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In the Blue 11
문지혁 지음 / 쉼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연인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 몇 달 후 다시 만나기로 약속합니다.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그리고 약속한 날이 되어 남자는 약속한 장소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립니다. 같은 시각 여자도 약속의 장소로 향했습니다. 그녀 역시 연인을 만날 생각에 서둘러서 달려가다가 그만 자동차사고를 당하고 마는데요. 하지만 그런 상황을 알지 못하는 남자는 아무리 기다려도 연인은 오지 않자 자신이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돌아서고 말지요. 그 후 그들은 다시 만납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꼭대기에서. 자신이 몰랐던 진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남자는 여자와 함께 뜨거운 포옹을 나누면서 영화는 끝나는데요. 오래된 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제게 뉴욕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란 상징과 함께 사랑과 추억의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바로 그 뉴욕을 최근에 번짐 시리즈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뉴욕을 지지직거리는 잡음마저 정겨운 고전영화 속의 장면이 아니라 번짐 시리즈 특유의 감성적이면서도 왠지 모를 그리움마저 느껴지는 사진과 수채화 그림으로 만나게 된다니 책을 읽기 전부터 설레었습니다.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저자는 책의 초반에 이렇게 말합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에 자신은 무작정 뉴욕으로 떠났다고. 장소가 뉴욕이었던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단지 취업에 실패했고 연애에도 아픔을 겪었으며 그러면서 많이 지쳐있었다고. 그렇게 특별한 목적도 없는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서 그는 결심했다고 합니다. 다시 돌아올 거라고. 그리고 그 결심대로 저자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사랑도, 꿈도, 희망도 잃고 방황하던 그가 꿈의 도시 뉴욕에서 다시 꿈을 꾸게 되다니 우연 같은 운명이 느껴지더군요.

 

지금까지 출간된 번짐시리즈가 그랬듯이 이 책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도 사진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둠이 자리잡은 뉴욕과 여명의 시각 서서히 밝아오는 뉴욕, 한낮의 혼잡함으로 붐비는 뉴욕, 거리의 예술가들로 자유로움이 가득한 거리, 높디높은 빌딩숲과 초록이 어우러진 공간 뉴욕. 그 속에서 바쁘게, 때론 여유롭게, 일상을 보내는 뉴요커들. 브라이언트 파크, 센트럴 파크, 유니언 스퀘어.... 뉴욕이라면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만난 것이 전부인 내게 책이 전하는 모습과 이야기는 새로웠습니다. ‘여기가 뉴욕’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뉴욕’임을 알아채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상적인 사진이 있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평생을 살면서 몇 번 마주칠까 말까 하는 순간을 담은. 일 년에 단 두 번, 매년 5월 말과 7월 초에 만날 수 있는 광경을 담은 거였는데요. 태양이 저물면서 동서로 거리와 태양이 일직선으로 놓이면서 거리에 저무는 햇빛이 비치는 순간, 그 광경을 저도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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