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처럼 집밖에 나갔다. 이유는 올해 같이 일하게 될 선생님들과의 상견례! 일 많기로 유명한 사람들이라 만나는 첫날부터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 몫의 일은 큰 것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여러 학교 선생님들과 만나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잘 지낼 것인가? 하는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이 될 것 같다. 당장 내일부터 학교에 나가야 할 것 같다. 물론 이 일은 내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 저녁이나 주말에 해야하는 일이다. 작년 한 해는 쉬었기 때문에 올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열심히 해 보자!

   중간에 아는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대학생이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셨다. 난감했지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십시일반', Why not?',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가 생각이 나서 선생님께서 골라보시고 맘에 드는 걸로 사줘도 된다고 했다. 얼굴도, 성격도, 관심도 모르는 이름 모를 그에게 이런 책들을 주섬주섬 읊는 나는 과연 용감한 것일까? ㅋㅋ

   저녁에는 내 친구 장준호를 만났다. 어제 1급 정교사자격연수가 끝나서 3월 1일부터는 1급정교사이다.(사실, 1급정교사와 2급정교사의 차이는 호봉승급 외에는 거의 없다.) 방학내내 연수받느라 고생한 것을 생각해서, 그리고 곧 있을 개학을 기념해서 내가 한 잔 샀다. 그래봐야 곰장어 2인분에 막소주 한 잔이다. 맑은 소주를 잔에 붓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갔다. 때로는 진지하고 꿈을 담은 이야기도 하고, 때로는 객쩍은 소리도 해 가면서 같이 소주잔을 기울였다.

   조금 전에 김의주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집 앞에 올테니 커피나 한 잔 마시잔다. 김의주선생님은 가끔 심심하면 우리집 근처에 와서 전화를 한다. 오면 꼭 둘이서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편의점으로 가고, 딱 커피 한 잔을 마시고는 다시 돌아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방금 전화가 왔으니 이제 곧 올 것이다' 이 문장을 치고 있으니 전화가 왔다.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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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2-11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밤의 데이트(?)로군요;;; ^^

느티나무 2004-02-1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가서 동네 편의점에 갔는데, 아르바이트생이 환하게 웃더군요. 전에 근무한 학교의 졸업생들... 편의점 안에서 커피를 홀짝이고 돌아왔습니다. 아주 재능이 많은 사람입니다. 연극, 노래, 춤, 시, 그림, 운동... 못 하는 게 없지요. 거기다가 전공은 범상치 않게 물리!선생님... 아~! 주말에 언양을 지나왔는데 nrim님이 생각나더군요. ^^ (고향이 여기 어디쯤이겠지..했답니다.)

nrim 2004-02-1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아래 석남사 사진을 보고 저도 고향 생각을 했더랬지요. 초등학교때 부터 줄기차게 소풍을 갔던 곳이라 오히려 그곳의 매력을 잘 모르고 자란거 같다란 생각이 드네요.

느티나무 2004-02-1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남사는 숲이 참 좋지요. 들어가는 입구에 나무마다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등 참나무들의 제 이름들을 달아놓고 있거든요. 시원스러운 계곡도 좋구요. 절이야 별다를 것은 없지만, 가지산을 오르다가 보면 '참,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잘 잡았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답니다.
 

   주말에는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학급운영모임 '모두아름다운아이들' 선생님들과 모꼬지를 겸한 여행이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매운 날씨에 마티즈 한 대에 5명이 타고 밀양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 연극을 보기로 한 것과 연극이 끝나고 모임 운영에 대한 회의가 필요하다는 것. 이 두 가지 외에는 가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뚜렷한 목적 없이 향한 길이었습니다. 당연히 느긋하고 여유있는 출발이 되었답니다.

   주남저수지에 들러, 넓은 저수지에서 겨울을 지내고 있는 기러기와 재두루미를 살펴보았습니다.차 문을 열고 나가면 몹시 춥지만, 바람은 들어오지 않고 햇살만 비치는 차에 앉아 있으니 더없이 포근하고 따뜻한 여행입니다. 밀양군 무안면에 들러서 늦은 점심을 먹고, 나라에 큰 일이 있으면 땀을 흘린다는 표충비를 덤덤하게 구경했습니다. 밀양 시내의 들어와 영남루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장화홍련'의 모태가 된 설화 아랑의 전설이 담긴 아랑각과 무봉사, 박시춘생가, 밀양시립박물관... 무엇보다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밀양강의 물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남루 전경


