를 하는 동안, 나는 과학실에 앉아서 창밖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의주선생님이 늘 말하는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학교'였다.(선생님은 늘 아름다운 학교에 소풍오라고 권한다) 고요한 바다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평화롭게 만드는 것 같다. 한참이나 창밖의 햇살과 바다의 풍광이 좋아 그렇게 서 있었다.

    집에 와서 가족과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결혼한 여동생이 요즘 집에 와 있어서 분위기가 조금 더 밝아진 것 같다. 하루 종일 오감이 즐거웠으니 이제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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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2-02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학교! 정말 멋지네요..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여름에 창문을 열어놓으면 시큼한 식초 냄새가 밀려들어오는 그런 환경이었는데.... (울산의 대기오염은 정말 심하죠;;) 그래서 토요일 야자시간에는 친구랑 도망나가서 바다를 보러가기도 하고.. 그땐 정말 학교에 있는 것이 싫었더랬죠... 느티나무님 서재에 들어와서 학교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그때가 많이 생각나곤 하네요...

느티나무 2004-02-0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를 다닌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저의 꿈이랍니다. 꿈이 참 크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