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 2
선현경, 이우일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신혼여행을 일컬어 '핑크빛 신혼여행'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천만의 말씀이다. 나의 신혼여행은 그야말로 고난이었다. 푸켓에 그것도 비가 젤 많이 온다는 계절에 갔다가 비 쫄딱 맞고 감기 걸리질 않나...가이드 따라다니다가 돈만 뜯기고 쇼핑센터에서 쇼핑하지 않는다고 가이드 눈총받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가이드의 행군에 나랑 신랑은 그 호텔 수영장에 발 한번 담궈보지도 못했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그 유명한 수중 키스신을 찍어볼 거라고 카메라도 특별히 장만했건만..기억나는 건 바나나 보트를 타다 떨어져서 짠 바닷물 마셨던 것, 코끼리 타봤다는 거 정도???

그래선지 신혼여행...아니, 구혼여행이라고 해도 좋다. 결혼 8년, 연애시절의 애틋함이 빛을 바래고 장난꾸러기 혹도 달렸지만 할수만 있다면 다시 신혼여행을 가고 싶다. 이우일, 선현경 그들처럼...

이 책은 그야말로 여행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여행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름난 관광지와 명소를 돌아다니기 보다 그 곳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현지인과의 교류를 통해 각 나라 사람들의 개성이 어떤지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다이버가 되기 위해 직접 다이빙을 배운 것하며 설령 길을 잃고 가방을 잃더라도 일단 낯선 땅 낯선 거리로 발을 내딛는 용기...여행하는 틈틈이 이만큼의 기록을 남긴 세심함에 정말 읽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영어란 큰 핸디캡을 갖고 있는 우리 부부였다면 아마 숙소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을 거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이탈리아 카프리란 지방의 타일로 된 그림문패였다. 그냥 이름 석자만 씌여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 곳 사람들은 자기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것으로 문패를 대신한다는 것이다. 큰 배의 주인이 사는 집은 큰 범선을 그리고 와인을 제조하는 집에선 와인병과 포도나무를 타일에 그려넣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이렇게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느낀 많은 경험들이 낙천적인 선현경의 톡톡 튀는 문장과 꼼꼼한 이우일의 그림으로 꽉 채워져 있다. 사실 처음엔 여행기에 사진 한장 없는 게 이상했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사진보다 그림이 훨씬 많은 것을 전해준다는 걸 알게 된다. 이우일 특유의 유머 넘치는 그림도 좋았지만 그의 그림에선 보기 드문 세밀화가 특히 더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반양장본으로 된 책이라 그런지 책의 제본이 허술한 듯하다. 부분적으로 갈라져서 낱장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별 하나를 줄였지만...이럴 때마다 우리나라도 양장본과 반양장본이 함께 출판되었으면...하고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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