햇빛을 잔뜩 담은 밀양강

   오후에 밀양으로 바로 온 선생님들과 만나서 표충사 앞에 민박을 정하고 다시 차를 타고 밀양연극촌으로 나왔습니다. '문화게릴라' 이윤택씨를 중심으로 한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이 꾸민 연극연습장겸 연극공연장에서 '맨발의 청춘, 이찬전'을 보았습니다. 흥겹고 유쾌한 코미디극이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연극배우 정동숙씨의 개인기가 마음껏 발휘된 연극이라 저는 더 좋았습니다. 끝나고는 연출가, 배우들과의 난장토론... 취지는 참 좋았지만, 진행이 서툴고 내용도 산만한 데다가 배우들도 이야기를 짧게 짧게 끊지 못하는 지라 시간에 비해 소득은 많이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딴 세상을 사는 배우들과 같이 이야기를 해본 경험만으로도 아주 소중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무대에 올라간 선생님들

 

   민박집에 돌아와서는 본격적으로 개학하면 운영할 모임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중요한 결정들이 정해졌고, 올해도 일년동안 열심히 하자는 다짐도 함께 하고... 밤이 깊어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는 민박집 앞 냇가에서 얼음지치기를 하며 동심으로 돌아간 선생님들과 신나게 놀았습니다. 의욕만 앞서다 넘어져 다치기도 했지만, 온 동네 가득 시끌벅적한 소리를 피운 재미난 놀이였습니다. 결국 표충사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언양으로 넘어가 석남사를 구경하고 오는 길에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석남사 처마 밑에서:하늘 참 파랗지요?

 

   돌아오는 길, 우연하게도 흥얼거리게 된 노래 덕분에 우리 모임이 생긴지 2년 만에 두 번째로 가 보는 노래방. 노래방에서는 또 다를 장난 아니게 놀더군요. 무지 신나게 뛰어놀다가 나와서 집으로 돌아간 주말여행 겸 모꼬지였습니다. 역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아주 기분이 좋아지네요. 다니는 내내 유쾌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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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금요일의 바다 여행과 주말의 모꼬지를 겸한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있다. 정신 없이 지나가는 시간들이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여행이라 아주 즐겁고 행복했던 것 같다. 먼저 바다 여행은 남해가 목적지였다.

   부산에서 출발해서 사천을 거쳐, 남해-창선교를 지나서 창선면 지족의 원시어업인 죽방렴을 돌아보았다. 남해에 들어서자, 서서히 분발이 날렸다. 창선에서 시작한 남해 일주는 물건의 어부림을 거치고, 물미 해안을 지나서 송정과 상주해수욕장까지 닿았다. 철 지난 해수욕장에, 게다가 눈까지 흩뿌리는 날씨라 더 없이 을씨년스러웠지만,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창밖으로 건너다보며 점심을 먹는 것도 좋았다. 금산에 오르다 방향을 잘못 잡아서, 보리암이 올려다 보이는 중간에 내려와야 했다.

   다음은 가천다랭이마을까지 해안을 따라 왔을 때는 햇살도 옅게 남은 오후가 되어버렸다. 찬바람이 세차게 불고, 눈까지 내린 날에도 수백층의 다랭이밭에는 파란 싹들이 심겨져 있다. 저 여리디 여린 싹들은 어떤 힘으로 찬바람을 막아서고 있을까?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경이로울 뿐이다. 수백층을 반듯하게 쌓아올린 저 밭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 층 한 층올라갈 때마다 농민들은 피땀을 쏟았을 것이다. 피땀으로 얼룩진 논밭에서 나는 왜 멋지다는 감탄사만 연발하는 것일까?

   시골농가가 주는 편안함과 낯섦이 마음 속에서 서걱거렸다.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 속에서는 나무 타는 냄새와 갓 지은 쌀밥 냄새와 남루하지만 정겨운 어머니의 냄새가 배어져 나온다. 낡아서 귀퉁이 한 쪽이 헐린 흙집에도, 외양간에 갇힌 누런 소에도, 담근 막걸리를 판다고 허름하게 써붙인 나무간판에도 호기심으로 눈길은 가 닿지만, 이제는 정말 호기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나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고, 우리집은 농사를 짓기도 했었기 때문에 여행하며 들르는 농촌은 조금 특별한 느낌이 든다. 마치 설을 쇠러 시골 고향 마을에 왔을 때 느끼는 도시 사람들의 감정이 아닐까 싶다.(많은 사람들이 시골을 고향으로 두지만,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느끼는 시골 고향 마을에 대한 느낌은 남다르지 않을까 한다.) 애틋한 정이 가는 그런 고향 같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곤 했었는데, 어느 때부턴가 나에게도 그냥 지나치는 여행지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 같다. 아마도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흔하게 볼 수 없는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면 연신 사진기를 만지작거리게 되는 것도 사진기를 산 얼마 전부터 생긴 버릇이다. 나도 '마음에 담으면 되지'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때가 있었는데... 마음에 담는 것보다 사진에 담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은 왜 하게 된 것일까?

