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받은 편지를 이제야 확인했다. 그 내용.
떠듦
수업 시간에 떠들 아이들은 어떻게든 떠든다고 봐요. 중학교는 아이들이 한창 말 많을 때라 교사가 억지로 못 떠들게 할 수도 없죠. 그리고 전 모둠별 협동학습을 통해 영어 수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수업 중에 아이들이 말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우선 저는 단순한 잡담과 수업과 관련된 대화 사이의 차이점을 구분해 줍니다. 모둠 친구들과 수업 내용을 가지고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은 설사 좀 시끄러워도 뭐라 하지 않지만, 그게 잡담이라고 할 수 있을 때에는 떠들어선 안 된다고 못 박습니다. 떠들다 걸리면 처음 두 번은 주의를 주고선 그냥 넘어가지만, 세 번째 걸리면 고무실로 데리고 가서 주의를 줍니다.(김대성, 울산 성안중 교사)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방해하는 행동을 하면, 일단 넌지시 쳐다보며 웃어 줍니다. 그러다 또 떠들면 쳐다보고 웃는 걸 반복합니다. 이를테면 눈치 주기죠. 저는 떠드는 아이 스스로 자신이 수업을 방해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아이가 문제임을 알아차리지 못 하거나 고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죠. 그럴 경우에 저는 그저 “조용히 해”라고 윽박지르는 명령조를 취하지 않고, “너 때문에 수업하는 데 방해가 되어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라며 차근차근 일러 줍니다. (김용만, 경남 마산중 교사)
화장실
저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굳이 제게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물론 아이들 맘대로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게 놔두는 게 조금 불안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게 두려워 아이들 보고 생리적 현상을 참으라고 하는 건 비인간적인 행위지요. 게다가 용변이 급해 괜히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나, 한참 수업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화장실 갔다 올게요”라면서 수업의 맥을 끊는 게 더 큰 문제죠. 화장실을 가고 싶은 학생은 먼저 화장실 간 친구가 교실에 돌아왔을 때 알아서 가면 됩니다. (송승훈, 경기 남양주 광동고 교사)
준비물
저는 첫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가능한 한 수업은 재미있고, 따분하지 않도록 하겠다. 숙제 역시 가능한 한 적게 내겠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선 아이들로부터 두 가지를 약속 받습니다. 숙제를 적게 내는 대신에 내준 숙제는 확실히 해 왔으면 한다, 수업시간에 준비물을 꼭 챙겼으면 한다. 이 두 가지 약속은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남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합니다. 한편, 아이들이 이 두 가지 약속을 어길 경우에는 보통 두 번 정도까지는 용서를 하지만, 다음에는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고 다시 약속을 받습니다. (최원석, 경북 김천 중앙고 교사)
과제물
반드시 수업과 관계된 것은 아니지만, 저는 평소 아이들에게 책을 사라고 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수업시간에서 배우는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죠. 매달 교육이나, 청소년, 성장, 가난 같은 주제를 정해서 읽을 만한 책 목록을 제시해 주죠. 그리고는 깊게 읽고 세상과 자신을 연관시키면서 자기 생각을 점검해 보는 글을 제출하게 합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글을 꼬박꼬박 잘 쓰는 건 아니에요. 글을 제출하지 않으면 두 번 정도는 기한을 연기해 줘요. 세 번째 정도부터는 하루 날을 잡아서 방과 후에 남겨 놓고 글을 쓰게 합니다. 물론 아이들은 도망가려 하죠. 그래서 전 아이들을 남기는 날엔 아예 종례가 끝나기 전에 그 학급에 가서 기다립니다.(송승훈, 경기 남양주 광동고 교사)
핸드폰
아이들이 핸드폰을 수업시간에 사용하다 걸리면 일단 압수합니다. 그리고는 아이의 부모님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아이에게 부모님 도장을 받아오도록 합니다. 사실 핸드폰을 아예 사용 못 하게 하는 건 쉽지 않아요. 통제하려 들면 오히려 어긋날 뿐이죠. 게다가 핸드폰은 아이와 부모 간에 의사소통을 위해 쓰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또한 부모님들이 일단 핸드폰을 개통시켜 주고 대개 요금도 내주시잖아요. 그럴수록 부모님들이 핸드폰 사용에 대한 교육을 아이에게 손수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핸드폰 사용을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봐요. ( 장진실, 서울 고명중 교사)
핸드폰은 학교에서, 특히 수업시간에는 꺼져 있어야 정상이잖아요. 저는 첫 시간에 휴대폰에 대해서 켜 있는 상태로 발견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그래도 적발이 되면 처음에는 일주일, 두 번째는 한 달, 세 번째는 한 학기동안 압수합니다. 이렇게 하겠다고 미리 설명을 해 주고,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면 아이들도 웬만하면 다 받아들여 줘요. 약속한 뒤로는 기한 전에 찾아와서 돌려달라는 아이가 있어도, “네가 그런 식으로 먼저 달라고 하면 다른 아이들도 다 그런다”라고 일러 주면서 일관성을 지킵니다.(윤상희, 경기 부천 성곡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