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학급운영모임 '모두아름다운아이들' 선생님들과 모꼬지를 겸한 여행이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매운 날씨에 마티즈 한 대에 5명이 타고 밀양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 연극을 보기로 한 것과 연극이 끝나고 모임 운영에 대한 회의가 필요하다는 것. 이 두 가지 외에는 가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뚜렷한 목적 없이 향한 길이었습니다. 당연히 느긋하고 여유있는 출발이 되었답니다.

   주남저수지에 들러, 넓은 저수지에서 겨울을 지내고 있는 기러기와 재두루미를 살펴보았습니다.차 문을 열고 나가면 몹시 춥지만, 바람은 들어오지 않고 햇살만 비치는 차에 앉아 있으니 더없이 포근하고 따뜻한 여행입니다. 밀양군 무안면에 들러서 늦은 점심을 먹고, 나라에 큰 일이 있으면 땀을 흘린다는 표충비를 덤덤하게 구경했습니다. 밀양 시내의 들어와 영남루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장화홍련'의 모태가 된 설화 아랑의 전설이 담긴 아랑각과 무봉사, 박시춘생가, 밀양시립박물관... 무엇보다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밀양강의 물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남루 전경


햇빛을 잔뜩 담은 밀양강

   오후에 밀양으로 바로 온 선생님들과 만나서 표충사 앞에 민박을 정하고 다시 차를 타고 밀양연극촌으로 나왔습니다. '문화게릴라' 이윤택씨를 중심으로 한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이 꾸민 연극연습장겸 연극공연장에서 '맨발의 청춘, 이찬전'을 보았습니다. 흥겹고 유쾌한 코미디극이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연극배우 정동숙씨의 개인기가 마음껏 발휘된 연극이라 저는 더 좋았습니다. 끝나고는 연출가, 배우들과의 난장토론... 취지는 참 좋았지만, 진행이 서툴고 내용도 산만한 데다가 배우들도 이야기를 짧게 짧게 끊지 못하는 지라 시간에 비해 소득은 많이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딴 세상을 사는 배우들과 같이 이야기를 해본 경험만으로도 아주 소중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무대에 올라간 선생님들

 

   민박집에 돌아와서는 본격적으로 개학하면 운영할 모임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중요한 결정들이 정해졌고, 올해도 일년동안 열심히 하자는 다짐도 함께 하고... 밤이 깊어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는 민박집 앞 냇가에서 얼음지치기를 하며 동심으로 돌아간 선생님들과 신나게 놀았습니다. 의욕만 앞서다 넘어져 다치기도 했지만, 온 동네 가득 시끌벅적한 소리를 피운 재미난 놀이였습니다. 결국 표충사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언양으로 넘어가 석남사를 구경하고 오는 길에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석남사 처마 밑에서:하늘 참 파랗지요?

 

   돌아오는 길, 우연하게도 흥얼거리게 된 노래 덕분에 우리 모임이 생긴지 2년 만에 두 번째로 가 보는 노래방. 노래방에서는 또 다를 장난 아니게 놀더군요. 무지 신나게 뛰어놀다가 나와서 집으로 돌아간 주말여행 겸 모꼬지였습니다. 역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아주 기분이 좋아지네요. 다니는 내내 유쾌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여행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