   이런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면서 다랭이마을을 둘러보고 지나쳐왔다. 다시 '남해'의 남서쪽 해안을 빙 둘러서 읍내로 들어왔다. 남서쪽 해안도 이름이 나지 않았을 뿐이지, 가는 곳곳이 절경을 감추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읍내를 거쳐서 옛날에는 유일한 남해의 관문이었던 아름다운 남해대교를 지났다. 대교를 지나면서 대학 1학년 때 동기들이랑 대교 위에서-물론 밤이었다- 오줌을 누며, '태평양에 물을 보탠다'며 웃고 떠들던 때가 생각이 났다. 돌아오는 길은 아주 수월했다. 평일이라 고속도로도 훤하게 뚫려 있었고, 걱정했던 눈도 쌓이지 않고, 눈(目) 구경만 시켜주고 그쳤다. 

   남해 여행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너무 운전에 집중한 탓인지 어깨가 약간 결리긴 했지만, 그것마저도 돌아오는 길에 찜질방에서 풀고 나니... 더 없이 행복했다. 

 


[남해 물건어부림]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일과 해풍을 막기 위해 수백년전 조성한 인공림. 그 때 나무를 심었던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은 더욱 살만한 곳이 되고 있지 않을까?

   지금은 겨울이라 나무들이 볼품 없어 보이지만, 여름이 되면 무성한 잎으로 제 몫을 충분히 다할 것이니 저런들 어떠랴. 결국 그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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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경주로 향하던 걸음이 우연하게도 딴 곳으로 향했다. 경주는 지난 일요일에도 다녀온 곳이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니까... 사실, 경주를 다녀와도 환상적인 답사 코스를 구성할 수 있었지만... 오늘 아니면 다녀오기 힘든, 방학하면 꼭 다녀오고 싶었던... 그곳에 다녀왔다.

   경주 다음으로 생각한 곳은 경남 창녕이었다. 창녕도 작은 경주답게 유형/무형 문화재로 가득한 곳이다. 화왕산성, 용선대, 관룡사로 이어지는 화왕산 코스도 멋지고, 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시내 답사도 아주 맛깔나게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이런 아름다운 곳을 마다하고 다녀온 곳의 사진을 몇 장 올려놓는다. 여행기는 며칠 후에...(아마도 월요일쯤!) 오늘 거기엔 눈발이 거세게 날렸다. 그럼 여기서 질문? 사진 속의 여기는 어디일까요? ㅋㅋ


마을에 눈이 내린다


이쯤되면 짐작?

 


가천다랭이마을


유구포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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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kitchen 2004-02-07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 "그 곳" 사람들의 삶은 고단하고 남루하겠지만, 느티나무 님이 사진을 찍으신 "그 곳"- 곧, 제가 앉은 "이 곳"에서 보는 풍광은 더없이 아름답군요. 특히, 맨 위의 사진이 마음에 듭니다. 사진 참 좋습니다. ^^

비발~* 2004-02-07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쏠키가 내 할말 다 해버렸넹. 돌리도 돌리도~ 맨 위 사진 찜해서 제 서재에 올릴랍니다.

가을산 2004-02-07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름답습니다. 확실히 남쪽 바다라 이 추위에도 푸른 빛이 있네요.

병아리교사 2004-02-0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딘지 알겠어요~ 사진으로 다시 보니까 참 좋네요

느티나무 2004-02-09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쪽 바다... 참 아름답지요? 눈가루가 펄펄 날리는 오전이었다가, 햇살 가득한 한낮이었다가, 뭉게구름 부풀어오르는 오후였다가...넉넉하고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쏠키님, 비발님, 가을산님, 병아리교사님...코멘트 감사드려요.
 

 이 세상에 아이들이 없다면

 - 안도현

어른들도 없을 것이다

어른들이 없으므로 교육도 없을 것이다

교육이 없으므로 교과서도 없을 것이다

교과서가 없으므로 시험도 없을 것이다

시험이 없으므로 대학교도 없을 것이다

대학교가 없으므로 고등학교도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가 없으므로 중학교도 없을 것이다

중학교가 없으므로 국민학교도 없을 것이다

국민학교가 없으므로 운동장도 없을 것이다

운동장이 없으므로 미끄럼틀도 없을 것이다

 

미끄럼틀을 타고

매일 매일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부신 하느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 아이들은 하느님이지, 눈부시게 빛나는... 이 시를, 이 마음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다면 학교는 얼마나 평화로운 곳일까? 아니, 내 마음의 평화가 조금 더 이어질텐데... 사실, 조금 더 '너그럽게'와 조금 더 '여유 있게'는 같은 뜻이다. 자기 자신을 긍정하게 되면 너그러움과 여유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아직 내가 갈 길은 멀지만, 아직 나에게는 시간도 있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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